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극에서 비극으로 가는 인연 -
느림보 거북이/글
초목을 뒤흔들던 비는
코끝을 찔러오고
마침내 그리운 이 만난 듯
웃비의 비린내가
소슬스레 온몸에 스며든다
처마 끝에 방울방울 맺혀
톡톡 아는 체 떨어짐이
수줍어 첫 인사 하시던
가신 옛 그 사람 닮았는지.
작달비처럼 마음 적셔온다
아~그때 그날에
잿빛 구름 바람에 쓸려
그 사람 가는 날
비는 억수같이 내렸고
내려 꽂히던 그 소낙비는
이별 예감인양
멍 때려 온몸을 찔러왔다.
거푸 날숨 들숨 쉬며
눈 언저리에 맺혀
끝 모를 눈물 훔쳐내던 날
그 슬픔 멎지 않고
장맛비 오는양
눈물도 쏟아져 내렸었다
언젠가는 그칠
억수 같은 그 비는 아침
햇살에 녹았지만
뒤돌아 볼 틈 없이 가신 그 사람
정 못 떼어 견딜
찔려온 아픔에 밤마다
냉기는 잔혹히 서렸다.
봄날 다가 오셔서
여름 뜨겁더니
온몸 들쑤셔 품에 안고
하룻밤 소모품처럼
뒤엉켜 사랑을 하고도
그 사람은 떠났었다.
먼지잼이었던 그 사랑
웃비였던 그 사람
마른 비처럼 사라져야 했지만
장맛비처럼 몸을 덮고
달구비처럼 마음을 덮어
이제 애증 되어버렸다.
잊으려면 아프고
놓으려면 태풍 같은
쓰나미가 몰려오며.
허깨비가 놀다간 비참한 허무
밤마다 쏠려가고 쏠려오는
비참하고 공허한 잔상들
살았는지 죽었는지
나조차 나를 모르는
혼백 빠져나간 절망
아~사랑은 아파도
아픈 것조차 잃어버린 밤
슬픔조차 의식 없는 밤
맹목적으로 흘리는
눈물 속에 터져 나오는 신음
그 사람 이름 석자
그 조차 빗소리에 묻힌다.
귀 고막을 뚫을 듯이
모다 깃비가 내려친다.
사랑은 실성했나
그 사람은 희극으로 왔다가
정녕 비극으로 가는 것인가.
차마 접지 못하는
가혹한 내 사랑은 죽었다..!!
- 거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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