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조선족, 화교, 한족도 아닌 순수 한국인으로 현재 중국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왜 조선족이 다른 교민들과는 달리, 한국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경우에 따라 조국을 중국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는 조선족 이외에도 수많은 한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1993년 개방 직후 주재원, 유학생 또 그리고 그 가족들이 많이 와 있으며, 일부는 한국에 귀국하지 않고, 영구 정착을 생각하는 부류도 있습니다. 왜 일까요? 그냥 물가가 싸서일까요?
저는 중국에 오기 전, 일본, 독일, 영국 등지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단순히 언어가 통하고 통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지의 국민들이 저같은 외국인을 그냥 이웃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언제까지나 아웃사이더로 느끼게 하느냐에 대한 느낌은 중국에서의 그것과 사뭇 달랐습니다.
한 인간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일하고, 의식주를 해결해가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어,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겠지만, 그 현지인들이 배타적이라면, 정붙이고 그렇게 편하게 살아가지 못하리라 봅니다.
시간을 되돌려 과거 조선족이 새 삶을 찾아, 봉천 (심양), 연길, 송화강, 흑룡강 지역으로 많이 이주를 했을텐데, 아마도 현지의 만주족, 한족이 이 조선인들에 대해 그다지 배타적이지는 않았으리라 봅니다. 중국인의 특성상 그냥 돈이 되면 같이 계약하고 장사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서로 돕고 하는 거지, 상대가 무슨 민족인가에 따라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차별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고려인은 피부색이 다르니 기본적으로 차별받는 느낌이 들겠죠. 재일교포는, 워낙에 일본인들의 순혈주의, 조선에 대한 우월감 등등으로 차별받겠죠. 재독교포, 재미교포... 고려인과 마찬가지로 문화, 민족의 차이 때문에 쉽게 동화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조선족은 그 조건이 달랐다고 봅니다. 한족 친구들을 만나면 90%이상, 자기는 조선족 친구가 있다. 드라마 좋아한다. 김치 맵다 정도이지... 너는 외국인이냐? 여기 왜왔냐? 중국에 왔으면 중국의 법규를 준수해라! 식으로 생각하지도 표현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즉, 민족이 다름으로해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지금 방금온 한국인도 이렇게 느낄 정도인데, 하물며 100여년전에 정착한 조선족에게 있어 중국이란 환경은 그다지 불편하지도 차별받지도 않는 환경이었을겁니다. 단지 지금은 다른 주변 나라에 비해 가난하고, 빈부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내에 초기자본을 축적하려는 1차원적인 욕구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분들이 특히 오해를 많이 하는 것이, 조선족은 한국 덕분에 잘살게 되었고, 다들 가난해서 돈벌러 한국 들어온다고 생각하시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지금 전 세계는 중국인들로 득실거립니다. 유럽, 미국, 캐나다, 일본..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돈때문에 불법체류하는 부류도 있고, 돈 많아서 투자이민 온 사람도 많습니다. 조선족도 중국인입니다. 중국인 가는 곳에 조선족도 갈 수 있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북미, 호주, 유럽, 일본을 가보세요. 조선족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이는 조선족이 그만큼 돈독이 올라서 나온게 아니라, 중국사람이 돈독이 오른 것이며, 그 중에 조선족도 다소 있는 것 뿐입니다.
제가 아는 한 조선족은 코넬대 졸업해서 지금 외국계 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어요? 한마디도 못합니다. 한국가서 살 생각도 안하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젊은 조선족일 수록 경향은 비슷해집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요. 연변출신 조선족중 여자는 그나마 대학이라도 갈려고 하는데, 남자들은 학교도 안 마치고 KTV 웨이터를 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빨리 돈벌려는 욕심때문이겠죠.
문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에서 문제가 발단하지요. 사실 중국사람 (중공)이 그다지 빠릿빠릿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만 사람, 홍콩 사람 보세요. 중화민족이 원래 덜 떨어지고 못나서 그런게 아닙니다. 구공산권인 러시아, 슬로바키아, 동독 사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때문에 서독사람들은 동독사람 못잡아먹어서 난리고, 동독사람들은 이에 반발하고 해서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이게 영원하지는 않겠죠. 50여년 지나고 세대가 1-2세대 지나가면 출신지를 거론하기 힘들어지므로 자연스럽게 해결될겁니다. 지금 못사는 구소련 국민들도 조금씩 국민성이 변하고 있습니다. 다 시간문제인거죠.
하물며 중국사람이 50여년뒤에는 대만사람, 홍콩사람과 사고방식, 근무태도가 비슷해지지 말라는 법 없을 겁니다. 조선족의 사고방식도 많이 달라질겁니다. 돈만 추구하고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는 모습은 어느새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요? 사실 잘난 면도 있지만, 그렇게 대단한 나라도 아닙니다. 우리들의 부모세대의 사고방식또한 지금의 중국인과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거리에 침뱉고 나만 잘되면 되고, 줄 안서고 그랬죠. 그래도 약간 중국과 다른게 있다면, 35년간의 식민통치로 다소 일본문화가 습합되었다는 점이겠죠.
과거 30여년전 일본이 거의 미국을 제치려고 한적이 있었습니다. 토요타 경영방식이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에서 다뤄지고, 헐리우드 영화에서조차 일본 아이콘이 판을 쳤습니다. 엔화도 초강세라, 대졸초임 임금 차이가 5배가량 차이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시절 가난했던 우리 누이들은 일본의 노총각에게 시집을 가서 한국에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본사람들이 한국사람이나 재일교포보면 어떤이미지가 떠올랐을까요? 시끄럽게 떠들고, 불결하고, 예의없고, 돈 밖에 모르고, 약속 안지키고, 결혼하고 도망가고... 등이 아니었을까요? 아니 어쩌면 우리가 지금 한국에 있는 중국인, 조선족에게 떠올리는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한일 관계는 어떤가요? 대졸초임, 물가, 거의 다를 게 없습니다. 아니 요즘은 엔화 약세로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쇼핑관광을 가는 세상이지요. 불과 20-30년의 세월사이에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일본사람들이 한국 무시하고 싫어하고 했을 때, 우리의 반응은 어땠나요? 과거 역사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그냥 현실에 화가 나고, 그냥 일본사람이 싫지 않았나요? 거기에 한일 축구라도 할라치면 무조건 평소에 우리를 무시하던 일본을 눌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열광하지는 않았나요?
지금의 중국인, 그리고 조선족이 한국에 느끼는 감정또한 다르지 않을겁니다. 이를 가지고 우리가 정체성이 없다느니, 박쥐라느니 왈가왈부할 필요 없습니다. 그들이 중국 사회에 동화하게 한 힘은 공산당의 소수민족정책도, 생존을 위한 취업을 위해서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을 아무런 사심없이 친구로 대해주는 주변의 한족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들이 한족사회로부터 평소 무시당하고, 차별받았다면, "대한민국 최고"를 외친 "추성훈"선수처럼 변해있을 지도 모릅니다.
끝으로, 그들이 우리와 같아지기거나 우리 편을 들어주를 바라기 보다는, 그들이 중국이라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랑스럽게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나가기를 바라는게 훨씬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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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밤새껏 내리던 비는 그쳤습니다. 너무 상쾌하네요...
鞍山 "아줌마가게"의 누렁지 한그릇,,,닭걀하나 믁고...
출발!
"아줌마가게"...???...좋은데가 생겼나보네...ㅋㅋㅋㅋ 술꾼들 속풀이 좋은집....
그래도 선부동 산마을 호프집 아줌마가 조와용...
잘 계신가 안부나 전해주고,
와일드빌 사장님도요..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