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비가 내린 땅에 봄이 피어 미소 짓는다
벚꽃비가 내려 땅을 채운 곳에 민들레 꽃이 피어 있다.
아름다운 봄날은 계속된다
어느새 다 져버린 벚꽃을 바라보다 문득 이 시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제비꽃을 본 기억이 없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봐도 예전과 달리 감흥이 없었던 까닭을 비로소 알게 됐다.
꽃비가 내린 자리에 제비꽃이 피었다
봄은 제비꽃과 함께 온다.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 삼짇날 즈음 핀다고 해서
제비꽃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들꽃을 보면 비로소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보도블록 갈라진 틈이나 어느 집 담벼락 아래에서,
혹은 생각지도 못한 어떤 곳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보랏빛 꽃망울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순간이면 어찌나 반가운지.
"올해도 어김없이 와주었구나!"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안도현·'제비꽃에 대하여' 중에서)
요즘 사람들은 주위 풍경 대신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다.
그 안에는 재미도, 정보도, 세상 모든 게 다 있지만 봄은 없다.
한번쯤은 허리를 낮추고,
오매불망 자신을 바라봐주길 기다리고 있는 봄꽃과 눈을 마주쳐보는 것은 어떨까.
관심 대상이 꼭 제비꽃일 필요는없다.
벚꽃은 졌지만 봄꽃의 향연은 끝나지 않았다.
진달래가 지면 철쭉이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이고,
수수꽃다리(라일락)가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청춘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고궁과 공원 정원에는 황매화니 매발톱꽃이니 하는 꽃들이 앞다퉈 핀다.
산에 가면 형형색색의 현호색이 반겨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야생화의 여왕'으로 불리는 얼레지의 황홀한 자태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