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 내려 오늘 나는 반달이라는 꽃밭으로 가네
빛나는 호미(지난 15년 간 밭농사를 좀 지은 덕에 다른 연장에 대하여
잘 모르나, 호미 하나 만큼은 잘 고를 수 있다.
의정부 시장 철물점 앞을 지날 때면 으례히 호미를 만나게 되고,
나는 그 호미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이것은 날이 너무 좁다. 이것은 궁뎅이가 너무 툭 나왔다.
땅 파기는 괜찮겠으나 풀을 긁어 모으기가 좀 .......
사지도 않으면서 살까 말까 버릇처럼 심각해지곤 한다.)를 들고
푸대자루 아니 허물어진 동굴 같은 부츠에
낡은 발을 끼워 넣고......
매듭풀, 빗자루쑥, 바랭이, 물통이, 쇠비름 같은 소위 잡초라는 이름의 풀을 뽑네
성깔대로 남의 밭으로 뽑아 던지네
이건 순전히 백일홍 편들기라네
순간 순간 죽여 주는 뻐꾸기 울움을 따라 가며
(뻐꾸기 울음은 짝을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남의 둥지에서 자라난 새끼를 불러 들이는 신호라는데
그 울음 어찌 그리 능청맞도록 평화스런지
맹맹한 나는 깜빡 깜빡 이곳이 저승인가?
혹 천국인가 유배지인가? 아득해진다)
풀을 뽑으며 새끼들의 얼굴을 그리듯
색색깔의 백일홍을 부르며 생각해보네
꽃밭의 꽃을 뭐라 일컬어야 하나
백알홍이라 꽃이라, 오 불쌍한 나의 장애우, 애물단지, 혹은
철모르는 욕망 이거나
희망은 아닐런지
이것은 꽃이다 이것은 잡초다
이것은 있어야 하고 저것은 없어도 돤다
분별하는 손이 부끄러운 지 호미 자루를 놓치고 마네
다시 호미를 들어 풀을 뽑네
뻑뻐국 뻑뻐국
그래 모두 다 식물 이다. 꽃이다 한결같이 이쁘다.
특히 생명을 노래하는 숲해설가 입장에서 보면
백일홍은 순 억지다
씨를 받아 둬야 하는 억지
뿌려야 하는 억지
옆에 있는 풀을 뽑아줘야 하는 억지
물을 뿌려줘야 하는 억지......
이에 비해
야생초는 절로 절로 싹을 틔우고
절로 절로 잎 피우고 꽃 피운다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그러나 올해 나는 반달 속에 백일홍 꽃 피워 보기를 선택했네
잘못 되었든 잘 되었든 선택한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져야하네
살아 간다는 것이 꽃을 피워 본다는 것이
따끔따끔한 내 등짝이
오늘 만큼은 뻐꾸기 울음 만큼 빨갛네
[2004. 6. 21]
카페 게시글
울림 마당
뻐꾸기 울음을 따라서
이수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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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8
04.06.23 21:0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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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뭐얼 써야, 성깔대로 거침없이, 백일홍 편든이 마음에찰까마는, 그래도 같이 숨쉬고는 있다고 알리네. 꽁보리 열무비빔밥 엔 열무가 주인이지. 장대비에 흠뻑젖어 따끔한 네등짝이 웃었음 좋겠다.
언젠가 너를 만나고 선물받은 백일홍 한다발을 가슴에 안고 오면서 이세상을 다 얻은냥 행복했었지 ....지나가는사람들이 예쁘다고 쳐다보기도하고 어떤사람은 꽃이름이 아련하게 안떠오른다 하면서 묻기도 하더구나 ...요즘개량종 백일홍들은 그맛이 안나더구나 ..유년시절 우리학교에서 피고지던 백일홍꽃밭을 네가
그렇게 가꾼다 생각하니 흐믓하구나 ...너와 내가 공주고등학교에서 양귀비꽃을 훔쳐다 책갈피속에 꼭꼭 눌러가면서 누구꺼가 더 예쁘고 진귀한거가 많은가 비교하던때가 생각나는구나 ...그 꽃을 가꾸던 선생님은 생존해 계실까를 며칠전에도 생각해보았단다 ..살아계시면 이꽃도둑년이 술한잔이라도 대접해 드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불가능 이겠지 ....학교옆에서 살았고 꽃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그래도 꽃이름들을 다른사람보다는 많이 알고 사랑하고 화초를 많이 기르는 나는 행복한사람이란다 .요즘 나에 꽃밭에서 행복하단다 .늘어지는 화초도 몇개 천장에 걸었드니 우리집입구가 카페같다고 하더구나... 언제 내꽃밭에 오렴
반갑다 성옥. 네 꽃밭에 네가 선택한 '백일홍'이 예쁘게 피어나길.......매듭풀, 빗자루쑥, 바랭이, 물통이, 쇠비름 같은 잡초는 다 나름대로 계획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