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다.
시작되는 싸움...
공허한 눈동자...
비어버린 시선..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위에 붉게 칠한 듯한 입술..
새하얀 피부위에 새빨간.... 피...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싸웠고..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멋드러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달빛아래 검은색의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그녀를 월화(月花:달빛꽃)라 칭했다.
※골.때.리.는 녀석들※ - 16
덜커덩- 덜커덩-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기차.
요즘은 많이 볼수 없는 옛날식 기차라 그런지 모든것이 낡았다.
퀘퀘한 냄새가 나는 의자는 조금의 불쾌감을 주었지만 서윤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의자를 돌려 마주 앉은 네 사람..
세혁과 서윤이 같이 앉고 휘안과 갈색머리의 한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서윤은 눈썰미가 꽤나 좋은 편이라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철저한 직업정신이기도 했고, 하나의 살아가는 수단이기도 했다.
상대방을 얼마만큼 빨리 파악하는가... 그것은 싸움의 기초중 기초이다.
서윤은 처음보는 남자를 유심히 처다보았다.
서윤은 이름이나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머리가 나쁜 편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불필요한 것은 기억하지 않는편이라 스스로 그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 뿐..
그래서 서윤이 담당하는 2 - 13반 중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는 것은 세혁과 휘안뿐..
세혁은 눈빛이 살아있어 무언가가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녀석이였고, 휘안은 일반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기억할수 있었다.
비록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귀찮아하기는 하지만 그 사람의 특유의 분위기나 특징 정도를 기억하여 왠만한 사람은 구분해낼수는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휘안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는 처음보는 인물이였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에 옆 인물들이 뛰어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평범해보이는 얼굴.
하지만 평범함 속에 감춰져 있는 나른함과 그 무엇도 귀찮다는 표정은 굉장히 관능적여보였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얇고 붉은 입술과 곱상하게 생긴 얼굴의 소유자였다.
서윤이 뚤어져라 그를 처다보자 휘안이 그녀의 뜻을 간파하고 그를 소개했다.
"선생님은 처음 보시겠네요.
이름은 임관후. 저랑은 10년 지기 친구랍니다~"
"씨발새꺄! 난 니같은 개호로자식을 친구로 둔적없어!!"
"하하.. 관후도 참.. 그런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다니..내가 부끄럽잖냐~"
썅두육자를 중얼거리는 관후의 말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싱글거리며 받아친다.
휘안을 향해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던 관후는 '역시 니새끼가 어디 갈리가 없지'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관후의 한마디 말에도 생글거리는 표정을 지우지 않는 휘안이였다.
...어떤 의미로 보면.. 굉장한 강적..
...어떤 의미로 보면.. 못말리는 싸이코..
서윤이 '정휘안'이라는 인물에 대해 내린 정의였다.
투덜거리며 눈살을 찌푸리던 관후는 유심히 서윤을 탐색한다.
상대방을 낱낱히 훓터보는 눈빛에 서윤은 살짝- 시선을 피한다.
"...평범치는 않군.. 오히려 맘에 드는데?"
"넘볼 생각은 마라. 세혁이꺼다."
"아..그래? 안타깝군."
한참 서윤을 탐색하던 관후가 서윤에 대해 짧게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마음에 든다는 관후를 나무라는 휘안.
서윤은 알아듣지도 못하고 별 흥미도 없었기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조용한 공기가 흐른다.
왁짜지껄한 기차속에서 그녀는 멍하게 세혁의 옆 창문에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양평가는 길은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았다.
특히 기찻길 주변 풍경은 거의 무너져가는 낡은 도시의 잔해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한참 도시를 지나야 비로소 조금이라도 자연을 느낄수 있었다.
서윤은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기차에 몸을 내맡겼다.
그리고 몰려오는 잠을 거부하지 않고, 정신의 저편의 세계에 파고든다.
툭-
서윤의 고개에 세혁의 어깨위로 떨어진다.
세혁은 자신의 어깨에 맞닿은 부드러운 느낌에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규칙적으로 숨을 내쉬며 새근새근- 잠을 자는 서윤.
세혁의 시야에 붉은 입술이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세혁은 반대편 손을 들어 조금은 마른 입술을 매만졌다.
손끝을 통해 마른 입술의 촉감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입술만을 빤히 처다보던 세혁이 선분홍의 혀로 자신의 입술을 햝는다.
계속해서 입술을 매만지던 세혁이 휘안과 관후를 바라본다.
"그래 이 빌어먹을 자식아 눈감아준다.
젠장알, 어디 좋아하는 사람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난 신경쓰지마아~..쿡쿡!!"
세혁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휘안과 관후.
관후는 투덜거리며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으며 딴청을 피웠다.
하지만 휘안은 이런 재미있는 구경을 놓칠수 없다는 듯이 눈동자를 반짝였다.
세혁은 별 상관없다는 듯이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서윤의 턱을 잡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살짝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 S석과 N석이 서로엑 끌어당기는 듯한 욕구를 채운다.
살짝 맞닿은 입술로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좀 더 진도를 나가 입술 안에 있는 치아를 훓고 끈적한 딥키스를 나누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세혁.
하지만 세혁에게는 자는 사람에게 도둑키스를 하는 취미 따위는 없었다.
(지금 와서 그런 말하면 상당한 모순이지만;;;)
가벼운 베이비 키스를 마친 세혁은 충동을 억눌르며 아쉽다는 듯이 입술을 떼었다.
타인의 손길이 닿으면 바로 잠에서 깨는 서윤.
아니 남이 있으면 깊은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는 그녀가 이러한 접촉에 깨지 않는 것은 조금 이상했으나 그녀는 계속해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저 서윤은 잠결에 입술 위로 느껴지던 따뜻함에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을 뿐..
.
.
.
양평 역에서 내린 일행들은 곧 도착한 숙소 전용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한참을 시골길을 연상시키는 길을 지나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우선 30명이라는 인원을 충족해줄만한 숙소가 없었기에 인원을 나눠서 들어가기로 했다.
우선 4방을 잡고 7~8명씩 들어갔다.
서윤은 여자였지만 특별히 본인이 다같이 쓰는 것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어 그냥 아이들과 합류하기로 했다.
어차피 누군가가 흑심을 품고 덤빈다 해도 깔끔하게 제압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윤은 세혁, 휘안, 관후.. 그리고 상문, 진후, 경운이라는 아이들과 같은 숙소를 배정받았다.
물론 이것은 휘안의 약간의 계략.. 아니 약간의 협박으로 이뤄진 일이였다.
한 쪽 구석에 짐을 모두다 풀어놓은 일행들은 tv를 틀거나 베게를 가지고와 눞기도 했다.
숙소는 산속에 위치하여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통나무 집에다가 케이블도 달려 있었고, 규모가 굉장히 넓었다.
운동화를 구겨신은 서윤은 밖에 나가보았다.
숙소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13반 일행들 밖에 없는 것인지 인자해보이는 주인 부부 내외 외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서윤은 조용한 오솔길을 걸었다.
숙소는 딱 5 채의 집이 있었는데..
통나무로 된 집도 있었고, 굴처럼 파서 방을 만든 곳도 있었으며..
영화속에 나오는 예쁘장한 하얀집도 있었다.
수영장도 있고, 잔디 밭고 있었으며, 잔디 밭은 배구를 할수있게 셋팅되어 있었다.
서윤은 길을 따라 계속 걷고 또 걸었다.
굉장히 규모가 큰 곳이라 그런지 끝없이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히이잉-
서윤이 막 커브길을 돌아갈때 일이였다.
어디선가 말 울음 소리가 들려왔고, 곧 윤기나는 갈색 털을 자랑하는 말 한마리가 서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여러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다.
시작되는 싸움...
공허한 눈동자...
비어버린 시선..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위에 붉게 칠한 듯한 입술..
새하얀 피부위에 새빨간.... 피...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싸웠고..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멋드러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달빛아래 검은색의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그녀를 월화(月花:달빛꽃)라 칭했다.
※골.때.리.는 녀석들※ - 17
타닥- 타닥-
요란한 말굽 소리를 내며 말이 서윤을 향해 돌진했다.
서윤은 당황했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무언가에 화가 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은 매우 흥분 상태에 이르러 있는 것 같았다.
서윤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오는 말이 거의 서윤의 앞에 왔을 때 그녀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간발의 차였다.
혹시라도 서윤이 몸을 틀은 방향으로 말이 달려오지 못하도록 위험한 곡예를 펼쳤다.
히이잉-
서윤을 그대로 지나친 말은 앞발을 들고 멈춰서더니 푸드득- 거리며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는 다시 방향을 틀어 서윤을 바라본다.
"...제길.."
피하느라 발목이 삐끗- 했나보다.
서윤은 재빨리 몸을 일으켰지만, 심하게 삔 발목때문에 휘청거린다.
다시 달려온다면..저 앞발로 서윤을 내리친다면.. 그대로 서윤은 비명횡사할게 틀림없다.
물론 말의 뒷발로 채이면 거의 죽음.. 운좋으면 뼈 몇개 뿌러지는 걸로 끝나겠지만.. 앞발이라고 무사하지는 못할 터..
서윤의 이러한 걱정들은 말이 천천히 다가옴을 느끼면서 모두 날려버렸다.
더이상 달려들 생각은 없는 것인지 말은 천천히 서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서윤의 앞에서 멈춰선다.
햇빛을 받은 곳은 갈색이였고, 그늘에 가려진 곳은 검은색의 윤기나는 털을 가지고 있었다.
긴 속눈썹 밑으로 보이는 까만 눈동자는 그 어떤 것보다 순수해보였다.
그리고 곧게 뻗어 멋을 자랑하는 검은색 갈기까지..
말은 서윤의 앞에 와 섰고, 서윤은 조심스럽게 말의 얼굴을 매만졌다.
말은 푸드득- 거리며 서윤의 손길을 받아내었다.
"자- 넌 어디서 왔니?"
서윤은 말을 쓰다듬으며 말했지만 한낱 짐승인 말이 그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
그저 서윤의 얼굴에 자신의 털을 부비댈 뿐..
"은서윤?"
한참 말을 쓰다듬던 서윤은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 서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세혁.
세혁은 말과 서윤을 번갈아보았다.
'왜 이런 곳에 말이 있는가?' 라고 묻는 것만 같은 표정이였다.
그렇게 바라보면 무엇하리.. 왜 이놈아가 여기 있는지는 서윤조차 모르거늘..
세혁이 다가오자 말은 경계하듯 푸르륵- 거리면서 한발자국 물러섰다.
"왠..말..?"
"글쎄? 이 곳 소유같은데..?"
무심한 얼굴로 자신의 추측을 얘기한 서윤은 말을 토닥여주다가 말 위로 올라섰다.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그녀는 능숙한 태도로 말 위에 올라 말고삐를 잡았다.
"이럇!"
히이잉-
유난히도 서윤을 좋아하는 것인지 원래 사람을 잘 따르는 것인지 말은 땅을 박차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서윤은 바람을 가로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꽉 막힌 가슴이 뻥- 하고 뚤리는 기분.
이대로... 이대로 영원히 시간이 멈춰버렸으면...좋겠다는 생각...
말은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서윤은 알지 못했지만 게이치 않았다.
처음보는 말이지만.. 처음타보는 말이지만...
이런 느낌을 준다면 승마를 배워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서윤이다.
말은 온통 잔디가 깔려 있는 초원 같은 곳에서 멈춰섰다.
정말 캠프의 규모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숙소가 보이지 않는 넓은 초원이 있을 정도로 넓은 것 같았다.
말이 멈추자 서윤은 말에서 내려 말을 토닥여주었다.
말은 까만 눈동자로 서윤을 바라보다가 이내 서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풀을 뜯었다.
서윤은 멀뚱히 서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뻥 뚤린 초원.
오직 눈에 보이는 것은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과 푸른 대지..
멀뚱히 서서 무엇을 할까.. 하고 고민하는 서윤의 어깨를 누군가가 낚아챘다.
"하아...하아..."
거칠게 숨을 내쉬며 서윤을 꽈악- 잡고 있는 남자..
강세혁.
서윤을 쫓아 뛰어오기라도 한 것인지 그는 고른 숨을 내쉬지 못하고 조금 흐트러진 표정으로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세혁이 앉아서 서윤을 올려다본다.
마치 '너도 앉지?'라고 권하는 것 같은 눈빛이라 덩달아 앉아버리는 서윤.
둘 사이에는 말이 없다.
그저 어디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만이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갈 뿐..
그에 따라 서윤의 검고 아름다운 머리칼이 허공을 수놓듯 흐트러진다.
하늘 거리는 머리칼 때문에 감춰져 있던 그녀의 둥글고 예쁜 이마가 모습을 드러낸다.
"...궁금해."
"......?"
"...내가 왜 너에게 끌리는 지.. 그 이유가.."
"......?"
"아주 오래전부터.. 널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마치.. 아주 오래전 퇴색되어 버린 첫사랑을 보는 것 같이..
이렇게 날 끌어당기는 것은... 너의 어떤 면일까...?
세상을 무심하게 살아왔던 나인데..
왜 나는 너에게 끌리는 것일까..?"
세혁은 쓸쓸히 독백하듯 중얼거렸다.
서윤은 조금 엉뚱한 이야기를 내뱉는 세혁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처다볼 뿐.
"무슨 뜻이지?
난 그렇게 빙빙 돌려 말하면.. 알아듣지 못해."
"...널 갖고 싶다는 얘기다."
"뭐......?"
서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니.. 남자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어린 꼬맹이쯤..?
세상 살이 산전수전 다 겪어본 자신에게..
지금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가지고 싶다고 얘기하는.. 인간은.. 그저 철없는 꼬맹이 일뿐...
서윤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자신의 표정을 찾았다.
무표정.
아무 감정없는 표정이였지만..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표정이였지만 그 어떤 표정보다 그녀와 잘 어울렸다.
마치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미안하지만..
난 꼬맹이를 건들일만큼 궁하지도 않고.. 그런 취미없어.
진심이 아닌 장난이라면..
장난보다 가벼운 마음이라면 지금 버려라.
아니..
장난도 아니고 가벼운 마음도 아닌.. 진심이라 하여도..
그 마음을 버리는게 좋을꺼야.."
진심어린 충고였다.
서윤은 진심어린 충고를 세혁에게 해주었다.
조금 보랏빛이 도는 눈동자를.. 세혁의 까만 눈동자가 피하지 않고 처다본다.
"....난.. 가지고 싶은 것을 놓쳐본 적은 없어."
"..........."
".......네 잘못이야.....
....넌... 내눈에 띄지 말아야했으니까.."
스윽-
몸을 일으킨 세혁은 그대로 뒤돌아 숙소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서윤만이 남겨진다.
".....빌어먹을 자식....
넌....날 갖을수 없어........"
아무도 갖을수 없다.
그녀는 도도하고 외로운 보석과도 같은 존재.
그 누구도 따먹을수 없는 선악과..
손대지 못할 존재.....
[누구도 널 소유하지 못해..
내가 아니라면..
내가 갖을수 없다면..
나는 너라는 보석을 부셔버릴 것이니..
너라는 존재를...소유하지 못한다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아니 오랫동안 잊으려고 악을 쓰며 부정했던....
그의 목소리가...........
자신을 소유했었던....그의 목소리가 서윤을 괴롭힌다......
"아아.....제길......"
탁하게 변질된 눈동자로 중얼거리는 서윤.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묻혀 허공에서 흩어져 버린다.
여러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다.
시작되는 싸움...
공허한 눈동자...
비어버린 시선..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위에 붉게 칠한 듯한 입술..
새하얀 피부위에 새빨간.... 피...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싸웠고..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멋드러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달빛아래 검은색의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그녀를 월화(月花:달빛꽃)라 칭했다.
※골.때.리.는 녀석들※ - 18
숙소로 돌아온 서윤.
아이들은 야외에서 고기를 굽어먹을 생각인지 테이블 셋팅에 들어가고 있었다.
"어? 어디 갔다오셨어요?"
"아아...산책..."
멍- 한 얼굴로 휘안의 질문에 짧게 대답한 서윤은 숙소로 들어갔다.
뒤에서 '밥 안먹어요?'라는 질문이 들려왔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숙소 안으로 들어선 서윤은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이불을 폈다.
'피곤하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쉬고 싶다는 생각 뿐..
그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불을 펴고 그 위에 몸을 맡겼다.
위로 솟아올라 있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보면 통나무 집이겠지만 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른 집과 다를게 없는 숙소..
서윤은 눈을 깜빡이다가 주머니를 뒤졌다.
작게 포장되어 있는 초콜릿들이 손안에 딸려나온다.
서윤은 포장을 까서 입안에 초콜릿을 넣었다.
혀에서 사르르- 녹아 내려 달콤한이 입안 가득히 퍼진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
아까부터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병인가..?"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에 대해서 서윤은 죽을 병이라도 걸렸나..? 하며 실없이 피식- 웃었다.
죽으면 어떠하고 살면 또 어떠하리..
그저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 뿐..
죽지 못해 사는 것이고.. 살지 못해 죽는 것 뿐이니..
살아 있는 이 자체가..
아니 죽어야 될 그 자체가..
슬프지는 않다.
서윤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어둠이 몰려온다.
어둠속에서... 어둠에 천천히 침식되어가는 자신을 바라본다.
차갑게 웃는 그가 떠오른다.
".....임민호......"
.
.
.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밤이였다.
빌어먹을 밤이였다..
큰 싸움이 있었던 날..
서윤은 미친 듯이 싸웠고.. '월화'로써의 명성을 날렸다.
그녀는 정말 미친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만큼 잔인하고.. 빠르게 사람들을 쓰러트렸다.
그날은.. 그녀가 미치는 날..
달에 취해 미치는 날..
어머니의 기일.....
"버림 받았냐..?"
피투성이가 되어 아무렇게나 땅에 앉아 있던 서윤에게 접근한 한남자...
그가 처음 서윤에게 걸었던 말.......
"........꺼져."
"......신경 예민한 고양이라는 건가...? 쿡쿡.."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윤의 거친 말에도 게이치 않는 남자.
보슬비가 내리는 밤..
우산도 쓰지 않은 체 다른 이의 피를 뒤집어 쓰고 아무렇게나 땅바닥에 앉아 있는 서윤에게 접근한 남자.
어울리지 않은 하얀 우산을 쓰고 서윤을 응시하는 까만 눈동자.
"버림 받았냐..?"
".....갖잖은 동정심이라면 빨리 꺼지는게 신상에 좋을텐데..?"
위협적으로 으르렁- 거리는 서윤을 향해 그는 피식- 웃어보이기만 했다.
서윤은 왠지 모를 짜증에 몸을 일으켰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겠는가? 더러워서 피하지.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가는 서윤.
그는 뒤에서 그녀에게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버림 받았다면...주워주지..."
....그와의 첫 만남..
잊을수 없는 사람..
임민호..
서윤은 나중에 그에게 물었다.
'왜 나를 주웠지..?'
'구원 받고 싶다는 눈을 하고 있어서...'
그 말에 서윤은 실없이 웃었다.
그의 말대로.. 그녀는 구원 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와의 생활은 행복했다.
정말.. 친.오빠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가족이 생긴 것 같은 느낌..
정말 행복했는데..그랬는데...
"나에게 바라는 게 뭐야..?"
".......널 원해.."
조금 머뭇거리다가 내뱉은 대답.
서윤의 눈동자의 슬픔의 깊이는 더욱더 깊어진다.
'거짓말 하지마.......
거짓말 하지마......거짓말...하지마................
날 통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쯤은..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어..
나는 너무나도 이기적인 여자거든....
너무나도 이기적인 년이거든.......나를 통해..................민호...........네 이복 동생을 보고 있었다는 것쯤은....
이미.......오래전에 알고 있었어.......
다만....내 손에 들어온 행복을 쉽사리 놓치고 싶지 않아.....모른 척......외면 했을 뿐.......'
"웃기지마.....
웃기지마!!!!!!! 날 통해.....누굴 보고 있는거지...?"
흠칫-
그녀의 말에 민호의 어깨가 떨린다.
명백해지는 사실.
부정하고 싶었던 현실.
'그래....
그는 나를 '은서윤'이라는 인간이 아닌...... 그의 이복동생으로 보고 있었어..
그는 나처럼.. 친 오빠가 아닌.............
이복동생을... 여자로 봤듯이.. 나를 여자로 봤어............
이미 신뢰는 깨졌고.. 이미 그와의 관계는.....산산조각 났어......'
어쩌면 끝까지 모른척 하고 있었을수도 있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그가 말했다.
그가 서윤에게 말했다.
사랑한다고......
서윤을 통해 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사랑한다고 말했다.
서윤이 아닌 '그녀'에게..
"널 떠날꺼야.."
"......"
"다시는 널 보지 않아.."
"....."
"이제.........우리 그만두자.."
"...........안돼..."
"........"
".....안돼....
넌.....이미 내 것이야..
누구에게도 줄수 없어.............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친다면....
자꾸 나에게 도망친다면..
네 발목에 족쇄라고 채워놓을꺼야..
도망칠 생각은 버려..
누구도 널 소유하지 못해..
내가 아니라면..
내가 갖을수 없다면..
나는 너라는 보석을 부셔버릴 것이니..
너라는 존재를...소유하지 못한다면....
넌......내.꺼.야."
서윤은 그런 그를 비웃듯 도망쳤다.
그의 손아귀에서..
도망치듯 재경의 도움을 받아 한국을 빠져나갔고..
미국에서 그녀는 또다른 삶을 시작했다.
'월화'가 아닌..'은서윤'으로써의 삶을....
그리고 다시 '은서윤'으로써 한국 땅을 밟았다.
[.....안돼....
넌.....이미 내 것이야..]
'과거 따윈 완벽하게 버려줄꺼다..'
[누구에게도 줄수 없어.............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친다면....
자꾸 나에게 도망친다면..
네 발목에 족쇄라고 채워놓을꺼야..
도망칠 생각은 버려..]
'네가 날 잡는다고 해도.. 내가 날 가둬놓는다 해도..
나는 너를 비웃듯 너에게서 도망쳐주지...'
[누구도 널 소유하지 못해..
내가 아니라면..
내가 갖을수 없다면..
나는 너라는 보석을 부셔버릴 것이니..
너라는 존재를...소유하지 못한다면...]
'그래.. 누구도 날 소유하지 못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넌......내.꺼.야.]
'난 처음부터 네 것이 아니였어.
아니.. 네 것이였다 해도..
네가 사랑했던..아니 그녀의 대용품이였던 '월화'는..
죽고 그 자리엔 '은서윤'이라는 여자만 남겨졌다.
월화는 죽었어.
네가 소유하던 월화는 죽었지만..은서윤은 살았지.........
난....
월화가 아닌...은서윤이다..
월화는....이미..그날...........죽었다.'
여러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다.
시작되는 싸움...
공허한 눈동자...
비어버린 시선..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위에 붉게 칠한 듯한 입술..
새하얀 피부위에 새빨간.... 피...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싸웠고..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멋드러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달빛아래 검은색의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그녀를 월화(月花:달빛꽃)라 칭했다.
※골.때.리.는 녀석들※ - 19
방안으로 들어온 세혁은 점심때부터 낮잠을 취하고 있는 서윤을 내려다보았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초콜릿 포장지.
세혁은 그 자리에 앉아 주섬주섬 초콜릿 포장지를 치웠다.
그리고 서윤의 얼굴을 힐끔- 처다보았다.
단아하고 아름다운 얼굴..
무언가 절도 있고 분위기 있으며 편안해보이지만 가벼워보이지는 않는 타입.
세혁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손을 들어 서윤의 얼굴을 매만진다.
꼭 아기피부 같은 부드러운 느낌.
피부와 피부가 맞닿은 감촉이 손에 착착 달라붙는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다니.... 세혁은 낮게 한숨지었다.
도대체 이여자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많은 남자들 사이에 태연스럽게 잘수 있는 것인지..
물론 예전에 본 싸움 실력이라면 자신과 호각을 다툴 실력이겠지만.. 여자는 싸움에서 불리하다.
서윤을 바라보던 세혁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이유때문인지 발목이 퉁퉁 부어있었다.
어디서 삐기라도 한건지.. 세혁은 자리를 조금 밑으로 옮겨 서윤의 발목을 잡았다.
"아앗!"
갑작스러운 접촉에 입술사이를 비집고 신음이 터져나온다.
미련스럽게도 서윤은 다친 자신을 돌볼 줄을 몰랐다.
아니 돌 볼 필요성을 못느꼈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그것이 작은 부상이라면 더더욱..!
세혁은 서윤의 발목을 잡고 살살 문질렀다.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목을 돌리자 고통의 신음소리가 입밖으로 터져나온다.
"으윽....음..앗..!!!!"
방안 가득한 목소리가 왠지 야하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서윤의 발목을 어루만지던 세혁은 점점 잦아드는 신음에 괜찮다고 판단하고 그대로 방을 나간다.
더이상 그곳에 있었다가는 이성을 제어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 끝에서부터 서서히 타들어간다.
탁한 연기가 하늘거리며 위로 올라가다 사라져버린다.
"....갖고 싶어.."
타들어가는 목마름.. 거부할수 없는 유혹.. 떨칠수 없는 마약같은 존재..
타고 남은 필터처럼 남는 것은... 끝없는 갈증과... 마약같은 끌림 뿐....
그녀에 대한 갈증을 한참을 담배로 달래야했던 세혁..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아이들..
세혁은 타고 남은 담배를 아무렇게나 버렸다.
그리고는 아이들.. 정확히 휘안과 관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잠에서 허우적 허우적 대던 서윤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온다.
살짝 눈을 뜨니 주변이 조금 어둡다.
옆에 두고 잔 핸드폰을 바라보니 시간은 7시 30분..
저녁때라 그런지.. 아니 아침도 대충 빵으로 때우고 점심은 입에 대지 않았던 탓인지 허기가 밀려온다.
몸을 일으킨 서윤은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치우지 않은 식기들만 있을 뿐..
서윤은 핸드폰을 열었다.
예전에 휘안이 자기맘대로 저장한 단축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가고 이내 달칵- 하는 소리와 함게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네~ 모시모시!]
"..."
[누구세요오~?]
"..나.."
[앗! 선생님? 우와! 저한테 연락해주실줄은 몰랐는데...]
"어디야?"
[음... 큰길로 나오셔서 조금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꺽어서 오시다가 두번째에 나오는 올라가는 길로 오시면 연못이 있거든요?
그쪽으로 오세요~]
"응."
여전히 방정맞은 말투와 명랑한 목소리.
전화 통화를 마친 서윤은 휘안이 설명해준 길을 따라 갔다.
완전히 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감이 있었지만 주변은 어둑어둑했다.
조용하다 못해 음산하기까지한 길을 걸어가자 곧 연못이 보였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무언가가 둥둥- 떠있었는데..
주변의 불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전등이 전부였고, 조금 거리가 먼 곳에 있었기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샘! 여기요!"
그러나 어떻게 알아본건지 휘안이 서윤을 부른다.
그리고 물살을 가르고 무언가가 움직인다.
그쪽으로 걸어간 서윤은 10명정도 누울수 있을 것 같은 판자에 올라섰다.
그냥 판자였다면 물 속으로 가라앉았겠지만, 판자 밑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드럼통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아이들은 판자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모여서 과자와 음료수를 먹고 있었다.
또 줄을 양쪽 나무에 매달아 철 기둥 사이를 지나가게 해 잡아당기면 움직일수 있도록 해놓아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서윤이 올라서자 아이들이 줄을 잡아당겼고, 곧 배는 중앙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무서운 얘기요... 이제 곧 여름이니..공포가 별미지....흐흐.."
라고 휘안이 발랄하게 말한다.
항상 서윤이 생각하는 것이지만 정휘안이라는 인간 항상 긍정적이고 밝고 명랑하고 활발해보였다.
하지만 눈동자 속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무엇이 저리 슬프기에.. 기쁜 척하는 것일까..?
"그럼 내차례지?"
어둠속에서 누군지 모르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말했다.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하이힐 이야기였다.
대충 내용을 간추려보면,
연인인 두남녀중 여자에게 어느 지나가던 노인이 말하길..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와서 남자친구의 주소를 물어보면 절대로 대답하지 말고..
하얀색 옷을 입은 사람이 와서 남자친구의 주소를 물어보면 말하라.'라고 말했다.
여자는 어느날 꿈을 꾸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여자가 찾아와 남자친구의 주소를 물었다고 한다.
노인의 말이 생각난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녀는 돌아갔다.
그리고 몇십분 후 누군가가 또 그녀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하얀색 옷을 입은 여자였다.
여자는 노인이 일러준대로 그녀가 묻는 것에 대답해주었고,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긴 복도를 걸어갔다.
여자는 문을 닫으려고 하다가 무심코 복도를 걸어가는 하얀색 옷을 입은 여자의 뒷모습을 처다보게 되었다.
그 순간. 그녀는 숨막히는 공포를 느낄수 있었다.
또각또각-
조용한 복도에 울려퍼지는 하이힐 소리...
그녀가 놀란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하얀색 옷의 여자의 구두는...... 검은색이였던 것이다.
그 후 잠에서 깨어난 여자는 급히 남자에게 전화를 했고, 죽음의 위기에 빠져있던 남자를 구할수 있었다.
라는 아주 식상한 조금 흔하고, 조금 많이 재미없는 이야기 였다.
"이자식아! 그걸 공포라고 말하는거냐?!! 나가죽어 이인간아!"
"아오! 저걸 죽여 살려?"
"우우우!!"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져 나온다.
확실히 재미없기는 재미없었다.
다굴의 현장..
누군가 대가리를 시원스레 때리자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기가 생각해도 격했나보다.
"분위기도 깨진 판에 술이나 먹자"
누군가가 말하자 다들 동조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를 땅에 대고 하나 둘 씩 내리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자칫하면 연못에 빠질수도 있었기에 조심히 움직여야했다.
서윤이 조심스럽게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갑자기 땅과 배가 튕기듯 멀어진다.
"으왓?"
그 바람에 중심을 잃은 서윤이 비틀거리다가 뒤로 넘어진다.
털썩-
결국엔 중력의 힘에 의해 중심을 잃은 몸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서윤은 아픔이 느껴질줄 알고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서윤은 뒤에 있던 사람..
즉 세혁의 품안에 떨어져 넘어졌기에 실질적인 충격은 세혁이 모두 흡수한 상태였다.
"아.....미..미안.."
서윤이 당황하며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세혁이 그런 서윤을 끌어 안고 놔주지 않아 그녀는 일어나지 못했다.
"...조금만 이러고 있자.."
숨쉬는 것이 느껴진다.
심장 뛰는 것이 느껴진다.
두근두근-
들썩거리는 가슴도.. 조용한 주변도..
오직 귓가를 머무는 것은 심장소리 뿐..
'편안해...'
심장과 똑같은 박자의 음악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아무도 없는 둘만 있는 공간..
맞닿은 피부가 뜨겁다.
몸이 달아오른다.
무언가 부드러운 감촉이 서윤의 입술을 매만진다.
어두워 보이지도 않을텐데 단번에 그녀의 입술을 찾아낸 세혁..
그의 숨결이 다가온다.
어둠에서 한줄기 빛을 따라가듯.... 서로에게 이끌린다.
그렇게 서로를 갈구하다..
여러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다.
시작되는 싸움...
공허한 눈동자...
비어버린 시선..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 그위에 붉게 칠한 듯한 입술..
새하얀 피부위에 새빨간.... 피...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친 듯이 싸웠고..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멋드러지게 말아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달빛아래 검은색의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를 보며 다들..
그녀를 월화(月花:달빛꽃)라 칭했다.
※골.때.리.는 녀석들※ - 20
드르륵-
서로의 숨결이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서윤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들짝- 놀란 서윤은 세혁을 밀치고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세혁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별 말하지 않았다.
"왜?"
[어디야?]
"아...재경?"
다짜고짜 어디있느냐고 물어보는 재경.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다급해보였다.
서윤의 입에서 '재경'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잠자코 있던 세혁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간다.
[누구랑 있어? 지금 어디야?]
"음? 조금 먼데 있는데.. 왜 급한일이야?"
[어딘데?]
"여기 양평 정평캠......."
휙-
"서윤은 빌려줄수 없으니 딴데가서 알아보라고 윤.재.경!"
빠르게 서윤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낚아챈 세혁.
으르렁- 거리듯 경계성 짙은 말을 내뱉고는 핸드폰 밧데리를 빼어버리는 세혁.
서윤이 황당하다는 시긍로 처다보자 세혁은 서윤의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압수"
라고 말하고는 냉큼 그대로 연못을 빠져나가는 세혁.
서윤은 멍청하게 세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그의 뒤를 따랐다.
은서윤이라는 여자는.. 남자의 질투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가자 아이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까지 동원해서 어떠한 것을 만드는가 했더니, 굵은 장작더미를 모아 불을 집히고 그 주변에 Y자 모양의 무언가를 세워놓았다.
그리고는 꽃혀있는 Y자 모양의 막대기에 커다란 고기를 잘라 꽂은 막대기를 걸쳐 놓았다.
또 언제 가지고 온건지 고구마와 감자를 은박지에 감싸 불을 짚히고 그 속으로 던져버렸다.
뿌연연기가 S자를 그리며 위로 올라간다.
박스채로 가지고 온 술은 일정하게 나눴는데 꺼내놓은 술은 지나치게 많았다.
아마 시내에 나가 더 사온듯 싶었다.
그렇게 술판은 벌어지고 밤이 깊어간다.
타닥타닥-
모두들 어렸을적에 수련회에가서나 했었던 캠프파이어를 하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물론 서윤은 학교를 다닌적이 없기에 그런 기분을 몰랐지만 그들과 똑같이 즐거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모닥불에 원으로 동그랗게 모여 앉아서는 속까지 익은 고기를 각자 알아서 썰어 접시에 담고..
여기저기 뒹굴러다니는 술병들..
어떤 놈은 술에 취해 벌떡 일어나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음정 박자를 모두 무시한 노래였기에 상당히 들어주지 껄끄러웠다.
또한 어떤 놈은 그대로 바닥에 헤딩하며 쓰러져 자버린다.
바닥에는 분명 벌레들이 득실할텐데.. 그 누구도 치워주는 이 하나 없다.
"하하하. 저자식 봐라?"
라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옷을 벗어재끼는 등 한마디로 난.장.판 이였다.
감흥없이 술을 들이키는 서윤.
서윤이 잔을 비우기 무섭게 다시 서윤의 잔을 채워주는 휘안.
서윤은 아까부터 쏘주 4병을 비우고 있엇다.
여자는 일반적으로 술이 그리 강한편이 아니였기에 대략 주량은 2병정도였다.
그런데 서윤이 지금껏 마신 술의 양은 그 2배였다.
근데도 서윤은 남자가 마셔도 힘든 주량을 취기하나 없이 멀쩡한 상태로 계속 들이붓고 있었다.
내일이면 엄청난 숙취에 시달릴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휘안이지만..
하지만 취하지 않는 서윤의 모습에 괜한 오기를 부리고 있었다.
그런 휘안을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세혁 또한 서윤이 취한 모습을 보고 싶었기에 방관의 태도로 지켜보았다.
한참 술을 딸고, 먹고, 붓고, 한지 몇십분..
서윤의 주량에 남자가 꿀릴수는 없다며 무식하게 마시던 아이들..
결국 오기에 붓고 먹고 하던 아이들이 먼저 나가 떨어졌다.
"독해요! 에이~~ 기대에 어긋다는군.. 딸꾹!
세혁이도 그렇구~ 둘다! 셋트로! 괴물..딸꾹!! 들이야.....음...못당..해.....ㅁ...ㅅ....."
털썩-
벌개진 얼굴로 중얼거리던 휘안조차 쓰러졌다.
휘안을 마지막으로 세혁과 서윤을 제외한 모든이들이 쓰러져버렸다.
오직 두 사람만이 술을 마시고 있을 뿐..
둘은 취하지도 않았고, 결국엔 계속해서 뒹구르는 병의 수만 많아졌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고가지 않았고 장작타는 소리와 간간히 들려오는 잠꼬대와 코고는 소리..
그리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전부였다.
"산책..갈래..?"
"어...?"
정적을 깨고 먼저 입을 연것은 다름아닌 서윤이였다.
갑자기 산책 우운하는 서윤.
서윤이 먼저 말을 건내올줄은 생각조차 못했는지 세혁이 멍청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냥....심심하고...뭐......"
서윤은 말끝을 흐렸다.
심심하기도 했지만 답답하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는 싫었다.
원래부터 친구라고는.. 아니 친한 사람이라고는 재경밖에 없는 서윤.
어렸을 적 주변환경이나 그런것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 못했던 서윤은 대인관계가 원만치 않았다.
그런 서윤은 차라리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이 더 좋았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신경쓰지 않았고 또 자신 또한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에 여태껏 혼자임이 편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세혁은 달랐다.
왠지 모르게 그와의 관계가 틀어지기를 원치 않았다.
그렇기에 쌩뚱맞은 소리라는 것을 알고있지만 산책을 가자고 먼저 권유했던 것이다.
"갈래..?"
"뭐.. 못갈 이유야 없지.."
둘은 굉장히 어색했다.
주춤거리며 일어난 서윤은 작은 물통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둔 체 둘은 어디론가 향했다.
.
.
.
약 새벽 3시를 조금 넘은 시간.
고요한 산속에 위치하는 캠프장.
묶고 있는 일행이라고는 서윤의 일행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윤의 일행은 거의다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상태였다. (다른 방 아이들도 별반 다른게 없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속은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나뭇잎 부딛치는 소리만 가득했다.
서윤과 세혁은 그저 길이 난 곳으로 정차없이 걷기만 했다.
뚜렷한 목적지도 없었으며 잘 알지도 못하는 길이지만 멈출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보니 도착한 곳은 수영장이였다.
"이런 곳에 수영장도 있었나?"
"시설하나는 최고인 곳으로 골라왔으니까."
서윤의 중얼거림을 들은 세혁이 간단하게 말했다.
서윤은 새촘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세혁을 올려다보았다.
"너 몇살이야?"
"18살"
"나 24살 먹었다. 임마.
니보다 6년이나 훨씬 더 많이 살았어. 누나라고 안불러?
하다못해 선생님이라고라도 불러라. 그리구 어디서 반말이야 이게~"
서윤이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시켜보기 위해 일부로 발랄하게 말했다.
정말 서윤이 이렇게 타인에게 친한 척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였다.
그 누구도 서윤의 호감을 사지 못했고, 가장 친하다고 얘기할수 있는 재경에게도 딱딱한 말투를 사용하는 서윤이다.
살아오면서 한번도 '애교' 또는 '발랄'스러운 말투를 써본적이 없는 서윤은 스스로의 행동에 어색해 했다.
"싫어.."
"싫어? 왜?"
".........보이니까..."
"뭐?"
세혁이 너무 작게 중얼거린 탓에 서윤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다시 반문해 오는 서윤을 무시한 체 세혁은 다른곳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거 알어?
남녀관계는 남자가 딱 6살 연하랑 결혼하는게 딱 좋대."
"왜?"
"여자는 남자보다 평균수명이 길어서.. 만약 동갑하고 결혼하게 되면 남자가 죽고 홀로 6~7년이란 세월을 혼자 살아야하니까.."
"....그..그래?"
갑작스럽게 쌩뚱맞은 소리를 하는 세혁.
서윤은 왜 저런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몰랐지만 대충 맞장구 쳐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
"나랑 선생은 잘 어울리지 않아?"
화르륵-
서윤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재빨리 세혁의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아마 어두워서 빨개진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으리라..
"나..난 연하에 취미없다?"
"취미나 관심은 지금부터 가지면 되지 않나?"
".....모..몰라!"
자꾸만 능글맞은 말투로 집요하게 물어당기는 세혁떄문에 서윤은 열기를 식히기 위해 아까 중간에 먹으려고 가지고온 물통을 그대로 마셔버렸다.
식도를 타고 탁- 쏘는 맛의 맥주가 흘러들었다.
"....헉!"
서윤은 그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헉'소리에 서윤을 바라보는 세혁.
분명 어두웠지만 구름에 가려진 달이 모습을 드러내어 서윤의 얼굴을 비치는 달빛과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조명때문에 어둠속에서도 서윤의 얼굴을 볼수 있었다.
무슨 이유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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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골.때.리.는 녀석들※ - 16 ~ 20
레아요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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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0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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