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과 수원시는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대표적인 인기 주거지역으로 꼽힌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새 집값도 꽤 많이 올랐다. 용인은 수도권 집값이 폭등한 2005∼2006년 서울 강남권 및 수도권 신도시와 함께 집값 상승을 주도한 곳이다. 당시 용인의 집값이 크게 뛰자 정부는 용인을 이른바 ‘버블 세븐’ 중 한 곳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이들 지역 주택시장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매수세가 뚝 끊겼고, 가격도 약세다. 특히 오는 9월 첫 분양을 앞두고 있는 광교신도시 인근 지역 아파트값 하락세가 뚜렷하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광교신도시와 가까운 용인 상현동 아파트값은 올 들어 1.40% 내렸다. 신봉동도 0.74% 빠졌고, 성복동은 연초 대비 무려 2.9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용인 전체 아파트값이 평균 0.71% 내린 점을 감안하면 광교신도시 주변 지역의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수원도 마찬가지다. 광교신도시와 인접한 우만동은 올 들어 아파트값이 0.72% 떨어졌다. 특히 이들 지역 중대형 아파트 시세는 올 들어 많게는 1억원 가까이 미끄러졌다.
용인 아파트값 ‘끝 모를 추락’
광교신도시와 거의 붙어 있는 용인 상현동 두산위브아파트 171㎡는 경기도 판교신도시 2차 분양 당시인 2006년 말 8억15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7억3100만원으로 떨어졌다.
상현동 상현자이 139㎡은 올 들어 4000만원 내려 5억7500만원 선이다. 성복동 LG빌리지1차 238㎡는 8억5000만원 선으로 연초 대비 평균 7000만원 가량 빠졌다. 신봉동 신봉자이1차 154㎡도 올 들어 최고 1억원 가량 내려 6억3500만원 선에 나온 매물도 있다. 상현동 한 공인중개사는 “몇 개월새 매매 호가가 크게 떨어졌는 데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용인 상현•성복•신봉동 일대 아파트값 하락세는 광교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기존 주택에 대한 잠재적 매입 수요가 급감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상현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오는 9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첫 분양되는 광교신도시의 값싼 아파트를 기다려 보자는 대기수요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1~2년 전 만해도 인접한 광교신도시가 명품 신도시로 조성돼 ‘후광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정작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의 여파로 집값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2006년 판교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용인 집값이 급등한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광교신도시의 85㎡ 이상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채권입찰제 적용에도 불구하고 3.3㎡당 1200만원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용인지역 중.대형 아파트들의 매수세가 크게 줄어들었던 측면도 있다. 또 용인 아파트값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도 가격 약세에 한몫한다.
수원서도 급매물 적체 늘어
광교신도시 인근인 수원시 우만동과 원천동 일대도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우만동 월드메르디앙 228㎡는 9억500만원으로 연초 대비 8000만~1억원 가량 빠졌다. 조원동 한일타운 165㎡형도 5억4000만원으로 5000만원 정도 내렸다. 우만동 D공인 관계자는 “시세보다 싼 급매물도 한 달 넘게 팔리지 않고 있다”며 “올 하반기 첫 분양을 준비 중인 광교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용인에서는 올 하반기 이후 각종 교통 인프라 확충과 신도시 개발을 바탕으로 옛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현재 용인 지역에서 개통을 앞두고 있는 교통 기반 시설은 용인~서울 고속도로, 용인 경전철, 분당선 연장선, 신분당선 등이다. 이르면 내년 7월부터 2015년까지 연 이어 선보이게 된다. 나비에셋 곽창석 대표는 “상현•성복•신봉동 일대는 광교.판교.분당 등 3개 신도시의 중앙에 위치해 향후 기반시설 확충 등 수혜가 본격화되거나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후광 효과는 언젠가는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원 지역도 대중교통 개선 호재를 안고 있다. 현재는 수원 영통에서 서울 종로까지 출퇴근 때 버스를 이용하게 되면 2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수도권 광역버스가 도입되면 시간이 30분 가량 줄게 된다. 또 그동안 일반버스에만 적용됐던 교통수단 간 환승 할인이 광역버스로도 확대돼 교통 비용도 싸질 전망이다. 우만동 리더스공인 관계자는 “광교신도시 인근 지역에서 시세보다 싼 아파트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된 만큼 광교 분양을 앞두고 시장 분위기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