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조화 이련가? 설악산 종단기를 쓰려는 지금 이 순간,
중청에서 내려다 본 공릉능선의 수려한 경관과 천길 낭떠러지 마냥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계곡의 깊은 단애 그리고 멀리 비선대로
이어지는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처 지는데, 그 높으신 분의 오묘한 손길 속에서 다듬어진 극치미
의 조각들이 한 폭의 그림인양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서울 목요산악회의 제100차 산행을 앞두고 설악산 대청봉 등반
초청이 인고 56 카페에 실려지고, 뜻을 같이한 산우들 10명은 남
설악 오색에서 외설악 비선대로 이어지는 설악산 종단산행을 시작
하려는 것이다.
산우들의 면면은 鄭石宮 산악회장. 田河鎭 등반대장을 비롯
姜信讚. 金在裕. 朴年培. 朴尙玉. 李康大. 李永圭. 崔種萬
산우와 필자 知山이다.
2003년 7월 8일(화) 오전 8시 30분. 동서울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양양/속초행 우등고속버스는 남한강변을 따라 설악을 향해 달려
나간다. 장마전선이 한반도 전역에 걸쳐 있으나 오늘따라 중부권은
쾌청이라, 날씨는 화창하고 물기를 머금은 산천초목은 진녹색으로
채색되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홍천 화양강랜드 휴계소에서 잠시 휴식후, 일행을 태운 고속버스
는 인제, 원통을 지나 한계령 고개를 넘는다. 짙은 운무가 산허리
에 걸쳐있고 구절양장의 가파른 고갯길을 구불구불 돌아 오색 남
설악매표소 앞에 일행을 내려 놓는다.
설악산은 강원도 속초시/양양군/고성군/인제군등 1개시 3개군에
걸처 있으며,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남한에서 세번째로 높은 산
이다, 설악산은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하여 700여개의 봉우리로 이어
저 있다.
설악산 대청봉(1.708m)을 중심으로 서편인 인제군쪽을 내설악이라
하며, 동해를 향한 바깥쪽을 외설악 그리고 양양군의 오색 일대를
남설악이라 구분한다.
내설악은 백담사계곡과 수렴동계곡, 용아장성, 십이선녀탕폭, 쌍폭
그리고 장수대 지역의 대승폭포, 옥녀탕등과 백담사, 봉정암등의
사찰들이 있으며 계곡이 아름답고 산세가 빼어나다. 한편 외설악은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대청봉을 비롯, 관모산, 공릉능선, 천불동계
곡, 울산바위, 권금성, 비롱폭포등 기암절벽과 큰 폭포를 끼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그리고 남설악은 옛날부터
오색약수와 온천등이 유명하고 주전골 일대의 용소폭, 십이폭포등이
대표적인 경관을 이룬다.
설악산은 봄의 철쭉등 온갖 꽃, 여름의 맑고 꺠끗한 계곡수, 설악
제 기간을 전후한 가을의 단풍, 눈덮인 겨울의 설경등 사계절이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금강산이 수려하기는 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이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웅장하면서도 수려하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1965년 11월 5일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천연보호구역"
으로, 1970년 3월 24일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오전 11시 45분. 설악산 대청봉 등정의 산행이 시작된다.
- 설악폭포 2.5km
- 제2쉼터 1.2km
- 대청봉 1.3km로
오늘의 목표지인 대청봉까지 모두 5km이고, 이곳의 표고가 해발
420m이니 1.300m 높이의 정상을 올라가야 하는 것으로 북한산 비봉
을 두 번 오르는 거리이다. 6순을 훨씬 넘은 노장들의 장도의 안전
산행을 기원한다.
가파른 계곡으로의 언덕 오름길이 초입부터 험난한 산행에 시작을
예고해 준다. 다만 구름사다리와 철제 계단으로 잘 정돈된 등반
로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산행 안전에 대한 배려가 보이는 듯하여
저으기 안심이 된다.
시각은 12시 45분.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이 경과되었고, 일차
어려운 등정의 고비를 넘긴 산우 일행은 적당한 쉼터에 모여 앉아
각자 지참한 간이식을 내어놓고 오찬의 시간을 갖는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수도권 전철과 순환지하철을 갈아타며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오색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바람에 변변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해 시장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하여는 위의 부담을 가볍게 하여야 할 터,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다.
중청 산장에서 숙박하여야 하므로, 갈아 입을 여벌의 옷과 이틀간
의 이동 간이식, 우천에 대비한 비옷과 우산등으로 배낭은 보통 때
보다 갑절이나 무겁다.
오후 1시. 오색 산행 기점으로부터 1.3km에 위치한 제1쉼터인
저능선에 도착한다. 해발 820m이니 400m를 올라온 셈이다. 발아
래로는 짙은 운무가 산허리를 맴돌아 시야를 가리며, 이마에서는
계속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앞으로 설악폭포 까지 1.2km, 경사가
급해지며 이끼 낀 암릉이 계속 이어지며 바위등은 미끄럽기만 하다.
인천 화요산악회의 吳秉益 회장으로부터 핸드폰이 울려진다. "문
학산 산행을 마치고 영양탕으로 오찬을 즐긴다"라고, 누구 약올리
려나! 그러나 吳회장! 축하하네, 그리고 인천 화요산악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 한다네.
2차 목표지인 설악폭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10분. 해발
950m, 준비한 식수는 바닥이나 시원하게 흘러 내리는 폭포수를
식수통에 가득히 채운다. 설악폭포는 직벽에서 떨어지는 여느 폭포
와 다르게 경사면 계곡을 도도히 흘러 내려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산오름길은 급경사의 깔딱고개이며 수 많은 암릉의 연속이다.
조심스럽게 착지점을 골라가며 어렵게, 어렵게 산을 오른다. 찌 찌
쯔르르 하는 이름 모를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히며
산우들은 묵묵히 앞만 보고 산행을 계속한다. 제2쉼터에 도착하여
가쁜 숨을 고르며 멀리 건너편을 바라보니 점봉산의 웅장한 모습이
운무 사이로 나타난다. 대청봉 까지 1.3km, 50분이라는 안내표지
판이 서있다.
오후 4시 40분. 제1주능선에 올라선다. 해발 1.530m, 운해위로
올라서니 찬란한 햇빛은 밝게 비추이고, 하얀 돔지붕의 아름다운
천문대와 중청산장의 모습이 아련히 엿보인다. 잠시후 대청봉
전방 500m지점, 이제 다 올라 왔구나 싶은 순간, 긴장된 마음이
풀려서 일까? 발걸음은 무겁기만하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어렵
게 어렵게 정상을 향한다.
오후 5시 10분. 드디어 대청봉 1.708m 정상에 섰다. 자그만치
5시간 30분을 올라 목표지점에 도착한 것이다. 장하다. 인고 56
산악회의 산우들!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설악산 대청봉을 정복한
것이다. 대-한민국! 짜작작! 짝! 짝! 누구라 할것없이 모두 손벽
치며 연호한다. 가슴 뭉클한 진한 감동이 온몸을 짜릿한 흥분으로
감싸여 온다.
진한 운무가 다시 산허리를 덮으며, 밝은 태양은 구름속으로 그
자태를 감춘다. 느닷없는 바람이 온몸을 스쳐 지나가며 한기를
느끼게 한다. 모두 배낭속에 넣어둔 긴팔 옷을 꺼내어 입는다.
고산지대의 기후의 변동은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다.
대청봉 정상비 앞에 간단한 주과를 차려놓고, 鄭회장을
비롯한 모두는 정성드려 산제를 드린후 기념촬영을 한다. 우리 인
생에 가장 소중했던 정상 정복의 순간을 기리기 위해 필자는 이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정성드려 카메라에 담는다. 그래! 크게 확대해서
귀여운 손자, 손녀들에게 자랑스러웠던 이 할아버지의 모습을 전해
주도록 해야겠지.
자 이제는 하산하여야 할 시간이다. 중청대피소 산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으로부터 0.6km, 한 30분쯤 소요될 것 같
다. 정상을 정복했다는 설레임과 함께 중청으로 가는 발검음은
한결 가볍기만 하다.
산장으로 내려오는 능선에서 멀리 공릉능선과 화채봉, 만경대 사이
의 천불동 계곡을 바라보는 순간, 필자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동
에 휩싸인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와 함께 TV에 떠오르
는 운해속 기암괴석의 연봉! 그것이 바로 공릉능선인 것을 확인
하는 순간이 었기에!
중청 산장에 여장을 풀고 산우 일행은 야외 식탁에 빙 둘러 앉는
다. 어둠이 다가오는 운무속에 산정에서의 만찬이 시작되는
것이다. 姜信讚 산우가 갖고온 꼬냑 양주와 朴尙玉 산우가 준비한
바나에 라면을 끓이며 삶은계란. 어포, 소세지, 오이등 다양한
식단이 구미를 돋우며, 주거니 받거니 한잔술 권하며 산장에서의
초저녁 밤은 깊어만 가고 산우들의 우정은 진하게 배어 나온다.
첫댓글 대청봉을 정복한 산사나이들 진짜 장하 도다. 특히 지산의 순례기를 볼라치면 더욱 실감이납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아주 잘보았습니다. 같이 등정한것 같소이다. 지산 화이팅!
전문 산악인을 넘는 지산의 글재주 훌륭합니다
또 읽으니 설악산 또 간것같애요...사진 찍은거 몇장 부탁합니다.
대청봉을 다시 한번 오르는 기분입니다.
대청봉에 올라온 기분이요. 나도 3번이나 정복 했지만 빨리 또가고싶은 심정이요.수고 많었습니다.
대청봉에 올라온 기분이요. 나도 3번이나 정복 했지만 빨리 또가고싶은 심정이요.수고 많었습니다.
실감 있게 닥아 오는 설악의 웅자가 지산의 필치로 더욱 돋 보이는 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