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광고 : 크롬캐스트 등의 기기 등장이 기존 유료방송 업체에 위협인가? - 한국증권 김시우
기술 발전, 플랫폼 경쟁으로 유료방송 산업은 변화 중
최근 유료방송 산업에는 1) 10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통한 가입자 유치 경쟁 심화, 2) VoD 시장 규모 확대, 3) 케이블 산업 내 산업 개편, 4) OTT 사업자의 유료방송 대체 움직임 확대 등 크게 네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구글의 크롬캐스트와 같은 다양한 기기가 등장하면서 OTT(Over the top) 사업자가 가입자 기반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OTT 사업자는 원래 인터넷에 연결된 셋톱박스를 이용해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의미했으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발전으로 셋톱박스가 없어도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유무선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제공 업체를 의미한다. 미국의 Netflix, Hulu 등이 대표적이고 국내에는 지상파 연합의 Pooq, CJ헬로비전의 TVing, SKT의 호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한다(쉽게 N-screen 사업자라고 보면 된다).
OTT 사업자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보유한 가입자를 모집하고 콘텐츠 제작업체를 통해 콘텐츠를 받아 가입자에게 유통하게 된다. 실시간 방송을 보는 것은 아직까지 직접 TV를 통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 다양한 모바일 기기가 나옴에 따라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행태가 변하면서 OTT 사업자의 가입자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7월 24일 구글에서 발표한 크롬캐스트가 국내외에서 핫 이슈다.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 대부분의 기기에서 볼 수 있는 동영상과 사진을 TV로 전송해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HDMI WiFi 스트리밍 어댑터다(스마트폰, 태블릿PC, PC에서 스트리밍 되는 동영상을 WiFi를 통해 TV로 전송,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수신기). 크롬캐스트 이전에도 애플의 에어플레이, PLAir의 스트리밍 수신기, 미라캐스트 등 다양한 수신기가 있었지만 아주 크게 이슈가 되진 않았다.
크롬캐스트가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1) 클라우드 기반의 화면 전송 방식으로 조작이 쉬운 점, 2) 기기당 35달러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점, 3) 다양한 OS를 지원하는 점, 4) Netflix의 3개월 이용권(초기 한정수량)이 포함된 점 때문이다. 현재 Hulu, 판도라TV의 콘텐츠 유통을 추가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에도 크롬캐스트를 통한 콘텐츠 유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미디어 산업 가치 사슬(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각 영역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구글, 애플, 삼성전자, 유무선 통신사 등이 경쟁을 하고 있다. 크롬캐스트의 등장도 구글의 플랫폼 경쟁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솔루션이라고 판단된다. 삼성전자 등 디바이스 제조사는 스마트TV를 이용해 N-screen을 완성했다면, 애플, 구글은 인터넷 비디오 스트리밍 수신기를 통해 N-screen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미국 유료방송 업체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 있음
직관적으로 보면 애플TV, 구글의 크롬캐스트와 Netflix, Hulu 등의 등장은 미국의 기존 유료방송 업체에게 부정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를 해지하고 Netflix 등에 가입해 원하는 콘텐츠만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가입자가 늘고 이들이 크롬캐스트와 같은 기기를 구입해 TV를 통해서 콘텐츠를 쉽게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Netflix는 Comcast, Time Warner Cable, DirecTV 등 주요 유료방송 업체 대비 싼 가격에 온라인, 모바일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13년 2분기 기준 376만명까지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가입자를 유인하고 있다. Hulu plus의 유료 가입자도 최근 4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유료방송 업체에 가장 중요한 가입자 기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의 주요 유료방송 가입자의 합산 순증 가입자는 13년 1분기, 2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물론 가입자 순감 규모는 Netflix, Hulu의 순증 가입자 규모보다는 훨씬 작다. 미국의 IPTV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주요 케이블 업체의 방송 가입자는 줄어들고 있다. 단기간 내에 OTT 사업자가 미국 유료방송 산업 내의 점유율을 늘려 기존 유료방송 업체를 위협하기는 쉽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위협요소로 성장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1)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기존 유료방송 업체 대비 낮은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2) OTT 서비스에 가입한 가입자가 증가할 때 유무선 트래픽이 늘어나기 때문에 네트워크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망중립성 이슈가 나올 수 있으며, 3) 콘텐츠 수급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또한 현재 OTT 사업자는 인터넷 부가서비스 사업자로 구분되는데, TV를 통한 서비스가 확대되면 이러한 서비스를 규제하는 법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5) OTT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수신기를 이용한다고 한다면 콘텐츠 저작권 이슈가 나타날 수 있다.
Netflix의 경우 콘텐츠 수급 비용이 증가하자 요금을 올리려다가 이용자의 저항이 크게 나타났던 경험이 있고,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직접 제작시에는 흥행 부담이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 Netflix의 주가는 전고점까지 높아졌고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향후 Netflix의 가입자와 주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유료방송 업체에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국내에서는 미국의 Netflix와 Hulu가 성공하기는 힘들다고 판단된다. 또한 기존 유료방송 업체가 아닌 사업자가 크롬캐스트와 같은 기기를 선보인 다고 하더라도 크게 성공하긴 어렵다고 판단된다. 1) 기존 유료방송 업체가 제공하는 다양한 N-screen 서비스가 존재하고,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수신기가 유행할 조짐이 보이면 기존의 결합상품에 스트리밍 수신기를 끼워 팔 가능성이 높고, 2) 기존 유료방송 업체가 제공하는 방송 서비스 가격이 매우 싸며, 3)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유무선 결합상품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이 결합된 상품 가격은 20,000원에서 25,000원 수준이다. N-screen 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을 따로 가입한다면 24,000원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데로 네트워크 비용 증가하거나 망중립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법적 굴레가 생길 수 있다. 현재 국내 N-screen 사업자의 콘텐츠 경쟁력은 유료방송보다 낮고, 향후 콘텐츠 수급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국내에서는 기존 유료방송 업체가 그동안의 헤게모니를 쉽게 잃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는 SK텔레콤이 수급한 콘텐츠를 호핀을 통해 스마트폰, PC, TV를 통해 재생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가 있고, LGU+가 tvG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N-screen 서비스도 방송을 보다가 NFC 태깅으로 스마트폰으로 보던 방송을 TV에 띄워 볼 수 있다. 일부 국내 케이블 업체도 크롬캐스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자사 방송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N-screen 서비스에 가입하면 모바일 기기뿐만 아니라 TV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인터넷 동영상 수신기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지상파 연합의 N-screen 서비스인 Pooq은 크롬캐스트와 같은 기기의 보급을 가장 반길 것이다. 기존 유료방송을 통하지 않고 지상파 및 지상파 계열 케이블 PP의 콘텐츠 시청하는 가입자 기반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유료방송 가격 경쟁력이 크지 않고 네트워크 트래픽 유발에 따른 사업자 혹은 가입자의 비용이 커질 것이다.
산업 변화 가속화, 유료방송 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전망
콘텐츠 업체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소비되는 스크린이 다양화 되기 때문에 분명 긍정적이다. 기존 유료방송 업체는 당장 가입자 기반을 쉽게 잃지는 않겠지만 경쟁이 심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경쟁 심화는 유료방송 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위 케이블 업체는 개별 케이블 SO(System operator)에 대한 인수 합병을 가속화해 가입자 기반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CJ헬로비전, HCN, 스카이라이프의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입자 증가에 어려움이 있었던 업체가 있었고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하기 때문이다. 다만 CJ헬로비전, HCN, 스카이라이프의 12개월 forward PER은 13.3배, 9.1배, 14.6배로 낮아졌고, 3분기에는 홈쇼핑 수수료 협상이 완료되면서 전년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주가는 서서히 회복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