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물없인 볼 수 없는 80년대 차량 개조사업의 절정.
80년대 지방중심도시의 지역밀착형 다이어로 많은 근교형 전동차를 필요로 하게되었으나 이시기 국철의 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당장 417계와 같은 훌륭한 지방도시 근교형 전동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작할 비용조차 부족해 남아 돌기 시작하는 급행형 전동차를 있는대로 근교형으로 개조해 운행하던것이 현실이었고 폐차되는 차들도 부품이 재활용되는게 일상다반사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속에 국철 눈에 들어온것은 신간선 개통으로 인해 야간열차가 대량으로 폐지되면서 남게된 581/583계 전동차였다.
- 호쿠리쿠본선의 419계. 이미 겉모습 부터 범상치가 않다.
2. 마개조란 이런것이다.
"마(魔)개조"라 함은 건담 프라모델쪽에서 처음 시작된 조어로 각종 프라모델 부품을 갖다붙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조하는것을 의미한다. 지금부터 설명하는 583계의 근교형화 개조는 국철의 눈물겨운 "마개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 먼저 10량 이상의 편성을 잘라 3량편성으로 만들었다. 보통은 선두차 두량과 중간차를 붙여 만들겠지만 선두차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어서 중간차의 일부를 쿠모니143형과 비슷한 형태의 비관통 선두부로 개조했다.
- 419계 개조된 선두부 부분. 각진 윗부분과 살짝 굽은 아랫쪽이 마치 식빵같다고 하여 "식빵전차"라는 별명이 붙었다.
- 419계의 선두차 개조쪽의 운전실. 그래도 시야는 꽤 넓다.
- 편성을 조합하면서 부족해지는 전동발전기와 공기압축기 또한 폐차되는 전동차들의 부품을 재활용했다.
- 583계는 직류구간의 이선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팬터그래프가 2개였으나 한쪽을 철거했다.
- 근교형 성능을 맞추기 위해 기어비를 조정해 100km/h로 낮췄다. 물론 퇴역하는 101계에서 쓰던 카르단기어를 재활용했다.
- 출입문 하나를 증설했다. 물론 기존 출입문과 동일한 폴딩도어를 사용했다.
- 근교형 전동차에 폴딩도어다!
- 실내 천정에 매달려있는 침대설비(쿠셋)은 일부 철거하고 일부는 사용을 할 수 없게 고정했다. 출입문 주변은 롱시트를 설치했다. 롱시트 위의 선반도 쿠셋을 철거하고 남는 기둥 프레임을 그대로 재활용 했다.
- 원래 한량에 한개소 꼴로 있던 화장실이나 세면대를 한편성에 화장실 한개소 정도만 남기고 철거했다. 철거가 곤란하면 사용을 못하게 봉인했다.
- 419계의 실내. 기존 크로스시트 부분은 상부의 쿠셋까지 그대로 남아있다(내릴 수 없게 고정됨) 이때문에 차내가 조금 좁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 통유리로 된 창문도 일부는 개폐가 가능하도록 2단 상승하강식 창문을 붙였다. 기존 통유리 부분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굉장히 부자연 스럽다.
- 통유리 창문이었던거에 억지로 상승식 창문 프레임을 갖다 붙였다.
- 따라서 측면에서 보면 이렇다. 정사각형 행선표시기를 그대로 쓰는건 덤.
이렇게 눈물겨운 마개조를 통해 581/583계를 419계나 아예 직류기기를 떼버리고 715계로 개조했다. 보존용에 가까운 편성수만 남기고 모두 개조했기 때문에 그 숫자는 150량 가까이 되는데 그중 419계는 3량 15개편성 총 45량이 개조되었다.
3. 호쿠리쿠의 "식빵전차"
419계는 호쿠리쿠본선 구간에서만 운용되었는데 기존 583계 선두부와 개조된 선두부가 대부분 공존했다. 이 개조된 선두부가 마치 식빵같다고 하여 "식빵전차"라는 별명이 붙었다. 처음에는 413계처럼 빨간 도색으로 도입하였다가 민영화 후 파랑띠 도색으로 변경했다. 413계와 마찬가지로 호쿠리쿠본선의 "타운 트레인"으로 활약했는데 애초부터 근교형에 맞게 제작한 413계와는 달리 419계는 출입문이 좁아 승하차에 시간이 많이 걸렸으며 특히 휠체어가 승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토야마 동쪽 지역으로 밀려났다. 그래도 90년대 말 일찌감치 퇴역한 715계에 비해 장기간 살아남아 2000년대 초반 관통형 선두부를 완전히 메우거나 실내 내장재 교체등의 소소한 연명개조를 받아가며 운용되어 오다가 2006년 521계의 대량도입에 밀려 2012년까지 모든 차량이 순차적으로 퇴역했다. 그래도 419계는 당시 80년대 국철말기 눈물겨운 개혁의 증거로서 철도팬들에게 화자되고 있다.
- 419계는 도입 초기 마찬가지로 아카덴 도색을 해서 도입했다.(사진출처 : Wikipedia Spaceaero2)
- 419계의 한쪽면은 밥통형 선두부로 되어있다. 뒷쪽은? 물론 식빵이다. 급행형 전동차의 완벽한 몰락을 상징하기도 한다.
- 글 : 송승학
- 사진 : 김성수, 송승학, Wikipedia, 일철연 공동사진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