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나라(여진족)의 군사 제도와 생활 풍습

아래 글은 <한뿌리>에서 나온 <신단민사>에서 발췌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책인데, 지금도 있을련지 모르겠습니다.   -------------------------------------------------------   금나라의 군사직제   금나라 초기에는 모든 부족의 장정들은 다 군사가 되었다. 부의 어른은 패륵(貝勒)이라 했으나 싸움에 나아갈 때에는 명안(明安)과 목곤(穆昆)이라 했다. 명안은 천부장(千夫長)이며, 목곤은 백부장(百夫長)이다. 목곤의 다음은 부날훈이며 사졸의 다음은 이날훈(伊勒希)이다.   (주- 우리가 세계사 교과서에서 외우는 그 유명한 맹안 모극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천부장은 천명의 병사를, 백부장은 백명의 병사를 거느리는 직책이죠. 이 점에 있어선 훗날 칭기스칸의 천호제도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부졸의 수가 처음에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태조(금태조 아골타) 2년에 처음 명하여, 3백호로써 한 목곤을 삼고 10목곤으로 한 명안으로 하며, 모든 부에 와서 항복한 자는 대솔명안(大率明安)과 목곤의 이름을 그 우두머리에게 주어 그 사람으로 하여금 군대를 만들게 하고 명안과 목곤의 직책을 세습케 했다.   명안 위에 군수(軍帥)를 두고 군수 위에 만호를 두며 만호 위에 도통을 두었다. 군수를 혹 명안이라 하여 명안에게는 친관(親管)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도원수는 안반패륵이 되었다.     여진이 군사를 움직이는 법   여진이 군사를 움직이는 법은 창을 가진 자가 앞에 서는데 이를 경군(硬軍)이라 했다. 활을 가진 자는 뒤에 있어 적이 가까이 오지 않으면 쏘지 않았다. 활의 힘은 7두(斗)이며 활촉은 6~7촌(寸) 되는데 모양이 보습같아 들어가면 빠지지 않았다.   군대의 대열 서는 법은 오장(伍長)이 목탁을 치고 십장(十長)이 기를 잡고 천인장(千人長)은 깃발, 꽹과리, 북을 구비하고 장수로부터 사졸에 이르기까지 말고삐를 스스로 잡았다.   50명으로 한 부대를 만들고 앞에 있는 20명은 중무장하며 뒤의 30명은 가벼운 갑옷으로 활을 가졌다. 적을 만나면 한 두사람이 말을 달려 나아가 먼저 적의 약점을 살피고, 그 좌우전후에 늘어선 군대를 향하여 공격하며 백보 안에 들면 활을 일제히 쏘니 맞추는 자가 많았다.     금나라 군대의 회의   금나라 군사가 싸움에 나갈 때, 위로 대원수와 가운데는 만호(萬戶)와 아래로 백호(百戶)에 이르기까지 모여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데 조금도 차별이 없어 부자형제와 같았다. 그러므로 위와 아래가 정이 통하며 서로 막힐 걱정이 없었다.   나라에 큰 일이 생기면 들에 나아가 둘러앉아 가운데 재를 놓고 의논하는데 신분이 낮은자부터 시작하고 끝나면 곧 그 재를 흩어 지워버리니 의논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군대가 출전하려면 크게 모여 마시며 좋은 계책을 내게 하며 원수는 그 계책의 타당성을 가려서 채택했는데 그 사람에게 그 일을 맡겼다.   싸움에 이기고 돌아오면 또 크게 모여 공이 있는 자는 그 공이 높고 낮음을 가려서 상을 주었다. 그러나 무리들이 그 상이 가볍다고 하면 더 주었다.     말타고 활쏘는 기술   여진 사람들은 마음이 깊고 용맹한 이들이 많으며 부락을 지킬 때는 모두 날쌘 군사였다. 싸움이 없을 때는 농사를 지어 옷과 음식을 마련했으며 싸움이 일어나면 포로를 잡아왔다.   몸이 단련되어 추위와 더위, 배고픔과 목마름을 견딜 수 있었다. 또, 말타기에 능하여 언덕과 낭떠러지를 말을 타고 오르내리며 달리는데 나는 듯 하였으며, 강을 건널 때는 배를 안 타고 말을 타고 건넜다.   사냥할 때에는 활을 잘 쏘아 짐승이 나타나기만 하면 어김없이 맞추었다. 벗나무 껍질로 피리를 만들어 사슴 우는 소리를 내면 사슴 무리들이 모여들었는데 한마리도 놓치지 않고 잡았다. 사슴을 부르는 기구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사슴의 머리를 그려 사슴이 의심치 않게 하니 사슴이 스스로 왔다.     금나라의 옷 입는 풍속   금나라에서는 옷 입는 풍속이 검소하여 집에서는 항상 베옷을 입었는데 신라의 소박한 옷색깔을 본받아 흔히 흰색을 좋아하였다.   요나라를 멸하고 송나라를 억누른 다음부터 모든 것에 무늬로 장식했는데 의복은 항상 옛 풍속과 같고 귀하고 천한 신분은 가는 실로 짠 베와 굵은 실로 짠 베로 구별했다.   부자는 봄과 여름에 모시, 면, 명주로써 적삼과 치마를 입었고 가는 베를 입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겨울에는 노루, 담비, 사슴, 다람쥐, 쥐, 여우가죽으로 옷저고리를 만들어 입고 명주와 면도 가끔 있었다. 또 가을과 겨울에 노루와 사슴의 가죽으로 저고리와 바지를 만들어 입었으며 덧저고리도 다 가죽으로 만들었다.   후에 풍속이 바뀌어 중국사람 옷을 입는 자가 있어 금 세종이 이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 금나라 사람이 한족(漢族)의 복장을 본받지 못하게 하여 어기는 사람에게 죄를 물었다.       금나라의 음식   금나라의 음식은 상에 밥과 소금에 절인 야채를 차려 놓았으며 따로 상에 소, 양, 닭, 돼지, 사슴, 기러기, 생선, 오리 등의 고기를 지지거나 생것으로 차려놓고 거기에 겨자와 마늘즙으로 양념해 놓고 칼로 베어먹었다.   또 만두와 여러 종류의 떡들이 있었다. 국수를 기름에 튀겨 꿀을 바른 것을 다식(茶食)이라 했는데, 귀한 손님이 아니면 내놓지 않았다. 큰 잔치에는 육반자가 있었는데, 손님들이 집에 가지고 갔다. 육반자(肉盤子)는 살찐 돼지고기를 크게 썰어 소반에 얹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주- 예전에 읽은 '은허'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인 청나라 만주족 귀족이 만주족들이 벌이는 잔치에 갔을 때, 삶은 통돼지를 얋게 썰은 살점을 먹는 장면이 나오던데, 그 음식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육반자인가 봅니다.)   공적인 잔치에는 상을 붉은 옻으로 칠했으며 은으로 꾸민데다 금을 입히기도 했다. 과일접시는 옥으로 만든 것을 썼으며 술은 금으로 만든 그릇을 사용했다. 식기는 대모(바다 거북의 일종), 수저는 상아로 만들었다. 먹을 때에는 여러 사람 앞에 십여개의 술을 놓고 여러가지 고인 음식을 나누어 드렸다.     금나라의 집 짓는 풍속   금나라에서는 산골짜기를 의지하여 집짓는 일이 많았다. 겨울에 심한 추위를 염려하여 집 높이가 몇 자 되지 않았다.   집을 지을 때는 나무를 연이어 울타리처럼 만들고 지붕은 나무 판자나 벗나무 껍질로 덮었으며 풀을 얽어서 덮기도 했는데, 기와는 없었다. 담장이나 울타리는 대개 나무로 둘렀으며 동남쪽에 사립문 하나만 내고 이 사립문은 풀로 엮어 닫았다.   집안은 돌아가며 흙으로 구둘을 놓고 그 아래에 불을 때며 침식과 기거를 그 위에서 했는데 이를 항(炕)이라 했다.   (주- 아마 온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고구려와 발해에서도 온돌을 집에 설치했다니, 여진족도 그 영향을 받았겠죠.)   집짓는 기술자가 없으므로 집짓는 일은 사람마다 제 손으로 했다.   길에서는 나그네를 재우는 주막이 없어 민가에서 쉬었으며, 길에서 비를 만나면 소가죽을 펴서 비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