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아니다, 오직 하나다, 하는 말과 생각을 지키고 있어 보았자 그것은 스스로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선(禪)은 문득 말과 생각을 잊고 있는 그대로의 실재에 묵묵히 계합하여 막힘없이 통하는 것을 귀하게 여길 뿐입니다. 먼지티끌만 한 지견, 알음알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 때문에 장애가 일어나 불편함을 겪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의 말, 아무리 훌륭한 책 속의 글일지라도 진실은 그 말과 글에 있지 않습니다. 그 말과 글을 보고 듣고 읽고 살려 내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의 참된 자신만이 진실입니다. 세상 만물 가운데 어떤 것도 바로 이 사람, 이 참된 자신을 벗어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세상 만물의 다양한 모습과 경계가 바로 이 모양 없는 참된 자신의 모양입니다.
이 세상에 둘이 없는 것이 자기입니다. 둘이 있다면 자기가 아닙니다. 따라서 만물이 그대로 자기입니다. 만물 가운데 자기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물 하나하나가 그대로 자기 하나입니다. 만물이 자기이고 자기가 만물이므로, 만물도 따로 없고 자기도 따로 없습니다. 그 가운데서 만물은 만물로 드러나고, 자기는 자기로 드러납니다.
여러 가지 만물을 끌어 모아 자기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유정(有情)과 무정(無情)을 합쳐서 한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한 생각 돌이키는 순간 만물도 사라지고 유정·무정도 사라지면, 그것이 본래 둘이 없는 하나, 하나마저 아닌 하나입니다. 너무나 당당하고 분명하게 있어 왔던 있는 그대로의 참된 자기, 나의 본래면목입니다.
자기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자기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출처 : "이것이 선이다", 심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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