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제20편 노을빛산하>①일그러진 발자국-20
경실이 이렇듯 정읍댁 방에서 말없이 고통을 짓씹고, 어느덧 이태를 넘게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무엇이 머리를 세게 후리친 몽롱한 멀미를 일으키자, 반대급부로 그녀를 뒤로 끌안으면서 벽에 몸을 기대어놓고, 앉아있었다.
“선생님, 빨리 긁어주세요!”
“그래, 경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였지만, 시원스레 대꾸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가리사니를 잡을 수가 없어서 마음의 행방을 정할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도 잠에서 헤어나지 못한 정읍댁과 돌남은 끄떡도 하지 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빨리 긁어주세요!”
경실은 끈덕지게 재촉하면서 남자의 두 손을 끌어다가 사타구니에 가지어가더니, 숫제 긁는 시늉까지 하는 거였다. 그는 어젯저녁 돌남이 그녀의 하체에서 진퇴하다가 불연 듯, 물러났을 때, 그의 것이 새끼손가락만 하게 위축된 모습을 떠올리었다.
‘돌남은 왜 진퇴하다 도망쳤을까?’
‘그때 경실은 무슨 느낌이었을까?’
남자는 돌남과 경실을 두고, 이러한 의문이 돌자, 경실에게 물었다.
“예전 아빠가 긁어달라고 하지 않아도 긁어줬다는데, 그때 아빠는 나처럼 사타구니만 긁어줬던가?”
“....!”
남자의 물음에 그녀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대답하지 않는 데에서 더욱 이상한 예감이 드는 거였다. 그러나 그녀의 처녀성은 돌남이 터뜨린 게 틀림이 없었다. 그렇다면, 경실의 아빠는 어디를 긁어주었는지, 그녀는 왜 말하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까지 덤터기로 들자, 그는 그녀가 끌어다놓은 손을 쓰지 못하고, 조막손이마냥 주먹만 쥐고,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남자의 두 손을 대뜸 불두덩에 모아놓고, 스스로 문대는데, 그곳은 그가 이전 긁어주던 사타구니가 아니라 불두덩의 한가운데이었다.
“경실, 돌남이 어제저녁 장난할 때, 기분이 어땠어?”
“좋았어요!”
“그런데, 돌남은 왜 달아났는지 경실은 알아?”
남자는 그녀가 모른다고, 할 줄 알고 물었으나, 그녀는 당돌하게도 대꾸하는 거였다.
“선생님, 걘 못해요! 선생님밖에 할 사람이 없어요!”
경실은 시무룩이 말하였는데, 이것은 또 무슨 소리인지, 긴가민가하였으나, 남자는 돌남보다 더 강한 남자를 구하여야 한다는 말로 일깨었다.
“알았어! 경실의 신랑감을 구해야겠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이전 긁어주던 사태에 손가락을 짚고, 몇 번인가 긁어(?) 주고는 방을 나왔다.
그는 날이 부옇게 새는데, 날씨도 써늘하여 준희의 방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자, 경숙과 마주치었다. 그녀는 자신이 낳은 젖먹이가 보채자, 안고 나왔는지, 아기를 두 손으로 둥싯거리고 있었다.
“경숙, 경실이 그동안 돌남과 접촉이 없었나봐?”
“돌남언 경실이현티 관심이 읎어라오.”
“그걸 어떻게 해야지? 경실에게 신랑감을 구해야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런 총각이 어느 세월에 나타날까? 또 나타난다고 해도, 어머니의 방에서 함께 지낼 수 없게 되면, 소용없잖아?”
천복은 경숙에게 말하는 동안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낙심되었었다. 경실에게 짝을 맞아주는 일이 능사가 아니란 것도 빤하였다.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그냥 놔둬라오! 즈그덜이 거동안이 살으온긋츠럼 그냥 두먼 되라오!”
“아, 그렇군! 경실이 그 방에서 이태나 지냈으니...! 그러나...”
천복은 그제야 괜한 신경을 기울였다는 자책이 들었다.
그렇다고, 경숙의 말대로 마냥 그냥 놓아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그냥 두는 것으로 하지만, 경실을 무관심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가 정읍댁의 방을 수시로 드나들고, 그때마다 그녀가 졸라댈 테니 말이었다.
아침에는 점룡거사가 올라와 함께 밥을 먹었다.
“선생님, 오늘부터 뒤청마루 공부방 열기로 준비했습니다!”
천복은 그의 말에 못한다고 말할 까닭이 없었다. 모두 연락을 마쳤다니, 구영자내외, 정순화내외, 박복천내외에다 허준성내외와, 해정과 본처언니까지 다 오고, 아기 따른 조정자 옥룡 등 가족들도 참여하기로 하였단다.
“선생님, 이제 경산할머니께 갖는 연민은 깨끗이 거두십시오!”
첫댓글 경산에 대한 연민을 거두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점룡은 천복의 경산에 대한 연민으로 괴로워하기에
하는 말이지만 천복이 경산을 잊을 순 없지요. 집안
이 평화롭게 정상적인 시대를 살아왔다면,돌아가신
할머니께 큰 번뇌는 없겠지요.그러나 전쟁속에서삶
과 죽음을 가르는 화염속을 빠져나오고 결손가족까
지 생긴 마당에 온갖고통을 짓씹으면서 고초를겪어
왔기에 잊으려야 잊을수없죠. 그래도 경산으로말하
면 말년에 호강으로 돌아가신거죠. 그래도천복은잊
을 수가 없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