BY 이쁜꽃향 2001-10-11
사십이 넘도록 남편에게 등 밀어달란 소릴
차마 쑥스러워 한 번도 못 해 봤다.
평상시에도 대중목욕탕엘 거의 안 가고
아침 저녁으로 욕실의 문을 잠근 채
샤워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삼학년일 때엔 마음 먹은대로
체중조절이 수월했었다.
좀 움직임이 둔하다 싶으면,
아니 옷 입기가 거북하다 싶으면
에어로빅이나 음식 조절을 적당히 하여
늘 거의 비슷한 체중을 유지했었다.
사학년이 되어
야간 강의까지 있는 날엔 건강 유지를 위해
각 별히 영양에 신경을 쓰고
서너시간 서서 연강이 있을라치면
전날은 다음날을 위해 무조건 쉬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아무리 피곤해도 전처럼 체중조절이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다 식탐이 심한지라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결코 참질 못하니
오죽하면 직원들이
'선생님처럼 많이 먹는 여자는 대한민국엔 없을 거다'라 했을까.
자연히 몸 움직임이 둔해 지고
생일선물로 백화점에서 옷을 사주겠다는 남편을 따라
매장의 옷들을 입어보니
요새 옷들은 왜 또 그다지 타이트한지
'마음에 든 건 모두 사주겠다'는 남편의 호의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
결국 원피스밖엔 살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결국 나도 이젠 사십대 중년 아낙으로서
살과의 전쟁 선포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맘 먹은대로 운동할 짬이 뜻대로 나질않아
주변 아줌니들의 얘길 참고 삼아
'나도 사우나 가서 땀 좀 빼볼까?'하는 유혹이
자꾸만 생겼다.
에이, 그건 분명 수분일 뿐이라 금방 채워질텐데
그렇잖음 몸에 무리가 갈거고...
망서림은 잠시일 뿐 심각한 경지에 이르니
드디어 나도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오천평같은 단짝 친구의 몸매를 바라보며
나도 저리되면 어쩌누 괜한 걱정도 하기에 이르렀다.
처음 어색한 몸짓으로 대중탕에 들어서던 날,
난 이렇게 한가하게 땀 빼는 아낙들이 많다는 사실에
너무 놀랬고
그네들이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먹고 마시며 왼종일 땀을 뺀다는 사실,
살과의 전쟁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눈이 휘둥그래질 수 밖에 없었다.
원래 뜨거운 걸 못 견디는 체질이라
사우나실엔 일분을 채 넘기기가 힘들어
발만 옴지락거리다 나와버리기 일쑤였으니
동행한 친구가 '넌 목욕비가 아깝다'란 말을
혀 차는 소리와 곁들여 되풀이 할 밖에.
뜨거운 사우나실엔 그 동네의 소문들이 무성하게
재탕되어지고 넘치는 살들 녹이느라 안간힘을 쓰는
처절한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세상 돌아가는 얘길 모두 들을 수 있는
여인들의 천국.
혼자서 웃다 꼼지락대다 금방 나와버리지만
어쨌든 피로회복에 좋다고 하니
또 운 좋으면 체중조절도 된다 하니
살과의 전쟁을 시작해 볼까 한다.
우리네 이웃 아줌마들의 삶을
한꺼번에 모두 터득해 볼까나...
(출처 : 아줌마닷컴 - http://www.azoomm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