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1〉
출처 동아일보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611/113887913/1
그대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수미산이 가려 있기 때문이리
그대 미소가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잎새에 가려 있기 때문이리
그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리
아 두고 온 얼굴을 찾아
하늘로 솟구치는 몸부림
그대 가슴에 뚫린 빈 항아리에
담고 담는 반복이리.
―최원규(1933∼)
‘해가 좋아, 달이 좋아?’ 만약 시인에게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이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질문에 필적할 만큼 난제다. 어려우니까 다수결에 따라보자. 정확한 수치를 헤아린 사람은 없지만, 우리나라 시에는 유독 달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니 나는 시인한테는 해보다 달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달은 해와 다르게 눈에 담을 수 있다. 눈에 담으면 마음에도 담게 된다. 시인들은 눈에 담고 마음에 담는 것들을 유독 사랑한다. 또, 달은 어둠을 조금 밝힐 수 있다. 해는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 주지만 어둠의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것은 달이다. 시인들은 완전한 행복보다 절망 속의 희망을 더 사랑하는 법이다.
그리고 달은 마음 그 자체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달은 연인이고, 이별한 사람에게는 슬픔이며, 상실한 사람에게는 그리움이다. 달은 보이지 않으면서도 분명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을 달에 비추어 보고,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더욱더 달 속에서 찾는다. 저 달이 없었다면 시인은 더 가난했으리라.
달을 사랑하는 시인을 알기 위해 이 시를 읽는다.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는 걸 안다는 이야기, 머리로는 몰라도 마음으로는 안다는 이야기이다. 이 시의 뒤편에 수없이 많은 시인이 서 있다. 그들은 모두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마음이 있다고, 우리 마음들이 저 하늘의 달이 되었다고.
나민애 문학평론가
빛viit명상
영정중월詠井中月
영정중월詠井中月은 고려중기 이규보의 시로 ‘우물 속의 달을 노래하다’는 뜻이다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산승이 달빛을 탐내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으리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는 것을
산에 사는 승려가 물을 길어 갔다가 우물에 비친달이 아름다워 병속에 담아간다. 돌아와 병을 기울여 물을 따르고 나니 달도 함께 사라져버린 것을 깨닫는다. 물병 속의 달은 탐용일 수도 있고 이상 세계의 진리일 수도 있다. 얻은 것은 언제든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 삶이 그렇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야만 한다. 물질이든 진리든 얻었다고 각성하더라도 그 또한 한순간 덧없음이니 집착할 이유가 없다. 중세의 천동설이 오늘날의 지동설에 이른 것처럼 진리 또한 인간이 구성한 것이므로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이다. 삶이든 진리든 공정불변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의 불교관을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출처 : 빛viit향기와 차茶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227
추석 보름달
개구쟁이 시절 동네 아이들과 달 따러 갔던 시절, 제각기 도구들을 갖고 뒷산으로 갔다. 지근이는 매미채를 제훈이는 마당 빗자루를 천덕이는 지게 작대기를 점집 부똘이는 색색의 천이 달린 긴 대나무를 이것도 저것도 없는 각설이 친구는 부지깽이를 끝순이는 연탄집게를 들고 나왔다. 허리춤에는 달을 따서 담겠다고 깡통을, 보자기를 꿰차고서 쌀자루에 신주머니도 밀가루 포대도 장바구니까지 끼어 있었다.
쫓다가 쫓아가다가 지쳐서 키가 더 크면 다시 따자 하고 산길을 내려온다. 개울을 만나 세수를 한다. 어어! 달이 개울에 빠져 있다. 달도 우리들에게 쫓기다가 지쳐 개울에 빠져 버렸네. 한순간 아이들은 좀 전까지 달 따야겠다는 마음들은 놓쳐버리고 어서 건져 하늘 드높이 올려주자 하고는 너나 할 것 없이 달을 건져낸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본다. 그사이 개울에서 나온 달은 토끼까지 잡아갔다. 오늘까지 그 토끼는 방아를 찧으며 추석 차례를 준비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개구쟁이 시절에는
동네 아이들과 달 따러 갔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달을 품어 소원을 전한다.
보름달을 한 없이 바라보다
토끼가 절구를 찧는 모습이 비쳤다.
그런 상상은 어디에서 왔을까?
달을 빌어 소원을 전하고
달을 빌어 이야기를 짓는다.
한 번뿐인 삶
육체를 빌어 무엇을 지어야 할까?
출처 : 빛viit향기와 차茶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20~23
한번뿐인 삶을 빛과함께 할수있어서 감사합니다.
어린시절 추석날이 떠 오릅니다.
귀한 빛글 <추석보름달 >
감사히 마음에 잘 담습니다.
빛과함께 사는 삶 감사마음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빛의 글 볼수있게해주셔서진심으로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는 것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야만 한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년이 시작했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보다
앞으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
관조하고 나아가겠습니다
귀한 빛의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빛과 함께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찾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
소중한 빛의 글 감사의 마음으로 담습니다~*
한 번뿐인 삶
육체를 빌어 무엇을 지어야 할까?
마음에 무거움이 담깁니다~ 관조합니다~ 귀한 깨우침의 말씀에 감사와 공경의 마음도 담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