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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처음 산행 계획을 세울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연 휴양림 입구 → 1,116봉 → 정상 → 동능 → 사거리 안부 → 계촌리'의 8km, 4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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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산
높이: 1,194m
위치: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해발 1천 200m의 청태산은 설경이 아름답고, 기슭에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어 겨울의 낭만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95년 12월에 문을 연 휘닉스파크 리조트가 있어 스키도 즐길 수 있다.
청태산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방림면의 경계에 솟은 해발 1천 200m의 준봉이다. 둔내 일대는 원래 눈이 많이 내리는 데다가 해발 고도가 높아서 내린 눈이 봄이 되도록 녹지 않기 때문에, 청태산은 겨우내 눈부신 설경을 간직하고 있다.
청태산 기슭에는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어 겨울의 낭만에 파묻혀 휴양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산막, 숙소, 야영장, 오토캠프장, 체력 단련장, 물놀이장, 산림욕장, 산책로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서 여름철 피서지로 사랑받는다.
그러나 그윽한 겨울 운치가 빼어남을 아는 이는 그다지 없는 것 같다. 특히 둔내 일대의 산야가 온통 하얗게 뒤덮인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가 부럽지 않다. 겨울 등산 장비를 갖추었다면 청태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좋다. 왕복 1시간 30분이 걸리는 제1코스와 왕복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제2코스가 있는데 겨울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청태산에서 15㎞ 거리에는 휘닉스 파크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다. 95년 12월 중순, 우리나라에서 연 11번째 스키장으로 문을 연 휘닉스 파크는 `미래형 산악 휴양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 500만 평의 터에 각종 위락시설을 완비한 대규모 종합 휴양지가 20년 장기 계획에 따라 추진될 예정이다. 95~96시즌에 개장한 스키장은 초급ㆍ중급ㆍ상급 코스가 각각 4면씩 모두 12면의 슬로프를 갖추고 있다.
가장 긴 코스는 2㎞가 넘는 2천 40m에 이른다. 특히 슬로프 중간의 산 중턱에 위치한 `로맨스 힐'과 슬로프 정상의 휴게소인 `몽블랑'에서 차를 마시며 굽어보는 정취가 낭만적이다. - 한국의 산하
세상의 많은 일이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계속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체력적 한계상황을 경험하기도 하는 산행은 목표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다. 그런데 막연히 매주 산에 가겠다는 것도 목표가 될 수 있으나, 매번 같은 산을 오르다 보면, 다른 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게 산악인이든, 산림청이든, 마케팅이든 나름 공신력 있는 단체가 선정한 산이다. 그게 100대 어쩌고 하며 순위를 매긴다면 그 모든 곳에 오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와중에 그걸 인증으로 남겨 기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각 단체가 선정한 100 산에서 중복되는 걸 빼고 다 합쳐보니 총 149 산이다. 그리고 산행이 취미가 아니라도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 종주에 조금이라도 관심 가진다. 해서 산행이 취미든 건강상의 이유든 대부분 등산객에게는 그 149 산 방문과 백두대간 종주가 목표가 됐다.
나도 그와 다르지 않아 매주 서울 근교 특히 북한산만 거의 2년 동안 다니다 눈을 돌린 게 '한국의 산하' 선정 '인기 명산'이었다. 그러다가 한 아웃도우 회사의 마케팅 일환인 100 명산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았다. 초창기만 해도 각 산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 산행으로 다녔는데, 갈수록 힘들어졌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서울에서 한 번에 들머리로 가는 대중교통이 있을 리 없으니, 여러 번의 환승을 거쳐 들머리까지 가야 했고, 산행 후에는 그 역으로 돌아와야 했다. 해서 산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우선해서 보는 게 교통수단과 그 연계 시간이었다. 초창기 한국의 산하 100 산을 다닐 때만 해도 교통이 좋은 곳 위주로 올랐으니, 문제를 느끼지 못했으나,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대중교통으로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산을 찾기 힘들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안내 산악회다. 시험 삼아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강원 오지 백덕산[산행기]을 다녀온 후 산악회를 다시 보게 됐다. 이후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100 산을 방문했다가 많은 실망을 경험했다. 단지 갔다 왔다는 개인적 만족만이 아니라 아웃도어 회사의 마케팅이기는 하나, 인증 시스템을 갖추자 등산객이 폭주했고,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산악회가 그 산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로 줄 서서 정상에 오르고, 정상에서 인증이라도 남기려면 수 분을 넘어 수십 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등산객이 몰리자 지자체에서는 등산로를 정비했고, 그 과정에서 인공구조물이 넘쳐나게 됐다.
조용하고 인공물이 없는 산을 원했으나,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100 명산은 그 모든 게 아니었다. 애초 사기업의 마케팅 100 명산이 아니라, 한국의 산하 인기 100 산을 다녔으나, 82개 산이 중복되어 아웃도어 기업의 100 명산을 쫓아다니는 안내 산악회 이용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앞에서 든 이유와 결정적으로 왜 이 산이 100개 중에 포함됐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봉우리을 몇 번 오르고 나자 100 산이라 것에 본질적인 의문이 생겼다. 해서 그동안 다닌 산을 복기하며 어떻게 선정했을까 따져보니 나름 이유가 있어 보였다. 물론 개인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아 100 산을 버리고 아니 버린다기보다는 2선으로 빼고, 1선에 새로운 목표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여기저기 뒤적거리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산에 오를까 고민하다가 번뜩 떠오른 생각이 산은 높이 올라가는 거니 그럼 높이를 기준으로 오르는 것도 좋겠다는 거였다. 그럼, 등산객이 많고 적고, 산의 경치가 좋고 나쁘고 등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오르는 거라 산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해서 일단 해발 1,000m가 넘는 산을 오르기로 하고 '한국의 산하'에서 찾아보니 예상대로 높이별로 줄 세워 놓은 게 보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많아, 900m가 넘는 산은 이번 생에선 시도도 못 할 거 같았다. 어쨌든 산지가 70%가 넘는 한반도나, 각 단체가 선정한 100 산이나, 해발 1,000m가 넘는 산도 많이 중복되어 이미 다녀온 산이 많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해발 1,000m가 넘는 산을 다니면 다닐수록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 즉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 산행으로 오를 수 있는 높이 1,000m가 넘는 산이 더 없다는 얘기다. 그 순간 떠오른 게 백두대간 종주와 까만 소의 인증 산행이다. 백두대간뿐만 아니라 정맥 지맥 등 다양한 인증 산행이 있고 거의 매주 맥 종주 산행이 출발하고 있었다. 물론 그 구간 중에는 해발 1,000이 넘는 산이 있었다. 그리고 까만 소의 인증 산행 중에도. 해서 다시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상사 무슨 일이든 목표가 끝을 향해 달리면, 갈수록 힘들어지듯이 이것도 마찬가지라, 맥 종주나 까만 소 인증 산과 중복되는 산이 갈수록 줄어들어 안내 산악회도 더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었다. 성원을 채워야 출발하는 산악회로서 등산객이 붐비는 맥 종주나, 까만 소 인증이 아닌 산행은 진행하기가 조심스러워 아예 계획조차 없는 산악회가 즐비한데, 유일하게 한두 산악회가 가끔 오지 산행을 진행하는 정도다. 고로 안내 산악회를 이용한 목표 달성도 어려워지고 있어, 무박이나, 현지에서 1박 후 산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주 산행도 전 안내 산악회를 다 뒤져도 목표한 산이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2선으로 빼놓았던 인기 100 산 중 하나인 충북 영동의 천태산에 갈 생각으로 산악회에 신청했다. 그런데 그 100 산도 몇 개 남아 있지 않아 천태산도 간신히 발견한 거로 오죽하면 그렇게 싫어하는 일요산행을 하겠는가?
해발 715m에 불과한 충북 영동 천태산은 오랜만의 가벼운 산행이라, 주중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표한 산을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과거에 세운 산행 계획 중 대중교통으로 하기로 한 걸 찾아 코로나 시대 또는 지역의 현실에 맞게 바뀐 버스 시간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든 버스 시간이 바뀐 걸 알았다. 고로 처음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길어야 30분 정도의 시간만 기다리면 다음 목적지로 환승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보통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문제는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그럼 산행 후 당일 귀가가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그런데 한두 산만 그런 게 아니라 지자체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이 거의 모든 산이 그랬다. 말인즉 남은 산 중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한 산은 거의 없다는 거다. 고로 평일 산행은 불가라 아쉽지만, 일요일 천태산만 다녀오기로 했으나, 기대와 달리 신청자가 늘지 않아 성원을 채우기 힘들어 보였다. 해서 Plan B가 필요해 같은 산악회 당일 또는 토요 산행 중 초면인 산을 찾다가 발견한 게 이름도 비슷한 청태산이다! 해서 산행 계획에 들어가 소개를 보니 강원도 횡성에 있는 해발 1,194m의 산이다. 아니, 그럼 내가 목표한 산인데, 해서 등산방에서 검색해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 위해 계획을 세워둔 산이었다. 물론 이 또한 시간이 바뀌어 버스는 이용이 힘들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거리라 택시를 이용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신청현황을 보니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해서 서둘러 회비를 입금하고 그나마 빈자리 중에 가장 좋아 보이는 자리를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같은 날 가기로 했던 천태산은 취소했다. 이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번 청태산처럼 내가 인지하지 못한 산행 계획이 공지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초면인 산은 일일이 소개를 확인했다. 그리고 9개의 산행 계획을 찾았다. 물론 9월 말까지의 산행 계획으로 그 이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모르는 변화가 안내 산악회 업계에 일고 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까만 소 100 명산 중 하나인 천태산은 성원 미달로 취소될 위기에 처했는데, 처음 듣는 청태산은 버스 두 대를 채우고 3번째 버스도 모집하고 있었다. 뭔가 있는데 뭘까? 궁금하기는 했으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가 토요일 이 글을 쓰면서 까만 소 100 명산을 검색하던 중 100 명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 플러스가 다른 100개의 산이라는 건 몰랐다. 그저 아쉬운 10여 개의 산을 추가한 것 정도로 알고 있었다. 이미 100 명산은 다녀올 사람은 다 다녀와 안내 산악회나 까만 소나 다른 100개가 필요했던 거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나만 초면이 아니라 인증꾼에게도 초면인 산이라 몰렸던 거였다. 해서 그 100개의 플러스 된 산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산악회가 산행 계획을 공지한 산들이다. 그리고 목표한 산과 비교해 보니 대략 20여 개가 겹쳤다. 고로 당분간은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목표한 산을 다닐 수 있다.
새로운 발견으로 기분이 좋은 상태로 산행 당일 주변 산의 산악날씨를 확인했다. 청태산을 꼭 집어 예보를 하지 않아, 그 산과 가장 가까운 태기산과 청옥산! 그 결과 1시경부터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라 우중 산행은 피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리고 산행 계획에 있는 사진을 보니 조망이 좋은 산도 아니라, 짐은 가능한 한 가볍게 그리고 카메라는 작고 간편할 걸 가져가기로 했다. 고로 준비물은 기존 산행과 다름이 없다!
2 - 1
같은 시각이라도 양재보다는 신사가 가깝고, 출발마저 10분 늦어, 전체적으로 20여 분의 여유가 있는 산악회라 평소와는 달리 20분 늦은 5시 20분에 기상했다. 먹거리 외에는 이미 아니 늘 배낭에 들어 있는 것들이라 영양밥만 전자레인지로 데워 김치와 사과, 오이, 비상식 등이 들어있던 디팩에 넣었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혹시나 하고 마을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6분 후에 정류장에 도착한다는 정보다. 그럼 좀 이른 시각에 신사역에 도착하나, 어차피 할 일도 없어 멍청히 앉아 있어야 하고, 불광역까지 걸어가는 것보다는 나아 바로 배낭을 둘러메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을버스 도착까지는 6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 여유를 부리며 정류장으로 가는데 두 가지가 이상하다. 찢어진 벽보가 주위에 흩어져 있고, 뭔가가 없어진 거 같았다. 재개발 구역 임시담장에 붙여놓은 벽보는 정치적 메시지에 흥분한 누군가가 찢어버린 거 같은데 뭐가 없어졌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소위 공유(?) 킥보드가 없어졌다. 분명 지난주까지만 해도 10여 대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위치에 킥보드를 갖다 놓은 게 3주 정도에 불과한데, 다 철수하다니 이상했다. 이용자가 없어? 하긴 그걸 이용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아니면, 재개발 구역이라 위험해? 새벽에 불광역 갈 때 이용해볼 생각이었는데, 철수해버려 아쉬웠다.
킥보드가 있던 자리를 보며 왜 철수했을까 나름 추측하고 있는데, 6시 8분경 마을 버스가 정류장을 향해 오고 있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하던 생각을 멈추고 바스에 타 자리를 잡고 앉아 내부를 둘러보니 창에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간절히 원했던 정보라 일단 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 시간표를 보며 휴일 새벽에 등산객의 성지 신사, 교대, 양재로 가기 위해서는 몇 시에 집에서 나와야 하나 계산해봤다. 지금 내가 탄 게 1호차 5시 55분 차인데, 신사역에 가기 위해서는 이것보다 10분 정도 늦은 차가 있으면 딱인데, 없다. 그리고 교대나, 양재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지금과 같이 상황에 따라 걷든가, 마을버스를 타든가 하는 게 정답이라는 결론이다.
마을버스로 불광역으로 가 불광역에서 6시 21분 전철을 타고 신사역으로 향했다. 물론 패드로 음악 감상과 독서를 겸하며. 신사역에 도착해 4번 출구로 나오자 역 입구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으로 붐볐다. 내가 알기로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는 총 3대이나, 그중 두 대가 나도 승객인 청태산행이라, 기다리고 있는 모든 등산객 중 2/3가 동행일 확률이 높다. 기대 이상의 성원에 힘입어 산악회에서는 애초 청태산에 3대를 동원하려고 했으나, 세 번째 버스는 성원을 채우지 못해 두 대만 출발한다. 물론 꽉꽉 채워서. 두 대가 한계라는 얘긴데, 산? 산악회? 덕분에 마지막 차를 타려고 했던 흥수는 방향을 바꿔 한북정맥 팀에 합류했다. 어쨌든 버스 정류장으로 가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정식으로 인사는 안 했으나 안면이 있는 등산객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보면 산악회를 이용하는 등산객도 정해져 있는 듯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버스가 오는 방향을 보고 있는데, 7시 3분경 관광버스 3대가 나란히 달려온다.
다행히 달려오는 3대 중 첫 번째가 청태산행 1번 버스라 비록 3대에 불과하나, 버스를 찾기 위해 헤매지 않아도 돼 반가웠다. 슬리퍼와 우산, 미니 스패츠 등이 든 보조 파우치와 카메라, 패드를 뺀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고 안면이 많은 인솔 대장과 인사를 나눈 후 버스에 탔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슬리퍼로 갈아 신고 가장 편한 자세로 전철에서와같이 패드로 음악을 감상하며 책을 읽었다. 막힘없이 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죽전에서 나머지 등산객을 태우고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려 8시 19분경 문막 휴게소에 도착했다. 볼일이 급한 건 아니나,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화장실을 다녀온 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다시 탔다. 예정대로 8시 40분 버스가 출발하자 늘 그렇듯이 인솔 대장이 지도와 코스 및 시간 계획을 기록한 안내문을 나눠줬다.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해서 오랜만에 대장이 설명하는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한 얘기를 들었는데, 막상 산행 중에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의도치 않은 오지 탐험을 해야 했다. 그 주의 사항이 마을을 벗어나 능선에 접어들기까지로 그 중앙에 '명품'이라 불리는 소나무가 있었다. 소나무를 통과하는 길은 없고, 밭 옆으로 난 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올라가면 등산로와 만난다고 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울창한 숲 덕에 조망이 좋지 않으나 가끔 남쪽으로 백덕산이, 북쪽으로 태기산이 보인다고 했다. 인솔 대장도 인증이 아니면 여기를 왜 와? 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코스는 대미산에서 시작해 청태산으로 가는 산꾼을 위한 A 코스와 휴양림 주차장을 기준으로 청태산을 환종주하는 인증꾼 용 B 코스가 있었다. 산악회 산정 A 코스는 9km, B 코스는 5km에 불과하고 주어진 시간은 A 코스 기준 5시 30분으로 마감 시각은 15시 즉 3시다. 물론 날머리에는 식당 같은 건 없다. 인솔 대장이 부연 설명하기를 빠른 사람은 3시간 반이면 통과하는 코스나, 일찍 내려와 봐야 할 일도 없으니 유유자적 즐기며 오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A 코스 인원을 확인해 본 결과 대략 1/3 정도였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대장도 나도 놀랐다.
2 - 2
예정보다 5분가량 늦은 9시 36분경 이번 대미산, 청태산 연계 산행의 들머리인 계촌2리에 도착했다. 어제까지의 예보는 1시나 3시경 소나기가 내리는 거였으나, 당일 예보는 전혀 비가 없어, 일단 미니 스패츠 착용은 보류하고 만약에 대비해 우산만 꺼내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우산을 옆 주머니에 꽂고 모자를 꺼내 쓰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인솔 대장이 버스 안에서 설명했듯이 1km에 달하는 마을 도로를 따라 등산로를 향해 올라가야 했다. 대장이 나눠준 지도에 의하면 들머리의 고도가 650m라고 해서 그나마 600m만 올라가면 되는 산행이라, 이 무더위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열기도 열기지만, 경사가 심해서 더 힘든 도로였다. 그렇게 10분가량 올라가자 문제의 전원주택이 나타났다. 대장이 몇 번이나 강조했던 장소로 직진하면 안 되고 우회전해야 한다고 했던 갈림길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집이다. 대장의 말대로 그 전원주택에서 우회전해 계속 올라가자 '명품'이라 불릴만한 소나무가 밭 가운데 나타났다. 해서 그 소나무 사진을 몇 장 찍고 계속 올라가니, 한팀은 도로를 따라가고 있고, 다른 팀은 밭 옆으로 난 물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해서 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등산 앱 지도가 가리키는 등산로는 '명품소나무'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 내에서 대장이 절대 소나무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었고, 밭에서 일하고 있던 주민도 사진찍기 위해 소나무로 접근하는 등산객에게 그쪽에는 길이 없다고 소리치는 거로 봐서 과거에는 길이 있었으나 막힌 거로 보였다. 고로 밭 옆으로 난 작은 물길을 따라올라, 끝에서 좌회전해 소나무 뒤 등산로로 접근하는 게 맞는 코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 확인한 거다.
갈림길에서 대장이 코스 설명할 때 밭을 언급했던 거 같기도 해, 밭 팀에 합류해 올라가고 있는데, 선두가 관목과 풀숲 지대를 뚫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해서 뒤를 돌아보니 아주 많은 등산객이 도로를 따라 자신 있게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등산 앱의 지도상으로는 분명 이 길이 맞는데 선두가 헤매고 있고, 반대로 저 자신 있게 도로를 따라가는 모습은 뭔가 믿는 바가 있어 보여 발걸음을 돌려 그들을 따라갔다. 이번 산행 첫 번째 실수다! 그런데 인솔 대장이 나눠준 지도를 보면 그 도로를 따라가는 게 맞다! 그런데 그들을 따라가며 아무래도 등산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뒤따라오는 등산객에게 “등산 앱의 등산로와는 다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도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더니, 긴가민가하다가 "아마 위로 올라가면 좌회전해서 등산로와 만나지 않을까요?"라고 한다. 해서 "그렇겠죠?"하고 계속 올라갔다. 도로를 따라 몇 분 올라가자 갈림길이 나타나고 위의 도로는 좌회전하는 거처럼 보여 맞게 왔다고 안심했다.
갈림길에서 윗길을 선택해 2분가량 올라가자 포장도로가 끝나고 풀이 우거진 임도가 나타났다. 사실 여기까지는 오는 중에 임도로 보이는 길이 있음에도 앞서가는 등산객의 자신감을 믿고, 그 길을 농로라 결론 짓고 계속 따라와 도착한 곳이다. 그런데 앞장서서 자신 있게 달려왔던 두 남녀는 더 갈 생각을 안 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모든 게 아름다운 두 남녀의 애정 행로를 멋모르고 따라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나, 인제 와서 후회해봐야! 멋모르고 줄줄이 따라온 6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의 10여 명의 등산객이 길을 만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람이나 차가 다니지 않아 거의 가슴에 닿는 풀이 무성해도 임도 아니면 방화선이 분명한 곳에서 풀을 헤치고 앞서 나가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어린 양들을 보다 못해 친구로 보이는 두 환갑이 넘은 등산객이 앞장서서 길을 만들며 가자, 뒤에서 "길이 있다!"라고 외치며 따라갔다. 그 모습에 크게 한숨 한번 쉬고 뒤에서 졸졸 따라갔다.
망설이는 중년의 젊은이를 뒤로하고 앞장섰던 두 등산객도 관목숲 앞에서는 주저하고 있어 별수 없이 내가 앞장서 5분가량 관목을 뚫고 가자, 그나마 인적이 있는 임도가 나타났다. 아까 포장도로를 따라가다가 본 그 임도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쩌다 보니 내가 선두에서 길을 뚫고 있었다. 원치 않는 바다. 특정의 몇 친구를 빼고 다른 친구들과 산에 갔을 때도 가능하면 길이 아닌 곳으로 인도하지 않는데, 안내 산악회 등산객을 내키는 대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 그 임도인지 방화선인지를 따라 5분가량 가자 저 아래 숲속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다. 분위기로 봐서 명품소나무를 지나 밭의 물길을 선택했던 팀이 따라온 길과 만나는 갈림길이 멀지 않아 있는 거 같다. 역시 예상대로 또 다른 임도? 방화선과 만났다. 그리고 그 임도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도 만났다. 그런데 그쪽도 의외로 선두로 보이는 소수의 인원이었고, 많이 지쳐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뒤에서 따라오던 노년의 두 산꾼이 "저 길도 만만치 않았나 본데, 우리보다 훨씬 앞서야 하는데, 여기서 만났으니!"라고 한마디 해, "네, 저기가 더 힘들었나 본데요!"라고 답했다. 뭐 대충 우리가 더 좋은 길을 선택했다는 자족의 대화다!
명품소나무 옆 밭 옆으로 난 길을 따라온 그룹과 합류하여 임도? 방화선을 따라 대미산을 향해 갔다.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정표나 산악회 리본은 구경도 못 했다. 선두는 밭 팀에게 넘겨주고 그들의 페이스에 맞춰 따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인사를 해 돌아보니, 길을 비켜달라는 신호라, 재빨리 옆으로 피해 길을 내줬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라 5분가량 가자 이정표도 리본도 없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선두에 섰던 밭 팀은 직진해 올라갔고, 내가 길을 내줬던 한 쌍의 남녀는 좌회전했다. 같이 고생한 팀이 뭉치는 분위기라 나도 좌회전해서 따라갔다. 그런데 직진은 등산 앱의 지도에는 없는 길이나, 인솔 대장이 나눠 준 지도에 있는 길이다. 등산 앱 지도의 등산로는 우리 왼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거기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좌상으로 가야 했다. 해서 뭔가 꺼림직했으나 좌회전 팀을 따라갔다. 그렇게 좌회전해서 다시 5분 정도 올라가자 관목이 길을 막고 있다. 물론 관목이 앞을 가려 오지에 익숙하지 않은 등산객에게는 길이 없는 거처럼 보이는 지역이다.
뒤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길은 아래로 내려가고 있으나 관목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고, 내게 길을 요구해 앞장섰던 한 쌍은 당황한 듯 보였다. 그리고 한 쌍 중 남성은 내가 발견한 관목 숲에 가린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으나, 뒤따라오는 등산객에게 관목을 뚫고 가자는 말을 못 해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아래로 내려가는 임도 말고 위로 올라가는 등산로? 짐승의 길 같은 것도 보였다. 해서 그 한 쌍에게 어차피 위로 올라가야 하니, 그 길을 가리키며 "저걸 따라 올라가는 건 어떻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힘들어하실까 봐!"라고 답하고 그 길로 인도했다. 그렇게 따라가며 확인한 결과 짐승의 길이 맞아, 급경사에 관목을 헤치고 가느라 모두 오지 탐험을 제대로 했다. 그런데 선두가 초조함에 무조건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듯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위로만 가는데, 좌로 인적이 있는 길 같은 게 보여 아무 소리 없이 좌회전해서 갔다. 물론 혼자. 그렇게 좌상으로 300여 미터를 가자, 길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물론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갈 거다. 하지만, 내려가는 게 싫어 그냥 길을 만들며 위에 보이는 능선을 향해 갔다.
급경사의 관목지대를 헤치고 위로 가느라 지쳐서 가끔 서서 숨을 돌리기도 하며 올라가자 어느 순간부터 위의 능선과 오른쪽 숲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위에서 들리는 소리는 임도 갈림길에서 직진했던 밭 팀이고, 오른쪽 숲에서 들리는 건 같이 오지 탐험하다가 중간에 내가 좌로 빠지며 헤어졌던 오지 팀이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능선에 도착하자 헤어졌던 두 팀이 등산로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등산로인가? 사실 이번 산행 처음 보는 정규 등산로다. 그동안 임도나 방화선, ‘짐승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고, 특히 등산 앱의 지도를 믿고 왔다가 망한 사례다. 어쨌든 등산로에 도착해 퍼질러 앉아 쉬고 있는 등산객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배낭에서 수건과 물통을 꺼내 수건을 배낭에 매달고 물통의 얼음물로 열기와 갈증을 해소했다. 그때 앉아서 물을 마시며 쉬고 있던 여성이 "산삼 깨셨나요?"라고 묻는다. 해서 "못 찾았습니다."라고 하자, "혼자서 그쪽으로 가기에 뭔가를 캐러 간 줄 알았습니다!" 한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며 쉬는 동안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폰을 손에 들고 대미산을 향해 출발했다. 등산 앱의 지도에 표기된 명품 소나무를 통과하는 등산로 합류 지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고생한 거와는 달리 대미산이 전반적으로 흙산으로 길 상태는 양호했으나, 인적이 드문 산이라 허리까지 자란 풀이 앞길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풀을 헤치고 전진하다가 길목에 서 있는 이정표를 보자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앞에는 밭 팀의 선두 중년의 산꾼 두 명이 가고 있었다. 그 둘을 따라 계속 가자 이번 산행 처음 보는 산악회의 리본도 있었다. 그런데 예상대로 등산 앱(트랭글) 지도에 표기된 등산로는 어디에도 없었다. 폰의 GPS를 이용해 등산로가 합류하는 거로 표기된 구역을 왔다 갔다 하며, 왼쪽을 아무리 살펴봐도 길은 없었다. 물론 여기까지 오면서 계속 왼쪽을 살피며 왔다. 고로 등산 앱의 지도상에 있는 등산로는 과거의 흔적으로 지금은 없는 길이다. 앞으로 등산 앱 특히 지도를 참조할 때는 무조건 신뢰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 순간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계속 왼쪽을 유심히 관찰하며 길을 가다가 11시 13분경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만났다. 우리가 온 방향은 '움트골'이고 다른 쪽은 '덕수산'에서 온 길이다. 애초 e-산경표에 있는 '대미교'를 산행 들머리로 했으면, 오지 탐험을 하는 고생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그 갈림길을 지나자 여기저기 리본이 보이는 거로 봐서 주 산행 코스는 덕수산에서 대미산으로 달리는 능선 구간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주 능선에 오르기 위해 짐승의 길을 따라 인간의 길을 만들며 올라왔고. 이런 생각을 하며 밭 팀의 선두가 잠깐 쉬는 동안 그들을 추월해 가니, 우리를 오지로 이끈 한 쌍이 앞에서 가고 있었다. 오지를 탈출해 등산로에 퍼질러 앉아 쉬고 있던 여성 산꾼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먼저 가서 아쉽다고 했던.
그 한 쌍이 야생화에 정신을 파는 동안 그들을 추월해 계속 가 작은 봉우리에 오르는 순간 등산 앱이 봉우리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정상 반경 50m 내에 도착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울창한 숲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정상이다. 너덧 팀이 각기 둘러앉아 점심을 먹을 수 있을 만한 평지에 정상목이 서 있었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두 명의 등산객이 주변을 둘러보며 각자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의 부탁으로 인증을 찍어주고, 나도 인증을 부탁했다. 이후 남쪽으로 약간 개방된 틈으로 그 방향의 경치를 구경했다. 전면에 보이는 게 백덕산이고, 밑으로 보이는 능선에 등산 앱(트랭글) 지도상의 등산로가 있었던 거 같았다. 별로 볼 것도 없고 해서 대미산 정상을 떠나 다음 목표인 참재를 향해 출발했는데, 그 시각이 11시 25분으로 점심시간이다.
정상을 떠나 고개를 향해 내려가는 길목 좌우에는 앞선 등산객 두 팀이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내려갔으나, 기본적으로 바위가 보이지 않는 흙산이라 적당한 장소라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갈 수는 없어 조릿대 숲 사이로 마른 나무가 보여 숲으로 들어가 배낭을 벗어 옆에 두고 그 나무에 앉았다. 그리고 먹거리를 꺼내 영양밥과 김치로 점심을 먹은 후 입가심으로 오이 반쪽을 먹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11시 40분경 식당을 떠나 참재로 향했다. 인솔 대장이 언급했듯이 급경사 길이었으나, 좌우가 키 낮은 조릿대 숲이라 나름 운치는 있었다. 물론 지리산 불무장등[산행기]이나 왕시루봉[산행기] 같은 키를 넘는 조릿대 숲은 지옥이지만. 아래는 조릿대 숲이나, 위는 울창한 숲이라 주변의 경치가 전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끔 울창한 숲사이로 봉우리가 보였다. 혹시 청태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너무 가까웠다. 그런데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는 앞에 보이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 나름 추측하며 계속 가니 저 밑으로 평지와 철탑이 보인다.
참재까지는 임도가 닦여있고 지금도 공사 중이었다. 그리고 밭 팀의 선두 두 산꾼이 벌목한 나무에 앉아 점심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제 저들이 날 추월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까 밥 먹을 때 두 팀이 내려갔는데, 먼저 간 팀이다. 그리고 바로 내 뒤를 여성 산꾼이 따라 내려왔다. 고개를 지나 건너 능선으로 가 주위를 돌려 보니, 리본은 보이는데 등산로가 보이지 않았다. 여성 산꾼도 길이 보이느냐고 물어, 임도를 따라 20여 미터를 가며 좌로 등산로가 있나 살폈으나, 없었다. 해서 다시 그 리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숲 사이를 헤쳐보니 돌로 만든 계단 등산로가 나타났다.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찾기 쉽지 않은 길이다. 그만큼 찾는 등산객이 드물다는 얘기고. 숲을 헤치고 돌계단을 올라가자 철책이 가로막고 있다. 인솔 대장이 언급했던 철책이다. 상태를 보면 지자체나, 산림청에서 등산로를 만들었는데, 입산을 막는 철책은 뭘까? 지자체와 산림청의 힘겨루기?
그 철책을 지나 급경사의 오르막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1,232m인 대미산에서 990m인 참재로 240m가량 급경사를 내려왔다가, 1,194m인 청태산으로 급경사를 다시 올라가야 해서 쉬운 길은 아니나, 사실 200여 미터야 다른 산에 비하면 별거 아니긴 하다. 철책이 가로막고 있었음에도 길 상태는 좋아 경사를 제외하면 특별히 힘들 거 없는 길을 28분 정도 올라가자,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다고 음성으로 알려주고, 눈앞에는 갑자기 또 철책이 나타났다. 그리고 보이지는 않으나 철책 너머로 너덧 명으로 생각되는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해서 철책을 우회해 올라가보니 예닐곱의 등산객이 정상석 주변에 혹자는 쉬고 있고, 혹자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단 배낭을 벗어 한쪽 구석에 두고 정상석 정면에 있는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등산객에게 부탁해 인증을 몇 장 남기고 물통을 꺼내 얼음물 한 모금으로 열기와 갈증을 해소하며 정상에 있는 등산객을 관찰했다. 그런데 반대쪽 휴양림 방향에서 계속 등산객이 올라와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고 있는데, 그중 한 남성이 '휴양림에서 들어가지 못하게 해, 밖에서 헤매다 휴양림이 아닌 터널 위로 난 길로 대략 2km가량 우회해서 오느라 이제 도착했다!'고 했다. 사실 휴양림 주차장을 기점으로 청태산을 환종주하는 B 코스는 이미 정상을 다녀갔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이후 인솔 대장을 포함해 도착하는 걸 보고 놀랐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다.
이번 산행에서 선택한 최장거리인 산악회 산행 계획 A 코스가 9km에 불과해, 시속 2km를 유지해도 산행 마감 시각인 3시까지는 시간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 가능하면 유유자적하려 했다. 그런데 딱히 볼 것도 없는 산이라, 대장이 계곡도 별 볼 일 없다고 언급했음에도, 혹시 이끼 계곡에 그나마 알탕할 만한 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끝으로 정상에 있는 지도로 코스를 다시 리뷰하고 12시 32분경 정상을 떠나 이끼 계곡이 있는 2 등산로로 향했다. 정상에서 10분가량 내려오자 1 등산로와 2 등산로의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는 헬기장이 나타났다. 이끼 계곡이 목표라 당연히 오른쪽의 2 등산로로 향했는데, 그 길이 급경사의 계단이라 하산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계단 끝이 바로 3 등산로와 매표소 갈림길이었다.
이끼 계곡으로 향하는 초입은 평탄한 일반 등산로와 다름없어 쉽게 갈 수 있게 구나 하는 기대를 주나(물론 계곡의 특성을 아는 산꾼은 기대하지 않는), 역시 예상대로 급경사의 너덜이 바로 나타나고 좌우에는 밧줄로 잡고 하산할 수 있도록 설치한 안전시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가물어 그렇기도 하겠으나 애초 계곡이 크지 않아 평소에도 수량이 형편없을 거 같은 계곡이지만, 이래서 "이끼" 계곡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거 같은 풍광을 감상하며 내려가 1시쯤 관리사무소 1.1km 지점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정표를 지나자 계곡 너덜이기는 했으나, 길이 급격히 좋아지기는 했는데 물이 흐르는 곳과는 거리가 좀 있어 알탕할 만한 장소를 찾고 있는 산꾼에게는 반갑지 않았다. 해서 조금 더 내려가자 물이 흐르는 계곡 가까운 곳에 있는 두 번째 이정표에서 물이 흐르는 곳으로 접근했다. 접근해서 물흐름을 보니 도저히 탁족할 만한 상태는 아니나,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세수라도 하자는 생각에 간신히 물을 떠 세수한 후 주변을 둘러보니 휴양림에서 만든 길이 아닌 과거 등산로가 물이 흐르는 계곡 사이로 보였다. 해서 휴양림에서 만든 길을 버리고 그 길로 알탕할 만한 소가 나타나기를 빌며 내려갔다.
세수를 한 곳에서 10여 분 정도 내려가자 앞에 사람이 보이고 데크로 보이는 구조물도 있었다. 분명 내가 따라 내려온 길은 휴양림 길이 아니라 과거 등산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 같았다. 이 데크가 대장이 버스에서 얘기했던 데크 숲 체험 길로 꼭 가보라고 권했던 그 길인 거 같았다. 안 그래도 그 데크 길을 찾아 계곡을 벗어나 휴양림 길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던 차라 망설임 없이 데크를 따라 내려갔다. 데크는 계곡을 따라 지그재그로 내려가고 있어 나름 괜찮았다. 데크를 따라 7분가량 내려가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도로를 따라 바로 주차장으로 가는 길과 데크로 계속 숲 체험을 하며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길이다. 마감 시각은 아직 멀었고, 어차피 알탕은 틀린 마당이라 급할 게 없어 다시 데크로 들어가 숲을 만끽하며 내려갔다.
데크 곳곳에는 휴식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중간중간에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 휴양림 방문객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하산하는 등산객은 혼자라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나, 유일하게 마스크를 안 쓴 인간이었다는 거. 해서 가능하면 휴양림에 쉬러 온 방문객과 접촉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데크를 따라갔는데, 곳곳에 전통 놀이마당이나, 야외 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이 보였다. 산은 권할 생각이 없는데, 가족 단위의 휴식처로써 휴양림은 괜찮아 보였다. 그렇게 휴양림을 구경하며 주차장을 지나 - 청태산 정상에서 만난 인솔 대장에 따르면, 원래 주차장이 날머리였으나, 휴양림 측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입구 대로변에 버스를 주차했다고 했었다. - 입구를 향해 내려가고 있는데, 휴양림 직원? 주민으로 보이는 너덧 명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말인즉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는 거다. 다 노년인데, 20대 말로 보이는 젊은이가 마스크 쓰라고 큰 소리로 난리다. 울컥해서 "그럼, 휴양림을 닫아!"라고 소리치려다가 조용히 배낭에서 마스크를 꺼내 쓰고 입구를 향해 내려갔다. 나중에 인솔 대장의 말을 들으니 휴양림 주차장으로 버스가 못 들어가게 한 것도 그 젊은이라고.
버스에 짐을 푼 후 계곡으로 가 씻을 생각으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으며 버스기 기다리고 있다는 휴양림 입구로 가 1시 45분에 도착했다. 버스는 정확히 입구 옆 도로변에 두 대가 주차해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서둘러 내려온 이유는 비록 비는 오지 않았으나, 계속되는 천둥소리가 폭우를 경고하고 있어, 언제 폭우를 쏟아질지 몰라서다. 어쨌든 1시 45분에 이번 대미산, 청태산 연계 산행을 마쳤다.
3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 타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내려 계곡을 찾아 다리를 건넜으나,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해서 매의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도로 건너편 밑으로 비닐하우스 서너 동이 보여 길을 건너 거기까지 갔으나, 사람이 보이지 않아 더 접근하기가 불안했다. 어쩔 수 없이 비닐하우스 아래에 있을 거로 예상되는 계곡은 포기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 버스 쪽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휴양림을 향해 올라가며 아까 내려올 때 봐두었던 길을 통해 계곡으로 갔다. 그런데 계곡에 도착해 물 상태를 보니 알탕은 둘째고 세수하기에도 적당치 않아 탁족만 하기로 했다. 결국 흐르는 물에 발만 씻고 조심조심 다시 버스로 돌아가는 거로 씻는 걸 마쳐야 했다.
그런데 마감 시각은 아직 멀었을 뿐만 아니라, 도착한 등산객도 20%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버스도 엔진을 끄고 승객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 그 안은 한증막이나 다름없어, 이미 도착해 정리를 끝낸 등산객은 도로변 그늘에 앉아 멍 때리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 멍 때리는 부류에 합류했다. 그나마 다른 등산객이 갓길 끝 경계석에 앉아 있었으나, 나는 "청태산 휴양림"이라고 크게 쓴 이정표에 기대고 앉아 다른 이들보다는 좀 편하게 멍 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길 건너 버스를 보고 있는데, 짐칸의 문은 활짝 열려 있고, 그 짐칸에 앉아 멍 때리는 승객도 보였다. 그거야 안내 산악회 산행에서 늘 보는 거라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각 버스의 짐칸에서 시차를 두고 누워 있던 여성이 일어났다. 그 모습에 할 말을 잃고 정말 멍청히 보고만 있었다. 자세히 보니 미리 매트를 준비해 그걸 깔고 누워 있었던 거다. 그 모습에 절로 존경심이 솟으며, 버스 아래서 자고 버스 내에서 잤던 우리는 아직 멀었다고 속으로 외쳤다.
버스 짐칸 내 취침이라는 신세계의 발견은 이번 산행의 또 다른 수확이다. 학창 시절 비둘기호 의자 밑에 들어가기는 했어도 버스 짐칸이라니. 충격적인 모습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2시 30분경 버스로 갔다. 분위기를 보니 많은 승객이 도착한 거 같아, 조만간 버스도 에어컨을 가동할 분위기라 좀 편하게 앉아 책이나 읽자는 생각이 들어서다. 좀 덥기는 했으나 가장 편한 자세로 버스에 앉아 책을 볼 생각이었으나,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유튜브만 뒤적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한 여성 승객이 "기사님, 다 도착한 거 같은데, 에어컨 켜주세요." 하자, 버스 시동이 바로 걸리고 에어컨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밖에서 멍 때리고 있던 승객이 탑승했고, 마지막으로 인솔 대장이 타더니 놀란 눈으로 인원 확인을 하더니 기사에게 출발하자고 한다. 그래 봐야 그 시각이 마감 시각 3시 7분 전이었다. 그런데 막상 버스가 떠나기 전까지는 천둥소리만 요란하고 비는 내리지 않더니, 버스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도로 상태를 보니 비가 많이 내린 거 같았다. 그 천둥소리는 휴양림 동네가 아니라 원주 쪽에 비를 내리는 소리였다. 그런데 원주를 지나자 갑자기 차가 주춤거리더니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기까지 했다. 우중에 과속으로 달리다 사고가 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사고의 여파든 교통량의 여파든 예정 시각보다 20분가량 늦은 4시 57분에 덕평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볼일을 보고, 갈증 해소용 식혜를 사 마시고 다시 버스에 탔다. 그리고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5시 7분경 버스는 다시 서울을 향해 달려 1차로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출발지였던 신사역에 도착한 시각은 5시 56분경이다. 애초 5시 반이면 도착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일요일이라 귀경 차가 몰리고 교통사고까지 겹쳐 예정보다 늦었다. 뭐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짐과 쓰레기를 정리하고 바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해 7시가 조금 못 된 시각에 도착했다. 예보는 우중 산행을 예고하고 있었는데, 산행 중에는 비가 없었고, 산행 후에는 천둥만 요란, 버스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 폭우를 만났으나, 막상 서울에 도착해서는 그치고, 집에 도착하기 50m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비를 피해 다닌 산행으로 절묘하게 비를 피했으나, 배낭은 젖은 상태라 창고로 들어가 배낭 정리를 먼저 했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입고 썼던 모든 걸 세탁기에 넣어 돌린 후 식탁으로 가 아들이 준비한 양고기를 안주로 빨갱이를 마셨다. 마지막으로 속이 느끼해 바로 라면 하나 끓여 입가심! 집에서 마시는 하산주가 더 화려한 듯한데….
산악회 계획대로 '대미마을 → 명품소나무 → 오지 탐험 → 등산로 합류 → 덕수산 갈림길 → 대미산 → 참재 → 청태산 → 헬기장 → 청태산 휴양림 → 휴양림 입구'의 10.19km(트랭글 기준), 4시간 13분의 대미산 오지 탐험을 포함한 청태산 탐방이었다. 이동 4시간 2분, 휴식 11분!
인증꾼에게는 인증을 위해(까만 소 100+), 고도꾼에게는 고도 때문에(대미산 1,232m, 청태산 1.194m) 가는 산이지, 산 자체나 주변 조망은 전혀 볼 게 없는 산이었다. 어쨌든 인증꾼 덕분에 까만 소가 권력기관으로 변신한 건 산꾼에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정히 갈만한 산이 없거나, 휴양림에 놀러 왔다가 오르는 게 아니라면 권하지 않는다.
계곡이 좀 빈약한 걸 빼면 휴양림 자체는 훌륭해 보였다. 가족 단위 방문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