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아내에게 / 최병무
- 이른 아침 나는 윤회의 꿈을 꾸었다
영혼여행이 시작되는 설계가 이루어지면 과제를 실어나른다 지금 우리 그룹은 역할을 새로 맡았다 미리 배역을 정하고 집을 만든다
진화를 꿈꾸는 동안 선사시대에 살기도 했을 우리가 지금 밀접한 부부의 실험을 한다
동행하는 안내자이자 한때는 오누이였다가 아들과 딸이였다가 어머니였다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우리가 이렇게 자리를 바꾼다 윤회는 과학이다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우리가 지금 이 별에 머물고 있다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퇴화하는 꿈 / 최병무
걸어가서 너를 만나면 길 위에 네가 있다
물물교환의 시절로 퇴화하는 나의 꿈,
사랑이 부담스러운 시대가 올지 모른다
(초창기에는 형용사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떤 통신 / 최병무
여기서 하루 반나절을 가야하는 먼 곳에서 온 Jerry는 가정부다 더 자라지 못하는 키 작은 나무
소식없이 내가 오기 전날 밤, Jerry는 Mr. Choi가 오는 꿈을 꾸었다 나중에 이웃집 한국아줌마가 전해준 이야기다
아직 소비가 미덕이지 못하는 나를 큰 산처럼 바라보는 제리에게 잠간, 방문한 텔레파시
아무나 할 수 없는 그 통신으로 성탄절 이브에는 내가 준비하는 선물을 맞추어 보렴
( 1998년, 마닐라에서)
길 위에서 7 / 최병무
시간이 꿈인 것을 알고나서 대신 말과 글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이 일도 바람같아서 언제나 바람인 채로 나는 절망한다 완벽한 삶은 없는 것일까,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고 마침내 우리는 찾아낸다 실상 발명이라는 말은 맨처음 발견이라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사는 일도 그렇다 언제나 우리는 보이는 길과 보이지 않는 두 개의 길 위에 서 있으니까 나는 유체이탈 여행을 계획한다 우리는 백오십만년 전에 태어났으며 창조의 경이로움과 확장에 동참하는 불멸의 영혼인 것을 믿기로 했다 빛의 밀사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발견이 있었다
길 위에서 19 - 시간여행 / 최병무
지난 밤 나는 연속으로 첫사랑의 꿈을 꾸었다 (나는 꿈 이야기를 아내에게 해준다) 시기하지 않는 아내가 예쁘다 40년 묵은 첫사랑의 꿈은 얼마나 신선한가, 내가 정체되어 있을 때 간단없이 나를 부르는 소리. 신새벽 나는 다른 이에게는 시시할 이 시를 쓴다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생, 관계의 거울, 꿈은 우리의 시간여행을 도와주는 도구는 아닌 것인지, 이 꿈은 일종의 장치일까, 언제나 작동의 원리는 오묘했으니까 탈고하지 못하는 생, 길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나는 과격해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격한 생각 과격한 말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겠다는 반성을 하는 것이다
종교도 마찬가지 였다 너의 믿음을 존중하지 않는 내 종교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시는 가보지 않은 곳을 말하지 않을 것이며 만나지 않은 사람의 말을 하지 않을 것이며 증거보다 더 강한 내 편견을 버리기로 하였다
나를 지배해온 그 선입견을 버리는 일은 어렵다 보이지 않은 내 길 위의 표지를 읽어 내는 일, 유전자 지도를 알고부터 나는 변했다
우리는 신이다 나는 신이다 아, 이 생각도 과격하다 우리에게 神性이 있다는 말로 바꾼다
* 며칠 전 Gregg Braden의 '디바인 매트릭스'를 읽었다. 그는 과거 전통의 지혜를 과학과 치유와 미래의 평화와 이어주는 선구자적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비밀을 밝혀내고자 고산지대의 마을과 외딴 수도원과 고대의 사원과 사라진 문서를 20년 넘게 연구하고 있다. 1998년 부터 2005년 사이에는 티벳의 사원들을 여행하여 초기 기독교 교회가 성경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기도방식을 찾아냈다. 그렉의 모험은 전통 과학과 종교의 경계를 넘어 한없이 커다란 가능성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 젖힌다 꿈은 우리들의 시간여행의 도구는 아닌 것인지?
/ 디바인 매트릭스 Divine Matrix 그렉 브레이든 지음. 김시현 옮김. 굿모닝미디어 2008
2009. 2 17 아침
길 위에서 27 - 꿈 / 최병무
신비가는 말했다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라고 했다
(꿈을 꾸어보면 아는데, 나는 꿈을 믿는다 꿈은 實在하며 色과 냄새가 실물과 똑같다)
2009. 8. 19
꿈 이야기, 낯선 여인 / 최병무
지난 밤, 낯선 여인이 나타나는 꿈을 다시 꾸었다 근 일 년 동안 세번 째 꾸는 이 꿈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나를 전적으로 인정하더라는 것 둘째는 생면부지의 여인이라는 사실 셋째는 은은하더라는 것 넷째는 야하지 않더라는 것 다섯째는 주인공이 그때 그때 바뀌더라는 것 끝으로 매우 부정기적이고 내가 한껏 고양되어 있다거나 다운되어 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는 것이다 나는 쑥스럽다거나 부끄럽지 않아 꿈 이야기를 하게 되고 글제로 삼을 수 있다라는 것
오늘 아내는 내 꿈 이야기를 듣고 그건 영적으로 성장하려는 욕구가 있을 때 일어난다는 해몽을 한다 그럴까, 정말로 영적 실체를 직접 경험하고 싶은 욕구와 관련되는 것일까? 그 학설적인 근거로 들이미는 자기가 보고 있는 책*을 펴준다
* <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 Jeremy Taylor 지음 성바오로 출판사 2006
- 이 책은 성과 영적 탐구와의 원형적 울림을 증언한다 꿈 속에서 죽음의 이미지가 개인적인 성장이나 발전과 연관되듯이 성적이고 에로틱한 꿈의 이미지는 종교적, 철학적, 영적 관심들과 연관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다 직접 경험하고 싶은 욕구와 관련된다 즉 삶에서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현상들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을 직접 이해하려는 욕구이자 신성한 에너지를 직접 교감하려는 욕구를 가르킨다 (p 177에서)
꿈 이야기, 김 시인에게 / 최병무
- 곤한 잠에 들었다 지난 밤 나는 일종의 분노와 자괴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뽀얀 女人이 나에게 섹스를 하자고 했다
대개의 꿈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원죄없는 사이가 되어 바다로 갔다 환상적인 사랑에 미숙한 나를 통째로 흔들어 놓은 情事!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7월에 영종島에서 김 시인이 대뜸 물었다 '혼자서 어떻게 사십니까?' 이 질문은 매우 인간적이다
그렇게 은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도 미소지을 이 얘기를 해줄 생각입니다 꿈의 세상에는 막힌 곳을 뚫어주는 메신저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뽀얀 女人이라는 것이 단서입니다 원죄가 없었다는 것은 실증입니다)
혼자서 살다보니 축축하지 않은 아주 신선한, 이런 배려도 있습니다 그려 메신저는 사라졌지만 화창한 꿈을 깨어 서둘러 이 글을 씁니다
이것도 사랑法 입니까, 새우잠을 자는 나는 지금 건강합니다
꿈 이야기, 첫사랑 / 최병무
간헐적인 첫사랑의 꿈, 30년만의 해후를 끝으로 정말로 정말로 그것이 환상이었음을 알고 난 후로도 너는 왜 오는가, 왜 간섭하는가 (나는 作定하고 이 글을 쓴다) 아내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최고였다 이 생각은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그러니까 첫사랑은 부정하지 않은 내가 만든 念體였다 좌절한 현실의 상징물,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꿈을 깨게하는 마무리가 같다 좌절의 장면을 다시 연출하는 것이었다
새벽에 나는 오랜 동안 의문으로 남아있던 이 꿈의 해독을 완료한다 부정기적인 이 꿈은 권장할 일이다 동상이몽이 아니다
쇠냇골 통신 105 - 꿈 이야기, 방문객 / 최병무
언제나 예고없는 꿈, 지난 밤엔 또 첫사랑의 여인이 찾아 왔다 간헐적인 이 꿈은 나에게 일종의 예지몽인데 잠시 길을 잃었다거나, 어떤 응답을 구하고 있을 때 순수라는 기억으로 온다 이 방문객과 나는 퇴행한다 첫열매, 첫사랑, 모든 것의 첫경험, 생활을 건너뛰게 하는 한몸의 꿈 - '처음'이라는 말은 지금도 가슴을 마구 두드린다
사는게 쓸쓸했나, 새우잠을 자는 나에게 그 念體가 찾아왔다 그 사람 꿈을 꾸면 일이 풀린다 2010. 9. 25
* 우리에겐 미완의 꿈이 있다 순수의 꿈은 念體가 되어 생의 표지를 가르켜 주기도 한다 곤고한 날, 새벽에 그 꿈을 다시 꾸었다
쇠냇골(金川洞) 통신 108 - 羽化의 꿈 / 최병무
애벌레는 겨울잠을 자면서 羽化의 꿈을 꾸고 있을까, 잠자는 동안 날개를 다는 일에 대하여 그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누가 神을 보았는가, 섭리를 알 길이 없다 영원은 측량할 수 없는 것, 함부로 영원을 말하지 마라
날개없는 우리가 부활을 꿈꾼다
2010. 10. 6
쇠냇골 통신 267 - 꿈 이야기 / 최병무
꿈은 메신저 같다 지난 밤 꿈엔 어떤 편지가 배달 되었을까, 밤새 力走하다 새벽에 깨었다 이 꿈은 무슨 豫知夢인가
이건 아주 私的인 실화인데,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나는 시험문제지를 똑같이 꿈으로 본 적이 있다 사막에 있을 적엔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들을 당신이 직접 찾아 오셨다 어머니 가시기 전에도 현몽하시고, (가족사의 꿈 이야기는 많이 있다)
애굽으로 팔려간 요셉의 꿈 이야기는 유명하다 신약의 계시록도 靈界를 잠시 방문한 꿈 이야기는 아닐까,
우리는 미래를 볼 때가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때가 있다 가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작동할 때가 있다
(내일은 어머니 소천 6주년, 우리 식구들은 '성모꽃마을'에 간다)
2012. 4. 7 ?
쇠냇골 통신 314 - 꿈의 해석 / 최병무
내 안에도 전파 수신기 혹은 수집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꿈이 내 生의 모니터인 것을 믿겠는데 간단없이 수신(수집)된 念力이 꿈의 화면으로 보인다
꿈은 메신저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두절된 사람의 안부를 듣기도 하고 아버지는 종종 지상의 가족을 둘러보시러 꿈 길에 현현하신다
생활도 그렇다 어제 나는 목을 삐긋했는데 같은 시간 아내도 그랬다고 했다 이 우연의 일치, 우리는 같은 처방의 약을 나누어 먹을 때가 있다
오늘 새벽 메신저가 다녀갔다 거미의 生에도 이런 현상이 있다는 시를 읽은 적이 있다
念力 혹은 텔레파시가 상용化 될 날도 머지 않았다
2012. 10. 27
쇠냇골 통신 315 - 꿈 이야기 / 최병무
지난 밤 나는 고대의 어느 낯선 신전에서 이 오래 된 念體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있었다 비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첫사랑의 꿈, 새벽의 이 꿈은 신선했는데 내 신분도 잊은 채 언제나 어긋나던 첫사람에 안도하고 있었다 이만큼 진도가 나간 적은 없었다 미완의 사랑은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푸른 날로 돌아간 이 念體의 방문이 겨울 동안 일어날 어떤 환승의 前兆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순전히 꿈 때문에 국제전화를 했다) 다시 熱帶夜가, 춤추는 야자수가 그리워졌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그 섬에 가고 싶다
2012. 11.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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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