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인 기자
올 초 국내 증시에 물밀듯 들어왔다가 차츰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돌아오는 모양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수액이 이달 들어 1조원을 넘어섰고 코스닥에서는 순매도액이 절반 이상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외국인 매수세가 5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결정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여전히 개인이 주도하는 상승장이어서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 사러왔다” 코스피 외국인 자금 유입 급증© 제공: 조선일보
◇4월 외국인 순매수 1조원대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18일까지 1조8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코스피에서 1조7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올해 1월 6조3704억원을 사들이며 ‘깜짝 랠리’를 이끌었지만 이후 순매수액 규모가 2월 4252억원, 3월 2882억원을 기록하며 급감했다. 그런데 이 달 들어 1조원대로 매수세가 돌아온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이 매수 기조로 전환한 데는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불거진 미국 은행 유동성 사태가 안정되고 달러 강세가 완화되는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이 가라앉으면서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여기에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발표되며 반도체와 대형주 위주로 외국인 수급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에 몰린 외국인
특히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매수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이달 외국인 순매수액 1위 종목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12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를 2조164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2위인 현대차의 순매수액(2072억원)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삼성전자에 쏠리면서 반도체 2위인 SK하이닉스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삼성전자의 감산 선언 이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3거래일 만에 8만3800원에서 9만1800원으로 9.6% 급등했다. 그러나 외국인 수급이 삼성전자로 몰리면서 다시 8만원대로 내려앉았다.
KB증권은 19일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수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 8만원과 ‘매수’ 투자 의견을 유지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 보유 비율은 연초보다 1.85%포인트 높아진 51.52%로 작년 4월 6일 51.52%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외인 보유 비율이 높아진 것은 우선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절대적 가격 매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개인 주도 상승장은 주의”
코스닥 시장에선 외국인들이 여전히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개인들이 코스닥에서 2차전지 관련주 등을 3조2757 억원어치 매수하며 코스닥 상승세를 주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2057억원, 1조707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어 이달도 외국인이 280억원, 기관은 66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다만 외국인들은 2차전지 관련주와 JYP, YG 등 엔터테인먼트주,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 위주로 매수세를 보이며 순매도 규모는 90% 이상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개인이 주도하는 장인 만큼 급격히 변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이 한 달 6조원 이상 유입된 지난 1월에는 대형주들에 시가총액 비율만큼 골고루 수급이 들면서 전체 종목이 함께 올라 시장 부담이 적었지만 지금 장세는 개인이 주도하면서 2차전지 등 특정 종목으로 몰려있어 단기적 과열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유준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개인의 2차전지 쏠림 현상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중국 실물 지표 호조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