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신인 지명회의에 임한 각 구단의 지명 전략과 특징, 각 선수별 스카우팅 리포트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세 번째로 다룰 팀은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다. ‘2014 신인 2차지명 리뷰’는 지명 순번에 따라서 4차례에 걸쳐 이어진다.
수준급 투수, 발 빠른 야수에 집중한 KIA 타이거즈
올해 KIA는 주전들의 부상과 뒷문 불안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시즌 초만 해도 막강 공격력을 앞세워 선두권을 질주했지만, 끝내 얇은 선수층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내려갔다. 이에 KIA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 목표를 투수 자원과 내야수 보강으로 정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앞서 열린 1차 지명에서는 내야수 강민국과 우투수 차명진을 놓고 장고한 끝에 강속구 투수 차명진을 먼저 선택했다. 올해 드래프트가 투수보다는 야수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결정.
이어진 2차 지명 1라운드에서는 원광대 2루수 강한울을 지명하며 팀에 꼭 필요한 즉시전력감 내야수를 확보했다. “내야 백업은 물론 혹시 모를 안치홍, 김선빈 등의 공백까지 대비한 지명이다. 주 포지션은 2루지만 유격수도 가능한 선수다. 아마야구에서 가장 빠른 발을 자랑하는 선수라서 기동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권윤민 KIA 스카우트의 설명이다.
원광대의 2루수 겸 톱타자로 최고의 빠른 발을 자랑하는 강한울. 평범한 땅볼에도 종종 1루에서 세이프되어 상대 투수와 수비수들이 '강한 울분'을 토하게 만드는 선수다. KIA의 기동력 야구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2라운드부터는 1군에서 싸울 만한 능력을 갖춘 투수 보강에 나섰다. 박상옥(연세대)-김지훈(동강대)-김영광(홍익대)은 각각 우완-사이드암-좌완으로 대학야구 상위 랭킹 투수들. 다들 컨트롤과 경기 운영이 좋은 편이라 내년 시즌 최소한 불펜에서라도 힘을 보태줄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각각 박지훈 - 박준표 - 임준섭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대성공이다. 세 선수의 입단으로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열세였던 KIA 마운드에도 한결 숨통이 트이게 됐다.
5라운드 이후에는 다시 야수진을 보강할 시간. 박찬호(장충고), 최원준(성균관대) 등 재능있는 내야 요원과 박준태(인하대), 류현철(경남대) 등 공수를 겸비한 외야수들이 골고루 KIA의 지명을 받았다. 야수들이 하나같이 빠른 발과 기동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내년 시즌 KIA의 ‘발야구’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8라운드에서는 ‘고교야구의 최준석’ 박진두라는 흥미로운 선수를 지명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 근래 프로야구에서 멸종 직전인 거구의 거포 1루수로, 잘만 성장하면 KIA 좌타 라인에 파워를 더해줄 수 있는 선수다.
한편 포수로는 고교생인 이진경(울산공고) 하나만을 뽑았다. KIA 1군 포수진의 현 상황을 보면 대졸 포수를 뽑지 않은 게 조금은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해 지명한 이홍구나 한성구-백용환 등 젊은 포수들과 연령대가 겹칠 수 있기에, 조금은 나이 터울을 두고 고교생 포수를 지명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포지션에 비슷한 연령대 선수가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은 선수 육성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엔 올해 나온 포수들의 수준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내년에는 광주일고 송동욱, 동국대 이현석, 덕수고 김재성 등 수준급 포수 자원들이 드래프트에 나올 예정이다.
권윤민 KIA 스카우트는 “올해는 팀에 부족한 자리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좋은 선수라도 포지션이 겹치거나 팀이 더 필요로 하는 선수가 있다면 배제하고, 필요한 포지션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뽑았다”고 밝혔다. 1라운드에서 뽑은 강한울이 이런 케이스. 투수를 목표로 삼았다면 문동욱, 최병욱 등이 대상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팀에 필요한 내야수 중 가장 뛰어난 강한울을 택했다. 어차피 드래프트는 팀에 필요한 선수를 뽑는 자리. 다만 그 선수가 팀에 ‘지금’ 필요한 선수인지, ‘앞으로’ 필요할 선수일지는 팀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분명 올해의 KIA는 ‘앞으로’가 아닌 ‘지금’ 필요한 선수를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 강한울을 비롯해 상위 지명 선수들의 내년 시즌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더욱 중요한 건 내년에는 올해처럼 선수단 전체가 부상 역병에 신음하지 않는 것. 그래야 KIA도 좀 더 많은 지명권을 미래를 위해 투자할 여유가 생긴다.
KIA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원광대 강한울 (2루수, 우투좌타, 181cm/65kg) 2013년 15경기 48타수 15안타 4타점 10도루 0.313 / 0.476 / 0.438
대학은 물론 아마야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빠른 발을 자랑하는 선수다. 타석에서 1루까지 닿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3.8초디. 보통 좌타자가 4초 초반이면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 점을 생각하면 얼마나 빠른지 와닿는다. 발만 빠른 게 아니라 정확한 컨택트 능력과 안정적인 수비까지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췄다. 이따금 타격에서 맞히고 뛰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언제든 기습번트와 내야안타 가능성이 있어 상대 내야진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권윤민 스카우트는 “2루 자원이지만 충분히 유격수도 볼 수 있는 선수”라며 “고교 때까지도 유격수와 2루를 겸했다. 어깨가 좋은 편이라 유격수는 물론 내야 전 포지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명했다”고 밝혔다. 수비시 움직임이 다소 뻣뻣하다는 게 약점. 워낙 빠른 발을 갖고 있어 내년 시즌 바로 1군 무대에서 대주자 - 대수비로 모습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톱타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2라운드 : 연세대 박상옥 (투수, 우투우타, 185cm/81kg) 2013년 11경기 6승 무패 55이닝 45탈삼진 평균자책 0.98
대학 투수 중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은 최고로 통한다. 변화구 각이 날카로운 편은 아니지만 직구와 변화구 모두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고 실투가 거의 없는 투수다. 제구에 자신이 있어서 타자 몸쪽 붙이는 공도 과감하게 구사한다. “고교 시절부터 눈여겨본 투수다. 투구 밸런스가 워낙 좋아 제구력이 안정적이고, 유연한 몸에 공을 때릴 줄도 안다.” 권윤민 스카우트의 평이다. 직구 구위도 나쁘지 않다. 연세대 1학년 때는 최고 147km/h를 기록했고, 부상에서 회복한 올해는 최고 145km/h까지 찍었다. 권 스카우트는 “신체조건이나 밸런스 등을 보면 프로에 와서 스피드는 더 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내년 시즌 1군 불펜 요원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연세대 에이스 박상옥. 빠른 볼의 구위도 좋지만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으로 더 평가받는 선수다.
3라운드 : 동강대 김지훈 (투수, 우투우타, 183cm/85kg) 2013년 8경기 2승 2패 28.1이닝 35탈삼진 평균자책 2.89
지난해 KIA가 지명한 박준표의 1년 후배로 같은 사이드암 투수다.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박준표보다도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박준표의 경우 구위는 좋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스타일이다. 반면 김지훈은 투구 동작을 일정하게 반복하는 능력이 좋고 제구력과 스태미너도 갖고 있어 긴 이닝을 소화하는데 적합하다”고 했다. 올해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h. 사이드암으로는 매우 빠른 볼이고, 경기 후반에도 볼 스피드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다만 볼끝의 힘이 약하고 변화구 구종이 슬라이더 하나뿐이라는 점이 약점이다. 프로에서 성공을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훈련 태도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옥과 마찬가지로 내년 시즌 1군 불펜의 잠재적인 경쟁자 중 하나다.
4라운드 : 홍익대 김영광 (투수, 좌투좌타, 182cm/73kg) 2013년 9경기 1승 1패 17.2이닝 17탈삼진 평균자책 3.00
영화 [굿바이 홈런]에 등장한 원주고 야구부원 중 하나. 4년이 지나 마침내 프로 진출의 꿈을 이뤘다. 올해 홍익대 마운드에서 사이드암 듀오(정광운 - 김재영)의 뒤를 받치며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다. 권윤민 스카우트는 “볼을 던지는 팔 타점이 높고 투구 밸런스가 좋다”며 “사소한 단점만 보완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좌완에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공은 타자가 공략하기 쉽지 않다. 빠른 볼 구속은 최고 137km/h. 여기에 변화구로 던지는 슬라이더, 커브 각도도 예리한 편이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 면에서도 좋은 평가가 많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이 약간 떨어지는 건 약점. 올해 대학 경기에서도 잘 던지다가 이닝을 거듭하면서 공략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팀에서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장충고의 찬호 박. 공수주에서 뛰어난 재능을 자랑하는 기대주로 청소년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5라운드 : 장충고 박찬호 (내야수, 우투우타, 178cm/71kg) 2013년 19경기 73타수 22안타 2홈런 15타점 13도루 0.297 / 0.369 / 0.473
야구를 잘해야만 하는 이름을 타고났다. 이름도 박찬호, 별명도 박찬호. 공수주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자랑한다. 짧고 간결한 스윙으로 정교한 타격을 선보이고, 수비에서도 발놀림과 글러브질, 송구능력이 모두 뛰어나고 수비 센스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발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순발력과 주루 센스가 좋아 많은 도루를 해낸다. 다만 경기 중에 종종 집중력을 잃고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 스카우트는 “어려운 타구는 쉽게 처리하는데 의외로 평범한 타구 때 하면 안 되는 실수가 나온다”며 “좀 더 집중력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면 좋은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한울과 마찬가지로 주 포지션은 2루지만 유격수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6라운드 : 인하대 박준태 (외야수, 우투좌타, 181cm/80kg) 2013년 16경기 54타수 18안타 11타점 0.333 / 0.400 / 0.537
지난해 인하대의 하계리그 우승 주역. 경희대와 치른 결승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로 팀에 우승기를 안겼다. 강한 집중력과 승부 근성이 돋보이는 선수다. 타격에서는 정확한 컨택트 능력을 갖췄고, 빠른 발에 주루 센스도 뛰어난 편. 권윤민 스카우트는 “타격에 소질이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대학 중견수 중에는 상위권의 강한 어깨도 장점. 롤 모델로 삼은 선수가 SK 김강민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비슷한 느낌을 준다. 프로 투수들을 상대하려면 지금보다는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7라운드 : 울산공고 이진경 (포수, 우투우타, 185cm/86kg) 2013년 20경기 65타수 10안타 6타점 0.154 / 0.247 / 0.154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스카우트들에 많은 관심을 받은 고교 포수. 건장한 체구에 힘이 좋은 대형 포수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올해 극심한 ‘고3병’을 앓았다. 권윤민 스카우트도 “2학년 때부터 눈여겨본 선수”라며 “올해는 부진했지만 지난해에는 괜찮은 타격 실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부진의 원인은 허리 부상. 허리가 아픈 채로 뛰다 보니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꾸준히 보강훈련을 하면 부상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스카우트는 “강한 어깨를 보유했고 힘도 좋다”며 “송구에서 나쁜 습관이 있는 포수들은 고치기가 쉽지 않은데 이진경은 그런 나쁜 습관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앞으로 많은 경기 경험을 쌓고 집중 육성하면 좋은 포수로 성장할 수 있다.
울산공고 포수 이진경. 큰 체구에 파워를 겸비한 선수로 시간을 두고 육성하면 대형 포수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 아마야구에서의 스탯은 참고사항일 뿐, 선수의 재능을 평가하는데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8라운드 : 진흥고 박진두 (1루수, 좌투좌타, 185cm/100kg) 2013년 17경기 61타수 22안타 3홈런 15타점 0.361 / 0.467 / 0.557
배팅 파워 하나만 놓고 보면 고교 최고다. 최준석을 거울로 보는 것 같은 체구에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빠른 배트 스피드를 자랑한다. 타 구단 스카우트는 “체구만 보면 둔해 보이지만 실제론 유연한 편이다. 달리기도 단거리는 느리지만 긴 거리를 뛰면 가속도가 붙어 생각보다 빠르다”고 했다. 보면 볼수록 독특한 매력이 있는 선수. 권윤민 스카우트는 “타력 하나만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며 “주자 3루에 두고 외야플라이를 자신있게 때려낼 수 있는 선수다. 클러치 능력이 있다”고 평했다. 현재까지는 포지션이 1루로 제한되어 있지만, 타구판단이 좋은 편이라 체중감량만 하면 외야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1군 무대에 올라오게 되면 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선수다.
9라운드 : 성균관대 최원준 (1루수, 우투좌타, 179cm/77kg) 2013년 14경기 52타수 16안타 1홈런 9타점 0.308 / 0.413 / 0.442
공격력이 좋은 멀티플레이어. 권윤민 스카우트는 “타격에 소질이 있다”며 “대학 타자 중 빠른 볼에 대처하는 컨택트 능력이나 스윙 스피드를 갖춘 타자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밀어치기와 당겨치기에 모두 능해 상대 외야수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타격 능력은 어느 정도 지도를 받으면 프로에도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기본 포지션은 1루수지만 고교 시절에는 3루수였고 대학에서는 2루수도 소화했다. 어깨가 강한 편으로 타격쪽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외야수로 기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일단은 1루와 3루 백업요원이 보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10라운드 : 경남대 류현철 (외야수, 우투좌타, 185cm/90kg) 2013년 18경기 65타수 17안타 3타점 15도루 0.262 / 0.342 / 0.277
타석에서 1루까지 3초 후반대에 뛰는 빠른 발이 장점. 올해 18경기에서 도루 15개를 기록했다. 타구판단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빠른 발을 활용해 이를 만회한다. 송구능력은 평균 수준. 타격에서는 정확한 컨택트 능력과 변화구 대처 능력이 강점이다. 좋은 체격에 비해 갖다 맞히는 타격 스타일이라 장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팀내 제4의 외야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강속구 투수와 미완의 대기에 투자한 롯데
올해 신인 2차 지명을 앞두고 많은 스카우트가 ‘좋은 투수 자원은 부족한 반면 야수쪽에는 괜찮은 선수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미 1차 지명을 통해 정상급 투수 자원은 대부분 빠져나간 상황. 투수쪽은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반면, 타자쪽은 수요만큼이나 공급 또한 풍부한 게 올해의 특징이다. 이에 롯데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상위 라운드는 좋은 선수가 희귀한 투수를 먼저 지명하고, 중반 이후에는 야수들을 지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야수는 수적으로 풍부하기에 중반 라운드 이후에도 충분히 괜찮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성우 스카우트 매니저는 “투수는 한번 앞 라운드에서 빠져나가면, 뒤에 남은 선수들과는 실력차가 클 것으로 봤다”며 “연고지 선수인 장준원을 놓친 게 아쉽긴 하지만, 뒤에 남은 다른 야수들로도 충분히 커버가 된다고 계산했다”고 했다.
작전은 맞아떨어졌다. 롯데는 문동욱(건국대)과 이인복(연세대), 두 대학 강속구 투수를 모두 거머쥐었다. 문동욱은 스카우트 사이에서 이번 2차 지명 투수 ‘빅 3’로 꼽힐 만큼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 이인복 역시 150km/h 가까운 강속구로 대학 투수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선수 중 하나다. 향후 대형 선발투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춘 두 선수를 모두 얻은 건 큰 수확이다. 게다가 잠수함과 기교파 투수가 많은 롯데 마운드의 특성상 강속구를 뿌리는 영건의 존재는 더욱 절실하다. 한편 3라운드에서 뽑은 심규범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좌투수 중에는 최상위 랭킹에 속한다. 좌완 불펜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투수다.
건국대의 파이어볼러 문동욱. 올해 급성장을 이뤄내며 2차지명 1라운드의 영광을 안았다.
드래프트 중반부터는 계획대로 야수들을 지명했다. 4라운드에서는 고교 유격수 ‘빅 5’에 드는 울산공고 배성근을 택했다. 강한 어깨와 타격 능력을 갖춘 배성근은 스카우트에 따라서는 앞서 지명받은 유격수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 선수. 외야수 신원재도 부상으로 경기 출전은 적었지만, 대학 외야수 중에서는 돋보이는 파워를 인정받는 선수다. 또 건국대 이창진은 워낙 공수에서 기복없이 좋은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로 내야 백업 등으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롯데가 뽑은 야수들은 다른 구단에 먼저 뽑힌 같은 포지션 선수들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기량을 갖췄다. 롯데의 지명 전략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7라운드 이후에는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지명을 했다. 부산고 김태석과 북일고 권태양은 올해 들어 부상과 슬럼프로 부진했던 선수들. 지난해까지 보여준 기량과 리바운드 가능성을 기대한 지명이다. 대학 2부리그 최고의 거포인 강릉영동대 마상우를 지명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 타석에서는 최고의 파워를 보여주지만 그 외에는 약점이 많은 마상우가 프로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관심사다. 마지막 10라운드에 뽑은 부산고 이상준도 재능이 뛰어난 외야수. 부산고 선수 두 명을 지명하면서 연고지 내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은 롯데다. 롯데 관계자는 “실력이 안 되는 선수를 연고지라는 이유로 지명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같은 실력이면 연고지 쪽을 좀 더 선호하는 건 사실”이라 했다.
한편 롯데는 이번 지명에서 포수를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 기존 강민호에 9월 장성우가 경찰청 제대를 앞두고 있고, 용덕한이 수비형 포수로 제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 퓨처스팀에도 김준태, 이종하 등 어린 포수들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포수 쪽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롯데는 이번 지명을 통해 팀의 다양한 필요를 고루 충족했다. 팀에 절대 부족한 강속구 우완투수를 확보하고 좌완투수, 즉시전력감 대학 야수 등도 지명해 팀의 선수층을 좀 더 두텁게 했다. 여기에 마상우를 지명해 차세대 거포감도 얻었고, 올해 재능에 비해 부진했던 고교 선수들을 낮은 라운드에서 선발해 미래에도 대비했다. 현재 롯데는 자연스러운 리빌딩이 진행중인 팀. 결코 팀 성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신진 선수들 쪽으로 서서히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중이다. 최근 드래프트에서 뽑은 신본기, 조홍석 등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프로에 적응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롯데는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열린 팀. 조성우 스카우트 매니저는 “이번에 지명한 선수들도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금씩 적응을 하면서, 팀에 필요한 선수들이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롯데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건국대 문동욱 (투수, 우투좌타, 187cm/88kg) 2013년 10경기 6승 1패 46이닝 54탈삼진 평균자책 1.76
최고 147km/h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피처. 큰 키에서 내리꽂는 듯한 직구가 타자에게 위압감을 준다. 대부분의 공이 낮은 쪽으로 형성되고 컨트롤에 기복이 적은 편. 조성우 매니저는 “높은 공이 거의 없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직구의 각이 좋다”고 했다. 빠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 능력도 좋다. 다만 아직까지는 하체를 활용하지 못하고 상체 위주의 피칭을 하는 모습.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이 보이는 공통점이다. 건국대 2학년까지 공격형 포수로 활약하다 뒤늦게 투수로 돌아섰다. 아직 경기 운영도 거친 맛이 있다. 차동철 건국대 감독은 “본인이 투수를 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며 “2년의 짧은 시간 동안 이만큼 성장한 건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성실성이 장점”이라고 했다. 경험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러 중요한 경기 중요한 상황에 계속 내보내면서 ‘강하게’ 키웠다고. 워낙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라 프로에서 어떤 투수로 성장할지 기대되는 선수다.
연세대의 와일드 씽 이인복. 150km/h에 가까운 빠른 공을 뿌리는 투수는 언제 어느 시대에나 매력적이다.
2라운드 : 연세대 이인복 (투수, 우투우타, 187cm/85kg) 2013년 13경기 3승 4패 53이닝 51탈삼진 평균자책 3.23
대학 야구의 와일드 씽. 최고 149km/h의 불같은 강속구로 제구력이 좋은 박상옥과 짝을 이뤄 연세대 마운드를 지탱했다. 평균구속이 145km/h로 직구 구위 하나는 대학 투수 중 최고 수준. 빼어난 신체조건에 팔 타점이 높고 움직임이 ‘싸나운’ 공을 던진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 각도 좋은 편이며 체력이 좋아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 다만 던지는 공만큼이나 투구폼도 거칠고 교과서에서 벗어난 팔 스윙 동작을 갖고 있어 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 하나는 “투구하는 스타일이 전체적으로 거칠다. 투구시 마무리 동작 때 머리가 왼쪽으로 열리는 등 좋은 밸런스에서 공을 던지는 편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따금 제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애를 먹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 장단점이 뚜렷한 투수지만, 어쨌든 150km/h 가까운 돌직구를 던지는 파워피처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롯데에서는 차세대 선발투수 요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3라운드 : 경희대 심규범 (투수, 좌투좌타, 182cm/81kg) 2013년 14경기 2승 3패 58.1이닝 28탈삼진 평균자책 2.79
올해 대학 좌완 투수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빠른 볼 구속은 최고 140km/h 정도로 강속구와는 거리가 있다. 대신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에 부드러운 팔 스윙으로 수준급의 컨트롤 능력을 보여준다. 또 팔 회전이 짧게 이뤄지는 편이라 타자들이 쉽게 타이밍을 찾지 못하는 것도 장점.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 구사와 제구도 좋은 편. 전반적으로 기복이 적고 안정감 있는 피칭을 하는 투수다. 단 너무 ‘깨끗한’ 볼을 던진다는 지적도 있다. 모 스카우트는 “볼 끝의 움직임이 밋밋해서 타자에게 까다롭다는 느낌을 주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프로에서는 좀 더 좌완투수로서의 이점을 살리는 피칭을 할 필요도 있다. 롯데에서는 “중간계투는 물론 선발투수로도 활용가치가 있는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경희대 좌완 심규범. 좌완 기근이 심각한 올해 대학 무대에서 꾸준하게 좋은 피칭을 보여준 좌투수다.
4라운드 : 울산공고 배성근 (유격수, 우투우타, 181cm/76kg) 2013년 20경기 70타수 24안타 1홈런 8타점 18도루 0.343 / 0.489 / 0.471
공수주 3박자를 두루 갖춘 수준급 고교 유격수. 컨택트 능력이 뛰어나고 손목을 잘 활용한 감각적인 타격을 한다. 변화구에 대한 대처나 선구안도 고교생 수준으로는 뛰어난 편.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정확하고 빠른 송구를 보여준다. 우타자임에도 1루까지 4초 초반에 끊을 만큼 빠른 발과 주루 센스도 수준급.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 덕분에 상황 대처 능력도 좋다. 다만 수비에서는 아직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 스카우트는 “송구 능력은 뛰어난데 포구가 조금 불안한 편”이라며 “정면에 비해 좌우 타구 처리도 훈련을 통해 보완할 부분”이라 했다. 워낙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강한 어깨와 공수주 센스를 갖춘 선수라, 약점이 되는 부분만 잘 보완하면 대형 유격수가 될 잠재력이 있다.
5라운드 : 영남대 신원재 (외야수, 우투우타, 185cm/90kg) 2013년 11경기 41타수 9안타 4타점 5도루 0.220 / 0.360 / 0.317
뛰어난 신체조건과 배팅 파워가 돋보이는 거포형 외야수. 조성우 스카우트 매니저는 “지난해 뽑은 고도현과 비교해도 파워에서 밀리지 않는다. 스윙 결이 부드럽고 밸런스도 좋아 장타자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외야수로서 수비 능력도 수준급. 타구판단이 빠르고 강한 어깨와 송구 정확성도 두루 갖췄다. 발이 느린 것만 제외하면 매력적인 부분이 많은 선수다. 다만 왼쪽 손목 골절로 올해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손목힘을 활용한 타격을 하는 선수라서 자기 스윙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모 스카우트는 “손목 통증만 없으면 좋은 타격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며 “경기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이 좋다. 찬스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선수”라고 평했다.
6라운드 : 건국대 이창진 (내야수, 우투우타, 176cm/78kg) 18경기 63타수 18안타 1홈런 14타점 13도루 0.286 / 0.420 / 0.413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 출신. 그만큼 좋은 타격 재질을 갖췄다. 빠른 배트 스피드에 컨택트 능력이 탁월하고 타격 밸런스가 좋다. 작은 체구에 비해 타구의 힘과 비거리도 좋은 편이다. 모 스카우트는 “타격 감각이 뛰어난 선수이고 찬스 때 집중력이 높다”며 “꾸준하게 높은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발도 매우 빠르다. 1루까지 4초 초반대에 주파한다. 주루 센스와 도루 능력을 갖췄다. 모 대학 감독은 “대학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고 했다. 수비에서는 유격수와 3루를 소화하며 안정적인 포수 자세에 좌우 타구 처리에 강점이 있다. 롯데 내야에서 신본기가 그랬듯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기대주다.
7라운드 : 부산고 김태석 (투수, 우투우타, 185cm/84kg) 2013년 기록없음
지난해 부산고 김백만 코치에게 “송주은이 나가면 그 뒤에는 어떤 투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김 코치는 “김태석이 앞으로 우리 팀 에이스다. 송주은만큼 좋은 투수”라고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기 대회에서 입은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올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부상 이전까지 보여줬던 기량에 기대를 걸고 하위 라운드에서 과감하게 지명했다. 조성우 스카우트는 “좋은 투구폼과 밸런스를 갖춘 투수”라며 “볼을 때릴 줄 아는 타입으로 원래는 올해 1차 지명 대상으로까지 거론됐던 유망주”라고 소개했다. 다행히 수술과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팀 합류 이후 잘 육성하면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북일고 우완 권태양. 올해 전까지만 해도 유희운보다도 더 큰 기대를 받았던 투수다. 롯데에서는 2학년 때까지 보여준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8라운드 : 북일고 권태양 (투수, 우투우타, 184cm/81kg) 2013년 12경기 3승 2패 38이닝 27탈삼진 평균자책 3.31
2학년인 지난해 직구 최고 144km/h를 기록했다. 올해 유희운(KT 우선지명)과 함께 북일고 마운드의 원투펀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3학년이 된 올해는 직구 구속이 130km/h 초중반에 그치는 등 좋았던 밸런스와 투구 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모습. 조성우 매니저는 “졸업반이 되면서 느끼는 심리적인 부담이 원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모 고교 감독은 “북일고 선배 투수들이 워낙 뛰어난 탓에 2학년 때까지 많은 경기 경험을 갖지 못했다”며 “투구폼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 같더라. 자신만의 투구폼을 완성하지 못한 게 올해 무너진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기본적인 투수로서 재능은 뛰어나다. 투구시 임팩트가 좋아서 힘있는 공을 던지고, 제구력도 안정적인 편이다. 직구 외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올해 초반에 비해 시즌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 것도 희망적인 부분. 조성우 매니저는 “좋은 공을 던졌던 선수고 신체적 조건이 좋아서 기대를 갖고 지명했다”며 “김시진 감독님과 좋은 투수코치들이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9라운드 : 강릉영동대 마상우 (내야수, 우투우타, 186cm/93kg) 2013년 11경기 39타수 17안타 4홈런 17타점 0.436 / 0.465 / 0.923
우타거포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명한 선수. 올해 춘계리그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며 화제가 됐다. 186cm의 우수한 신체조건에 힘있고 자신있는 스윙을 돌린다. 모 스카우트는 “장거리포를 때려내기 적합한 스윙 궤도를 갖췄다”며 “2부 경기에서긴 하지만 변화구에 대처하는 능력도 좋았다”고 했다. 4년제 선수들에 비해 어린 나이도 장점. 다만 타격에서 보여주는 강점에 비해 수비와 주루 등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프로야구가 수비와 주루를 강조하는 흐름이라 타격만 잘하는 선수는 좀체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수비를 평균 수준으로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영동대 지도자에 따르면 “외야수였다가 공격을 살리기 위해 1루로 자리를 옮겼다”며 “경험이 쌓이면 1루 수비는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10라운드 : 부산고 이상준 (외야수, 좌투좌타, 177cm/86kg) 2013년 14경기 48타수 15안타 7타점 4도루 0.313 / 0.435 / 0.417
부산고 주축 타자로 저학년 때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강한 어깨와 손목, 상체의 힘을 바탕으로 번개 같은 배트 스피드를 자랑한다. 조성우 매니저는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손아섭 같은 필이 나는 선수”라며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배팅 스타일에서 그런 모습이 엿보인다”고 했다. 수비에서도 타구판단과 수비범위, 송구능력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재질이 있는 선수다. 다만 손아섭처럼 되려면 훈련도 손아섭처럼 열심히 해야 한다. 이상준의 장단점을 꿰고 있는 권두조 2군 감독(전 부경고 감독)과 김민호 타격코치(전 부산고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될 전망이다. 잘.만.났.다.
투수력 강화와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두산
“우리 팀은 이번에도 무조건 투수다. 팀에 투수력 보강이 급선무인 상황이라 투수부터 뽑을 계획이다. 다만 순번이 7번이라 좋은 투수들이 앞에서 다 빠져나갈 것 같은데, 그게 걱정이다.”
2차 지명을 앞두고 두산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이 한 얘기다. 문동욱이나 하영민 같은 대어급 투수는 도저히 7번까지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 이에 1라운드에서는 불펜에서 빠르게 기여할 수 있는 강속구 투수 최병욱을 타깃으로 삼았다. 최병욱은 내년 1군에서의 활약 가능성만 놓고 보면 2라운드에 나온 투수 중 가장 실전용에 가까운 투수. 그리고 2라운드에서는 박규민, 전용훈 등 잠재력 풍부한 고교 에이스가 차례까지 돌아올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봤다. 원하는 투수가 돌아오지 않으면 야수 쪽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예상 외로 전용훈이 우리 차례까지 돌아왔다.” 이 팀장이 이번 드래프트를 만족스럽게 여기는 가장 큰 이유다. 4라운드에서 빠른 성장세가 돋보이는 좌완 이승헌(신일고)을 뽑은 것도 수확 중 하나. 팀의 좌완투수 라인업을 보강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산의 선택. 좌측부터 1차지명 한주성, 2차 1라운드 최병욱, 5라운드 정기훈 순이다. 한주성과 최병욱은 내년 시즌 두산 마운드에 보탬이 되어야 할 선수들이다.
투수 보강에 성공한 두산의 다음 목표는 내야진 보강. 언뜻 생각하기엔 ‘내야수가 넘쳐나는 두산이 왜 내야수를 뽑을까’ 싶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원석과 오재원이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허경민 등이 있지만 그 뒤에서 받쳐줄 선수는 부족하다.” 이 팀장의 설명이다. 올해 허경민, 최주환, 김재호 등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에버리지’라고 확신을 주기에는 이르다. 내년 시즌 이 선수들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면, 올 시즌 두산 투수진에 벌어진 것과 비슷한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만 보면 우리 팀이 내야수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앞으로 4~5년 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팀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김인태, 이우성 등을 뽑아서 미래 외야진을 마련한 것처럼 올해는 내야수들을 지명해 일찌감치 리스크 관리에 나선 셈이다. 즉시전력감 선수가 풍부한 두산이기에 가능한 지명 전략이다.
3라운드에서 뽑은 이성곤(연세대)은 자타공인 대학 최고 타자. 라인드라이브 머신으로 프로에서도 통할 만한 타격 감각을 자랑한다. 수비 포지션이 문제이긴 하지만 두산에서는 충분히 보완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소년대표팀 멤버인 5라운더 정기훈(광주일고)은 일발 장타를 갖춘 타자로 3루와 1루에서 활용 가능하다. 미네소타 출신 최형록 역시 방망이 쪽에 특화된 선수. 문선재 동생으로 유명한 문진제는 멀티플레이어 가능성을 보고 발탁했다. 전체적으로 내야수는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선수들 위주의 선발이 눈에 띈다. 지금 현재 두산의 내야진 뎁스(depth)에는 여유가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퓨처스리그에서 수비 등의 결점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팀내 대안이 될 수 있다.
2명뿐이긴 하지만 두산이 뽑은 외야수들도 주목할 만하다. 김경호(야탑고)는 올해 고교 좌타 외야수 중 최고의 타격감을 보여준 선수. 맞히는 능력 하나로 많은 투수를 슬프게 만든 사람이다. 차세대 톱타자 후보가 될 수 있다. 심형석(선린인터넷고)은 재능만 놓고 보면 배병옥(LG 1라운드)과 비슷한 유형. 부상이 문제긴 하지만, 두산이 심형석을 지명한 순간 여러 구단이 소리죽여 한숨을 토했을 만큼 장래성이 있는 선수다.
두산이 올해 뽑은 선수들은 저마다 다양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1라운더 최병욱은 심각한 부상과 수술을 딛고 2년간 재활을 거쳐 재기에 성공한 인간극장. 이성곤과 문진제, 문지훈은 야구인 2세로 벌써부터 화제를 몰고 다닌다. 해외파 선수인 최형록이 그간 걸어온 여정, 청룡기 MVP를 수상한 전용훈, 대학에서 연속타석 출루 기록을 작성한 이성곤과 고교에서 연속타수 안타 기록의 주인공인 김경호 등등 뭔가 얘깃거리가 되는 선수가 가득하다. 이런 선수들이 프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프로야구는 보다 풍부하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갖게 된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두산 이복근 팀장은 이번 지명에 대해 “상위 라운드에서 원하던 투수를 잡은 데다 뒤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잡을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현재 생긴 구멍을 메우는 데만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리스크까지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모습에서 두산의 치밀함이 잘 나타난다. 막상 부상선수나 군입대 선수가 발생한 뒤에 대안을 찾으려면 그때는 이미 늦게 마련. 현재와 1, 2년 뒤의 전력 뿐만 아니라 4, 5년 뒤까지 미리 내다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준비된 팀’ 두산의 강점을 보여준 드래프트다.
두산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화수분 야구’를 더욱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 그간 두 명으로 운영해온 스카우트팀도 5명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이천 베어스필드가 완공하면 퓨처스 선수들도 1군 못지않은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된다. 스카우트 출신의 한 야구인은 “선수 육성은 선수의 재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스카우트, 팀의 2군 육성 시스템과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여기에 선수 개인의 노력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 속에 두산이 성공을 거둬 온 비결이 담겨 있다.
두산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동국대 최병욱 (투수, 우투우타, 181cm/86kg) 2013년 15경기 2승 1패 17.2이닝 30탈삼진 평균자책 2.50
올해 고교와 대학을 통틀어 가장 빠른 152km/h 강속구를 던졌다. 전형적인 파워 피처 타입으로 때리는 힘이 좋고 묵직하고 위력적인 직구를 구사한다. 직구의 제구도 수준급이고 경기 중에 기복도 거의 없는 편이라 신뢰감을 주는 투수다. 올해 초반에는 공 10개를 던지면 9개가 직구일 정도로 변화구 구사가 적었다, 가끔 던지는 슬라이더 자체도 110km/h대로 위력적이지 못했고 보여주는 구종에 그쳤다. 이유는 부상 후유증. 팔꿈치 부상으로 오랜 기간 재활과 실패를 반복했고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대학을 2년이나 더 다녀야 했다. 막 부상에서 회복한 상태에서 팔꿈치를 빠르게 틀어야 하는 변화구 구사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이복근 팀장은 “4월에는 변화구가 흉내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변화구 속도와 각도가 좋아지는 모습을 봤다”며 “마지막에 봤을 때는 슬라이더 구속이 135km/h까지 나왔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어차피 대부분의 투수는 커리어 중에 한두차례는 부상과 수술을 경험하게 마련. 이미 수술과 재활을 거쳐 부활에 성공했다는 건, 어쩌면 앞으로 수년간은 부상 없이 투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올 시즌 중간계투와 마무리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은 두산은 최병욱을 내년 시즌 불펜 요원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력적인 직구 - 슬라이더 조합은 짧은 이닝 동안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길고 고통스런 재활을 이겨낸 강한 의지도 프로 선수로 성공을 기대하게 하는 덕목이다.
청룡기에서 평균자책 '0'을 기록하며 MVP에 오른 전용훈. 좋은 신체조건과 투구폼을 지닌 투수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투수다.
2라운드 : 덕수고 전용훈 (투수, 우투우타, 182cm/75kg) 2013년 11경기 4승 무패 40.2이닝 37탈삼진 평균자책 0.44
올해 청룡기 MVP. 지난해까지는 거의 실전 등판이 없다가 올해 들어 급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130km/h대였던 빠른 볼 구속을 올해 140km/h 초반대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예리한 슬라이더와 서클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모 스카우트는 “신체조건이 투수로는 아주 이상적이다. 투구 밸런스가 좋고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운 투구폼에 유연한 팔 스윙이 장점”이라 했다. 제구력이 우수하고 실전 경험에 비해서는 경기 운영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몸이 마른 편이라 근력이 약간 부족하다는 게 보완할 부분. 프로에서 체계적인 트레이닝으로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모 스카우트는 “지금은 하영민이 더 높게 평가받지만, 2~3년 뒤에는 더 나은 투수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코치들에 따르면 훈련 태도도 매우 성실하다.
3라운드 : 연세대 이성곤 (내야수, 우투좌타, 186cm/85kg) 2013년 18경기 69타수 30안타 1홈런 17타점 11도루 0.435 / 0.506 / 0.652
어떤 공이 들어오든 전부 라인드라이브로 때려내는 ‘모두치기 인형’. 타격 능력 하나만큼은 아마야구 타자 중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직구에 큰 강점이 있고,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맞히는 감각을 갖췄다. 고교 시절에는 교타자에 가까웠지만 대학에서 힘을 키우면서 중장거리형 타자로 변신했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올해 들어 크게 좋아진 모습. 다만 수비에서의 약점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이복근 팀장은 “선수 본인도 수비를 보완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송구 불안. 다행히 최근 들어 원인을 찾아내서 교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 수비 쪽에서 부담을 느낄 경우에는 1루수로 전향하면 문제해결. 프로 입단 당시 3루수였던 아버지처럼 외야수 전향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는 송구 문제를 해결해서 원 포지션인 3루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대학 최고 강타자 이성곤. 수비에서의 약점을 보완하면 중장거리포 3루수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4라운드 : 신일고 이승헌 (투수, 좌투좌타, 182cm/80kg) 2013년 14경기 6승 3패 83.1이닝 74탈삼진 평균자책 3.24
올해 신일고 에이스로 전반기에는 극심한 부진을, 후반기에는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좌완투수로 최고구속은 141km/h. 구속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왼손의 악력이 좋아서 힘있고 움직임이 좋은 직구를 던진다. 대부분의 공이 낮은 쪽에서 형성되는 것도 강점. 전반기 부진은 투구폼 교정 실패로 인한 투구밸런스 붕괴가 원인이었다. 다행히 후기 주말리그부터는 조금씩 원래의 기량을 회복하는 모습. 이복근 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차 지명 대상으로 거론됐던 투수”라며 “투구폼을 잘 다듬어주고 밸런스를 잡아주면 괜찮은 투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리부상으로 오랫동안 고생한 선수라서 몸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신일고 좌완 에이스 이승헌. 전반기 부진을 후반기의 눈부신 역투로 말끔히 씻어냈다. 두산의 좌완 투수진에 젊음을 더해줄 수 있는 선수다.
5라운드 : 광주일고 정기훈 (3루수, 우투좌타, 186cm/82kg) 2013년 18경기 65타수 15안타 1홈런 13타점 0.231 / 0.329 / 0.477
광주일고 4번타자로 배팅 파워를 인정받아 세계청소년대표팀에도 선발됐다. 뛰어난 신체조건에 타격 밸런스가 안정적이고 장타를 치는데 적합한 스윙을 갖고 있다. 올해 타격 성적은 부진했지만 종종 펜스 근처까지 타구를 띄워 보내며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수비에서도 글러브질과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수비 센스나 송구 정확성은 조금 미흡한 편. 프로에서 체구를 좀 더 키우고 송구 정확도를 높이면 중장거리포를 갖춘 3루수로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
6라운드 : 야탑고 김경호 (외야수, 우투좌타, 178cm/70kg) 2013년 20경기 88타수 36안타 11타점 15도루 0.409 / 0.429 / 0.545
배트에 맞히는 능력 하나만큼은 타고났다. 안타를 못 치더라도 계속해서 파울로 커트하며 투수를 슬프게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타자다. 올해 청룡기 대회에서는 13연속타수 안타 행진으로 화제가 되기도. 1루까지 4초 초반에 내달리는 빠른 발과 주루 센스도 장점. 이따금 지나친 의욕으로 주루사를 당하는 건 아쉬운 점이다. 수비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타구판단이나 송구 등에서 발전이 필요하다.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 번트 등 작전수행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두산에서는 ‘차세대 톱타자감’으로 소개했다.
7라운드 : 선린인터넷고 심형석 (외야수, 우투우타, 183cm/78kg) 2013년 12경기 34타수 9안타 4타점 8도루 0.265 / 0.432 / 0.324
좋은 신체조건과 다재다능함이 돋보이는 외야수.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40km/h 가까운 빠른 볼을 던진다. 그만큼 강한 어깨의 소유자. 여기에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타격 파워와 평균 이상의 주루 능력을 겸비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체격도 좋고 거포로 클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며 “한번쯤 장기적으로 키워볼 만한 유망주”라고 소개했다. 다만 현재는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중인 상태. 가진 재능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8라운드 : 前 미네소타 최형록 (내야수, 우투우타, 181cm/87kg) 2013년 기록없음
군산상고 시절부터 타격 재능 하나만큼은 특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동료 최현욱과 함께 미국 프로야구 미네소타에 입단했지만 메이저리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이복근 팀장은 “고교 시절부터 공격력은 뛰어났다”며 “공개 트라이아웃 때도 파워는 여전해 보였다”고 했다.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시원스런 스윙이 강점. 문제는 수비력이다. 수비에서 순발력과 핸들링 등이 미국 진출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쉬움을 준다. 지난 4년의 시간은 과연 무엇을 위한 시간이었을까. 그 좋은 타격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도, 수비력을 일정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9라운드 : 원광대 문진제 (내야수, 우투좌타, 183cm/79kg) 2013년 15경기 50타수 15안타 1홈런 10타점 0.300 / 0.383 / 0.500
타격에서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배팅 파워가 좋아서 중장거리 타자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상체 위주의 타격으로 변화구 대처와 정확성이 다소 떨어진다. 수비쪽에서는 장점이 확실하다. 좋은 체격조건에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이복근 팀장은 “외야수도 가능한 선수”라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지명했다”고 밝혔다. 자연히 형인 문선재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 야구 센스와 파워가 있는 만큼 언젠가는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평가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10라운드 : 광주일고 문지훈 (투수, 우투좌타, 185cm/83kg) 2013년 7경기 3승 무패 16이닝 15탈삼진 평균자책 2.81
동강대 문희수 감독의 아들. 야구인 2세로는 드물게 아버지와 같은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작은 체구에 위력적인 강속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아버지와 달리, 크고 훤칠한 체구에 컨트롤 위주의 안정감 있는 피칭을 구사한다. 아직까지 구속은 최고 140km/h 정도로 빠르지 않은 편. 마운드에서의 승부 근성이 좋고 야구인 2세답게 운동장에서 차분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두산의 지명을 받았지만 투수로서 좀 더 발전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