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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또 하나의 도전적 미래 산업에 나섰다. 울산 앞바다 해저 20m에 서버 10만 대 규모의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 착수된 것이다.
13일 체결된 업무협약은 단순한 기술 연구 차원을 넘어, 울산이 산업도시를 넘어 첨단 데이터·AI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전력·공기’라 불릴 만큼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고 냉각비용이 전체 운영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울산이 수중 데이터센터를 미래 전략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산업적 실험이다. 바닷물의 자연 냉각 효과를 활용하면 지상 대비 40%의 냉각 에너지를 줄여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고, 냉각 효율이 높아지면 데이터 처리 속도 또한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울산이 추구하는 ‘친환경 AI 수도’ 구상이 기술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흐름이다.
이번 협약에는 해양·전력·냉각·구조설계 등 각 분야의 대표 기관들이 참여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원천기술을,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해저지반 안정화 기술을 담당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력 공급과 제어 체계를 맡는다. 여기에 LS일렉트릭, 한국냉동공조시험연구원, 삼화에이스 등 민간 기업들도 참여해 △전력망 개발 △냉각 기술 △구조체 제작까지 전 주기 기술 생태계를 구축한다.
울산이 단순한 유치 행정이 아닌, 실증 기반 연구·기술 개발의 중심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중요한 점은 이 프로젝트가 ‘산업·환경·기술’의 삼각축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미래형 인프라라는 것이다.
울산은 이미 수소, 조선, 배터리, 에너지 분야의 중심 도시다. 그러나 앞으로의 산업 경쟁력은 데이터 처리·AI 연산·친환경 기술이 결합된 복합 생태계를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중 데이터센터 연구는 이 흐름을 선점하려는 울산의 의지이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 디지털 산업 체계 혁신의 실험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해저 구조물의 안정성, 유지보수 방식, 전력 공급체계, 환경 영향, 법·제도 기반 등이 국가 차원의 검토를 필요로 한다. 연구개발부터 시범구축, 상용단지 조성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장기 전략이기에, 지방정부의 의지만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울산이 이러한 도전에 나선 것은 “미래 산업은 준비하는 도시가 가져간다”는 명확한 메시지로 봐야 한다. 울산은 2030년까지 구축모형 개발을 마치고, 2031년부터는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를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산업도시 울산이 해양과 AI를 잇는 새로운 성장축을 열어가고 있다. 친환경 기술과 데이터 기반 산업이 융합된 이 도전이 울산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려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