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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운동장에 나오자 교문 앞을 지키고 있는 향나무 위로 해가 떠올랐습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갔습니다. 두북 수련원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곳인데 복도가 마치 냉동실 같습니다.
오전 9시가 되자 스님은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교과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법사님들도 속속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먼저 교과 개편을 총괄하고 있는 덕생 법사님이 오늘 토론한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오늘은 두 가지를 스님께 자문을 구하고자 합니다. 첫째,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내용들에 대해 최종 결정을 했으면 좋겠어요. 쟁점 사항은 총 9가지입니다. 둘째, 실천적 불교사상 교과에 대한 강의계획안이 초안으로 올라왔습니다. 함께 점검해 본 후 다른 과목도 이와 같은 틀로 강의계획안을 만들면 될지 조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그렇게 합시다.”
먼저 법사님들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스님의 진행으로 찬반 표결을 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9가지 쟁점 사항에 대해 모두 결정을 내린 후 강의계획안의 일부를 함께 검토했습니다.
“이제 실무 준비와 관련된 결정을 모두 내렸으니까 다음 회의부터는 37회에 해당하는 강의마다 강의계획안의 대주제와 소주제, 세부 내용을 하나씩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거의 매일 회의를 해야겠네요.”
다음 주 회의 날짜를 모두 확정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외부에서 미팅을 했고, 오후에는 정토불교대학 강의계획안을 마련하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공개 방송이 열리자 5600여 명의 시청자들이 동시접속을 했습니다.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처럼 추운 날에 항상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죠? 제가 있는 두북 수련원은 남부지방인데도 많이 춥습니다.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갔어요. 저희들은 폐교를 빌려서 농사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 사무실은 난로를 피워서 조금 따뜻한데 복도가 아주 냉동고 같아요. 저는 이런 추운 날만 되면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생각납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압록강, 두만강을 넘어 중국 백두산으로 온 북한 난민들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정말 매섭게 추운 날씨에 신발도 다 떨어지고 옷도 형편없는데 살기 위해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오늘 같이 추운 날, 제가 있는 한반도 남쪽 지역도 이렇게 추운데 북한이나 북한의 북쪽은 얼마나 추울까요. 영하 이십몇 도까지 내려갈 거예요. 북한 주민들은 평소에 식량과 약품이 부족한데 겨울이 되면 땔감도 매우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산에 나무를 베어 가니까 북한에 있는 산들은 대부분 민둥산이에요.
이런 추운 날 나는 따뜻하지만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나는 배부르지만 배고픈 사람 생각하고, 나는 건강하지만 아픈 사람 생각하는 이런 마음을 내보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철학관에서 아이들이 단명할 사주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너무 힘들다며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아이가 단명할 사주라고 해요, 어떡하죠?
“올해 여섯 살 된 쌍둥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시험관으로 아이를 힘들게 가졌고 고위험 산모라 출산하기 전엔 병원에 오래 있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아이들을 낳을 좋은 날을 받아주셨지만 의사 선생님의 반대로 36주 만에 아이들을 낳았습니다. 아이들이 작게 태어났고 잔병치레가 많았지만 지금까지 건강히 잘 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작년에 아이들 이름 때문에 철학관을 갔는데 아이들의 사주를 보더니 단명할 사주라고 했어요. 그 이후로는 하루하루 마음이 괴롭고 힘듭니다. 정말 단명할 사주가 있는지도 궁금하고 부모로서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제 얘기 같은 얘기를 하시네요. (웃음) 저는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학교 옆에 있는 절의 스님하고 인연이 되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출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저희 어머니께서 찾아오셔서 은사 스님께 항의를 했습니다.
‘아이를 데려가더라도 고등학교 졸업이라도 하고 데려가야지, 학생을 데려가면 어떡합니까?’
어머니의 말을 듣고 은사 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보살님,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저는 압니다. 아는 사람이 지도해야 되겠어요, 모르는 사람이 지도해야 되겠어요?’
‘아는 사람이 지도해야죠. 그런데 이 아이가 어떻게 되는데요?’
‘이 아이는 단명합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깜짝 놀라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고, 그럼 스님 아들 하십시오.’
그렇게 두 말 안 하시고 집으로 가셨어요. 그 이후로 저는 집안의 갈등 없이 스님 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다른 스님들을 보면 부모님이 절에 와서 데리고 가려고 난리를 피우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이렇게 집안의 큰 저항 없이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올해 나이가 칠십이 되었습니다. 칠십 정도까지 산 사람을 단명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오.”
“그럼 어느 정도 살아야 단명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단명한다고 할 만한 나이는 마흔 이전이라고 합니다.”
“맞아요. 저도 많이 살아야 마흔까지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마흔이 됐는데도 안 죽었어요. 그 이후의 삶은 이제 보너스, 덤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는 게 엄청나게 편해졌어요.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니까 내일 죽어도 모레 죽어도 여한이 없었습니다. 거기다 보너스로 30년을 더 받은 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좋아요? 단명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보너스를 받고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은사 스님께서 거짓말을 하신 거 아니냐고 하는데 진실은 알 수가 없어요.
옛날부터 어떤 운명을 가진 사람이든 출가를 하면 운명이 바뀐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아들이 단명한다고 하니 '아, 밖에 살면서 일찍 죽는 것 보다야 죽은 셈 치고 절에서 오래 사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해서 깨끗이 포기하셨잖아요. 그런데 차마 자식을 출가시키지는 못 하겠고, 단명은 막고 싶으니까 옛날 사람들이 낸 꾀가 있어요. 바로 아이를 절에 파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절에 돈을 주고 아이를 출가시켰다가 집에 다시 데려오는 걸 말합니다. 옥황상제를 속이든지 저승사자를 속이든지 아무튼 아이를 절에 팔아서 운명을 바꾸려고 했던 거예요. 질문자는 아이가 둘이니까 한 명은 출가시키면 어때요? 요즘 출가하는 사람이 아주 귀하거든요. 쌍둥이니까 한 명만 낳았다고 생각하고 한 명은 보내줘도 되지 않겠어요? 그러면 두 명 다 문제가 해결돼요. 제가 요즘 들은 소리 중에 제일 반가운 소리네요.(웃음)
그러니 첫째, 돈 한 푼 안 들이고 해결하고 싶으면 아이를 출가시키면 됩니다. 둘째, 출가시키기 어렵다면 절에 보시를 좀 하고 옛날 사람들처럼 절에 팔았다가 데려오는 방편이 있어요. 그렇게라도 해서 마음에 안정을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다 옛날 방식이에요. 질문자가 집착을 놓아버리면 굳이 이런 방법을 안 써도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마음이 약하니까 그런 말에 흔들리는 겁니다. 저희 어머니 같이 옛날 사람이면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 사람이 사주 같은 것에 흔들리면 어떡해요? 철학관에서 단명할 사주라고 하면 '아, 철학관에서는 그렇게 보는구나.'하고 넘기면 되죠. 성명 철학관에 가면 다 이름이 좋다고 그대로 두라고 할까요, 바꾸라고 할까요?”
“바꾸라고 해요.”
“이름을 바꾸라고 해야 성명 철학하는 사람이 밥을 먹고살지, 이름을 바꾸라고 안 하면 성명 철학이 존립할 수가 없습니다. 사주를 봐주는 사람은 손님이 오면 사주에 문제가 있다고 해야 밥을 먹고 살까요, 사주가 좋다고 해야 밥을 먹고 살까요?”
“안 좋다고 해야 밥 먹고 살아요.”
“사주가 안 좋으면 안 좋은 걸로 끝이 날까요, 그걸 막는 길이 있을까요?”
“막는 길이 있어요.”
“막는 길이 있어야 밥을 먹고 살죠. ‘사주가 안 좋다’라고만 하면 밥 먹고 살 길이 없잖아요. 열에 아홉은 사주가 안 좋습니다. 또 안 좋은 사주를 막는 길이 있어요. 얼마나 재미있어요?
그러니 질문자가 철학관에 간 게 잘못이에요 (웃음) 가서 물어보면 단명한다든지 액운이 있다든지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열에 한 명은 좋은 사주를 가졌다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는 나쁜 사주를 가졌다고 해요. 그리고 또 그 나쁜 운을 막는 길도 있어야 합니다. 그 철학하시는 분에게 제가 감사 말씀을 드려야 되겠어요. 그 덕에 출가할 사람이 하나 생겼잖아요.(웃음)
이것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문화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제 얘기를 잘못 듣고 '철학관이나 점쟁이는 다 거짓말쟁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람이 단명을 할지 여부는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사람의 운명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김새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 ', '생년월일에 따라서 운명이 정해진다', '손금을 보면 운명을 알 수 있다', ‘전생에 의해 운명이 정해진다' 이런 여러 가지 속설들이 나온 겁니다.
이런 전통문화는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문화는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해요. ‘관상을 보니까 이 사람의 운명은 이렇다’, ‘사주를 보니까 이 사람의 운명은 이렇다’, ‘손금을 보니까 이 사람의 운명은 이렇다’ 이런 이야기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런 속설도 있네’, ‘이런 문화도 있네’ 하고 재미있어하면서 받아들이면 됩니다.
옛날 사람들은 왜 궁합을 봤을까요? 옛날에는 남녀가 얼굴도 보지 않고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전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궁합이란 게 나온 겁니다. 요즘은 만나도 보고 얘기도 나누고 여행도 다니고 뽀뽀도 해보고 자보기도 하는데 굳이 궁합을 볼 필요가 있을까요? 궁합보다 더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잖아요. 그렇게 만나보고 결혼해도 같이 살면 못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옛날 문화는 존중해야 합니다. 인도에 가면 인도 문화가 있고, 태국에 가면 태국 문화가 있고, 유럽에 가면 유럽 문화가 있듯이 우리나라 안에도 옛날 문화가 있고 현대 문화가 있는 거예요. 옛날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미신이다, 거짓말이다, 사기다’라고 치부하지 말고 존중하되 웃어넘겨야 해요. 그런데 옛날 문화에 귀가 솔깃하다면 해결도 옛날식으로 해야 해요. 옛날식으로 해결하려면 둘 중에 한 아이를 출가시키세요. 그게 어려우면 절에 돈을 내고 팔면 됩니다.
그냥 재미로 길가다 관상 좀 보고 손금 좀 보고 사주 좀 보는 수준이라면 어떤 소리를 들어도 그냥 웃으면서 넘기면 됩니다. 질문자는 웃으면서 넘길 수준이 안 되니까 이렇게 질문하겠죠. 그러니 옛날식으로 하나를 출가시키든지 절에 팔든지 이렇게 대책을 세우면 됩니다. 걱정할 일이 아니에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사실 철학관을 몇 군데 더 가볼까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스님 강의를 많이 봤지만 마음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너무 힘들었는데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습니다.”
“아니 뭐 이런 일에 마음을 굳게까지 먹어요? 전쟁터에 나갈 때나 마음을 굳게 먹어야죠.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가지면 됩니다. 어떡하시겠어요? 웃으면서 '아, 이런 문화도 있네. 재미있다.' 이러고 넘어가시겠어요, 아니면 출가를 시키겠어요, 아니면 돈을 보시하고 절에 팔겠어요?”
“이런 문화도 있구나. 재미있다 하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겠습니다.”
“돈이 좀 아까운가 보네요. (웃음) 그러다 만약 아이가 잘못되면 질문자는 후회할 거예요. 아이들은 원래 자라다 보면 다칠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럴 때마다 후회가 될 거예요. '아, 그때 철학관에서 단명한다고 했을 때 뭘 했어야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저 같으면 씩 웃으면서 '아이고, 옛날에는 이런 문화가 있었구나.' 하고 넘길 텐데 질문자는 그렇게 하기 어려운 수준이니 절에 보시를 하고 팔라는 거예요. 그래야 질문자의 심리가 안정될 겁니다. ‘단명할 사주가 진짜 있냐, 없냐’를 떠나서 질문자는 그 말을 듣고 불안한 수준이잖아요. 걱정이 많은 겁니다. 걱정이 많으면 비방을 써야 해요. 옛날 어머니들은 부적이라는 걸 가지고 다니라고 했죠? 그런데 부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거짓이다'라고 생각하면 효험이 없어요. 실제 효과를 떠나서 부적을 가지고 있으면 내가 어려울 때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겨요. 제가 어릴 때도 어머니가 매년 설이 지나면 절이나 철학관에서 부적을 받아와서 ‘호주머니에 넣고 일 년간 다녀라’라고 하면서 주셨어요. 그걸 쓸데없다고 하면 안 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하고 호주머니에 넣어놓으면 되잖아요. 문화니까요. 웃으면서 '이런 문화도 있네. 성명 철학관에 가면 이름을 고치라고 하고, 사주 보러 가면 사주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누구나 인생살이에 다 문제가 있잖아요. 그렇게 문화라고 받아들이든지, 조금 마음에 걸리면 비방을 써서 액땜을 하든지 하세요. 제가 제일 좋다고 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출가요.”
“가능하면 스무 살이 넘기 전에 저한테 보내 주세요. 그럼 제가 감사의 의미로 철학관에 보시를 많이 할게요.” (웃음)
“제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하고 괴로웠는데 스님의 지혜로운 답변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뭔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옛날 문화구나.'라고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한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해결책이 없는 게 아닌데 질문자가 돈을 아까워하네요. 그 철학관에 가서 ‘그럼 어떻게 하면 단명을 막을 수 있습니까?’ 이렇게 딱 물어보세요. 분명히 비방이 있을 거예요. 비방을 얻으려면 돈이 좀 듭니다. 돈을 팍 써버리면 간단하게 해결이 돼요. 비방을 물었으면 돈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지, 물어놓고 돈은 안 쓰겠다 하니 답이 안 나오죠. 법륜 스님은 돈을 안 줘도 대답해 주지만 철학관에서는 돈을 들여야 해결을 해 줍니다. (웃음) 해결책이 없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관점을 딱 잡아야 문제가 바로 해결이 됩니다.”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잠시 쉬어갈 겸 초대 손님을 모셨습니다. 지난주에는 배우 조인성 씨가 출연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오늘은 배우 이희준 님이 화상회의 방에 깜짝 등장했습니다.
이희준 님은 방송문화예술인들의 마음공부 모임은 ‘길벗’에서 활동하고 있고, 스님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만들 때 목소리 녹음 봉사도 많이 해주시는 등 여러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스님이 이희준 님을 소개하자 방청객 모두가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스님.”
스님은 이희준 님에게 요즘은 어떻게 수행을 하고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연기자들과 즉문즉설을 해보면 대부분이 본인의 어려운 점에 대해 스님한테 솔직하게 질문을 안 해요. 다른 사람들이 질문하는 모습을 앉아서 구경만 하지 본인 얘기를 잘 안 하는데, 이희준 님은 강연장에서도 손을 번쩍 들고 자신의 고민을 아무 부담 없이 질문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연기자의 체면을 지키려고 하는데 이희준 님은 스스럼없이 가정사도 얘기하고 자기 고민도 얘기해요. 요즘은 수행을 어떻게 하고 있어요?”
“지난번 즉문즉설에서 와이프가 명령조로 말하는 것이 불쾌하다고 질문했더니, 스님께서 '저 말은 영어다'라고 생각해 보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그렇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 말은 영어다' 하는 순간까지 약간의 텀이 생기기도 하고, 잠시 후 '영어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데?' 하기도 하지만, 계속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말은 영어다'라고 생각하는 과제를 주기 전에 과제를 하나 더 준 기억이 나는데요. 뭐였죠?”
“네, 와이프가 농구선수를 어릴 때부터 20년 동안 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선배님처럼 말하는 게 있어서 스님께서 ‘네, 선배님’ 해보라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잘 되다가 1년이 지나니까 ‘네~! 선배님!’ 하고 화를 내게 되는 일이 자꾸 생겨서 ‘스님, 이제 어떡해야 합니까?’ 하고 다시 질문했었죠. 그때 다시 준 과제가 ‘저 말은 영어다' 하고 생각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약효가 다되어 갑니까, 아직 남아 있습니까?”
“아직은 약효가 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그 약효가 발생하진 않습니다.” (웃음)
“매번 약효가 발생할 정도로 명약이라면 왜 제가 무료로 약을 주었겠어요? 돈을 많이 받아야죠. 저한테 돈을 몇 만 불 주고 비방을 받아 갔다면 효과가 확실할 텐데, 무료로 가져갔기 때문에 사실은 좋은 약인데 약효가 좀 떨어지는 거예요. 대신에 많은 봉사를 하셔서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고 있긴 하지만요.” (웃음)
스님은 이희준 님에게 요즘은 어떤 영화를 찍고 있는지, 어떤 연극에 나가는지 한 번 소개를 부탁했습니다.
“지금 대학로에서 '그때도 오늘'이라는 공연을 하고 있어요. 공연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에 공연을 창작할 때는 제작비가 많이 없어서 '남자 둘이서 실컷 퇴장 없이 연기하자' 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치장 안에 태극기 집회 할아버지랑 운동권 대학생이 함께 갇혀 있으면 그 대화가 참 재미있겠다 싶어서 그 장면에서부터 연극이 시작됩니다. 이것만으로는 심심하니까 1920년대 일제강점기, 1980년대 부마항쟁 등 100년을 아우르게 되었습니다. 연극을 하면서 백 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공부하게 되었어요. 일제강점기 때는 독립만 바라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최전방 20대 군인 남자 둘이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100년이 지났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서로 미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님이 얘기하시는 통일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공연 보러 오십시오.”
스님은 연극의 주제가 너무 좋다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진짜 좋은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국민 화합을 위해 굉장히 필요한 연극인 것 같아요. 태극기 집회 노인과 운동권 학생이 만나서 얘기하면 정말 재미있겠네요. 부부지간이든 남북 관계든 갈등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지 말아야 합니다. 남북이라 해봐야 다 한국 사람이고, 60대와 20대라 해봐야 다 한 집안에 있는 아버지와 자식 사이의 대화라는 점에서 갈등 해결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습니다. 연극의 주제가 아주 좋네요. 우리나라는 특히 정치적인 갈등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습니까? 관객이 얼마이든 연극을 통해서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다음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들이 이희준 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분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습니다.
“수행을 하면서 내가 예전보다 이 점은 많이 변한 것 같다는 내용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 많죠. 일단 가장 큰 변화는 공황장애를 극복했다는 겁니다. 어느 날 공황장애가 심하게 와서 연기를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고 강연장에 가서 질문까지 하게 되었어요. 엄청 청중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공황장애를 고백하고 스님 답변을 듣고 나서 다시 용기를 얻어 연기를 하게 됐어요. 저는 이것을 너무 큰 은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화가 풀리는 시간이 짧아진 것입니다. 부부싸움을 하면 예전에는 화가 하루 이틀 갔다면, 지금은 한두 시간 안에 진정이 되고 화가 풀립니다. 그럴 때마다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희준 님의 수행 이야기에 스님도 웃으며 화답했습니다.
“제가 말로만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야겠어요? 다른 것을 더 받아야겠어요?” (웃음)
“네,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솔직한 수행 이야기에 분위기가 따뜻해졌습니다. 스님은 다시 즉문즉설을 이어갔습니다. 질문자들은 남에게 묻기 어려운 사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스님에게 지혜를 구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아주 유익하고 즐거운 두 시간이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오전에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근본 교리’에 대해 즉문즉설을 하고, 오후에는 산 윗밭에 올라가 과수원을 만들기 위해 주변을 정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