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창 이후 하프 챌린지가 이어지며 이번엔 진주로 간다.
당초 두철과 셋이서 신청했는데 먹고 사는일이 우선이다보니 결국 안선생님 차로 둘이서...
난 진주에서 근무를 했던 때도 좋은 추억이 가득하고 두아들이 공군으로 입대할 때도 각 두차례씩 왔었기 때문에 아주 익숙한 고향과도 같은 곳.
안갯속을 달려 도착한 남강댐 아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차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고...
결국 댐으로 올라가는 곳에서 한참 떨어진 남강변 도로에 주차를 하고 슬리퍼 차림으로 걸어서 대회장에 도착한다.
이걸로 워밍업은 대처가 됨.
대회장은 십수년전 풀코스를 뛸 때와 다르게 출발아치가 물문화관 광장으로 옮겨져 있고 움집한 사람들이 한눈에 봐도 엄청난 규모이다.
지방에서 열리는 대회 치고는 보기 드물 정도로 참가자가 많은 것 같은데 아마도 시기가 좋아서 그런게 아닐런지.
시즌오프와 송년회를 겸해 참가하는 단체팀들이 상당수 될 것 같다는
그런데 그와 별개로 날씨가 12월 치고는 너무도 포근하고 바람도 없어 그야말로 최고.
이런건 참가신청을 할 당시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보너스였을텐데
1시간45분 페이스메이커가 보이길래 그쪽을 따라가기로 마음을 먹고 출발했다.
하지만 큰길로 나서서 얼마되지도 않아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나도 분명히 5분 페이스 안쪽으로 나름 잘 조정해가며 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 사람들은 더 깊은 뜻이 있을까?
전체 거리의 1/3 정도가 됐을 무렵에 거리차는 가장 크게 벌어진 것 같고 시야에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까지가 됐다.
그러든 말든 난 어차피 지난번 고창이나 김제 보다 늦지만 않으면 목표 달성하는 것이고 지금의 페이스면 충분하지 않나? 단 후반에 지난번 고창에서처럼 밀린다면 어림도 없겠지만
솔직히 내 몸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언제라도 누적된 피로로 늘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올 수 있겠다는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반환점을 돈 뒤 이후부턴 아주 미세하지만 페이스를 조금 더 올려 대열을 따라잡기 시작.
어쨌든 최근 JTBC풀코스와 고창에서는 중반 이후에 계속 대열에서 따라잡히며 늘어졌는데 오늘은 잡아가는 기분이다보니 뭔가 다르긴 달라진 것도 같고...최근 얼굴살이 빠지는 게 느껴지더니 그게 신호였나? 어제 그제도 술을 엄청 마셨는데 그건 크게 데미지가 없어 다행이고
7Km가 남았다는 표지판 즈음에서 드디어 45분 페매 무리와 뭉치게 됐고 얼마지 않아 그 그룹을 벗어나 앞서나가기 시작. 속도가 올라갔음에도 별다른 데미지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몸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거듭 와 닿는다.
반환점 이후 단 한사람에게도 잡히지 않고 꾸준히 대열을 앞지르며 결승점까지 통과!
김제에서 47분대, 고창에서 46분대, 여기선 42분대에 들어왔으니 데이터는 분명히 바닥을 쳤다고 알려주는 듯.
공식기록 1:4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