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얘들아
니들은 이 무더위에
왜 그리도 소리를
질러대는가
목도 안 따갑냐
내 참 귀청
떨어지겠다만
그래도 니들 소리에
내 유년시절 여름방학이
그립구나
내가 꼬맹일 땐
그저 방학숙제
한답시고 수수깡 안경 만들어 끼고
참한 여치집 만들기
아니면
곤충채집 식물채집
위해
장대 긴 곤충채 메고
온 산천을 누비며
개망초 나팔꽃 물봉숭아 같은 잎사귀도 뜯고
포르르 잘도 날으는
때때랑 풀무치 방아깨비며
암만 잡기 힘든
참매미 왕잠자리 고추잠자리도 닥치는 대로 맘껏 낚아채며 놀았지
새롱새롱 울어 제치는
쓰르라미 참매미가
한 놈 잡히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서
동네 방네 자랑질을
해대고 다녔다만
요즘 도심에는
참매미란 자취도 없고
여기 저기
망중한에 신바람 난
벙어리매미들의
떼창 소리만 요란하고
성가시럽네
그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를 피해
잎이 무성한 가로수
그늘에 딱 숨어
오뉴월의
장의 행렬을 본 듯
고래고함을 내지르니
참 희한하다 싶다
어쩜 기나 긴 땅속
생활에 비해
성충의 짧은 삶이
원통해서 일까나
그래도
하루살이에 비하랴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
매미의 일주일 삶
백년을 사는 인생
다들 그저 명이
다 하는 그 날 까지
한 세상 무탈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미련없이
떠나는 게
자연의 순리 일 텐데
암만
원통하고 서러워도
가는 세월 어쩌랴
그러려니 해야지
이제
곧 무더위도 물러가고
매미 소리도 그치면
너도 가고 나도 간다
세월 앞에 장사있냐
오늘이
그 새 또 입추라네
앞으로 우리는
이 매미 소리를 얼마나
더 듣고서야
세상을 등지랴
요놈들아
니들도 그만 하면
한 세상 원없이
잘들 살았잖아
그래도 억울하면
울다 울다 지쳐서
여름날 짚불 가듯
사르르 잠 들길
때가 되면 우리 또한
그리 되리니
-끝-
2023년 8월 8일
첫댓글 이제 그 지긋 지긋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고 좋아했더니
가을은 맛도 보기 전에 가 버리니...
참 야속타
이제 곧 겨울 채비나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