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인구의 85%…女, 더 오래사는 이유 뭘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 100명 중 85명은 여성이다. 110세 이상인 초백세인(Super-centenarian)은 이 비율이 90%까지 올라간다.
생물학적으로 더 강한 쪽은 남성이다. 하지만 더 오래 사는 것은 여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 수명은 80.6세, 여성은 86.4세로 5.8년 차이가 난다. 기대 수명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가리킨다. 인구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여성은 남성에겐 없는 산모사망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장수에 불리한 요인을 가졌음에도 평균 수명이 더 길다.
이 같은 모순적인 상황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야후 라이프가 관련 연구와 전문가들의 지식을 종합해 해답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생물학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물학적 요인
생물학적 특성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역할이다.
에스트로겐은 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장수와 연관된 항산화 및 항염증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등 여러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연구에 따르면 폐경 후 에스트로겐 결핍 관련 호르몬 대체 요법이 노년 여성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에스트로겐은 세포 조직 수준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보호 효과가 높은 고밀도 지단백질을 증가시키고, 저밀도 지단백질은 감소시킨다”라고 미국 노바 사우스이스턴 의과대학(Nova Southeastern College of Osteopathic Medicine) 노인 의학과 학과장인 나오시라 판디아(Naushira Pandya) 박사가 말했다. 판디아 박사에 따르면 여성의 면역 체계가 남성에 비해 더디게 노화한다는 점도 여성의 수명을 늘리는 요소 중 하나다.
최근 연구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여성의 두 번째 성 염색체(X) (여성은 XX, 남성은 XY)가 노년기에 활성화 해 뇌 기능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됐다.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
여성이 장수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했다는 이론도 있다. 이른바 ‘할머니 가설’이다.
불완전하긴 하지만 이 가설은 인간과 같은 고도로 사회화 한 동물의 폐경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 여성이 손주들의 양육에 도움을 줘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번성시킬 수 있도록 수명이 길어지는 방향으로 몸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방문 의료 서비스 업체 케어 홈케어(CARE Homecare)의 최고경영자(CEO)인 모티 갬버드(Moti Gamburd)는 “여성은 자녀, 남편,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도록 자신의 삶을 설계한다. 이 때문에 여성은 병원을 찾고 지시에 따라 약을 복용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라고 설명했다.
생활방식 요인
남녀 간 생활방식의 차이도 평균 수명의 격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병원에 가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여성은 남성보다 건강에 더 신경 쓰며 위험한 행동을 할 확률이 낮다.
“남성은 흡연, 음주, 위험한 행동 그리고 건강관리 회피율이 더 높다”라고 노인의 학 전문의 에반 치알로니(Evan Ciarloni) 박사가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이 살인사건의 희생자일 확률이 더 높고, 자살률도 더 높다.(국내의 경우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지만 살인사건 피해자 비율은 여성이 더 높다.)
사회적 관계 맺음
사회적 관계 맺음은 남녀 모두 신체 건강, 웰빙, 장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적 연결이 부족하면 하루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강한 사회적 연결을 형성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친구나 가족에게 더 쉽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다. 판디아 박사는 “90세 이상 고령자들은 더욱 강력한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하고 있으며, 의미 있는 활동을 추구하고,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며 유머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40년 이상 진료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한다. 또한 종교 활동에 열성적인 노인이 더 나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잉글랜드 대학의 교수이자 노인의학 교육 책임자인 마릴린 구글리우치(Marilyn Gugliucci) 교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와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규칙적인 운동(하루 25분 이상의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중간강도 운동)
△건강하고 균형 잡힌 음식 섭취
△충분한 수면(7~9시간)
△흡연 금지
△알코올 섭취 제한
등이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