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부터 11일까지 우리 학교는 2박 3일간 팔공산 학생야영장에 야영활동을 갔다왔다. 실시전의 많은 회의와 예행연습 등을 통해, 알차고 보람된 야영활동을 하고자 노력한 만큼 나 자신도 애들 마냥 출발하는 것이 설레기만 하였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했다. 혹시나 빠진 것은 없는지, 아픈 학생은 없는지. 드디어 야영지로 출발, 차 속에서 학생들은 곧이어 다가올 야영생활은 안중에도 없는지 마치 먼 곳으로 여행이라도 떠나는듯한 기분이었다.
팔공산의 수려한 경치를 가슴에 안고 도착한 야영지에서 학생들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영지로 올라가는 것인데, 벌써부터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영지에 도착한 우리는 미리 텐트를 쳐보는 연습을 했기에 별 어려움 없이 텐트를 치고 야영활동을 시작했다.
극기훈련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근래 보기 드문 힘겨움을 가져다 주었으며, 곧이은 저녁 식사시간은 처음으로 어머니의 고마움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었다. 설익은 밥, 물이 너무 많아 질퍽한 밥, 그야말로 학생들이 지은 밥은 천차만별이었다. 늘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따뜻한 밥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먹은 밥이기에 설익고, 탄 밥이지만, 맛이 없을수가 없었다.
첫째날 저녁, 장기자랑을 마치고 취침시간. 학생들과의 한바탕 전쟁이 예고된 시간이었다. 물론 야영활동을 와서 첫날밤에 누가 잠을 자겠냐만은 그래도 다음날을 위해 자는 것이 좋을텐데 하는 마음에 부지런히 학생들을 재우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학생들의 승리. 밤늦도록 잠을 자지 못한 학생들은 텐트 안에서 밖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겨우 이들을 재우고 나니 이제는 일찍 잠이 든 학생들이 새벽에 잠이 깨서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한마디로 전쟁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결국 아이들의 전쟁에서 진 나는 피곤해서 눈이라도 붙여야지 하는 생각에 빈 텐트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의 엄청난 활동을 소화해내기 위해서.
역시 애들은 애들이었다. 분명 평상시보다 잠을 적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누구하나 피곤한 기색을 보이는 아이들이 없었다. 오히려 학생들이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선생님들이 더 피곤해 보였다.
둘째날. 오전에는 민속놀이 한마당과 모의올림픽을 운동장에서 실시했다., 한여름 햇빛이 따가운 가운데도 학생들은 즐거운 표정이었고 학생들의 즐거운 표정에 나 또한 같이 흥겨울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우리 반이 민속놀이 한마당과 모의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니 더 기분이 좋을 수 밖에.
간단히 점심을 먹고 - 둘째날 점심 메뉴는 거의가 모두 라면이었다 - 조별활동을 한 다음 산행을 했었다.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고, 한여름 땡볕에 비하면 오히려 서늘함까지 느낄 수 있는 코스였다.
산행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야영활동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캠프파이어를 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나무에 불이 붙자, 어느새 학생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하나가 되어있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손을 잡고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가져보았던가? 한바탕 신나게 어우러지고 난 후 촛불의식을 했다. 운동장이 촛불에 의해 환하게 밝혀지던 순간, 학생들의 가슴속에 부모님이라는 큰 별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는 편지를 낭독하는 순간 학생들은 그동안 잘못했던 것, 철없이 행동했던 것, 모두가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눈물이 되어 학생들의 뺨에 흘러내렸다. 그렇게 500여명의 눈물이 운동장에 쏟아질 때 학생들은 철부지 아들, 딸이 아닌 어엿한 아들 딸이 되어 있었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 비로소 부모님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다. 나 또한 그 편지를 들으면서 고생하시던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을 적셨고, 학생들의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라는 말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물론 밤이었기에 학생들에게 그 눈물을 감출수는 있었지만, 굳이 감추고 싶지는 않았다.
캠프파이어를 마치고 올라가면서 아직도 부모님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학생들이 대견했기에.
간단히 점호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 힘든 일정을 소화해내느라 지친 몸들이 전날과는 달리 쉽게 잠을 정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가슴속에 부모님이라는 큰 별을 품고서.
마지막날. 새벽에 잠시 내린 비로 쌀쌀한 아침을 맞이하였다. 전체점호를 하고 아침을 해야 할 시간, 갑자기 내릴 비로 아침을 먹지도 못한 채 철영을 해야만 했다. 텐트를 걷고 짐정리를 한 다음, 우리가 2박 3일 동안 생활한 야영지를 깨끗이 정리하였다. 쓰레기도 줍고, 자연보호도 철저히 하고 난 후 퇴영식을 하고서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 가슴에 아직도 찡하게 다가오는 학생들의 눈물을 간직한 채.
모두들 피곤했는지 곤히 잠들었다. 학교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각자 헤어지면서 2박 3일간의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새내기교사의 첫 야영은 끝이 났다.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이 어느새 훌쩍 커진 것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