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계
너 살인하지 말지니라.
이로써 무엇이 금지되나뇨? 답. 고의적인 살인, 다툼, 언쟁, 증오 그리고 복수를 바람이니라.
교리
애덕이 우리에게 명하길 우리 이웃에게 어떠한 해도 가하지 말라 하므로 이 계명은 살인을 금한다. 왜냐하면 이(살인)는 우리가 저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해(害)이니, 만물 가운데 가장 소중한 목숨 및 이 세상에서 저에게 소중한 그 밖의 모든 것 즉 아내, 자녀, 재물, 토지, 그리고 구원을 위하여 쓰라고 천주께서 저에게 주신 시간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천주께서는 이 범죄의 무서움을 노아에게 다음과 같이 표하셨다. “나 사람의 손에서 네 생명의 피를 요구하리라. 사람은 천주의 모상(模像)으로 지어진고로 사람의 피를 흘린 자는 누구든지 자기 피도 흘리리라.” (창세 9:5)
살인은 극악한 것이니, 결코 벌 없이 지나갈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이웃에 대한 회복이 불가능한 위해이며, 그는 천주의 모상인 고로 천주께 대한 무례한 모욕이고, 저의 권위에 대한 반역적인 권리침해이다. 왜냐하면 천주는 삶과 죽음의 주인이므로 그 누구도 타인의 생명에 대한 아무런 권한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의 위임을 받은 경우는 예외이니, 그러므로 자기 국왕과 국가를 위한 정당한 전쟁에서의 살인은 적법하다. 왜냐하면 이는 살인을 예방하며, 계명을 어김이 아니라 그것(계명)의 목적에 진전시키고, 관원은 이유 없이 칼을 찬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마 13:4) 또한 개인도 그가 공격당할 때 자기를 방어할 다른 방법이 없다면 자기 목숨을 빼앗으려는 자를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위하여 복수함은 결코 적법하지 못하니, 심지어 타인이 우리에게 죽어 마땅할 해를 가하였을 때도 그러하다. 왜냐하면 아무도 자기 일에 대하여 판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것이 허용된다면 모든 곳이 피와 도륙(屠戮)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천주는 복수를 당신 자신에게 유보하셨고, 지상에서 언제든 그것(복수)이 정당한 경우 그 집행에 국왕과 관원들을 임명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결투가 중죄(重罪)임을 입증하나니, 이로써 개인은 권한 없이 스스로 복수하려는 것이며, 동시에 성급히 자기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너는 너 자신이 아니라 천주께 속하니라.”(1코린 16:19) 그러므로 너는 너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에 대하여 아무런 권한도 없다.
같은 이유로 이 계명은 종종 살인과 동등한 악의를 갖고 행하는 타인과의 언쟁, 다툼, 폭행과 같이 자연히 살인으로 이어지기 쉬운 모든 행위를 금하며, 또한 분노, 증오, 앙심을 품음도 금하니, 왜냐하면 이런 것들로부터 살인이 일어나며, 살인죄를 범함은 먼저 마음과 의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건드리거나, 언쟁할 때 불화를 악화시키거나, 누가 싸울 때 곁에서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힘을 다하여 모든 이와 화목하며 다른 이들을 화해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툼의 죄에 대하여서는 물론, 타인을 화해시키지 않은 죄에 대하여서도 대답해야 할 것이다. “화목하는 이는 진복자로다. 저들이 천주의 아들이라 일컬을 것임이오.” (마테 5:9)
이 모든 해악(害惡)은 교만과 분노의 결과이니 다름 아닌 겸손과 인내로 이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낮출 것과 만사를 온전히 천주께 맡겨 종종 말과 행동, 심지어 살인까지 행하게 하는 최소한의 분노, 악의, 앙심도 마음에서부터 품지 않기 위하여 우리 영혼에 큰 인내심을 가지라는 조언을 매우 빈번히 듣는다.
이 계명에 대하여 우리는 또한 영적 살인인 악한 표양을 조심해야 하니, 이로 인하여 사람은 자기 이웃을 죄에 떨어뜨림으로써 그의 영혼을 죽이므로, 복음서에 이(악한 표양)에 대한 끔찍한 화(禍)가 선고(宣告)된다.
훈계
오 그리스도인아 이 가르침으로부터 고의적 살인을 혐오하고 미워하기를 배우라. 이는 가장 중(重)한 범죄인 고로 하늘의 복수를 부른다. 카인이 무죄한 아벨의 피를 흘림으로써 당한 벌을 기억하라. 사람의 피로 더럽혀진 짐승도 살아남지 못하고 죽임 당했으니, 천주는 그를 죽게 하라(사형에 처하라) 하신다.
네게는 타인의 머리카락 하나 해칠 권한도 없으니, 하물며 그에 대하여 네 마음에 분노와 앙심을 품거나, 악한 말로 욕설하거나, 그를 폭행하거나 상해할 권한은 더욱 없다. 사랑은 법률을 준행함이니, 이 모든 것들은 그 사랑을 파괴하거나 감(減)하므로 이는 법률을 위반함이 된다. 또한 그것을 이행함이 삶이므로 그것을 파괴함은 죽음이다.
너 이 경(輕)히 애덕을 범함에 대하여 그리스도로부터 얼마나 빈번히 경고를 받았나냐?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제 형제에게 분노하는 자는 심판 받을 죄인이오, (마음에 악의나 경멸을 가지고) 제 형제에게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불의 죄인이 되리라.” (마테 5:22)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살인자니라.”(1요왕 3:15) “네 예물을 제대 앞에서 드리기 전에 먼저 가서 네 형제와 화목하고 이에 와서 네 예물을 드리라.” (마테 5:24) “네 원수를 사랑하며 너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은혜를 베풀라.” (마테 5:44) 저는 네게 명하시길 타인에게 말이나 행위로 선을 행하고 악을 행치 말라 하신다. 무엇보다 더 조심할 것은 바로 악한 표양과 스캔들로 네 이웃의 영혼을 죽임이니, 이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너무나도 흔한 일이다.
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타인의 악한 삶을 통하여 거짓말하기, 욕하기, 그리고 악담(저주)하기를 배우나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타인과의 세속적인 대화로 인하여 술꾼이나 난봉꾼이 되어 종교를 버리나냐? 그리스도의 입에서 나온 화(禍) 중에 스캔들(악한 표양)로 당할 화(禍)보다 더한 화(禍)를 부르는 죄는 없다. “악한 표양 때문에 세상에게 앙화(殃禍)로다.” (마테 18:7) 오호라! 자기 죄악 및 악한 표양으로 타인을 선(善)으로부터 끌어내는 자가 매우 많으니, 너는 너의 교화(敎化)하는 삶으로 타인을 덕(德)으로 끌기로 힘쓰라. 전자(前者)에게 주어질 벌도 클 것이요, 후자에게 주어질 보상(報償)도 크리라. “다른 이들에게 정의(正義)를 가르치는 이들은 영원히 별과 같이 빛나니라.” (다니 12:8) 너 전에 네 이웃의 영적 멸망의 원인이 된 적이 있었거든, 자비를 청하고 앞으로 네 모든 힘을 다하여 바로잡을지니, 슬픔을 통해서 뿐 아니라, 또한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삶을 통하여 너의 악한 표양으로 해를 입은 자들이 돌아오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