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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잉글랜드를 세계적인 국가로 만든 사내이기도 했습니다. 사생활에서도, 공인으로서도 계산과 실리에 밝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잔혹한 성정이 세계 경제를 이끈 동력이라는 역설. 오늘의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잉글랜드의 메뚜기 ‘그레샴’
‘그레샴’. 1500년대, 잉글랜드 런던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무역인 집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전설이었습니다. 수백 년 전 한 마을에서 어떤 여인이 메뚜기가 크게 우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한 고아가 버려진 채 울고 있었습니다. 그레샴 가문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레샴이 ‘메뚜기’를 가문의 상징으로 삼은 이유였습니다.
그레샴의 메뚜기 소리는 잉글랜드 전역에 울렸습니다. 잉글랜드 섬유를 네덜란드에 수출하고, 그곳의 곡물을 수입해 부를 쌓으면서였습니다. 형 리처드와 동생 존은 이 부를 기반으로 런던 시장까지 올랐습니다. 잉글랜드에서 의류 무역을 담당하는 상인을 ‘머서’(Mercer)라고 불렀는데, 그 최고봉에 있던 사람이 바로 리처드와 존 형제였습니다.
리처드가 1519년 아들을 낳았습니다. 토마스 그레샴이었습니다. 아버지 리처드와 삼촌 존이 일군 부 속에서 그는 상인 정신을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한 나라의 물건이 다른 나라에서 더 큰 가치를 갖는다는 무역의 원리를 새기는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저녁에는 무역 회사에서 실무를 학습하는 일. 경제란 그의 핏속에서 흐르는 것이었고, 뼈에 각인된 것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24세부터는 그는 본격적으로 패밀리 비즈니스에 뛰어듭니다.
위기 속에서도 부를 일구다
잉글랜드 런던에서 네덜란드 앤트워프(현재는 벨기에 도시)까지. 그는 글로벌 노마드였습니다. 당시 앤트워프는 세계 최고의 무역도시이자, 금융 기법이 가장 발달한 도시. 오늘날 뉴욕에 버금가는 곳이었지요. 토마스 그레샴이 경제인으로 성장하기에 이만한 도시가 없었습니다. 그레샴은 세계가 작동하는 경제 원리를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잉글랜드는 엄청난 혼란기였습니다. 국왕 헨리 8세가 교황이 자신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라 전체의 국교를 바꾸고자 했기 때문입니다(히코노미 11화 참조). 천년을 믿어 온 가톨릭을 억압하고, 개신교인 성공회를 새로운 국교로 바꾸는 대혼란. 헨리 8세는 가톨릭 교육의 산실이던 수도원까지 해체해 버립니다.
그레샴 가문은 위기에서 기회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졌습니다. 폐지된 수도원의 토지를 사들입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대혼란의 파고가 잠잠해지면 물밑에 숨어있던 대어(大漁)를 낚을 수 있음을. 예감은 적중합니다. 종교분쟁의 혼란이 잦아지자 땅값과 건물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과부와 결혼한 1등 신랑감
“이 여인과 결혼하겠습니다.”
토마스 그레샴. 그의 나이 어느덧 24살이었습니다. 앤트워프와 런던을 왔다 갔다 하는 바쁜 삶. 아버지와 삼촌은 그에게 결혼을 권합니다. 애가 둘 딸린 과부 앤 퍼넬리였습니다. 남 부러운 것 없는 집안에서 훤칠한 아들을 과부에게 장가보내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앤 퍼넬리의 전 남편이 런던에서 알아주는 상인 윌리엄 리드였기 때문입니다.
윌리엄이 이른 나이에 사망하자, 재빠르게 앤과 결혼을 추진합니다. 그녀의 재산을 그레샴 가문의 사업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레샴 가문에겐 결혼도 비즈니스의 일환이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그레샴은 결혼을 철저히 사업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앤 퍼넬리와 아들 하나 낳은 뒤부터는 주로 앤트워프에 거주합니다. 새신부를 런던에 홀로 둔 채였습니다. 정부(情婦)를 두고 쾌락을 탐하기도 했습니다. 그레샴은 정부와의 사이에서 딸 앤 그레샴을 낳습니다. 또 다른 정부가 임신했을 때는 자신의 책임을 피하고자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버릴 정도로 나쁜 남자였습니다.(펌글)
첫댓글 귀한 글 올리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아는 죤 그리샴 (John Grisham)이 있는데 성이 같은 걸 보니
후손이 아닌가 웃으며 생각해 봅니다. 그의 소설 중에서 펠리칸 브리프 나 레인 메이크는 법을 공부한 변호사로서
쓸 수있는 잘된 책이지요. 하여튼 상반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택없는 댓글을 썼습니다. 즐겁고 건강한 목요일 되십시요~
감사합니다 ^^
좋은날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