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임대아파트 보증금 보호대책 허술

[브로커리(이민철)]

(국제신문) 임대아파트 보증금 보호대책 허술
함양 창원 등 4개 단지 900가구, 사업자 부도 위기에 경매 직면

 우선변제 보장 법적장치 미비
- 보증보험도 미가입… 피해 우려

부도 위기에 놓인 공공임대아파트가 늘고 있으나 임차인 보호대책이 허술해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현행법상 임대보증금 우선변제가 보장되지 않는데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아파트도 많아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1999년 입주한 경남 함양군의 C아파트(18평형·62세대)는 임대사업자의 자금난으로 융자받은 국민주택기금 이자 납부를 7개월 연체해 현재 국민은행으로부터 부도예고를 통지받은 상태이고 조만간 경매 등 강제처분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임대차보호법상 임대보증금 우선변제권 적용을 받지 못한다. 임대 보증금이 3500만 원대인 탓이다. 임대차보호법은 2000년 이전 준공된 경남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임대보증금 2000만 원 이하에 한해 800만 원만 보장한다. 2001년 이후는 임대보증금 2400만 원 이하에 한해 1400만 원을 보장하고 있다.

더욱이 이 아파트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도 가입이 안 돼 있다. 임차인들이 임대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인 장치가 전혀 없는 셈이다. 이 아파트가 경매에 들어가면 국민주택기금이 최우선적으로 변제를 받고, 임차인 임대보증금은 후순위로 밀려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입주민 김모(64) 씨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건립된 공공임대아파트가 부도나면 영세민인 입주민은 임대보증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남지역 42개 공공임대파트, 8만여 가구 가운데 C아파트처럼 사업자의 자금난 등으로 부도 위기에 놓여 있으나 임대보증금 회수가 막막한 아파트는 함양 거제 창원 등 4개 단지, 900가구에 이른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단지도 18개나 된다. 부도 등의 사태에 대비해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함양, 창원지역 임대아파트 임차인 대표와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은 29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법의 미비로 공공자금인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지은 임대아파트 세입자는 임차계약한 건설업체가 부도나면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며 관련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경남도의회 석영철 의원은 "공공임대아파트 부도 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인수해 임차인들에게 같은 조건으로 재임대하고, 임차인들이 분양과 장기임대를 선택하도록 하는 등 임차인 보호를 위한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