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자체배송서비스 ‘로켓배송’이 연일 화제다. 시작 당시 전례 없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로켓배송은 '승부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눈에까지 들며 사실상 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관심사’에는 좋은 소식만 들어 있지 않다. 물류업계에서는 쿠팡의 로켓배송서비스가 사실상의 택배업이라며 “운송행위를 중단하라”고 법적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비자·투자자 사로잡았는데…로켓배송이란 쿠팡이 구매한 자사의 소유 물건(9800원 이상 상품)을 자체배송인력인 쿠팡맨을 통해 무상으로 배송하는 자체배송시스템을 말한다. 지난해 3월 쿠팡이 전세계 최초로 도입한 새로운 이커머스 모델로 쿠팡은 이를 위해 경기·인천·대구 등 7개의 물류센터를 운용, 국내 전자상거래기업 중 최대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소비자들은 로켓배송의 ‘속도’와 ‘서비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일 혹은 하루배송을 목표로 잠들기 전 침대에서 쿠팡 애플리케이션에 접속, 물건을 구매하면 다음날 오전에 배송되는 등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또한 서비스에 감동을 불어넣었다. 기존 택배기사가 불친절하다는 일부의 인식을 깨고 쿠팡맨은 배송 전 장문의 문자메시지로 도착시간을 알리고 고객의 수령방법을 돕는다. 무거운 물건일 경우 현관이 아닌 집 안까지 가져다주거나 부피가 큰 택배상자의 경우 직접 수거하기까지 한다. 부재중일 시 직접 손편지를 작성해 현관 앞에 놓는 등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판매 대행과 상품을 매입해 쿠팡이 판매부터 배송까지 직접 책임지는 새로운 ‘다이렉트커머스’ 모델은 고객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지난 3일 ‘미다스의 손’ 손정의 회장이 있는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10억달러(한화 약 1조1000억원)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것. 소프트뱅크의 투자유치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결정적 한방으로 로켓배송을 꼽았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올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켓배송은 도입 당시 이커머스업계 전반에서 무모한 투자라며 우려가 많았지만 고객의 호응이 좋았다”며 “이는 쿠팡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쟁점1. 자가용 VS 영업용 이렇듯 순조로워 보이기만 하는 쿠팡의 로켓배송서비스. 하지만 현재 이 사업은 소송과 고발 등으로 도마에 오른 상태다. 택배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쿠팡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제52조 자가용 유상운송행위의 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로켓배송의 위법을 주장하고 있다.
첫번째 쟁점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가용 화물차로 운송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이에 대해 협회는 “쿠팡은 통신판매사업자로 고객에게 판매한 상품을 화물자동차라는 운송수단을 이용해 운송행위를 하고 있다”며 “운송사업자가 아닌 쿠팡이 다른 사람(소비자)의 요구에 응해 화물자동차를 이용, ‘유상’으로 운송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쿠팡 측 주장은 다르다. 쿠팡이 상품을 직매입해 자사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사업이기 때문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취득하지 않아도 자가용 화물자동차로 운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쟁점2. 무상 VS 유상 두번째는 로켓배송서비스의 가격정책이다. 쿠팡은 ‘무상’(9800원 이상 상품 한정)으로 서비스를 제공, 택배업이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협회는 “여타 쇼핑몰과 홈쇼핑도 일정금액 이상 물품 구매 고객에게 배송비를 무료로 제공한다”며 로켓배송이 배송비를 받지 않더라도 사실상의 ‘유상 운송에 해당한다’고 맞선다.
협회 측은 이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과거 백화점에서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한 ‘백화점 셔틀버스’가 위헌 판결을 받았다는 것을 예시로 들고 있다.
아울러 쿠팡이 단순변심에 의한 반품 시 5000원을 구매자에게 부담하는 것도 논란대상에 올랐다. 협회 측은 “사실상 배송비라며 쿠팡의 무료 주장이 허구임을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쿠팡은 5000원의 반품비는 포장·인건비와 같은 실비로 배송비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국토교통부는 엇갈리는 양측 주장에 대해 지난 4월2일 ▲명시적으로 배송비를 부과하고 있는 경우 자가용 유상운송 금지 위반 ▲무료배송의 경우 상품가격에 배송비가 실질적으로 포함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자가용 유상운송 해당 여부 판단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위법 논란, 제자리걸음이후 쿠팡이 국토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9800원 이하 상품의 로켓배송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위법여부를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협회는 여전히 로켓배송은 위법행위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위법성 논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5월말 협회에서 전국 21개 시·군·구청에 쿠팡을 고발했고, 이중 서울 강남구청에서 법제처에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법령 해석을 요청했다. 협회는 현재 별도의 소송을 준비중이다. 업계에선 위법여부 결론이 나올 때까지 최소 한달 이상, 혹은 더 장기전이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쿠팡은 앞으로 로켓배송에 대한 투자를 보다 더 늘릴 계획이다. 쿠팡에 따르면 기술력 향상을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실리콘밸리 등 해외 R&D센터를 더욱 강화하고, 현재 수도권(일산)에 국한된 ‘당일 직접 배송’서비스를 전국단위로 늘리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쪽의 이해관계와 달리 소비자들은 신개념의 로켓배송서비스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소비자 고민지씨(27)는 “밥그릇 싸움에 소비자만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면서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로켓배송서비스 자체를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다"며 "택배사 역시 그러한 서비스의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서비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우리가 말하는 것은 합법적인 법 테두리 안에서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