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13/02/03 [사설]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를 촉구한다

[성기화 요셉]

2013. 02. 03발행 [1202호]

[사설]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를 촉구한다

8일은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교회는 이 법이 제정된 직후부터 법의 제14조를 폐지하고자 줄기차게 목소리를 높여왔다. 14조가 '인공임신중절(낙태)수술의 허용한계'를 규정함으로써 합법적 낙태의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형법상 낙태는 불법이다. 우리나라 형법은 제269조와 제270조에서 낙태를 한 이나 낙태시술을 한 이 모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낙태는 범죄행위였기에 모자보건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은밀하게 이뤄졌다. 그런 상황에서 낙태에 합법성을 부여한 것이 모자보건법 제14조다.

　물론 이 법이 모든 낙태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낙태 허용한계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14조는 유명무실한 조항이 되고 말았다. 낙태로 희생되는 태아는 한해 150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이름으로 낙태를 사실상 자유화한 14조는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와 죽음의 문화를 확산시킨 주범이 됐다.

　마침 올해는 미국에서 낙태 합법화의 길을 열어준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이 나온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미국도 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대부분 주에서 낙태는 불법이었다. 미국 대법원이 이 판결로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인정함에 따라 미국에서 지금까지 낙태로 목숨을 잃은 태아는 5500만여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가운데 7명이 이 판결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9년 이래 가장 높은 지지율이라고 한다. 미국 주교회의 생명수호위원장 오말리 추기경은 판결 40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낙태를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여기는 풍조를 비판하고, 죄 없는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데 기도와 행동으로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교회는 모자보건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담화와 사목교서, 100만인 서명 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법의 문제점과 생명수호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특별히 법 제정 40주년을 맞는 올해는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미국의 낙태 지지율에서 보듯, 모자보건법 제14조를 하루아침에 폐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시대적 상황이 그렇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아무리 더딜지라도 결국에는 생명의 하느님께서 승리하리라 믿는다. 모자보건법 제14조가 폐지되는 그날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굳세게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