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딱히 순서 없이 가치에 비해 인정을 못받는 퀸 노래들을 골라 살펴보는 글입니다. 혹시 여러분께서 '이노래도 인정을 안해주는데!' 라고 느끼시는 노래가 있으면 답글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In the Lap of the Gods
작곡/작사: Freddie Mercury
앨범: Sheer Heart Attack
1. 일반적인 이야기
다른 모든 작곡가들처럼 프레디도 자신만의 "공식"이 있었습니다. 그중의 하나는 "비반복적인 구조" 의 복잡한 곡을 짓는 것인데 그 전통은 Queen의 Great King Rat에서 시작하여 Queen II의 Fairy Feller's Masterstroke 와 March of the Black Queen, Sheer Heart Attack의 In the Lap of the Gods로 이어지고 A Night At the Opera 에서 Bohemian Rhapsody로 절정을 이룩하게 됩니다. (그 후에도 It's a Beautiful Day까지 이 구조상의 전통은 계속 이어지게 됨.)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고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곡이 바로 이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초반 5개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지금 현재로서는) 이 곡은 영국에서 싱글로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팬들 사이에서도 많이 토론되는 노래는 아니죠. 라이브도 몇번 공연되었을 뿐 다른 인기많은 싱글들에 밀려 자취를 감춘 곡입니다.
프레디의 말을 빌리면:
Freddie (1977): "그런 식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죠. 난 "Sheer Heart Attack" 앨범에서 많이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때 우리는 나중에 나올 앨범에 쓰이는 많은 기법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In the Lap of the Gods")과 같은 노래요, 예. (그 노래에 쓰인) 하모니와 노래 구조를 만든 것은 Bo Rhap같은 노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프레디 자신도 이미 자신의 악풍을 뚜렷이 자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Queen II에서 보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복잡함"은 이미 깨끗이 뒤로 정리되고 좀더 이해하기 쉬운 복잡함, 그러니까 복잡하면서도 복잡함을 쉽게 알수 없는 그런 노래들이 Sheer Heart Attack 에서 대거 출연하게 되는데 그 절정을 이루는 노래가 바로 In the Lap of the Gods입니다.
이 노래를 녹음하는 데 쓰인 악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프레디: Bechstein 그랜드 피아노 (Dear Friend 를 제외한 다른 노래와 마찬가지로)
존: Fender 베이스
로저: Ludwig 드럼
브라이언: Red Special/ Ovation (아쿠스틱)
결국 다 쓰던 악기를 그냥 쓴 셈입니다.
녹음은 3주에 걸쳐서였고 Trident Studio에서 녹음되었습니다.
2. 노래 구조
Queen II의 대표작인 March of the Black Queen에서 프레디는 리듬과 템포를 바꾸며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그것이 코드 변화와 섞여 웅대하기는 하지만 너무 복잡해서 오히려 임의로 보이기까지 하는 노래로 들리는 반면, 이 곡에서는 철저하게 리듬을 통일하여 이해하기 쉬운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일단 구조는 (숫자는 시간들):
0:00-0:49 인트로
0:50-1:35 주 멜로디
1:36-1:51 후렴 A
1:52-2:38 후렴 B
2:39-2:57 코러스
2:58-끝 기타 솔로
인트로는 크게 6군데로 나뉘고 주 멜로디는 2군데로 나뉩니다. (나누는 곳은 중요한 코드 변화) 이 짧은 곡 안에도 무려 8개의 중요한 코드가 있고 (여기에서 코드는 조를 말함. 즉 ..장조, ...단조 같은) 계속 4분의 4박자로 유지되는 리듬도 처음의 모데라토 정도의 빠르지 않은 박자에서 두배로 빨라졌다가 (혹은 4/2로 줄어든 마디) 아주 느려져 리타르단도가 된 후 주 멜로디에서 안정된 4/4로 바뀝니다. (사실은 그렇게 안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후에 나옴.)
프레디의 노래들은 브리지가 인트로나 아우트로와는 상당히 차이있는 변주구간인데 이노래는 아예 브리지가 없고 대신 주 멜로디가 "필"이 비슷한 인트로와 후렴을 연결해 줍니다. (따라서 상당히 짧음.)
3. 상세 설명
(1) 인트로 (0:00-0:49)
전체 노래 중 가장 복잡하고 아름다운 부분입니다. 클라이맥스가 먼저 나와버리는 시작은 (로저의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와 그에 어울리는 피아노 아르페지오) 꼭 운명 교향곡을 연상시킵니다. 주요 코드는 라단조 이지만 거기에 6음과 7음의 변형이 섞여 라단조 --> 사단조 --> 마장조 (사실은 E minor 7) --> 가단조 순으로 피아노 아르페지오가 이어지기 때문에 6초 동안의 로저의 목소리는 사실 엄청난 코드 변화와 섞여 있습니다.
6초부터 12초 까지는 로저의 인트로에 화답하는 프레디의 "천사같은 하모니" (angelic harmony) 인데 사실 로저가 이 곡에서 닿는 가장 높은 음인 A4 (4번째 라)에 상당하는 음을 프레디는 이부분에서 부드럽게 처리합니다. (가성이기 때문에 더욱더)
이 곳은 보컬과 피아노, 그리고 아주 잠깐의 리드기타로 되어있지만 4부의 각기 다른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번째는 가장 드러나는 로저의 내려오는 멜로디 (A-GF# G-F#E F-ED E...), 두번째는 화답하는 프레디의 하모니 (로저의 목소리가 끝나기 전 오버랩하는 D---C#BbABbA---), 세번째는 상쇄하며 올라오는 브라이언의 기타 (D-EF-A-), 마지막으로 계속 코드 변화하는 클라식 풍의 아주 빠른 아르페지오 피아노입니다. 이 아르페지오는 계속 6묶음을 반복하다가 프레디의 "천사" 목소리가 시작할 때부터 4개 묶음의 32분음표를 마디당 하나씩 넣습니다.
13초부터 20초까지는 구성상 비슷하지만 사실 아주 다른 코드를 사용하여 프레디의 하모니가 이어지는데 다단조로 이어지다 바로 내림마장조로 이어집니다. (Eb) 다단조로 다시 변하기 전 잠깐 사단조로 이어지는 곡은 (아직도 프레디의 아---아---아---는 이어지고 있음) 리듬이 확 바뀌며 21초부터 오오오의 캐스캐이딩 (여러 단의 폭포 같은) 구조를 이룹니다 (보랩의 중간 아카펠라와 같음). 무거운 왼손과 잠깐 나오는 베이스, 그리고 굴러가는 드럼에 맞춰 26초부터 30초까지 "Laaaaaaaaaaap" 부분이 나오고 갑자기 아주 잠시 정적이 흐른후 인트로의 절정인 "of the Gooooods------" 부분이 7초간 이어집니다. 이때 리듬은 마디가 짧게 바뀌고 Gods부분이 페이드 인-아웃-인 되는데 아까부터 계속이어지는 2부합창이 눈에 뜨이는 부분입니다. 사장조인 에코 "우우우우---"가 이어지고 피아노도 같이 느려지며 리타르단도가 쓰인 후 피아노가 피아니시모로 G를 치면서 49초의 격정적인 인트로는 끝이 납니다.
(2) 주 멜로디
프레디의 목소리를 약간 느리게 돌려 (레코드판 느리게 돌리듯이) 목소리를 변형한 것이 일품인 이부분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두 부분이 반복적이면서도 성격이 확연히 다릅니다.
1번 부분의 3줄, 2번 부분의 3줄로 이루어진 이 부분은 한줄에 4/4인 두마디가 있고 1번과 2번의 같은 줄 부분이 "같은" 코드와 멜로디를 지니는 통일성이 있습니다.
먼저 1번 부분을 보면, 로저의 서스펜디드 심벌즈가 "바람" 소리를 이루고 거기에 맞춰 피아노와 리드 보컬이 흘러가는데 사실 "안정된" 4/4가 아닌 한 박자 박자가 극적으로 느려지고 빨라지는 상당히 클래식한 구조를 지니고 있죠. 첫줄 "I live my life... for you"는 편한 다장조-->바장조의 구조입니다. 그 다음 줄인 "Think all my thoughts with you and only you"의 경우 약간 복잡하게 다장조 --> 바장조 --> 가단조로 이어지는데 바로 마지막 줄인 "Anything you ask I do... for you..."에서 라단조--> 가단조 --> 바장조 --> 사장조로 5-->6-->7-->의 프로그레션을 이룹니다. (프레디가 좋아하는 구조) 피아노는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보컬을 상쇄하려고 위로 올라가고 (예를들면 E-->G-->C 에 맞춰 A-->lower F--> G) 낮은 G는 곧 한 옥타브 위의 G로 올라갑니다.
2번 부분은 베이스가 ...lips 부분부터 첨가가 되는데 (첫줄 중간) 바로 바장조로 바뀌는 부분입니다. 피아노의 왼손과 비슷한 듯한 베이스는 사실 약간 자유스럽게 움직이고 특히 변칙적인 셋째 줄에서 아름다운 가락을 연주합니다. 첫째줄은 I touch your lips with mine이고 조변화는 앞의 1번부분 첫째줄과 같고, 둘째줄은 But in the end I leave it to the lord 인데 조변화는 역시 같습니다. 셋째줄은 Living in the lap of the Gods- 인데 끝에서 GCB가 빠자고 대신 라장조-->사단조로 이어지는 피아노와 베이스가 있습니다. 사실은 보컬인 AAAAABb보다는 베이스인 AGFEDCBb (내려감) 에서 다음 멜로디가 이어지는데 상당히 재치있는 구성이죠. (counterpoint 혹은 대위적) 이 사단조 부분은 극적인 드럼이 함께 합니다.
(3) 후렴 A (1:36-1:51)
후렴 부분의 리듬은 4/4로 안정되고 정확하며 드럼 또한 규칙적입니다. 후렴 A는 로저의 샤우팅이 나오기 전까지인데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세부분은 겉으로 보기에는 반복적이고 사실은 다 조금씩 다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 줄에서 프레디의 느린 목소리는 고성을 내고 반대로 원래 목소리 ("천사의 하모니")는 한옥타브 낮은 곳에 있습니다. 둘은 중간에서 잠깐 오버랩 하고 (Living in the lap of the... Gods 오버랩 I... leave it to you) 코러스가 (3부) 앞부분의 사단조, 리드보컬이 뒷부분의 다장조를 부르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둘째줄부터는 아쿠스틱 외에도 (아쿠스틱은 이미 첫째줄에 나와 있었음) 일렉트릭 기타가 끼는데 일단은 2부로 나뉘어져 보컬을 따라갑니다. 둘째줄에는 리드 보컬이 없고 코러스의 Gods---- 부분이 늘어집니다. 그동안 피아노는 간단한 코드를 계속 넣고 있죠. 셋째 줄에서 코러스는 갑자기 라장조로 바뀌고 (living in the lap of the Gods...) 그동안 I want you toooo----부분의 리드 보컬은 꼭 코러스 같이 들리게 됩니다. (다장조). 뒤의 꼬리는 약간 후렴 B와 오버랩이 됩니다.
(4) 후렴 B (1:52-2:38)
이 부분은 계속 똑같은 템포를 유지하며 각 줄에 계속 다른 파트가 나오는 가장 한 주제의 변주가 심한 곳입니다. 먼저 후렴 A의 마지막 부분에서 오버랩되는 로저의 Ah Ah Ah Ahhhh (AGFD) 는 I want you to 에서 늘어지는 리드 보컬과 프레디의 코러스와 함께 3부를 이룹니다. 그래서 후렴 B의 첫째줄은 프레디 코러스의 leaving in the lap of the까지 이어지고 중간에 로저의 우---우---우----(사장조 풍의 단조) 와 겹치게 됩니다. 두번째 줄은 다장조 에 이어 라장조로 이어지는데 이미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이 프로그레션에 익숙해진 청자들은 코드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감쪽같은 변화입니다. 나장조는 또한 보컬의 Eb내지는 C minor과 어우러져 약간 어두운 색채를 더합니다. 세번째 줄에서 Gods-----으로 다시 시작되는 보컬은 이제는 한 마디가 어긋난 구조로 진행됩니다. (내림나장조 --> 바장조) 로저는 다시 네번째 줄 약간 전부터 고음의 아아아아 (FGFG)를 외치고 그동안 네번째 줄 앞쪽부터 브라이언의 기타가 다시 시작합니다. 다섯 번째 줄에 이르기까지 긴 선율을 자랑하는 리드 기타는 다섯번째 줄 중간에서 다시 코러스와 겹치고 여섯번째와 일곱번째 줄에서는 다시 로저의 아--아아아--- 와 겹치게 됩니다. 지금까지 비슷한 코드를 구성하는 피아노와 보컬은 일곱번째 줄 후반으로 접어들며 코러스만 남긴채 조용해지고 본격적으로 기타 솔로가 시작됩니다.
(5) 코러스 (2:39-2:57)
이부분은 코러스, 피아노, 리드 기타와 드럼만이 남은 부분인데 세개의 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줄에서 리드기타는 F를 치지만 사실은 코드는 바장조와 내림나장조로 구성되어 있고 피아노와 보컬이 번갈아 맡습니다. 둘째 줄에서 중간에 D와 F의 트레몰로를 이루는 리드기타는 다시 코러스와 겹치고, 후반에서는 바장조의 6음을 내려가며 구성하는 기타와 호응합니다. 셋째줄에서는 리드 기타 잠깐에 마지막으로 코러스가 나오고 (반복적인 코러스 - in the lap of the gods - 다시금 통일성이 강조) 정교한 리드 기타 솔로의 시작으로 끝을 맺습니다. (CBbABbCBbA)
(6) 기타 솔로 (2:57-끝)
사실 정확히 솔로는 아니고 코드를 계속 치고 있는 피아노와 드럼이 같이 하는 부분입니다. 브라이언의 솔로는 상당히 정확하고 분명한데 간결한 첫째줄에 이어 복잡하게 올라가며 (DFFGGBbBbCCEbEbF)맨 위에서 5음트릴을 하는 리드 기타는 둘째줄 후반에서 오버랩하며 아주 조금씩 (1/4note) 내려가기 시작하고 (일렉트릭 기타만이 할 수 있는 정교함) 셋째줄에서 다단조로 끝을 맺으며 한마디가 더 더해져 간결한 드럼 솔로로 대단원을 마감합니다. (뒤의 Stone Cold Crazy 와 잘 이어짐.)
4. 뛰어난 점
- 전혀 다른 조들이 같은 리듬아래 통일 된 점
- 프레디의 클래식한 피아노 (Death on Two Legs 에서 이어지는 피아노 아르페지오)
- 층층이 이어지는 2부와 3부의 코러스, 2개의 리드 (로저와 프레디) 가 악기와 같음
- 아주 잠깐이지만 일탈하는 베이스
- 극적이고 영화와 같은 드럼 (앞과 끝)
- 코러스를 연상시키는 기타 솔로
5. 기타
보랩보다 좋아하는 이유는 보랩이 오페라라면 이 곡은 한 장의 오페라토와도 같은, 음악성이 짧은 구간에 압축된 까닭에 훨씬 정열적이고 폭발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노래는 앨범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날개의 중심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곡입니다. 발라드가 아닌데도 피아노가 중심 악기이고 퀸 노래중 가장 클래식에 가까운 노래 중 하나입니다. (Millionaire Waltz보다도)
악기와 프레디의 말은 Bechstein Debauchery에서 참고 했고 나머지는 제가 듣고 쓴 것이니 틀린 점을 발견하시면 꼭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전 이곡이 굉장이 좋은곡이라 생각하는데.. 리믹스버전도 괜찮고... 마이 멜랑콜리 블루스.. 이거 해주세요/ ㅋ
KuKu님 글 읽으면서 노래도 같이 재생하고 들어봤습니다. 다른 곡들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와우 '39 기대하겠습니다
39..^^ 부탁드려요~^^
글수준이 너무 높다..ㅠㅜ
미라클도 크게 인정은 못받는거같아요~
웸블리보고 뿅갔다죠->.</
저두 이곡을 나중에야 알았는데 들을수록 좋아져요~..잘봤습니다^^
웸블리 나온것은 제목만 같은 In the Lap of the Gods(revisted) 아닌가요?^^;
멜랑꼴리 블루스..조쵸...라됴에서 듣거....무자게 좋터라구요..
글수준이 너무 높으세요 ㅎㅎ 저는 잇츠레이트랑 '39 부탁이욤~ 저 근에 이노래 너무 좋아해요. 볼륨 높여서 앨범 듣다가 나오면 깜딱;; 나중에 이거 만들때 상황 상상해서 써 볼까 생각중;;
In the Lap of the Gods Revisited 는 전혀 다른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