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바르바 이게라 저자(글) · 김선희 번역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05일 출시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 탐구하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옛날 옛날에, 지구라는 행성에 페트라 페냐라는 여자아이가 살았단다. 페트라는 자신의 할머니처럼 이야기 전달자가 되고 싶었지. 하지만 페트라의 세상은 끝을 맞이할 거야. 핼리 혜성의 궤도 이탈로 지구는 멸망을 앞두고 있었거든. 수백 명의 과학자와 그들의 자녀만 선택받아 새로운 행성에서 인류를 이어갈 예정이지. 2061년 7월 28일, 페트라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지구에 남겨두고 식물학자인 엄마와 지질학자인 아빠 그리고 동생 하비에르와 함께 새로운 행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 올라탔어…….”
2442년, 페트라는 세이건이라는 새로운 행성에 착륙한 우주선 안에서 눈을 뜬다. 하지만 페트라 옆에는 엄마도 아빠도 하비에르도 없다. ‘일치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인류의 죄를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콜렉티브가 긴 여정 동안 우주선을 장악하고, 승객들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 버린 것이다. 지구를 기억하는 사람은 오로지 페트라뿐이다. 함께 우주선에 탔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콜렉티브가 부여한 임무를 수행할 제타1, 제타2 등으로 불리며 살아간다.
페트라는 식물학 및 지질학 전문가 제타1을 연기하며 우주선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을 가족을 찾겠다는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콜렉티브에게 제거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페트라에게 다시 한번 용기를 주는 것은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다. 옛이야기 속 공주 블랑카플로르가 용감한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왕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는 사실이다. 페트라는 다른 제타 대원들을 이 우주선에서 평생 자기 자신을 잊은 채 살도록 두지 않겠다고 결심하는데…….
이 책은 콜렉티브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과거가 된 지구를 기억하는 페트라를 통해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콜렉티브는 외모, 지식,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하나가 된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일치와 평등은 다르다. 인간은 다르기 때문에 독특하고 아름다우며., 그 다름을 배척하지 않을 때 평등한 세상을 이룰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인류의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해 왔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콜렉티브는 자신의 목적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은 제거해 버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기억을 제거한 채 행성 개척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한다. 기억이 없는 사람들은 지구의 110억의 생명이 사라지는 순간을 마치 축구 경기의 한 장면처럼 바라보고, 누군가 목숨을 잃거나 제거되어도 신경 안정제가 든 토닉을 홀짝일 뿐이다. 과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를 우리는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책은 다른 사람을 향한 친절과 연민, 희생과 사랑이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한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 준다.
‘옛날 옛적에…’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페트라가 들려주는 ‘쿠엔토’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의 힘을 들려주는 명작
페트라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쿠엔토’를 듣고 자라며 할머니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이야기 전달자를 꿈꾼다. 하지만 콜렉티브가 장악한 우주선에서 인류의 역사와 문화와 소중한 가치가 담긴 이야기는 쓸모 없는 유물로 취급당한다. 다행히 뇌에 직접 지식을 다운로드하는 기계의 오작동으로 페트라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대로 간직한다. 인터스텔라 여행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페트라에게 밤마다 할머니가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처럼, 페트라는 같은 방을 사용하는 제타 대원들에게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페트라와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보여 준다. 페트라는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길을 찾고, 오직 콜렉티브를 위해서만 존재하던 제타 대원들은 이야기를 통해 어느새 자기의 개성과 욕망을 드러낼 뿐 아니라 콜렉티브 일원에게서 볼 수 없는 다른 사람을 향한 친절과 연민의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변화는 평생 우주선에서 자란 복시이다. 복시는 콜렉티브를 이끄는 사령관의 아들로 짐작되는 아이로, 콜렉티브의 미래를 상징한다. 단 한 번도 콜렉티브가 지배하는 우주선을 벗어난 적 없는 복시는 밤마다 페트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몰래 엿들으면서 콜렉티브가 하는 일에 대해 의문과 두려움을 품게 된다. 과연 이야기에는 어떤 힘이 깃들어 있길래 이런 놀라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걸까! 아주 오래 전 할머니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에게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페트라를 통해 이어질 뿐 아니라 새롭게 시작된다.
나는 우리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도록 놔두지 않을 거다. (중략) 내 마음속 마법의 도서관에서 최고의 이야기를 우리의 새로운 세계에 들려줄 거다. 424쪽
이 책에는 왕자를 구하는 공주 ‘블랑카플로르’와 같은 멕시코의 옛이야기부터 유이 모랄레스의 꿈을 갖고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는 이주자들의 이야기 『꿈을 찾는 도서관』(원제: Dreamers)까지 다양한 이야기와 책이 담겨 있다. 세상의 여러 이야기를 품은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를 읽는 독자들은 어떤 세계를 마주하고 어떤 이야기를 창조하게 될까! 분명한 것은 페트라의 이야기처럼 당신의 이야기도 이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 이야기가 세상을 구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