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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시문학회
 
 
 
카페 게시글
함께 읽고 싶은 시 스크랩 佛개미1 / 유하
동산 추천 0 조회 7 15.01.27 19: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佛개미1 / 유하

 

 

세면대에 오른 불개미 떼
물 한 방울 떨어지자
천재지변을 만난 듯 허우적거린다
물방울 하나에 바다가 있었다니!
익사한 불개미들에게 나는 또
얼마나 큰 우주였을까
허나 불개미에게도 불성이 있다면
그것을 익사시킨 물방울이
어찌 그냥 물방울이겠는가 찰나의
의심이 내 대갈통을 꿰뚫는다
물방울 하나가 나라는 우주를 삼킨다?
불개미가 무심코 튄 물방울에 숨을 놓듯,
거창할 것 하나 없다 이 어질지 못한
천지의 무심코 튄 물방울에
힘없이 잠길 내 죽음이여
그럴진대 어찌 불개미의 우주와
나의 우주가 다르다 할 수 있으리
물 몇 방울 튀어도 순식간에
내 죄업이 온 천지에 둥둥 뜨니
작은 세면대 하나에도 근원 모르는
고통의 망망대해가 파도치는구나

- 유하 시집  <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 1991

 

 

 

 

 

佛개미2 / 유하

 

동생이 먹다 땅바닥에 흘린

초이스 비스켓 하나

구물구물 어디서 몰려왔는지

불개미떼로 새카맣다

그 커다란 달콤한 쾌락 덩어리를

어떻게 떠메고 갈 줄 몰라

땀 뻘뻘 흘리는 것 같은 불개미들

많고 많은 비스켓 중에서 우선적으로

선택하라고 이름도 초이스

나나 개미나 만사 제끼고

생의 달콤한 쪽으로 눈에 불을 쓰고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은 똑, 같구나

청소하시는 어머니가 그 비스켓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니, 워메

극락 속에 지옥이 있었어!

불개미들이 혼비백산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킥킥대다

웃지 말자 일원짜리도 안 되는 부처야

대체 나라는 놈은, 현생이라는 비스켓

어디메쯤 달라붙어

한참 단꿈을 꾸고 있는가

불개미나 나나,

한 치 앞을 선택할 수 없는 눈먼 장님이니

 

- 유하 시집  <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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