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루이지애나주 교도소에서 32년 동안 사형 집행에 대한 공포에 시달려 온 크리스토퍼 세풀바도(81)가 23일(현지시간) 밤 늦게 세상을 하직했다고 교도소 관리들이 밝혔다. 다음달 17일 질산 가스 주입으로 사형을 집행하기로 지난 12일 결정됐는데 열흘 만에 숨을 거뒀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15년 만에 사형 집행을 재개할 예정이었다.
루이지애나주 공공안전교정국은 고인이 앙골라 주립 교도소 감방 안에서 "저녁 8시 45분쯤 지병에 따른 합병증 때문에 자연사했다"고 발표했다.
세풀바도는 마흔여덟 살이던 1992년, 학교에서 돌아온 여섯 살 의붓아들 웨슬리 앨런 머서가 속옷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살해한 혐의(1급 살인)로 기소돼 이듬해 유죄 판결과 함께 사형이 선고됐다. 그는 드라이버 손잡이로 아이 머리를 때린 뒤 화상을 입을 만큼 뜨거운 물에 억지로 담가 숨지게 했다. 아이 엄마 이본느 존스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숀 놀란 관선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최근 세풀바도를 진찰한 의사들이 지병 말기에 이르러 죽음이 가까웠다며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는 그의 신체 건강과 인지 능력이 최근 몇 년 "심하게" 저하됐다면서 "고인이 밤새 감방 안에서 숨진 것은 루이지애나주의 사형과 형행 제도에 서글픈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주 법원이 이 작고 연약하며 죽어가는 노인을 의자에 묶어 놓고 그의 망가진 폐 속에 독가스를 주입해 죽이려 한 계획은 야만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세풀바도를 주초에 뉴올리언스 병원으로 보내 패혈증으로 인해 괴저가 나타난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하려고 했지만, 21일 밤에 이를 포기하고 감방에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당국은 정치적 논란과 독극물 주사제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2010년 강간 살해범 제랄드 보델론 이후 15년이나 미뤄 온 사형 집행을 재개하기로 이달 결정했다. 공화당 소속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주사약 대신 지난해 공화당이 다수인 주 의회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한 전기 의자 처형과 질산 가스 처형을 추진하기로 했다. 리즈 머릴 주 법무장관은 "그의 사형 집행은 벌써 오래 전에 했어야 했던 일"이라며 "루이지애나주는 목숨이 붙었을 때 집행하는 데 실패했다"고 돌아봤다.
한편 루이지애나주 당국은 세풀바도 외에 1급 살인 사형수 제시 호프먼(46)의 사형 집행을 3월 18일로 결정해 놓은 터다. 호프먼은 1996년 스물여덟 살의 메리 몰리 엘리엇을 뉴올리언스에서 납치해 세인트 탬매니 패리시(교구)에서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변호인들은 호프먼과 루이지애나 사형수 9명을 대신해 2012년 독극물 주사 처형이 잔인하고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처형 방법이라며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주 정부 때문에 재판을 무기 연기했던 연방법원은 지난 21일 이 재판의 속개를 명령해 사형 집행 날짜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