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신인 지명회의에 임한 각 구단의 지명 전략과 특징, 각 선수별 스카우팅 리포트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다룰 팀은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 신생팀 KT 위즈다.
이제는 마운드 세대교체다 - SK 와이번스
2007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한 SK. 영광의 시간은 길고 달콤했으나 그 뒤에는 그늘도 있었다. 빼어난 팀 성적 덕분에 매년 신인 드래프트 때마다 지명 차례는 맨 나중에야 돌아왔던 것. 게다가 2011년부터는 신생팀 창단으로 지명 순번이 더욱 뒤로 밀려났다. 올해도 2차 지명에서 SK의 차례는 10팀 중 8번째. 배병옥 같은 5툴 플레이어나 하영민-문동욱 등 ‘즉전감’ 선수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1라운드에서 배재환이나 문동욱도 생각했지만 앞에서 빠져나갈 확률이 높았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래서 생각한 선수가 박규민과 안규현이다. 즉시전력보다는 미래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고 박규민을 먼저 지명했다.” 허정욱 SK 스카우트 팀장의 설명이다.
광주동성고 에이스 박규민은 올해 열린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눈부신 호투로 팀을 4강까지 이끈 주역. 빼어난 신체조건과 위력적인 직구가 장점이다. 컨트롤만 다듬으면 에이스급으로 성장할 포텐셜을 갖췄다. 2라운드에서 택한 유서준도 고교 유격수 중 운동능력만큼은 최고 수준. 공격력과 빠른 발, 체격 등 좋은 자질을 고루 갖고 있다. 수비만 조금 보강하면 대형 유격수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모든 걸 다 갖춘 선수보다는 한 두 가지 약점은 있더라도 그 외의 장점이 확실한 선수를 선택한 게 특징이다.
인하대 강속구 잠수함 박민호. 지난해 최고 145km/h의 위력적인 공을 언더핸드 폼으로 던졌다. 박민호를 지명하며 SK는 1차 지명을 두 번 한 셈이 됐다. 리얼리?
3라운드에서는 인하대의 잠수함 에이스 박민호를 지명했다. 박민호는 원래 SK가 1차 지명 대상으로 유력하게 검토했던 선수. 허정욱 팀장은 “고교 때부터 지켜봤고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라며 “워낙 인성이 좋은 선수다. 자기관리도 잘 하고 생각도 깊은 선수라, 마음 같아서는 1차 지명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우리 차례까지 돌아왔다”고 했다. 1차 지명이 무산된 이유는 어깨 염증으로 올해 내내 부진했기 때문. 에이스로서의 책임감과 4학년의 부담감에 무리하게 경기 출전을 강행한 게 악수였다. 심각한 부상이 아닌 단순 염증인 만큼 어느 정도 휴식과 재활을 거치면 정상적인 피칭이 가능한 상태. SK에선 3학년 때 보여줬던 무시무시한 구위만 되찾으면 프로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민호 외에도 7라운드에서 지명한 야탑고 이승진도 1차 지명 후보 중 하나였던 선수. 올해 부상으로 부진했지만 140km/h 후반대 공을 던질 수 있는 재능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SK로서는 1차 지명을 세 번이나 하게 된 셈. 1차 지명 당시에는 ‘악재’였던 이들 연고 유망주들의 부진이 2차 지명에서 ‘호재’가 되어 돌아온 셈이다.
한편 5라운드에서 SK의 선택에 지명회의 행사장에는 큰 환호성이 울렸다. 진흥고 출신으로 미국야구에 도전했다 돌아온 정영일을 과감하게 지명한 것. 이 또한 현재 기량보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지명이다. 허정욱 팀장은 “지난달 공개 트라이아웃 때 모습만 봐선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라 했다. 당시 스카우트들은 ‘빠른 볼 구속이 140km/h를 밑돌고 제구도 들쭉날쭉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그때의 모습이 정영일이 가진 능력의 100%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상당기간 혼자서 몸을 만들고 연습했기에 아무래도 체계적인 훈련을 하기 어려웠을 거다. 과거에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는지는 다들 봐서 알고 있지 않나. 예전 기량을 어느 정도 회복하면 전력에 도움이 될 선수라고 판단했다.” 허 팀장의 얘기다. SK는 정영일을 지명회의 직후 재활군에 합류시킨 상태다. 만약 정영일이 SK 유니폼을 입고 재기에 성공한다면, 프로야구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갖게 된다. 이런 스토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SK 지명 선수 중에는 가진 재능에 비해 유독 올해 들어 부진했던 선수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4라운드에서 뽑은 이진석(충암고)이 대표적인 예다. 충암고 1학년 때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이진석은 고교야구의 대표적인 호타준족 외야수. 올해 타격 밸런스 붕괴로 슬럼프에 시달린 끝에 4라운드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박민호와 이승진도 마찬가지. 허 팀장은 “졸업반 해의 부진은 대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원인”이라며 “올해 부진했지만 1, 2학년 때 워낙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선수들이라 충분히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아마추어 선수는 어차피 프로에서 통하려면 2~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충암고 이진석. 올해 부진하긴 했지만 1, 2학년때는 고교 외야수 중 최상급의 실력을 발휘했다. 올해 SK 지명 선수 중에는 이처럼 재능에 비해 '고3병'으로 부진했던 선수가 많다.
SK는 매년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해온 강팀. 항상 이기는 게임을 추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어린 선수들은 좀처럼 1군에서 뛸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한국 프로야구 특성상 성적을 포기하고 리빌딩에만 올인할 수도 없는 일. 다행히 올해는 이명기, 한동민, 조성우 등의 신예들이 등장하며 타선 쪽에서는 어느 정도 세대교체의 실마리를 찾은 상태다. 반면 문승원, 여건욱 등 기대를 모았던 투수 유망주들은 아직 1군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습. 이제는 투수 쪽에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힘을 보탤 차례다. SK가 올해 지명한 투수들은 다들 에이스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 올 한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 이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고 빠르게 제 기량을 되찾는다면, SK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SK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동성고 박규민 (투수, 우투우타, 183cm/77kg) 2013년 14경기 3승 4패 65.1이닝 63탈삼진 평균자책 3.17
투수로는 이상적인 신체조건을 갖췄다. 올해 기록한 최고구속은 147km/h. 긴 팔을 채찍질하듯 휘둘러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직구가 위력적이다. 커브와 체인지업도 수준급. 허정욱 팀장은 “몸이 유연하고 손목 임팩트가 강하다”며 “다이내믹한 투구 동작에서 나오는 빠른 볼과 낙차 큰 커브 조합은 타자가 공략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올해 초만 해도 컨트롤 불안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을 찾는 모습. 투구 밸런스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경기 운영이나 위기관리 능력은 많은 실전 경험을 쌓으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 허정욱 팀장은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어 대형 투수로 성장이 기대된다”며 “미래 팀의 선발투수감”으로 지목했다.
동성고 에이스 박규민. 140km/h 중반대의 날카로운 직구와 커브 조합이 위력적인 미래 에이스감이다.
2라운드 : 성남고 유서준 (유격수, 우투우타, 180cm/75kg) 2013년 16경기 69타수 25안타 1홈런 12타점 14도루 0.362 / 0.416 / 0.594
공수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대형 유격수감. 1루까지 4초 초반대로 고교 유격수 중 가장 빠른 발을 자랑한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와 도루 센스도 겸비했다. 허정욱 팀장은 “빠른 발이 매력적인 선수”라며 “여기에 고교생 답지 않게 플레이에 힘도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타석에서는 짧고 간결한 스윙을 바탕으로 정확성 높은 타격이 장점. 올해 타율 .362에 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모 스카우트는 “손목을 잘 사용하는 타자”라며 “변화구에 대한 대처도 뛰어나다”고 했다. 다만 유격수 수비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포구와 송구 모두 안정되어 있고 수비범위도 넓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다른 스카우트는 “발놀림이 느려서 좌우 타구 대처가 떨어진다”고 하기도 한다. 유서준은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주로 외야수로 출전했다. 이 때문에 아직 유격수로서 민첩성이나 송구에 다소 미흡한 면이 있는 게 사실. 그러나 갖고 있는 재질로 볼 때 많은 연습량을 소화하고 경기 경험을 쌓는다면 분명 뛰어난 유격수가 될 수 있는 선수다. 팀 상황에 따라서는 2루수로도 키워볼 만하다.
성남고 유격수 유서준. 빠른 발과 타자로서의 재능은 고교 유격수 중 최상위권이다.
3라운드 : 인하대 박민호 (투수, 우투우타, 185cm/95kg) 2013년 11경기 2승 3패 40.1이닝 16탈삼진 평균자책 4.05
잠수함 강속구 투수. 3학년인 지난해 최고 145km/h의 무시무시한 직구를 서브마린 투구폼으로 뿌려대며 인하대의 하계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잠수함 투수답게 볼끝의 움직임이 현란하고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평균 이상의 제구력을 갖췄다. 풍부한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관리와 주자 견제도 뛰어나다는 평가. 모 스카우트는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며 “프로에서 불펜 요원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투수”라고 했다. 그러나 4학년인 올해는 구속과 제구 모두 흔들리며 부진에 시달렸다. 허리 통증과 어깨 염증을 참고 마운드에 오른 게 원인이다. 다행히 어깨 부상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허정욱 팀장은 “재활만 잘 하면 잠수함 투수가 부족한 팀 상황상 내년 1군 즉시전력도 가능한 선수”라며 “올해 지명 선수 중 가장 내년도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4라운드 : 충암고 이진석 (중견수, 우투우타, 185cm/77kg) 2013년 15경기 53타수 14안타 12타점 12도루 0.264 / 0.400 / 0.415
원래는 외야수를 뽑을 계획이 없던 SK지만, 이진석 정도 선수가 4라운드까지 남아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진석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배병옥과 함께 고교 외야수 투톱을 이룬 기대주. 충암고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매년 3할대 타율에 수비와 주루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다. 모 스카우트는 “파워는 좀 약하지만 맞히는 능력이 좋고 변화구도 잘 대처한다”며 “타석에서 보여주는 집중력과 찬스에 강한 모습도 매력적”이라 했다. 1루까지 4초 초반에 끊는 빠른 발로 기습번트 안타, 내야안타도 종종 만들어낸다. 수비에서도 고교 외야수 중 정상급의 타구 판단 능력과 송구능력을 갖췄다. 올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탓에 극심한 ‘고3병’에 시달리긴 했지만 일시적인 부진일 가능성이 높다. 허정욱 팀장은 “팀내 외야 자원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우타 외야수는 김강민 외에는 확실한 선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부진하긴 했지만 그간 보여준 모습과 발전 가능성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할 경우 김광현과 최정의 팬 지분을 위협할 수 있는 선수다.
5라운드 : 前 LA 에인절스 정영일 (투수, 우투우타, 189cm/86kg) 2013년 기록없음
진흥고 시절 150km/h 강속구를 앞세워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미국 프로야구에 도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SK 유니폼을 입게 됐다. 트라이아웃 당시 스피드건에 찍은 구속은 139km/h에서 143km/h 사이. 기대에는 못 미치는 모습이었지만, 과거 보여준 대형 투수 자질과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보고 지명했다. 허정욱 팀장은 “체계적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그간의 경험을 더한다면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대구고 에이스 서동민. 직구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직구 구위와 명품 슬라이더를 무기로 올해 대구지역 3대 완투머신으로 활약했다.
6라운드 : 대구고 서동민 (투수, 우투우타, 187cm/90kg) 2013년 12경기 5승 4패 67.2이닝 59탈삼진 평균자책 1.59
상원고 이수민(삼성 1차 지명)의 26탈삼진 신기록 당시 상대투수. 이수민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치며 10회까지 2실점 9K로 완투했지만(투구수 126개) 대기록에 묻히고 말았다. 모 스카우트는 “올해 대구 지역에는 완투형 투수가 셋이나 된다”고 했는데 여기엔 이수민, 박세웅과 함께 서동민도 포함된다. 키 187cm에 몸무게 90kg으로 겉보기엔 150km/h를 던질 것 같은 체격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실제 구속은 130km/h 후반대. 투구 메커니즘을 조정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면 충분히 지금보다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자질은 있다. 모 스카우트는 “엉덩이 부상으로 러닝과 전반적인 훈련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이라 했다. 불같은 강속구는 없지만 대신 직구에 힘이 있고 움직임이 좋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슬라이더 하나만큼은 ‘명품’이라는 평이 많다. 대통령배에서 주전 멤버 전원이 나선 덕수고 타선을 1실점으로 막아낸 비결도 날카로운 슬라이더. 앞으로의 성장을 지켜볼 만한 재목이다.
7라운드 : 야탑고 이승진 (투수, 우투우타, 186cm/78kg) 2013년 13경기 2승 3패 22.2이닝 27탈삼진 평균자책 4.77
허정욱 스카우트 팀장은 이승진을 가리켜 “충분히 140km/h 후반의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올해 기록한 최고구속은 142km/h. 연초 오른쪽 어깨 염증으로 재활 치료를 받았고, 이런저런 잔부상에 시달리며 기대만큼의 구위는 보여주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체격조건과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 부드러운 팔 스윙 동작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슬라이더, 커브 등의 변화구의 각과 제구도 수준급. 모 스카우트는 “유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게 약점이다. 잔부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 했다. 그러면서도 “여러 장점이 많은 선수인 만큼 앞으로 발전성을 기대할 만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덕수고 중견수 나세원.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 준수한 배팅 파워를 갖춘 외야 기대주다.
8라운드 : 덕수고 나세원 (외야수, 좌투우타, 184cm/80kg) 2013년 22경기 68타수 17안타 1홈런 17타점 0.250 / 0.338 / 0.456
덕수고의 ‘토나오는’ 외야 수비를 이끄는 중견수. 빠른 발과 타구판단을 바탕으로 어려운 타구도 쉽게 잡아낸다. 자신감 넘치는 적극적인 허슬 플레이가 돋보인다. 안타성 타구를 과감하게 대시해 다이빙하며 걷어내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강한 어깨와 송구능력도 고교 외야수 중에서는 세 손가락에 든다. 덕수고 경기에서 상대가 주자 2루 중전안타 때 쉽게 홈에 들어오지 못하는 건 나세원의 왼쪽 어깨 때문. 타격에서는 배팅 파워가 좋고 찬스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변화구 대처와 타격 감각적인 면은 다소 떨어지는 편. 원래는 왼손잡이지만 타격은 우타석에서 하는 특이한 선수다. 야구계에 우타 외야수가 줄어드는 흐름을 간파하고 우타자로 전향했다고.
9라운드 : 휘문고 정선호 (외야수, 우투좌타, 180cm/73kg) 2013년 15경기 54타수 12안타 12타점 0.222 / 0.358 / 0.407
롯데 정민태 투수코치의 아들. 컨택트 능력과 안정감 있는 외야 수비가 장점이다. 송구 능력도 평균 이상. SK의 지명을 받았지만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유는 아버지처럼 투수를 하기 위해서. 4년 뒤의 모습을 기대해 보자.
10라운드 : 휘문고 김성민 (투수, 우투우타, 192cm/90kg) 2013년 4경기 1승 무패 14이닝 9탈삼진 평균자책 1.93
192cm의 장신 투수. 큰 키에서 내리꽂는 볼의 각도가 좋고 직구에 힘이 있다. 변화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대학 진학 예정이다.
더욱 두터워진 마운드, 내야 백업 요원까지 확보한 삼성
“이번 신인 지명회의 목표는 첫째는 투수, 둘째는 유격수였다. 투수와 유격수가 수적으로 부족해서 그 둘을 목표로 삼고 지명회의에 임했다. 목표대로 된 것 같아 만족한다.”
삼성 최무영 스카우트 팀장의 얘기다. 최강의 마운드와 정상급 유격수를 보유한 1위 팀 삼성이 선수가 부족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자세히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단 삼성 마운드는 올해 점진적인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권오준, 정현욱 등 핵심 불펜 요원이 전력에서 빠져나갔고 그 자리를 심창민, 백정현 등 젊은 투수들로 대체했다. 마운드의 안정감이 확실히 예년보다는 떨어지는 상황. 결국 시즌 후반에는 다시 베테랑인 권혁과 신용운이 중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 선수들의 특성상 한 시즌 잘하다가도 다음 시즌에는 어떤 모습으로 돌변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내년 시즌을 생각해서라도 빠르게 1군 마운드에 기여할 수 있는 투수를 확보하는 게 급해졌다. 이에 1라운드에서는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 안규현을,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는 대학 에이스로 활약한 박제윤과 배진선을 지명해 좌완-우완-사이드암을 하나씩 보강했다.
유격수 자리도 주전으로는 김상수가 버티고 있지만 뒤를 받칠 선수가 부족하다. 올해 김상수가 빠진 동안 2군에서 정현을 올린 건 원래 삼성의 계획에는 없던 일. 한 삼성 관계자는 “정현은 장기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명한 선수”라며 “지금은 1군에 있어도 백업 멤버밖에는 하지 못한다. 2군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게 해서 미래 주전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라 했다. 최무영 스카우트 팀장은 “올해 유격수를 뽑은 건 당장 필요한 백업 요원 확보가 목적”이라 했다. 2라운드에서 지명한 효천고 박계범은 강한 어깨와 안정감 있는 수비력을 갖춘 수준급 유격수 요원. 고졸이지만 1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치면 수비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다. 타격에서도 힘만 키우면 충분히 주전 자리를 위협할 만한 재질은 갖고 있다. 5라운더 김재현도 유격수는 물론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과거 조동찬이 그랬듯이 여러 포지션에서 팀의 전력 누수를 메워줄 수 있는 유형이다.
삼성의 올해 1차지명자 이수민(가운데)과 2차 1라운드 지명 안규현(우측), 그리고 한화 지명선수 조영우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1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투수와 유격수를 집중 보강한 삼성은 6라운드부터는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고교 좌완 중 상위권에 속하는 구준범과 발빠른 외야수 최선호, 성균관대에서 배터리를 이룬 홍유상과 김희석, 타격 재능이 뛰어난 백승민 등이 차례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저마다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어 장기적으로 키워볼 만한 선수들. 당장 필요한 선수 확보에만 치중하지 않고 팀의 미래까지 준비하는 데서 ‘지속 가능한 강팀’ 삼성의 강점이 잘 나타난다. 최무영 스카우트 팀장은 이번 드래프트에 대해 “매번 지명 순번이 뒤쪽이라 예측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원하는 선수를 90퍼센트 정도는 뽑은 것 같다. 팀의 필요에 맞는 선수들을 뽑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삼성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덕수고 안규현 (투수, 우투우타, 183cm/75kg) 2013년 11경기 3승 무패 30.1이닝 31탈삼진 평균자책 1.18
심창민과 함께 삼성의 옆구리를 책임질 강속구 사이드암 투수. 최고 144km/h의 위력적인 빠른 볼로 타자를 압도하는 타입이다. 모 스카우트는 “공을 때릴 줄 아는 투수다. 구위가 워낙 좋고 볼의 움직임도 좋아 공략이 쉽지 않다”고 했다. 유연성도 뛰어나서 체중을 늘리고 힘만키우면 140km/h 후반대 구속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직구 컨트롤도 수준급.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 위주의 공격적인 피칭을 즐기는 투수라 4사구를 잘 내주지 않는 편이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공을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가져갈 줄 아는 선수”라고 했다. 사이드암 투수치고는 슬라이드 스텝이나 번트수비 등의 움직임도 좋은 편이다.
약점이라면 변화구 제구력. 2학년인 지난해에는 슬라이더가 구위와 제구 모두 뛰어났지만, 올해 들어 이상하게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대회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세계청소년야구 대표팀에서 장충고 송민수 감독의 집중 지도를 받으면서 변화구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최무영 스카우트 팀장은 “투구밸런스와 기본기가 잘 갖춰진 투수”라며 “힘만 좀 붙으면 불펜에서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선수다. 장기적으로 보면 선발투수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효천고 유격수 박계범. 강한 어깨와 탄탄한 수비 기본기를 갖춘 선수다. 타격에서도 잠재력이 풍부해서 프로에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2라운드 : 효천고 박계범 (유격수, 우투우타, 178cm/70kg) 2013년 19경기 65타수 19안타 1홈런 11타점 10도루 0.292 / 0.403 / 0.385
모 스카우트는 “올해 고교 유격수 중 최고의 어깨는 박계범”이라 했다. 이따금 투수로 마운드에 서면 140km/h가 넘는 빠른 볼을 던진다. “워낙 어깨가 좋아 3유간으로 빠지는 타구에도 노스탭으로 1루까지 송구할 수 있는 선수다. 송구 정확성도 뛰어나다.” 모 스카우트의 얘기다. 순발력과 발놀림도 좋고 타구에 대한 반응도 빨라서 어려운 타구를 편안하게 처리한다. 그렇다고 수비에만 특화된 반쪽 선수는 절대 아니다. 타격에서는 뛰어난 컨택트 능력과 강한 손목힘을 바탕으로 질 좋은 타구를 꾸준하게 만들어 낸다. 발도 빠른 편이지만 무엇보다 주루 센스와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나 재치있는 플레이를 자주 선보인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몸에 근력을 키우고, 수비에서 볼 핸들링이 약간 뻣뻣한 약점만 극복하면 좋은 내야수가 될 재목”이라 했다. “야구에 대한 ‘감’이 있는 선수다.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속에는 누구보다 열정과 근성이 넘치는 매력적인 선수”라는 평가다.
경남대 박제윤. 영화 [굿바이 홈런] 멤버다. 묵직한 빠른 볼을 무기로 대학 에이스로 멋진 활약을 펼쳤다.
3라운드: 경남대 박제윤 (투수, 우투우타, 189cm/95kg) 2013년 13경기 2승 2패 57.2이닝 44탈삼진 평균자책 2.17
KIA가 지명한 김영광(홍익대)과 함께 영화 [굿바이 홈런] 주연배우 출신이다. 꿈을 향해 쏘아올린 작은 공이, 4년의 시간이 흘러 프로야구 3라운드 지명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지난해부터 경남대 에이스 투수로 꾸준히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다. 빠른 볼 최고구속은 144km/h. 여기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의 기본 4종 세트를 모두 구사한다. 모 스카우트는 “우수한 체격조건에서 나오는 묵직하고 움직임이 좋은 직구가 장점이다. 변화구의 각도 좋지만, 무엇보다 변화구를 언제 어떻게 던져야 효과적인지 잘 알고 구사한다”고 했다. 완급조절과 경기 운영 능력이 워낙 좋아 프로에서도 중간계투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그다지 섬세하지 못한 제구력은 보완해야 할 과제.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투구폼이 부드러운 타입은 아니라 제구가 종종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4라운드 : 원광대 배진선 (투수, 좌투좌타, 178cm/79kg) 2013년 8경기 2승 2패 25.2이닝 27탈삼진 평균자책 3.12
대학야구의 배리 진토. 좌완에서 던지는 최고 140km/h의 빠른 볼과 낙차 큰 커브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삼성 스카우트는 “키는 크지 않지만 공을 던지는 타점이 높고 타이밍 잡기가 까다로운 스타일”로 소개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올해 활약한 KIA 임준섭이 떠오르는 유형”이라며 “구속에 비해 힘있는 공을 던지고 커브 구사 능력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직구-커브 위주의 단순한 레퍼토리만 갖고는 프로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제3의 구종 개발이 절실하다. 또 공의 높낮이 조절에도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삼성에서는 좌완 릴리프로 통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원광대 좌완 배진선. 높은 데서 떨어지는 직구와 커브 조합이 중간계투 요원으로 좋은 피칭을 기대하게 한다.
5라운드 : 한양대 김재현 (유격수, 우투우타, 176cm/75kg) 2013년 13경기 39타수 10안타 3타점 7도루 0.256 / 0.474 / 0.308
수비만으로 보면 즉시전력감이다. 모 스카우트는 “몸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며 “수비 자세가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손놀림과 센스, 송구능력 등을 고루 갖춘 좋은 내야수”라고 평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다. 타격에서도 컨택트 능력이 우수하고 특히 밀어치는 타격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 번트 등 팀플레이와 작전 수행 능력이 준수하다. 허나 파워가 약해 장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체 위주의 타격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 일단 팀의 기대치는 백업 유격수지만, 선수 본인까지 자신의 한계를 미리 백업으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6라운드 : 배명고 구준범 (투수, 좌투좌타, 178cm/75kg) 2013년 10경기 3승 2패 32.1이닝 38탈삼진 평균자책 2.22
NC 이승호를 쏙 빼닮은 고교 좌완 투수. 올해 배명고 에이스로 여러차례 인상적인 호투를 선보였다. 모 스카우트는 “키는 좀 작지만 유연하고 매끄러운 투구 동작이 장점”이라며 “안정적인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올해 최고구속은 136km/h. 변화구로는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삼성 스카우트는 “타자와 수싸움을 잘 하고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투수다. 우타자 몸쪽 승부와 공격적인 볼 배합도 돋보인다”고 했다. 단 체구가 왜소하고 근력이 약해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변화구도 날리는 느낌을 준다. 체중을 좀 더 늘리고 힘을 키워서 빠른 볼의 스피드를 140km/h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최무영 스카우트 팀장은 “소위 말하는 예쁘게 던질줄 아는 좌완투수”라며 “불펜 요원으로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명고 에이스 구준범. 체구는 작지만 안정적인 컨트롤을 무기로 자신감 넘치는 피칭을 펼친다.
7라운드 : 동의대 최선호 (외야수, 좌투좌타, 180cm/72kg) 2013년 18경기 72타수 20안타 5타점 6도루 0.278 / 0.333 / 0.333
대학야구 외야수 중 빠른 발로는 첫손에 꼽힌다. 타석에서 1루까지 4초에 내달린다. 삼성 스카우트는 “빠른 발을 활용한 도루와 주루플레이 능력이 뛰어나다”며 “주루 센스가 좋고 기습번트안타를 노려볼 수 있는 선수”라 했다. 컨택트 능력도 평균 이상. 특히 밀어치기에 재능이 있다. 많은 안타와 높은 타율을 기대해볼 만한 선수다. 외야에서도 타구에 대한 첫 스타트가 빠르고 수비범위 또한 넓다는 평가가 많다. 대신 어깨가 약해 송구능력은 떨어지는 편.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통해 약점을 만회할 필요가 있다. 대주자와 대수비로 활용가치가 높아 오히려 앞에서 뽑힌 선수들보다 1군 진입이 빠를 수도 있다.
8라운드 : 성균관대 김희석 (포수, 우투우타, 183cm/82kg) 2013년 13경기 38타수 10안타 4타점 0.263 / 0.391 / 0.263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 요원이다. 포구 능력이 좋고 바운드볼 블로킹과 투수 리드에도 강점이 있다. 한 스카우트는 “투수들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주는 포수다. 투수들의 선호도가 높은 포수 유형”이라 했다. 어깨가 강하지는 않지만 볼을 빼는 속도가 빠르고 송구가 정확해 도루저지도 무난하게 해낸다. 타격에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깨와 팔꿈치, 허리 등 부상 경력이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
성균관대 홍유상. 고교 시절 보여준 잠재력을 대학에서는 완전하게 펼쳐 보이지 못했다. 프로 지명이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까.
9라운드 : 성균관대 홍유상 (투수, 우투우타, 182cm/84kg) 2013년 8경기 1패 16.2이닝 11탈삼진 평균자책 3.71
힘 있는 직구를 무기로 공격적인 피칭을 구사하는 투수다. 키는 크지 않지만 근육질의 단단한 몸에서 나오는 최고 144km/h대 빠른 볼이 위력이 있다. 모 스카우트는 “투구폼이 간결하고 공을 때릴 줄 아는 투수로 묵직한 구위가 장점”이라 했다. 주자 견제와 수비 능력도 수준급이다. 반면 강력한 구위에 비해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너무 힘에 의존한 피칭을 하다보니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제구력의 편차가 큰 편”이라 했다. 확실한 장점이 있는 만큼 제구 문제만 어느정도 해결되면 불펜에서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다.
10라운드 : 영남대 백승민 (1루수, 좌투좌타, 185cm/80kg) 2013년 18경기 60타수 22안타 13타점 0.367 / 0.466 / 0.550
빼어난 타격 능력을 자랑하는 좌타 1루수. 큰 키에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체형이다. 빠른 배트 스피드와 간결한 스윙, 좋은 타격 밸런스를 바탕으로 질좋은 타구를 만들어 낸다. 삼성 스카우트 관계자는 “타격 타이밍이 좋은 스프레이 히터”라고 소개했다. 1루 수비력도 수준급. 단 아직까지는 좋은 체격조건에 비해 장타력이 약간 아쉬운 편. 높은 타율만으로는 기존 삼성 1루 자원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팀 전력의 골격을 완성한 KT 위즈
올해 처음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KT는 우선지명과 1차 지명을 통해 고교 최고 투수 세 명부터 확보한 상태. 이에 2차 지명에서는 내년 시즌 팀의 라인업을 구성할 포지션 플레이어를 집중적으로 선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찬관 스카우트 팀장도 “상위 라운드에서는 선수단 구성에서 가장 중요 포지션인 센터라인을 보강할 계획이었다”며 “투포수와 유격수 등 내야를 먼저 뽑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KT는 17장의 지명권 중 10장을 포수와 내외야수를 뽑는데 사용했다. 특히 1라운드 직후 특별지명에서는 3루수(문상철) - 포수(안승한) - 2루수(김병희) - 유격수(심우준) - 포수(안중열)을 차례로 지명해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충원했다.
특히 9라운드 장현진(성균관대)까지 포수만 세 명을 뽑은 점이 눈에 띈다. 신생팀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포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 조찬관 팀장은 “포수 지명만큼은 조범현 감독님의 의견이 반영됐다”며 “감독님이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포수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 결과 대학 포수 중에는 안승한이 높게 평가받았고 송구능력이 좋은 안중열도 합격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범현 감독은 과거 쌍방울 코치 시절 고졸 신인인 박경완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포수로 키워낸 바 있다. KT 관계자도 “우리 팀은 포수만큼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조범현 감독의 지도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프로야구를 뒤덮은 포수 기근을 자체 육성을 통해 돌파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한편 대졸과 고졸 포수를 하나씩 뽑은 것도 이유가 있다. “대졸을 두 명 뽑으면 군입대 등으로 한꺼번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대졸과 고졸이 하나씩 있으면 한 명이 군에 입대하더라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조 팀장의 설명이다.
KT는 2차 1라운드에서 동국대 사이드암 고영표를 지명했다. 그리고 이어진 특별지명에서는 5명의 포수와 내야수를 지명해 팀 전력의 틀을 마련했다.
특별지명권 5장을 전부 야수에게 사용한 것과 달리, 그 외 상위 5라운드까지는 투수력을 보강하는데 주력했다. 1라운드에서는 동국대 사이드암 고영표를 가장 먼저 호명했고, 특별지명 이후 2라운드에서는 군산상고 좌완 조현명을 택했다. 또 4라운드에서는 고교 사이드암 안상빈을, 5라운드에서는 세한대 우완 양형진을 발탁했다. 7라운드에서 뽑은 단국대 이영준까지 이번 2차 지명에서 뽑은 좌완투수만 세 명, 고영표-안상빈 등 사이드암 투수는 두 명으로 투수진의 전체적인 구성을 고려한 점이 눈에 띈다. 주영범 단장은 “장래에 실력으로 피어날 수 있을만한 선수들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성적이나 이름값보다는 잠재력에 중점을 두고 지명했다는 얘기다. 실제 KT가 택한 고영표, 문상철, 안중열, 조현명, 안상빈 등은 올해 초까지 1차 지명 대상으로 거론된 재능 넘치는 선수들. 올 한해는 부상과 부진으로 조금씩 순위가 하락하긴 했지만, 프로에서 체계적인 지도를 받고 컨디션만 회복한다면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KT는 5라운드 이후에는 실력 외에도 또 하나의 평가 기준을 갖고 선수를 찾았다. 조찬관 팀장은 “하위 라운드에서는 선수들 간의 실력에 큰 차이가 없는 편”이라며 “그래서 같은 실력이라면 좀 더 열정과 근성이 있고 품성이 좋은 선수를 찾으려 했다”고 밝혔다. 주영범 단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동료들과 잘 융화해서 열심히 훈련할 수 있는 선수, KT가 추구하는 야구를 함께 따라가 줄 수 있는 선수를 찾았다. 선수의 인성을 많이 고려했다”고 했다. 이제 프로야구에서 신인 선수가 곧바로 적응해서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는 갈수록 드물어지는 추세. 짧으면 2~3년부터 길게는 6~7년 동안 퓨처스리그와 1-2군을 오가는 생활을 참고 견뎌낼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런 준비 과정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근성, 인내심, 좋은 인성 없이는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KT가 선수의 기량과 함께 야구를 대하는 태도와 품성을 중요하게 살펴본 이유다.
KT는 창단 첫 드래프트를 위해 5명으로 구성된 스카우트 팀이 부지런히 전국을 누볐다. 주영범 단장은 “경기만 본 게 아니라 선수 소속 학교 감독의 의견도 들어보고, 주위 사람들의 평가도 들었다”며 다면적인 선수 평가가 이뤄졌다고 알렸다. 스카우트 팀 구성도 공을 들인 부분이다. 우선 기존 프로 구단에서 오랜 기간 스카우트로 역량을 발휘한 조찬관 팀장과 노춘섭 스카우트를 영입해 경험과 전문성을 채웠다. 그 결과 신생팀이 스카우트 실무와 드래프트에서 자칫 경험하기 쉬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아마야구 사정에 밝은 기존 대학-고교팀의 감독과 코치 출신들을 스카우트로 기용해 현장성을 더했다.
KT 스카우트팀은 단순히 선수를 뽑는데 그치지 않고, ‘애프터서비스’까지 확실하게 할 계획이다. 조찬관 팀장은 “선수들과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프로선수로서의 자세나 코칭스태프와 대화하는 방법, 정신적인 동기부여 등을 심어줄 계획”이라 했다. “그런 토대를 만들어 놔야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선수, 야구 좀 잘한다고 삐뚤어지는 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창단 첫 해이고 신인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잘못하면 오합지졸이 되기 쉽다. 선수들에게 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KT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조 팀장의 얘기다. 선수 스카우트와 육성의 원활한 연계를 도모하는 모습에서 ‘준비된 신생팀’ KT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KT 주요 지명선수 리포트 1라운드 : 동국대 고영표 (투수, 우투우타, 187cm/92kg) 2013년 14경기 7승 1패 52.1이닝 32탈삼진 평균자책 2.60
대학야구 최고의 옆구리 투수. 1학년 때부터 주축 투수로 활약하며 동국대를 여러 차례 우승으로 이끌었다. 사이드암 투수로는 큰 키에 날렵한 체형, 긴 팔을 바탕으로 최고 140km/h의 빠른 볼을 구사한다. 모 스카우트는 “팔로스로우가 좋고 공을 놓는 포인트가 일정해서 안정적인 제구력을 보여준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모두 각도가 크고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안다”고 했다. 특히 싱커성으로 가라앉는 직구의 움직임이 좋아 타자들이 공략하는데 애를 먹는다. 큰 경기 경험이 많아 경기 운영이나 위기관리 능력도 빼어나다는 평. 다만 대학에서 워낙 많은 공을 던진데다 하체보다는 상체 위주의 투구폼이라 부상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큰 활약이 기대됐지만 잔부상으로 예년만큼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는 못했다. 조찬관 팀장은 “사이드암이지만 선발투수로의 능력도 갖춘 투수”라며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다”고 했다. KT가 지명한 선수들 중 가장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
고려대 유격수 문상철. 배명고 시절 두산의 상위 지명을 받았지만 더 큰 목표를 갖고 대학행을 선택했다. 강민국과 함께 대학 최고의 내야수로 통한다.
특별지명 : 고려대 문상철 (내야수, 우투우타, 184cm/85kg) 2013년 13경기 44타수 13안타 3홈런 11타점 10도루 0.295 / 0.404 / 0.500
대학 야수 중 강민국(동국대, NC 지명)과 함께 ‘즉시전력감’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그만큼 공수주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이 있는 선수다. 타격에서는 컨택트 능력은 물론 강한 손목 근력을 바탕으로 장타를 쳐낼 능력도 갖췄다. 올해도 안타 13개 중 3개가 홈런이었다. 경기에서 발휘하는 집중력이 좋고 찬스에도 강한 ‘해결사’ 타입이다. 내내 부진하다가도 중요한 찬스에서는 꼭 한 방을 때려내곤 한다. 발도 빠르다. 우타자임에도 타석에서 1루까지 4초 초반에 질주한다. 주루 센스와 판단력이 좋아 단독도루가 가능한 선수다. 수비에서는 유격수와 3루수를 주로 소화하며, 대체로 안정적인 수비와 송구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다만 프로에서는 유격수보다는 3루수가 적합하다는 평도 있다. 모 스카우트는 “유격수를 보기엔 체구가 크고 발놀림도 약간 떨어진다”며 “3루에서 타격을 살리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조찬관 팀장도 “본인이 유격수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경우에 따라 3루수 또는 외야수로 갈 수 있다”고 했다. 과묵하고 차분한 성격이다. 오승환보다도 표정 변화가 적다.
특별지명 : 동아대 안승한 (포수, 우투우타, 179cm/85kg) 2013년 14경기 46타수 13안타 9타점 4도루 0.283 / 0.404 / 0.413
KT가 영남대 김민수와 마지막까지 저울질한 끝에 선택한 포수다. 기자회견에서 “발빠른 포수, 도루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포수로는 드물게 좋은 주력을 갖춘 선수다. 조찬관 팀장은 “상하체 근육이 고루 발달했고 탄력이 좋은 몸을 갖고 있다”며 “타격과 주력이 좋은 포수”라고 소개했다. 빠른 스윙 스피드와 배팅 파워가 강점으로 공격형 포수로 발전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 다만 변화구 공략과 정확성을 지금보다는 키워야 한다. 포수 수비에 대한 평가도 괜찮다. 모 스카우트는 “포구와 송구 등 포수로서의 능력이 안정적이다. 도루 저지 능력을 갖췄다”며 “유연성과 블로킹 능력을 키운다면 더 좋은 포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항상 파이팅 넘치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도 장점. 조용한 성격의 안중열과 분명하게 대조된다. 조범현 감독에 대한 생각을 묻자 “감독님의 포수 훈련과 운동량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며 자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서 박경완에게 물어보고 나면 생각이 좀 바뀔지도 모른다.
동아대 포수 안승한. 포수로는 빠른 발과 준수한 공격력이 강점이다. KT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포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
특별지명 : 동국대 김병희 (2루수, 우투우타, 180cm/85kg) 2013년 17경기 59타수 18안타 12타점 0.305 / 0.449 / 0.424
대학 최강 동국대 내야진의 일원. 조찬관 팀장은 “마음 같아서는 동국대 내야수들은 다 뽑고 싶었다”고 했다. 그만큼 동국대 내야수들이 공수에서 탄탄한 기량을 갖췄다는 얘기다. 조 팀장은 “기량도 좋지만 무엇보다 김병희가 맘에 들었던 건 성격”이라며 “팀의 주장으로서 보여준 성실함과 경기를 차분하게 풀어가는 모습, 야구 센스 등이 우리 팀과 잘 맞는다고 봤다”고 밝혔다. 뛰어난 컨택트 능력을 갖춘 타자다. 모 스카우트는 “배트 스피트가 빠르고 스윙 궤도가 좋다. 타격시 중심축이 튼튼해서 변화구에도 잘 대처한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타격을 하는 것도 장점”이라 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파워는 좀 약하지만 정확성이 뛰어나다. 빠른 볼에 특히 강점이 있고 노림수가 좋은 타자”라고 설명한다. 1루까지 4초 초반에 내달리는 빠른 발과 적극적인 주루플레이, 루상에서의 상황판단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 수비에서도 유격수 출신답게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타구처리 능력을 보여준다. 단 수비에서는 앞으로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모 스카우트는 “포구 자세가 높고 볼 핸들링이 부드럽지가 못하다. 발놀림도 빠르지 않은 편이라 좌우 수비폭이 좁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재능과 훈련 태도,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워낙 좋은 선수라 프로에서 맹훈련을 거치면 충분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고 심우준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청소년대표팀에서 쟁쟁한 동료들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특별지명 : 경기고 심우준 (유격수, 우투우타, 183cm/75kg) 2013년 19경기 73타수 26안타 1홈런 14타점 9도루 0.356 / 0.407 / 0.493
고교 정상급 유격수. 이번 세계청소년야구 대표팀에서도 숱한 라이벌들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수비범위가 넓고 송구능력이 탁월한 선수다. 다리 움직임도 민첩하고 타구판단 능력도 뛰어난 매력적인 유격수”라고 평했다. 다만 수비시 포구자세가 높고 송구할 때 팔 스윙이 크다는 게 보완할 점이다. 타격에서도 장점이 많은 선수다.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이 좋고 빠른 볼은 물론 변화구에도 잘 대처한다. 앞의 스카우트는 “스윙이 짧고 빠르게 나운다. 스윙 궤도도 좋고 팔로스로우도 좋다. 거포형 체격은 아니지만 손목힘이 좋아 장타를 때려낼 잠재력도 갖췄다”고 했다. 도루 능력과 주루 센스까지 겸비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야구 센스가 좋고 고교 선수치고는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좀 더 근성과 적극성만 갖춘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적을 받은 이후로는 언제나 1루까지 전력을 다해 뛰는 모습이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자세는 좋은 선수로 가는 지름길이다.
특별지명 : 부산고 안중열 (포수, 우투우타, 178cm/80kg) 2013년 12경기 41타수 8안타 5타점 0.195 / 0.220 / 0.358
고교 포수 랭킹 1위. 부산고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세계청소년대표팀에 뽑혔다. 공격형보다는 수비형에 가깝다. 작은 체구지만 민첩한 몸놀림을 자랑하며 캐칭, 블로킹, 풋워크, 투수 리드 등 전반적인 포수 수비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는다. 2루 송구 능력도 수준급.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는 물론 2루까지 공을 던지는 시간이 2초 안팎으로 매우 빠른 편이다. 부산고와 대표팀 주장으로 리더십도 있고, 겉보기엔 조용한 성격이지만 강한 승부욕과 근성이 있는 선수다. 조찬관 스카우트 팀장은 “훈련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학습 능력도 좋다”고 평했다. 문제는 타격. 올해 들어 극심한 타격 침체에 빠지면서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스윙 궤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회견에서 “수비형 포수라는 말을 듣는데 수비도 잘하고 공격도 잘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박경완도 처음 데뷔했을 때는 2할 타자였다.
2라운드 : 군산상고 조현명 (투수, 좌투좌타, 182cm/76kg) 2013년 11경기 3승 1패 44이닝 44탈삼진 평균자책 2.04
군산상고 좌완 에이스. 뛰어난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자랑하는 ‘나이스 피처’로 넥센이 지명한 하영민의 왼손 버전이다. 모 스카우트는 “투수로 이상적인 체형에 간결하고 매끄러운 투구폼을 갖췄다. 공을 놓는 타점이 일정해서 직구와 변화구 모두 원하는 코스에 던질 줄 안다”고 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보기와 달리 승부욕이 강하고 타자 몸쪽에 승부구를 찔러넣는 과감성도 있다.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기록한 최고구속은 140km/h. 여기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다양하게 구사한다. 특히 빠르게 휘는 슬라이더는 각도와 구속을 자유롭게 조절해 타자들을 농락하는 주무기. 그러나 올해는 부상으로 빠른 볼 스피드가 130km/h 초중반대에 그쳤다. 한 스카우트는 “어릴 때부터 에이스로 혼자서 던지는 경우가 많아 팔꿈치와 허벅지 등 부상이 잦았다”며 “올해도 어깨 통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다행히 청룡기 대회부터는 회복세를 보였다”고 했다. 조찬관 팀장은 “올해 100% 몸상태가 아닌데도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다”며 “강인한 정신력을 갖춘 선수다. 집중 육성하면 좋은 좌투수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군산상고 에이스 조현명. 보기와는 달리 강한 투지와 승부 근성이 돋보이는 싸움닭이다. 부상만 없다면 좋은 좌완투수로 성장이 기대된다.
3라운드 : 동의대 김성윤 (외야수, 좌투좌타, 180cm/80kg) 2013년 18경기 59타수 13안타 3홈런 11타점 0.220 / 0.390 / 0.407
대학야구의 대표 홈런타자. 최근 2년간 홈런 6방을 때려냈다. 모 스카우트는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스윙궤도나 손목의 임팩트가 좋아 장거리포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파워보다는 타격시 강한 임팩트를 통해 장타를 만들어 내는 유형이다. 정확성이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타격 자질을 볼 때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 외야수로서의 수비력도 수준급이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에 강한 어깨, 정확한 송구 능력을 고루 갖췄다. 타석에서 1루까지는 4초 초반에 주파한다. 하지만 앞의 스카우트는 “빠른 발에 비해 주루플레이에서 적극성이 떨어진다. 1루까지 전력질주하지 않는 모습도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프로에서의 성공은 결코 재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적극성과 강한 근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4라운드 : 세광고 안상빈 (투수, 우투우타, 187cm/83kg) 2013년 11경기 2승 2패 28.1이닝 34볼넷 34탈삼진 평균자책 5.08
강속구 사이드암 투수. 사이드암에서 최고구속 145km/h, 평균 139km/h의 위력적인 빠른 볼을 옆구리에서 뿌린다. 한 스카우트는 “빠른 볼의 움직임이 좋고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하다”고 평했다. 문제는 제구력. 2학년인 지난해 팔 높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올해 초에는 고려대와 연습경기 중 상대 타자 두 명을 몸맞는 볼로 병원에 보내기도(그 중 한 명이 이번에 KT에 함께 지명받은 문상철이다). 올해 28.1이닝 동안 내준 볼넷만 34개. 스티브 블래스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기록이다. 스트라이크만 들어가면 아무도 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건 확실하다. 투구폼을 수정하고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는 게 프로에서의 과제다. 조찬관 팀장은 “제구가 문제긴 하지만 구위는 정말 좋은 투수”라며 “임창용의 느낌이 난다. 프로에서 기량이 확 늘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를 보였다.
세광고 사이드암 안상빈. 좋은 신체조건과 145km/h를 던질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제대로 칠 수 있는 타자는 많지 않다.
5라운드 : 세한대 양형진 (투수, 우투우타, 187cm/97kg) 2013년 10경기 2패 40.2이닝 30탈삼진 평균자책 3.73
세한대 소속으로 야구팬들에게는 무명에 가깝지만, 스카우트 사이에서는 잠재력을 인정받는 선수다. 187cm의 우수한 신체조건에서 최고 144km/h의 빠른 볼을 구사한다. 조찬관 팀장은 “팔 타점이 높아 위에서 아래로 찍어내리는 듯한 공을 던진다. 직구의 무브먼트와 체인지업의 낙차도 좋다”고 했다. 단 컨트롤에 기복이 심하고 경기운영능력이 약간은 미흡한 편. 퓨처스리그에서 착실하게 투수 기본기를 쌓는다면 성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성격은 ‘상남자’라고.
6라운드 : 배재고 김민혁 (내야수, 우투좌타, 183cm/70kg) 2013년 14경기 56타수 23안타 10도루 0.411 / 0.446 / 0.500
양형진과 마찬가지로 소속 학교 전력이 약해 주목받지 못한 선수. 올해 4할대 타율에 1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배재고 타선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조찬관 팀장은 “배트컨트롤이 뛰어나고 스윙 스피드와 임팩트가 좋다. 빼어난 타격 감각을 갖춘 선수”라고 설명했다. 1루까지 4초 초반에 달리는 빠른 발도 장점. 경기장에서 시야가 넓고 주루 센스가 탁월하다는 호평이 많다. 수비에서도 풋워크나 어깨 등은 좋은 편. 다만 집중력 부족으로 잦은 실책을 하고 송구가 부정확하다는 게 개선할 부분이다. 조 팀장은 “팀 전력에 가리긴 했지만 가능성 많은 선수”라며 “소질이 좋아 힘과 기술만 향상된다면 호타준족 내야수로 성장가능성이 풍부하다”고 했다.
배재고 타선의 대들보 김민혁. 이제는 혼자서 다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7라운드 : 단국대 이영준 (투수, 좌투좌타, 185cm/90kg) 2013년 8경기 1승 2패 14이닝 7탈삼진 평균자책 7.07
장신의 좌완투수. 185cm의 좋은 체격조건을 갖춘 투수로 130km/h 후반대 빠른 볼과 120km/h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잠재력 하나를 보고 지명한 선수로 아직까지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모 스카우트는 “상체를 틀어서 던지는 투구폼이라 제구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 외 주자 견제나 투구밸런스 등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에서 자리잡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전망. 프로 지명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8라운드 : 경성대 이지찬 (내야수, 우투우타, 178cm/73kg) 2013년 22경기 83타수 22안타 2홈런 18타점 7도루 0.289 / 0.371 / 0.422
컨택트 능력과 수비력이 좋은 내야수. 힘있는 타격을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강한 손목힘으로 올해 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수비에서도 풋워크와 핸들링 등 기본기가 좋고 어깨가 강해 유격수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주루 센스와 루상에서의 판단력이 뛰어나 단독 도루가 가능하다. 조찬관 팀장은 “체격이 작긴 하지만 기본기와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잘 갖춰진 선수”라며 “힘을 키우고 기술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보완하면 좋은 내야수가 될 선수”라고 소개했다.
공격형 포수. 키는 크지 않지만 상체 몸통이 굵고 어깨가 떡 벌어진, 힘 좋은 체격을 갖췄다. 모 스카우트는 “스윙 궤도가 좋고 배팅 파워가 뛰어나다. 우중간으로 날리는 타구도 힘을 실어 멀리까지 날려보낼 줄 안다”고 했다. 조찬관 팀장은 “직구를 잘 공략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의 타자다. 타격 리듬이 좋아 타이밍을 잘 잡는다”고 했다. 주루 센스나 경기에서 보여주는 투지도 좋은 평가는 받는 부분. 다만 포수로서 송구를 비롯한 수비 능력은 다소 비흡하다는 평이다. 타격에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1루수나 외야로 포지션 이동도 고려해볼 부분이다.
10라운드 : 홍익대 양효석 (외야수, 우투우타, 185cm/88kg) 2013년 20경기 71타수 18안타 3홈런 17타점 7도루 0.254 / 0.333 / 0.437
홍익대 4번타자로 올해 대학야구에서 홍대 돌풍을 이끌었다. 185cm의 큰 신체조건에 장현진 못지 않게 골격이 크고 힘을 쓸 수 있는 체형이다. 모 스카우트는 “스윙궤도와 배트 스피드, 배팅 파워가 모두 뛰어나고 변화구에도 잘 대처한다. 장타자로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평했다. 전반적인 수비력과 송구능력도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 빠른 발은 아니지만 단독도루가 가능할 정도로 주루 센스가 있고, 무엇보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가 돋보인다. 조찬관 팀장은 “김성윤과 함께 3, 4번 타자감으로 기대하는 선수”라고 했다. 타격 정확성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