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한(大寒)을 넘으면서
대한(大寒) 다음 날인 2025년 1월 21일,
오후 5시 17분부터 25분 태양이 지기 전까지 불암산 한 곳에서
자욱한 미세 먼지 속에 파묻혀 저무는 석양과 시야에서 거의
사라지기 직전인 북한산과 도봉산만을 바라보았다.
먼지에 먹혀버린 북악산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저 태양마저 떨어지면 백운도봉은 어이 될까?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 그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 터인데 작금의 세상을 보는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아니면 어디 먼 외국 여행을 떠나 텅 비어 있을까?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 먼지는 더욱 기승을 부릴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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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한(大寒)을 넘으면서
대한(大寒)을 넘으며
며칠 째 미세먼지가 자욱했다
멀리 백운도봉이 있는지 없는지
가끔 눈에 띄던 가지나방도 행적을 감췄다
움직임이 얼어붙었다
현재(現在)가 이렇게 참담할 수 있구나
잔인한 겨울 같이 파고드는 위선적 냉혈한(冷血漢)
그에 부응하는 완장을 찬 머슴들
눈만 껌뻑이는 무능한 일꾼들......
꺼져가는 희망의 빛
동상을 입은 푸른 생명들의
울분과 저항과 몸부림들......
홀연 어디서 신출귀인(神出鬼人) 있어
천지를 호령하며 날아올라
어둠과 안개먼지 거두어 갔으면
생명이 사라진 동토인데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무엇을 제일이라 할 것인가?
그래도
걷고 말할 수 있으니
서서 버티리라
허연 솜바지 저고리의 남루한 사람들
눈밭을 걷는 비참한 피난 행렬 거기
할머니 손을 잡고 걷던 때 묻은 아이
이 암울한 동토를 늙어 또 걸으며
나의 저 천진한 어린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그리고
기도한다
소망한다
갈망한다
글. 사진/ 최운향 2025. 1. 26.
어둠이 깔리고
움직임이 멈춘 길을 터덜터덜 걸어 돌아왔다.
불빛에 날아들던 참나무가지나방도 보이지 않았다.
2025. 1. 26 / 최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