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를 타는 것’을 경계하라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어느 날 깨어나 보니 유명해졌더라는 말을 남겼다. 유럽여행 뒤 출판한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렸던 것. 윈도XP 기본 바탕화면인 푸른 언덕 사진을 찍었던 찰스 오리어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사진을 팔 때만 해도 그렇게 유명해져 많은 저작권료를 받을지 몰랐다고 한다.
이들을 두고 “24세의 바이런은 단숨에 낭만파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며 유명세를 떨쳤다”, “오리어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 전 세계인의 컴퓨터 화면에 뜨며 유명세를 탈지 몰랐다”와 같이 써도 될까?
‘유명세(有名稅)’는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탓에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유명해졌다는 이유로 일상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므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는 게 바르다.
바이런과 오리어는 자신들의 창작물로 이름이 알려져 곤란을 겪었다기보다는 명성과 부를 거머쥐게 됐다는 것이므로 ‘유명세’란 말로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유명세를 떨쳤다’나 ‘유명세를 탈지’라는 표현 대신 ‘이름을 떨쳤다, 명성이 자자해졌다’, ‘유명해질지, 명성을 얻을지’ 등으로 바꿔 주는 게 자연스럽다.
'유명세'를 ‘타다’ ‘떨치다’ 같은 동사와 어울려 쓰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유명세의 한자가 폭등세(暴騰勢)·폭락세(暴落勢) 등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기세’를 뜻하는 ‘勢’인 줄 착각하고 쓰는 이가 많지만 ‘세금’을 뜻하는 ‘稅’이기 때문이다.
‘유명세’는 유명해진 대가로 물어야 하는 어려움을 세금에 빗댄 것이므로 “유명세를 타다”, “유명세를 떨치다”로 표현하는 것은 어색하다. 유명세는 ‘치르다’ ‘따르다’ 등의 동사와 함께 써야 한다.
첫댓글 올바른 우리말 표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