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간혹 “옷은 프랑스에서, 음식은 중국에서, 잠은 …” 라는 우스개 소리를 듣는다.
중국요리가 ‘천하제일’이라는 명성을 얻은 건 유구한 역사와 함께 냉∙한대가 공존하는 광활한 대륙의 식품재료가 그 기초가 됐다. 물론 역대 군왕(君王)들의 호사성도 한 몫을 했다.
은(殷)나라 주왕(紂王)이 경국지색 달기와 함께 연못에 술을 채우고 정원의 나무마다 고기를 매달아 주연을 즐긴 데서 주지육림(酒池肉林)이란 고사가 나왔고, 여씨춘추(呂氏春秋)를 보면 은나라 이윤(伊尹)이 “음식은 오미(五味)로서 맛을 낸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중국은 고대부터 요리를 전문적으로 연구, 발전시켜 왔다.
그러면 이렇게 수천 년 개발된 중국요리 중 질과 양에서 최고인 요리는 무엇일까. 바로 ‘만한전석(滿漢全席)’이다. 청나라 강희대제(康熙大帝)는 자신의 회갑을 맞아 전국에 환갑이 넘은 노인 3000여 명을 초청했다. 그리고 180여 종의 한족(漢族)요리와 만주족(滿洲族)요리를 동시에 대접하면서 그 요리상을 ‘만한전석’이라고 친히 명명했다고 한다.
만한전석에는 제비집, 삭스핀, 전복 등은 기본이고 불도장(佛跳牆),곰 발바닥, 낙타 혹, 표범 태반, 원숭이 골, 성성이 입술 등 모든 산해진미(山海珍味)가 다 포함된다.
이 음식은 현재 홍콩의 동해(東海), 베이징의 방선반장(倣膳飯莊) 등 소수의 요리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 풀코스 가격은 우리 돈으로 800만-1500만원 정도.
나는 ‘만한전석’ 하면 대뜸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홍콩에 근무하던 어느 날 중국 친구들을 ‘동해’ 음식점에 초청했다. 그리고 식도락가인 왕(王) 선생에게 “최고급 요리를 시키자”고 의례적인 부탁을 했는데 아뿔싸! 이 친구가 그만 “최고급”이란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해 실제로 곰 발바닥 요리 등 만한전석에서나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주문한 게 아닌가! 나는 당시 고가의 음식 값에 대한 불안감으로 동석한 손님들의 유머 조차 들리지 않는 악몽의 시간을 보낸 후 한 달치 월급도 넘는 음식비를 지불하고는 몇 달 동안 긴축 정책을 구사해야 하는 호된 시련을 경험했다.
사실 중국의 만한전석은 낭비와 허장성세의 극치로 폄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음식의 향연을 즐기는 중국인의 특성, 그리고 무엇이든 최고, 최다, 최상을 추구하는 중화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집요한 추구를 엿볼 수 있다.
우리로선 중국인들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이러한 중국인들의 특성과 기질을 잘 간파해 일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 중국 내에서 상품을 생산하거나 건축물을 건립할 때도 언제나 최고, 최다, 최상을 추구하는 중국 민족의 특성에 부합하는 전략을 짜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중국인 접대 시 너무 경제성에만 집착한다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