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 "업무 환경과 무관" 부인…동료들 "과도한 업무량 탓"
외주화가 부른 비극?…학생·교직원들 "대학이 직접 고용해야"
SFU 버나비 캠퍼스에서 60대 여성 청소 노동자가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동료들은 대학 측의 예산 삭감으로 인한 살인적인 업무량과 열악한 노동 환경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학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과로사’ 의혹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대학과 외주업체, 노동조합의 총체적 외면 속에 예견된 비극이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외주 청소업체 소속 청소 노동자 쿨비르 카일라(61) 씨는 퇴근을 불과 30분 앞둔 오후 2시 30분경 일터에서 쓰러져 끝내 숨을 거뒀다. 평소 다리 통증이라는 지병을 안고 있던 그녀는 당일 8시간 동안 무거운 청소 카트를 밀며 할당된 구역을 청소하던 중이었다.
BC주 검시소가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SFU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업무 환경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동료들의 증언은 대학 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복수의 동료들은 과도한 업무량과 힘든 노동 조건, 지병에 대한 지원 부족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목소리로 증언하고 있다.
동료들에 따르면, 불과 2년 사이 청소 노동자들의 업무량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급증했다. 5년 전 한 근무 조가 2~3개 구역을 청소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서는 청소 노동자 한 명이 최대 4개 건물에 걸쳐 8개 구역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업무 과부하는 지난 4월, 대학 측이 외주업체 예산을 삭감하면서 23명의 청소 노동자이 해고되자 현실화됐다. 남은 150여 명의 동료들이 해고된 동료들의 업무까지 모두 떠안게 된 것이다.
고인은 평소 다리와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주 4~5일씩 출근했으며, 주변에 업무량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여러 차례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 노동자 대부분은 영어가 서툴고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큰 이민자들로, 열악한 처우에도 불만을 제대로 터놓지 못하는 취약 계층이다. 이들은 회사가 가장 저렴한 보호 장갑을 지급하며, 이마저도 쉽게 찢어져 유해한 화학물질에 맨손으로 노출되기 일쑤였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캐나다공공노조(CUPE) 3338 지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수의 청소 노동자들은 노조에 업무 과부하 문제를 수차례 제기했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회원들과의 소통 부족을 시인하며, 언어 장벽과 예산 부족으로 조합원들에게 단체 협약서조차 번역해 제공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조합원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며, 만성 통증을 안고 교대 근무당 최대 4만 보를 걸어야 하는 극한 상황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덧붙였다.
이미 수년 전부터 SFU 내부에서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학생과 교직원들로 구성된 '계약직 노동자 정의' 그룹은 2022년 보고서를 통해 부적절한 청소 장비 지급 등 외주 청소 노동자들의 건강 및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대학 측에 외주 계약을 파기하고 청소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끔찍하고 분노를 유발하는 사건”이라며 “반복된 경고를 무시한 SFU가 초래한 결과”라고 규탄했다.
현재 BC주 검시소와 산업안전보건공단(WorkSafeBC)이 사망 원인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동료들은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가 고용주에게 책임을 묻고, 최소한 동료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을 내놓기를 원하고 있다. 한 활동가는 “이번 비극은 SFU 공동체 전체에 매우 부끄러운 일로 남을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