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연애편지
방정리하다가 엄마 중학교때 가방 발견했는데
이 안에 아빠랑 나눈 편지가 엄청 많아서 몇장 가져와봄
추억의 가방... 아직까지 잘 열리고 닫히는게 신기함
<아빠의 편지>
to 순아!
요즈음 같은 날씨에는 고향 개울물이
그리워 지곤 한다.
훌훌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풍덩
빠져들던 어릴적 일들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진다.
순!
그곳 기온은 여기보다 더 높겠지 이런
날씨 일수록 순아는 해바라기처럼 예쁘고
활기 차리라...
순!
부산에서 만난 이후 나만이 앓고 있는
병이 더욱 더 심화되어가고 있다.
잡념없이 정신일도 하여야 할 작업
시간에도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난날
우리 둘 사이에 아무런 거부감 없고
그 누구도 발드딜 조그마한 틈도
없었던 오직 너와 나만이 존재했던
그 시절이 영상화 되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오늘은 퇴근 후 너와의 통화를 요청
했지만 그 곳 사정상 뜻대로 되질
않아 이렇게 서신으로 전한다
순!
이번 일요일에 만나고 싶다.
장소는 동대구역에서 터미널 쪽으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시간은 오전 10시
만약 나올수 없으면 전화 33-7855
번으로 연락하면 이열 아니면 나와
통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화 연락 없으면 약속 장소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겠다.
그럼 그때까지 안녕.
1988年 . 6月 . 28日
ㅁㅁ에서 아직도 순아만을 사랑하는
ㅁ鎬가
엄마가 영원히 동대구역에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엄마의 편지>
밤하늘에 떠있는 저 달은 마치 자기 세상이라도 만난듯이
온세상을 비추어주고 있는데 피로에 지쳐 맥없이
퇴근하는 소녀의 마음은 조금도 아랑곳 하지 않는군요
그간이나마 잘있는지요
저 역시 오빠가 염려 해준 덕분에 맡은 일에 충실하고 있어요
물론 ㅁㅁ, 그리고 언니들도 잘 있어요.
오빠 고향을 떠나 생활하는게 쉽지는 않지요. 저 역시 그래요.
저녁 잠자리에 누우면 고향 생각이 더욱 그리워 집니다.
그럴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생각하면 그리움이란
세글자는 사라져 버리는것 같아요. 오빠 우리는
왜 헤어져서 살아야 하나요. 오직 우리에게는
가난이란게 우릴 이렇게 서글프게 하는군요.
가난이란 것을 쫓기 위해서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지요 우리는 젊음과 희망이
있기 때문에 좌절과 포기는 하지
않아야 겠지요. 인간으로 태어나서
보람있고 행복하게 살아야 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되지가 않아요.
자꾸만 서글퍼지고, 오빠 보고싶어 죽겠어요.
오빠 진즉 답장 할려고 했는데
일에 시달리다보니 이제야
그럼 이만 펜을 놓겠어요.
앞, 뒤의 말이 엉망이네요. 애교있게
읽어줘요.
대구에서 (순)
가난이 서글펐던 우리엄마.......
그럼 이인간이랑 빨리 헤어졌어야했는데......
<아빠의 편지>
순아!
겨울과 봄의 갈림길에 선 요즈음
날씨가 변덕스럽기 그지 없구나
어떻게 지내고 있니?
나는 상경한지 보름쯤 되는구나
시골에서 너의 편지 받아 보고 올라
왔다.
마주 대했을땐 아무런 말 없던 네가
서면으론 어떻게 과감한지 의심이 가는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손바닥 뒤집듯 쉽게 헤어질 수 있는거니
과연 훗날 후회하지 않을 그런 선택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순!
지난날 우리의 사랑을 사춘기의 감정으로
무마시키지 말자
우린 젊기에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고
잠재력을 소유하고 있다.
서로 의지 하면서 힘을 합하면 어떤
장애물 이든 무사히 통과 하리라...
순!
이달 내에 시간내어 한번 내려 가겠다.
그땐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둘의 모든것을
보이고 현명한 길을 택하기로 하자
시간낼 수 있는 날짜 택해서 연락주면
고맙겠다.
복잡한 심정을 서면으로 나타
내려니 두서가 없다
미안 줄인다 건강주의해라
1987 . 3. 5
서울에서 ㅁㅁ가
엄마가 편지로 헤어지자해서
충격 받은 아빠
이때 헤어졌어야 했는데...
엄마 왜 그랬는데...
가족들한테도 편지 와있어서 가져와봄
<외삼촌의 편지>
슬픔을 달래기 위해 펜을 들었지만 떼묻었던 지난 겨울을
씻고 화려하고 새하얀 봄을 맞기위해 비가내리니 내마음이
정말 외로워 집니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자취할때도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여기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3.3일 3시에 입사를 해서 3시부터 적응훈련에 들어갔읍니다.
지금이 4일 토요일인데도 훈련을 받고 있읍니다.
첫날부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받느라 대단히
힘이 듭니다.
자취할 때보다 부모님 생각도 나고 선배들이 들어올때마다
"힘들어도 참아라"하는 말을 들으면 더욱더 눈물이
눈앞을 가립니다.
지금 "훈련생의 맹세"라는 4가지 맹세를 외우고 있읍니다.
이걸 못 외울 경우에는 힘든 기합을 받습니다.
우리 호실은 10명이 쓰는데 군대 갔다온 사람이 한명이
있어서 매우 편합니다.
그리고 엄마한테 잘하고 있어요. 누나가 아빠한테
섭섭하게 해드린 것 제가 대신 할테니까 걱정마세요.
지금 또 호출입니다. 늦으면 기합!
89 3. 4 土
(누나 외로워)
3.3일 3시에 입사를 해서 3시부터 적응훈련에 들어갔읍니다.
지금이 4일 토요일인데도 훈련을 받고 있읍니다.
꼴랑 이틀 일하고 삼촌 죽을라고 함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내이모의 편지>
보고 싶은 막내 언니에게
몸 건강이 잘 있는지요
여기에 계시는 부모님께서는 잘 계십니다
오빠는 보충학습을 받니라고 여기 시골에 왔다가기도 해요
언니는 이 더운 여름에 공장에서 일을 하시면서
덥기도 하시겠군요. 또 밤에는 피곤 하시겠군요
저는 날마다 놀아요
제가 언니처럼 이 더운날 일을 한다면 미칠거예요
하지만 언니는 참고 꼭 해보려는 마음이 있겠지요
언니야 8월 2일날 우리동네 해름에 번개도 치고 소나기도 왔거든
소나기랑 올적에서 효순이 할머니께서 살아계셨는데
그런데 번개가 치자 효순이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
그땐 어머니께서는 효순이집에 가시고 안계셨거든 우리집엔
나 혼자 있었는데 얼마나 무서웠다고
바람은 바람도보 불고 소나기는 소나기로 오는데 꼭 나를
잡아 갈드시 무서웠어
언니야 휴가때는 못왔어도 추석때는 올거지
그리고 명절때 오기전에 편지를 하고 와야되
언니야 추석에 ㅁㅁ(셋째)언니가 안온다면 꼭 언니가 되리고
와야되
안되리고 오면 언니는 주먹 날리거다
그리고 언니야 ㅁㅁ(셋째)언니에가 이 막내 동생이 보고싶다고해
밉다고 해
나는 언니가 제일 좋아
이 세상 언니중에 제일 좋아
언니야 그럼 추석을 기다리면서 이만
언니야 잘있어
*언니는 공장일에 충실히 하고 나는 공부에 열심히 할것
막내 동생에 말
~안녕~ 막내동생
언니는 이 더운 여름에 공장에서 일을 하시면서
덥기도 하시겠군요. 또 밤에는 피곤 하시겠군요
저는 날마다 놀아요
이부분 존나ㅋㅋㅋ이모가 엄마 약올리는거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끝..
첫댓글 가방부터 본새나...
순!
옛날사람들은 어케 저렇게 글을 잘쓰지
그 당시의 감정 넘 좋다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남들 이름만 부르는거 극혐이야 진짴ㅋㅋㅋㅋ
흐악 진짜 편지 구절구절마다 갬성 무엇 ㅠㅠ 너무 순수하고 너무 좋다 ,,,,
진짜 서정적이야
우리 윗세대 어른들은 어쩜이렇게 서정적일까
귀야워ㅠㅠㅠ
그때 감성이 좋아 나는...
진짜 엄빠 연애스토리나 그런거 들어보면 지금의 내개비의 모습을 상상할수가 없음... 엄마들이 왜 딸더러 남자 믿지 말라고 하는지 알것같다...
222...ㅠㅠㅠㅠㅠ
헉
나도 저런 글을 쓰고싶다.. 지금은 확실히 뭔가 진심을 막 드러내면 부담스러워할까봐 쿨한척하면서 쓰게되는거같아
아 이모 너무 귀여우셔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편지 너무 좋다....
헤어져야했다는 사족 개웃겨 ㅋㅋㅋㅋㅋ저렇게 절절한데 만나지 말았어야했다니ㅜㅜ 참 믿을수없네
클래식같다ㅎㅎ
우리 엄빠도 연애하던 시절 주고받던 편지들 보면 진짜 시 한편 보는 것 같더라.. 아빠는 찐 문과라 글이 너무나 절절했다면, 문과지만 찐이과 성향인 엄마는 그당시 편지쓰는 게 너무 힘들었다던 그 시절... 그 시절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글씨체가 너무 예뻐
와... 진짜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저 시대의 감성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헤어졌어여 됐대
너무 좋아 ㅠㅠ
와.. 저시절에 남녀는 연애하면 많은사람이 저랬을텐데 우리엄빠도글코..개비 변한거보면 참.. ㅋ 새삼 지금 연애하면 안될거같다는 생각이 확드네 저시절만큼도 못한 남자새끼들이 태반이잖아.. 버억~ 가즈아 빠끄 ㅋ ㅇㅈㄹ하는놈들이랑 연애하면 변할때 얼마나 더 끔찍하게변할까
이모 편지 너무좋다ㅋㅋㅋㅋㅋ
연애편지 예시지문 모아놓은 책 생각난다 ㅋㅋ
아 ㅜㅜ 좋다ㅜㅜ
우리 둘 사이에 아무런 거부감 없고 그 누구도 발디딜 조그마한 틈도 없었던 오직 너와 나만이 존재했던 그 시절이 영상화 되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내가 본 사랑을 표현한 문장 중 가장 진솔하고 설렘이 느껴지는 문장인듯
와...이 감성 존나..부럽다 글씨도 졸라 잘쓰는듯..요새는 타자치느라 삐쭉빼쭉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너무 귀여워 그림까짘ㅋㅋㅋ
아빠 군대에있을때 편지보면 글씨부터 구구절절... 아부지 글씨 짱 잘써 진짜
안데리고 오면 주먹 날릴거랰ㅋㅋㅋㅋ
와 너무 좋다..
사진 눌러놓고 옆으로 넘기면서 읽었는데 눈물이 다 맺히네ㅠㅠ 후... 그러다가 처음부터 본문읽는데ㅜ사족읽고ㅜ빵터짐ㅋㅋㅋㅋㅋㅋ 여튼 너무보기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때 감성 너무 부러워...... 내 호망이야 저런 편지 받아보는거 근데 요즘 한남이 그랬다간 메바여각ㅡㅡ
너무 좋아 .. 난 아직도 지인들한테 손편지 쓰고 그래 한자한자 꾹꾹 눌러쓰는 그 마음 나는 너무 좋아ㅠ
우와..진짜 좋다...
우리아빠도 편지는 저런 재질로 씀...벗...
롸우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