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산물과 슬로푸드, 친환경제품 등 이른바 ‘웰빙 (well-being)’을 대표하는 아이콘들 속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요가다. 사람들의 관심이 그냥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잘먹고 잘 살기’로 옮아가면서,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심신의 안정 등 정신건강까지 생각하는 운동법을 선호케 된 때문이다. 이제는 하도 여러 군데에서 웰빙이라는 단어를 쓰는 바람에 그만 식상한 느낌마저 드는데다, 웰빙의 차세대 트랜드로 ‘로하스(LOHAS)’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바람과 함께 붐처럼 일었던 여러 요소들도 주춤해지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속단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요가다. 국내에 요가 붐이 일기 훨씬 이전인 40여 년 전에 요가를 접하여, 현재 ‘요가 지도자들의 지도자’로 불리고 있는 (사)한국요가문화협회 정강주 회장(57세).
“요가는 그 역사가 5,000년이나 되었습니다. 웰빙바람 덕에 과거에 비해 많은 분들에게 요가가 친숙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요가는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질 그런 생명력이 아닙니다.” 중학생 때 우연히 들른 분황사에서, 가부좌를 튼 채 거꾸로 물구나무를 하고 서 있는 스님들의 요가 동작을 처음 보고 너무도 신비하였다고 한다. 기계체조반이었던 탓에 웬만한 운동 동작에 자신이 있던 그였지만, 좀체 흉내 낼 수도 없는 형상들이 어린 그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때문에 서울사대 체육교육과에 다니는 동안에도 타 대학에서 하는 인도요기 초청 강습회 등을 찾아다니게 되었고, 학사학위 졸업논문 주제도 요가였다.
졸업 후에는 동국대 인도철학과에 다시 입학했고, 1979년에 요가센터를 설립하여 현재 요가문화원을 운영하기까지, 그 긴 세월동안 우리나라에 요가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 왔다. “요가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일종의 수행입니다. 몸과 숨, 그리고 특히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지요. 저 스스로도 요가를 통해 건강을 지켜왔고 또 후진들에게 요가를 교육하고 있지만, 요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부분이 바로 그 점입니다. 마음을 조절하기는 정말 어렵잖아요. 그런데 요가를 하면 몸과 정신, 그리고 마음을 조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몸소 동작 시범을 보여 가며 요가 지도자들을 가르칠 정도로 건강한 그이지만, 집안 대대로 불같은 성질을 물림하여 스스로 ‘불칼’과도 같았다 표현한 자신의 성정을 진정시켜 준 것이 요가라는 것. 요가라는 이름 자체에 ‘마음의 작용을 멈추게 하는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하니, 오늘 정강주 회장으로부터 요가를 통해 마음, 그 가운데서도 마음에 인 불길인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보도록 하자.
오늘 정강주 회장에게 요가 동작들을 배우기 위해 요가문화원을 찾은 이는 일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의 서미옥 씨(28세). “왜, 병원에 오시면 ‘피검사’하러 오시는 채혈실 있잖아요. 그곳에서 혈액을 포함해 사람 몸에서 나오는 체액들을 검사하는 곳이 진단검사의학과랍니다. 환자들을 직접 대면하거나 하진 않지만, 걷는 일이 거의 없고 종일 좁은 공간에서 지내게 되지요.”
운동량도 적고 집중도를 요하는 업무다보니 스트레스도 많아, 평소 무슨 운동이든지 하나는 하고 싶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을 싫어해 마땅히 할 만한 운동을 찾지 못하였는데. 1년 전부터 하기 시작한 것이 요가. 처음엔 그저 운동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요가에 대해 권하기를 서슴지 않는 요가 전도사가 된 그녀다.
“자세가 많이 교정된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가 있어요. 또 하는 동안에 즐겁구요. 그리고 급하고 울끈불끈 했던 마음들이 요가를 하는 동안 차분히 정리되어서 좋아요.” 요가를 알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쁘고, 오늘 정강주 회장에게서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 또한 무척 기쁘다는 그녀다.
“요가 동작들을 하다보면 몸의 자극들을 느끼게 됩니다. 호흡을 느끼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내 마음의 상태도 알게 됩니다. 울컥 치미는 마음을 느끼고, 내가 지금 화가 난 상태구나 하고 깨닫게 되지요. 화에 갇히면 중심을 잃어버리고 화에 갇혀 떠내려가게 되는데,‘알아차리면’, 통제능력을 갖게 됩니다. 마음을 조절케 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화를 잘 내지 않고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은 이미 요가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가 동작을 가르치기에 앞서 먼저 요가와 마음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하는 정강주 회장.
“앉은 상태에서도 화가 나면 일어서게 됩니다. 화가 나면 중심이 높아지고 호흡이 빨라지거든요. 그래서 싸울 때 말리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주저앉히는 것입니다. 무릎이 모아지면 마음이 좁아집니다. 무릎을 열어 몸이 펴지면, 마음도 넓어지지요. 이처럼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몸의 중심을 땅 가까이에 두는 요가의 기본동작들은 이미 분기를 가라앉히는 법과 닿아 있다고. 그래서 제일 먼저 시작하는 요가 동작도 앉아서 가슴을 열어주는 ‘나비자세’이다. 이어지는 ‘낙타자세’는 앉아서 가슴만 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무릎 위 상체가 모두 하늘을 향해 열린다.
“하늘을 보면서 화내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열리면 열릴수록 화는 가라앉게 됩니다.” 뒤 이어, 자세가 더 낮아지는 ‘코브라자세’. 아예 코브라처럼 땅바닥에 몸의 중심이 밀착되어진다. 이때도 가슴은 공중을 향해 열리게 되고, ‘활자세’에서는 머리와 발이 팽팽히 당겨진 활처럼 되면서 다시금 가슴을 포함한 몸의 전면부가 낮은 중심에서 모두 열린다.
마지막으로 ‘폭소호흡’. 먼저 정 회장의 시범이 보여 진다. 요가문화원의 넓은 실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웃음과 숨소리. 정 회장으로부터 몇 번이나 칭찬을 들을 정도로 유연하면서 차분하게 전 동작을 따라 해온 서미옥 씨가 이번에는 좀 당황하는 눈치다. 따라해 보지만, 자세에 비해 소리가 작다. “웃음소리가 작아요. 이때 웃음은 뱃심으로 웃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 안에 노폐물, 앙금들을 다 내뱉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연거푸 폭소호흡을 하느라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서미옥 씨. 정 회장으로부터 ‘이제 되었다’는 신호를 받고 나서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 번진다. 호흡을 고르는 동안, 발그레한 얼굴이 말갛게 가라앉는다. 마치 마음의 화가 가라앉으면 이런 얼굴빛이 된다는 듯이.
첫댓글 감사히 보았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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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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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요~~감사히 읽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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