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마는 25.5톤 덤프다
일주일전 60개월 올캐피탈로 60만 뛴 스카니아를 업어왔다.
어릴때부터 남자의 로망인 큰 차를 몰고 싶었는데, 사업 쫄딱망하고 보증까지 잘못서서 인생막장에 어쨌뜬 꿈을 이뤘다
내 운전 스킬과 반사신경으로 봤을 때 보험은 필요없을꺼 같지만 차를 못 믿어서 보험 들었다
차 가져오자마자 막걸리 12병을 사서 바퀴마다 뿌려주며 외쳤다 ' 새 캬 이제 막걸리값 벌어야지?'
밤 늦게까지 세차에 광까지 내줬더니 뽀대작살이다
덤프운전은 무조건 슬리퍼가 간지 작살이래서 마트에 가서 삼디다스 두 컬레사서 운전석 조수석에 세팅했다
마지막으로 덤프 자세의 핵심인 튜브 잘라서 바퀴 잘 애무하라고 찰랑찰랑 치마를 만들어줬다
캬~~~ 이래서 수입차 수입차하는구나, 이정도 자세면 어디가서 꿀리지않을꺼 같았다
운전연습겸 한적한 도로로 끌고 나갔다
친구색기한테 딱 하루 조수석에서 배우고 차부터 가져와서 운전은 거의 처음이다
머~ 운전이라는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우와~ 시발 차선에 딱 들어간다 차선하고 차 폭하고 똑같다
차선 변경을 해야하는데 차 길이가 감이 안 잡혀서 몇 킬로를 직진만했다
내일부터 당장 일 시작하는데 좆됐다. 예전 4,5톤 몰때하고 차원이 다르다
세미오토라 적정 알피엠에 12단까지 기어올리랴 알피엠 보랴 단수확인하랴 전방 주시하랴 좌우 확인하라 후방카메라 보랴
담배피랴 카톡확인하랴 시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걸 어케 운전하지?
걱정만 기대반 뜬 눈으로 지새우고 골재 실으러 새벽4시 현장으로 갔다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새벽4시에 술처먹다 집에 간적은 일상이었지만 새벽4시에 출근하기는 처음이다
술처먹은 4시하고 일하러 가는 4시는 그 느낌 자체가 다르다
현장으로 가는 첫 출근길은 가슴이 먹먹하고 그 동안 내 인생의 반성으로 기어 변속을 하는 패들 쉬프트를 잡은 오른손으로
눈물이 떨어진다 예전 같으면 왼손으로 존물 뺄 시간인데 이제 나도 철이들었나부다
4시30분 현장에 도착하니 내 앞으로 11대쯤 먼저 와 대기하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블랙박스 불빛만이 반짝거릴뿐이다
와~~` 지독하다 아마 순번1위 할려면 새벽 2시전에 와서 대기해야하는다는 친구색기 말이 사실인거 같다
상차가 7시30분 시작이니 3시간은 기다려야한다
다들 보니깐 차에서 잠자는거 같았다.
5시 넘어가고 서서히 밝어오니 시발 내 차가 제일 찐따다 ㅜ
스카니아 최신형 r490시리즈부터 요즘 대세라는 2억4천짜리 볼보 fh500 4대가 자태를 뽑내고 있다
아~~~ 덤프하기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차들인데 내가 덤프를 하니깐 존나 핵간지다
나도 60개월 캐피탈 후딱 값고 존나 간지 황금색 볼보 500으로 바꾸리라 결심해본다.
7시30분 한 손에 커피 한 손에 담배 물고 존나 거만한 걸음걸이의 페르다기사(상차해주는넘)가 불도우저같은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 새벽2시 온 1순번 스카니아덤프가 차 시동을 건다
8시30분 내 차 상차 순서가 되서 빠꾸로 적재함을 페르다에 정확히 대야하는데 시발 존나 어렵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몇 번 하니깐 페르다 기사가 깝깝한지 그냥 지가 와서 상차해준다 다른 기사들이 다 비웃는거 같았다 이게 뭔 개쪽인가 ㅜ
페르다로 6번 푸니 내 차 상차는 순식간에 끝난다 3시간의 기다림치고는 너무 허무하다
도로로 나와 첫 신호대기에서 브레이크를 밞으니 그냥 미끄러진다 ㄷㄷㄷ
총 중량이 40톤이 넘으니 브렘보 12p로 브렉잡아도 그냥 밀릴꺼 같았다
짐 안 실었을때와 이렇게 틀릴줄이야 운전대를 잡은 내 손이 벌벌 떨려온다
무서워서 악셀을 못치겠다 차을 갓길에 대고 친구색기한테 전화해서 원래 이렇게 브렉끼 밀리냐니깐
존나 웃기만 한다 조심히 운전만 하라는 말만한다 시발넘
풋 브렉하고 패들쉬프트 앞으로 당기면 보조 브렉이니 그거 잘 땡기라고한다
쫄아서 50킬로 미만으로 기어가니 내 뒤에 상차했던 덤프들이 다 추월해가며 이색기는 왜 이러지? 그러는거 같다
오르막 신호걸리면 차가 아주 기어간다 내 뒤에 있던 덤프가 신호위반을 하고 탄력으로 나를 재기고 간 이유를 이제
알것같다
하지만 보배형들이 극혐하는 덤프 신호위반은 절대 안 하리라 굳게 마음을 먹었다
덤프는 신호위반 불법운전하는 인간 쓰레기 색기들이라는 그 고정관념에 반박을 해주고 싶었다
신호 대기하면서 보배형들을 생각하니 내 자신이 대견스러워지는 거 같았다
하지만 신호대기할때마다 1단부터 12단까지 변속을 반복할려고 하니 손가락이 정신없이 피아노를 친다
하차를 하고 다시 왔던 상차지로 가니깐 먼저 한 탕 뛰고 대기하는 덤프기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고 있다
오늘 처음 시작했다고 인사를 드리니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웃으면서 얘기해준다
나한테 왕복 기름 몇 리터 먹었냐고 물어봐서 30리터 먹었다니깐 허허 ~ 내 볼보 17리터 묵었는데
그렇게 해서 기름값이나 건지겠냐고 한 마디씩 한다 한 탕에 기름 그렇게 많이 차이나는거 처음이라고들한다
오르막길 신호대기 출발해서 올라갈때 트립으로 연비가 1:1로 떨어질때 정말 ㅎㄷㄷ했다
이제야 왜 오르막길 신호에서 다른차들이 신호짼 이유를 알 것 같다
신호 다 지키고 완주한 내가 바보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보배형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진 않았다
두번째와 세번째 네번째상차에서도 첫번재와 마찬가지로 꼬박꼬박 신호지켜가며 왕복을 했다
물론 다른 차들은 날 제껴갔지만
다섯번째 상차를 하러 전표를 받으러 가니 오늘은 마감됐다고 한다
나만 빼고 전부 다섯번 상차를 했다
집에 가는 중 주유소에 들려서 주유를 하는데 네탕 뛰고 기름 값에 할부금에 소모품 값에 먼가 안 맞는거 같은 계산이다
다섯탕을 뛰었으면 그게 오늘의 순수입일거라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 공터에 차를 대니까 친구색기가 미리 나와있었다
나 한테 고생했다며 오늘 니가 벌었으니 오겹쏘라고 한다
소주 한 잔 하면서 친구색기가 씨부린다
덤프는 신호빨이다
신호를 전부 꿰뚫고 있어야 한다 직진 신호뿐만 아니고 황색등일때 이 다음 신호는 어디이고 거기에 신호대기하는 차가
있는지 만약 없다면 그냥 신호쨀수도 있다. 신호빨 오르막 탄력으로치기 내리막을 최대한 이용한 악셀떼기 연비운전
이게 핵심이다 니처럼 탕바리해서 마이너스다 그냥 때려쳐야한다 ~~`
지랄하고 있네 그렇게 무대뽀로 남한테 피해주면서 번 돈으로 니 색기덜 키운거냐? 찔리지않나?
나한테 넌 덤프 체질이 아니라면서 그냥 접으라고 한다
친구색기랑 헤어지고 공터에 세워있는 내 덤프를 보는데 처음 봤을 때의 멋있는 모습이 아니고
왠지 섬짓하고 무서워지기까지한다
지금까지 60만킬로 뛸 동안 넌 얼마나 많은 신호위반과 남에게 피해를 줬을까?
바로 다음달부터 당장 내야할 캐피탈 할부금과 차 가져와서 든 카드값들 머리속이 혼란스럽다
내가 가고 있는 지금 덤프의 길이 옳은 길이라고 보배형들께 용기를 얻고 싶다.
'형들 저 바보아니죠?'
보배 양심왕김덤프님 펌
첫댓글 2부까진 봤던 것 같은데..그 뒤도 나왔나요?
5부까지 있는것 같네요.
재미있네요 ^^
군대 있을때 15톤 덤프 몰았는데...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저도 운전병 시절 트레일러빼고 다 몰았는데 기름 걱정은 없었지만 브레이크때문에 항상 부담이었습니다
2부 없나요?!!!
생생하네요 ㅎ
재밌네요 정독을 하다니ㅎㅎㅎ 이런글 좋아하는데ㅎㅎ 군대 있을때 두돈반 오톤 15톤까지 몰아 봤는데 25톤은 감이 안오네요ㅎㅎㅎ
ㅎㅎㅎ 15톤까지 갈 필요도 없이 당장 2.5톤만 몰아도 적응 안되실분 많으실겁니다. 브레이크 쫘악 밀리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