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가지에 피어난 눈꽃이 고요한 무주의 아침을 깨운다. 새 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외치는 기합소리가 뜨겁게 눈을 녹이고, 온 생명이 잠든 무주의 밤은 그 자체로 순백의 겨울이다. 발걸음마다 느끼는 청정 바람은 지난 여름날 빛나던 반딧불이의 숨결. 무주여행은 겨울왕국의 주인공‘엘사’가 된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선물이다. 이제, 아이와 함께 선물 보따리를 풀어보자.
아이러브 무주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 태권도원
세계 태권도인의 발걸음이 무주로 향하고 있다.
“안녕?!”
오로지 이곳‘태권도원’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외국인 관람객이 아이와 인사를 나눈다.
무주 태권도원은 한눈에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대략 여의도 면적의 절반, 서울 월드컵 경기장 규모의 10배에 달하는 크기. 231만4천㎡의 부지에 체험공간인 ‘도전의 장’, 수련공간인 ‘도약의 장’, 상징공간인 ‘도달의 장’이 조성되어 기본 반나절 이상, 적어도 3~4시간은 머물 계획을 세워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오전 10시 개관 시간에 맞춰 입장했다면, T1 경기장 투어 – T1경기장 태권도 시범단 공연 관람(오전 11시) – 태권도 박물관 – 체험관yap! - 전망대 순으로 움직이길 추천한다.
박물관 로비 벽면을 장식한 나무 밑 아이들
입장하자마자 지난 2017년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캐릭터 백운도사와 진진, 태랑이가 손들어 반겨준다. 종합안내센터 앞에 비치된 캐릭터 모자와 부채를 손에 쥔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태권소녀‧소년이다. 진진이 태랑이는 전시관 곳곳에 캐릭터그림과 인형, 모형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자리해 아이들에게 친숙함을 더한다.
“나도 검은 띠 딸 거예요!”
형형색색 태권도복의 띠를 소재로 한 로비의 설치미술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다짐하듯 외친다.
국립태권도박물관 전경
박물관 1층 로비
국립태권도박물관은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태권도 전문 박물관. 그야말로 거대한 태권도 교과서다. 태권도 정수를 보여주는 전시물부터 외국인 관람객의 태권도에 대한 뜨거운 관심까지 두루 확인할 수 있다.
관람은 3층 전시관에서 시작해 바닥 동선에 맞춰 걸으면 어느새 1층에 다다르게 되는 형태다. 전 구역 유아차 및 휠체어 이동에 불편함이 없다. 전시는 경기기술의 변천과정, 태권도 발전역사와 각종 수련 및 경기용품, 기념품, 태권도 관련 자료 등 아이 눈높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설명해뒀다. 관람객들이 영상을 보면서 태권도의 품새를 직접 따라 해볼 수도 있다.
기획전시실 내부
무예도보통지
태권도의 세계화 전시
품새 익히기
세계인과 함께 꿈꾸는 태권도
태권도를 빛낸 사람들
태권도원에서 놓쳐선 안 될 볼거리 1순위를 꼽자면 T1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태권도 시범공연’이다. 공연은 경기장 지하1층 433석의 대규모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하루 2회 오전 11시, 오후 2시에 약 20분간 태권도와 국악 두 장르를 접목한 ‘태권태악 퍼포먼스’로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총 4,571석 규모의 다목적 경기장, T1 경기장
품새에서 격파까지 공연 그 자체만으로도 태권도원을 방문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공연장 앞좌석 두 줄은 격파로 인한 송판 파편이 튈 수 있어, 착석이 제한되는데 영유아와 함께한다면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 뒤쪽 자리에 앉는 게 좋겠다.
태권도 시범단 공연 1
태권도 시범단 공연 2
공연 직후 이어지는 포토타임!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듬직한 시범단과 함께 남겨보자. 공연무대 보호를 위해 신발은 벗고 무대 위로 올라가야한다. 경기장을 나오면 하늘 높이 오르는 분수가 만들어낸 무지개가 아이들을 반긴다. 전 세계 국기가 나부끼는 곳을 가볍게 산책해도 좋겠다.
공연 후 기념촬영
야외분수
T1 경기장에서 오르막길로 3분 정도 걸으면 체험관이 등장한다. 연면적 2,651㎡, 지상 3층 규모의 체험관은 IT 기술과 접목한 다양한 태권도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태권도를 전혀 접해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스크린 속 영상과 움직임을 따라 겨루기, 태권체조, 실전훈련 등을 해볼 수 있다. 단, 안전상의 이유로 모든 체험의 이용신장은 110cm, 6세 이상으로 제한된다.
체험관Yap!
가상공간체험
전자겨루기체험
태권도원 셔틀버스
이제 전망대에 올라 한눈에 태권도원을 조망할 차례. 체험관 앞 정류장에서 셔틀버스로 5분 정도 이동하면 전망대로 향하는 모노레일 탑승장에 도착한다. 모노레일은 전망대까지 편도 5분이 소요되며 30인승 2대가 교차로 운영된다. 휠체어는 동반 탑승이 허용되며, 유모차는 탑승장 입구에서 보관해준다. 승강기를 타고 4층 전망대에 오르면 해발 560m에서 만나는 태권도원과 백운산의 파노라마 뷰가 360도로 펼쳐진다. 아이와 3층 백운카페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쉬어가도 괜찮다.
모노레일 내부, 빨강, 노랑, 초록의 신호등 부녀
모노레일에서 바라본 전경
백운산의 파노라마 뷰
3층 백운카페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청정무주의 대표, 반디랜드
태권도원과 자동차로 2분 거리에 있는 무주 반디랜드. 태권도, 덕유산, 반딧불이로 대표되는 무주에서 가족여행지로 꼭 들려봐야 할 곳이다. 국내 최대 희귀곤충을 만날 수 있는‘무주곤충박물관’, 열대식물과 나비가 가득한 ‘생태온실’, 누워서 우주를 보고 자연을 감상하는 ‘돔 영상관’, 반디 보고 별 보는 ‘반디별천문과학관’, 언제 가도 썰매를 탈 수 있는 ‘사계절 썰매장’ 까지 모두 반디랜드에 있다. 게다가 반디랜드는 2018 한국관광공사 선정 열린관광지로, 올해 상반기 무장애동선 정비, 목재데크길 경사로 완화, 장애인화장실 및 편의시설 마련 등을 완료하며 이용에 편리함을 더했다.
무주곤충박물관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비단벌레 첨성대’ 전시물이 모두의 이목을 끈다. 동남아시아에 넓게 분포하는 곱추비단벌레의 날개를 사용하여 만든 세계 최대의 비단벌레 작품으로 첨성대를 재현해 놓은 것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더 이상 이러한 작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하니,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무주곤충박물관 외관
반딧불이 첨성대
박물관은 2천 여 종, 1만7천 여 마리의 전 세계 희귀곤충 표본과 고생대, 신생대 화석을 소장하고 있으며, 비교 표본의 형태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시되어 있다. 이쯤에서 희귀곤충 전시실을 눈여겨보자. ‘월커리하늘소’는 2001년 태국에서 채집된 가장 진귀한 표본으로 꼽힌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 가운데 곤충이 가진 특징 중 하나가 다리를 6개 가진 것인데, 월커리하늘소는 특이하게 완전한 4개의 다리를 가진 하늘소로 유명하다.
전시장 관람
아치도나 나뭇잎나비
월커리 하늘소
6개의 발톱을 가진 세계유일 풍뎅이
박물관 출구방향 약 135m 구간에는 ‘아쿠아리움’이 조성되어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계곡 수조와 대형수조 등 22개 수조에 수달, 어름치, 장지뱀 등 87종에 달하는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를 선보여 곤충만 기대한 아이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준다. 한 겨울에도 따뜻한 생태온실에서 나비를 관찰하고, 사계절 썰매도 즐길 수 있어 그야말로 아이들 세상이다. 여행 후 출출할 땐 아이와 버섯샤브샤브가 어떨까. 황금색 강황쌀로 지은 상황밥과 살짝 데친 황금팽이버섯이 추운 겨울 보양식이 된다.
박물관 내 아쿠아리움
생태온실
천문과학관
사계절 썰매장
버섯샤브샤브
체험 가득한 무주전통공예테마파크
잠깐 들려볼까? 하다가,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이 바로 무주전통공예테마파크다. 그 중심에 전통생활문화체험관이 있다. 1층에는 전통공예시연체험관, 공예품 판매장, 종합안내센터가 2층에는 기획전시실, 3층에는 최북 미술관과 김환태 문학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생활문화체험관
3층의 최북 미술관과 김환태 문학관은 나란히 마주보고 있다. 故김환태 선생은 전북 무주가 고향인 문학평론가로 일제 강점기에 순수문학의 이론체계를 정립했다고 평가받는다. 최북미술관에는 최북의 영인본 작품 60여 점을 비롯해, 일화를 볼 수 있는 영상관, 최북이 잘 그렸던 메추라기를 그려 볼 수 있는 체험장 등이 있으며 입구에 마련된 유아용 활동지를 활용하면 관람에 재미를 더한다.
최북미술관 & 김환태 문학관 입구
최북-조선의 눈을 찌르다 전시물
작품 맨드라미
학년별 활동지
꽃과 나비
눌인 김환태상
미술관과 문학관 전시관 사이에는 퍼즐 맞추기, 그림그리기와 같은 아이들의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나도 최북처럼!’,‘ 김환태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등의 활동지 위로 쓱쓱싹싹 자신만의 표현을 해본다.
퍼즐 맞추기
아이들 작품전시
김환태 선생님께 편지쓰기
1층 전통공예시연체험관은 공예품 전시장, 전통 예절 교육장, 옛 생활사 전시 체험장 등 아이들과 우리네 옛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다양하다.
선비체험
짚신과 아이신발
장독 안에 뭐가 있을까?
전통의상 체험 코너에는 가채와 갓, 장군복, 비녀, 한복 등 의복뿐 아니라 다양한 소품들까지 제법 잘 갖추어져 있다. 특히 5-7세 아이의 체격에 맞는 장군복이 눈길을 끈다. 부모와 아이의 역할극을 통해 아이의 생각을 들을 기회를 마련해보자.
총 103석으로 규모는 작지만 최신영화를 상영하는데다, 전북투어패스에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어, 전체관람가 영화가 개봉 중이라면 여행 코스 가운데 스케줄을 맞춰봄직하다. 밤이면 별과 반딧불이만 빛나는 무주에서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낼 코스로 탁월하다. 영유아 관객을 위한 키 높이 방석도 충분하게 구비되어 있다. 규모가 작으니 장시간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운 영유아가 드나들기에도 부담이 적다. 영화 상영은 정시에 시작되니, 영유아와 함께라면 사전 입장을 권한다.
상영관 내부 1
상영관 내부 2
키 높이 유아방석
무주 산골도서관의 최대 장점은 도서관과 마주한다는 것. 추운 겨울, 아이와 영화 대기 시간을 때우느라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 평일은 밤 10시까지 운영되니 영화 상영시간 전후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도서관으로 들어서면 어린이 자료실이 눈에 들어온다. 헝겊 책, 사운드 북 등과 같은 영유아 도서가 많은데다 마음 놓고 앉아 독서할 자리가 넓다는 점도 반갑다. 이밖에도 산골 도서관에는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 분야를 총 망라한 4만 3천여 권의 장서가 구비되어 있다.
형설지공도서관
도서관 내부
영유아 도서를 갖춘 어린이 자료실
안전한 독서 의자
무주여행의 마지막 감동은 ‘전북투어패스’이용권이다. 위에 소개한 모든 여행지와 더불어 머루와인동굴까지 1인 6,000원(모바일권 5,900원)에 모두 즐길 수 있다. 패스를 개시한 시간부터 24시간동안 사용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1박2일 무주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구매하길 강력추천! 물론 산골영화관에서의 영화관람 역시 포함된 금액이다.
설원에 핀 눈꽃을 만나다, 덕유산
덕유산의 절경(무주군청 제공)
곤돌라에 올라타자마자 하얀 눈 풍경에 아이는 이미 엘사가 되었다. 장쾌하면서 시리도록 아름다운 덕유산의 설경, 눈꽃, 설원을 내달리는 스키어 모두 하나의 겨울을 노래하는 오케스트라 같다. 무주 덕유산 관광 곤돌라는 편도거리 2.7km로 금세 해발 1,520m 설천봉에 데려다준다. 곤돌라에서 내려 덕유산 정상 향적봉까지는 아이와 발맞춰 걸어도 편도 30여분(0.6km구간)이면 닿는다. 곤돌라는 평일에는 예약 없이 선착순 이용이 가능하며, 주말과 공휴일에는 사전예약제로 예약일 포함 2주 전부터 예약할 수 있다. 곤돌라 티켓은 하행 시 제시해야하므로 잘 보관해야 한다.
곤돌라 탑승장
곤돌라 내부
스키장 리프트(무주군청제공)
스키장(무주군청제공)
덕유산 향적봉
눈꽃 핀 덕유산 향적봉(무주군청제공)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곤돌라에서 내려 바라보는 풍경만으로 가슴 벅차 오른다. 걷는 길은 나무데크로 이어져 영아도 걷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