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440〉
■ 어느 대나무의 고백 (복효근, 1962~)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
- 2006년 시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문학의 전당)
*대나무는 예로부터 절개의 상징으로 표현되어왔습니다. 힘이 강하고 부정적인 권력 앞에서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것을 보통 ‘대쪽 같은 삶’이라고 합니다. 또한 예로부터 대나무는 매화, 난초, 국화와 더불어 ‘매란국죽(梅蘭菊竹)’이라 하며 4군자로 불리면서 옛날 선비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추위를 잘 견딘다고 하여 소나무 매화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로서 절개의 상징으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와는 다르게 대나무는 속이 텅 비어 있으며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쉽게 흔들리며 바람 부는 방향으로 몸을 휘며 소리를 낸다는 걸, 대나무를 관찰해보면 금방 알게 됩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절개라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詩는 이처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다르게 대나무의 부정적인 이면(裏面)에 대해서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詩를 읽어보면 대나무를 의인화하여 자신이 절개의 상징이란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다른 나무나 풀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휘어진다는 것을 고백하며, 세상에 흔들리지 않거나 휘어지지 않는 나무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삶 역시, 밝고 아름다운 것뿐 아니라 어둡고 힘든 것들이 함께 공존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詩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한낮의 햇살이 8월의 여름과 버금가게 무더운 요즘이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