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볼리비아, 이스라엘에 등 돌려
◦ 가자지구 공격에 단교 선언
- 이스라엘과 하마스(Hamas)의 전쟁이 한 달 이상 계속되면서 중남미 외교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중남미와 이스라엘 사이의 균열 조짐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형국이다. 첫 시작은 볼리비아였다. 볼리비아는 현지 시각으로 2023년 10월 31일, 외교부(Ministerio de Relaciones Exteriores)를 통해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두 나라는 지난 2020년 수교 재개 후 불과 3년 만에 다시금 관계가 단절되었다.
- 볼리비아가 이스라엘에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는 얼마 전 이스라엘이 가자(Gaza) 지구를 향해 감행한 군사 공격 때문이다. 루이스 아르체(Luis Arce)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많은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마치 강제 수용소처럼 봉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르체 대통령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행동이 국제 인권법에 반하는 범죄라고 목소리 높였다.
◦ 벌써 두 번째... 관계 회복 어려울 수도
- 볼리비아가 이스라엘에 단교를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볼리비아는 지난 2009년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은 바 있다. 2009년 당시 단교를 결정한 볼리비아 지도자는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전 대통령이었다. 아르체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이었으며 정치적 성향도 유사한데, 이러한 배경이 다시 한번 단교를 선언하게 만든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며 당선 확률도 높게 점쳐진다는 점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부터 줄곧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만약 아르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단교를 결정한 만큼 쉽게 수교 관계를 복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볼리비아가 이스라엘과 다시 대화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 칠레, 콜롬비아, 온두라스... 잇따른 대사 소환
◦ 일제히 이스라엘에 비판적 입장 표명
- 볼리비아처럼 아예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행동에 불만을 표하는 중남미 나라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볼리비아의 단교 선언 다음 날 콜롬비아와 칠레가 이스라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주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이번에는 온두라스도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인다고 발표했다.
- 대사를 소환한 국가 모두 공통적으로 가자지구 공격을 문제 삼았다.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미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칠레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군사 작전이 대사를 소환한 이유라고 분명히 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또한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정당하지 않으며, 이를 멈추기 위해 미국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 하마스 비판 요구하는 이스라엘... 갈등의 골 깊어져
- 외교 단절을 선언한 볼리비아, 대사를 소환한 콜롬비아, 칠레, 온두라스에 전통적인 중남미 대표 국가라 할 수 있는 브라질과 멕시코, 아르헨티나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멈추지 않는 이상, 중남미에서는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계속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문제는 이러한 중남미 지역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연이어 비판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콜롬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계기가 이스라엘이 페트로 대통령에게 하마스를 비판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인데, 전쟁이 길어지면서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중남미 각국이 오히려 이스라엘을 성토하는 성명을 내자, 이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는 국가를 적대시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한 ‘다윗의 별’, 증오 범죄 우려 확산
◦ 아르헨티나 유대인 협회, 신변 안전 주의 당부
- 이스라엘을 향한 반발 심리는 중남미 정부의 외교 정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관찰되기 시작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한복판에서 누군가가 유대인이 다수 거주하는 건물에 ‘다윗의 별(Magen David)’을 표시하는 사건이 있었다. 다윗의 별은 과거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Nazi)가 유대인을 구분하기 위해 강제로 달게 했던 표식이다.
- 사건이 일어나자, 아르헨티나 유대인 협회(DAIA, Delegacion de Asociaciones Israelitas Argentinas)의 호르헤 크노블로비체(Jorge Knoblovitz) 회장은 이를 ‘유대인을 향한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유대인이 증오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신변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에서도 유대인 커뮤니티가 가장 크게 발달한 곳으로, 만약 유대인에게 앙심을 품은 범죄가 일어날 경우, 첫 타깃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 상처, 혹은 변화?... 외교 구도에 큰 변화 일으킬 수도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이스라엘에 치우쳐 있는 반면, 중남미는 그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근래 중남미에서는 미국 또는 그 우방국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외교 노선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기조가 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 전쟁은 중남미 각국이 미국의 반대 진영에 있는 나라들과의 친선을 좀 더 강화하려고 시도하는 나비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 대표적으로, 콜롬비아는 이스라엘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수십 년 동안 유지한 이스라엘산 무기 수입을 중단했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에 가까운 나라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아가, 다수 중남미 국가들이 이스라엘이 아닌 가자지구를 지원하려는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지역에 대한 중남미 국가들의 외교 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남미-미국 외교에까지 상당한 여파를 미치게 될지 앞으로의 상황 변화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Buenos Aires Herald, Honduras recalls ambassador to Israel, following Chile and Colombia’s lead, 2023.11.06.
Algemeiner, Argentine Jews Fear ‘This Is Just the Beginning’ After Residential Building in Buenos Aires Vandalized With Star of David Symbol, 2023.11.02.
Reuters, Argentina police shut down Nazi and antisemitic bookseller, 2023.09.14.
Buenos Aires Times, Anti-Semitism fears grow in Argentina amid Israel-Hamas war, 2023.11.03.
Al Monitor, Chile, Colombia, Jordan recall Israel ambassadors after Bolivia cuts ties, 2023.11.01.
Alarabiya, Argentina condemns Israel’s Gaza attack as South American nations cut diplomatic ties, 2023.11.01.
Middle East Monitor, Colombia recalls ambassador to Israel, citing ‘massacre’ of Palestinians, 2023.11.01.
Wall Street Journal, Bolivia Cuts Ties With Israel, and Chile and Colombia Recall Their Ambassadors, 2023.11.02.
Times of Israel, Bolivia cuts ties with Israel, accusing it of ‘crimes against humanity’ in Gaza, 2023.11.01.
Anadolu Agency, Bolivia breaks diplomatic ties with Israel, demands end to attacks on Gaza Strip, 2023.11.01.
Reuters, Bolivia severs ties with Israel, others recall envoys over Gaza, 2023.11.01.
[관련 정보]
1. 아르헨티나, 반유대인 정서 확산에 유대인 사회 불안 커져 (2023. 11. 6)
2. 칠레와 콜롬비아, 주이스라엘 대사 소환...아르헨티나도 가자지구 공격 비판 (2023. 11. 3)
3. 볼리비아, 이스라엘과 수교 중단…가자지구 공격 때문 (2023. 1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