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에 나오신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리며 차 안에서 물었다.
"어매, 내일 뭐 하실거요"
"왜"
"장 담으려는데, 안 빠쁘면 메주 좀 씻어 주시라꼬요"
"오냐, 오냐"
늘 그렇듯이 아들이 하는 부탁에 거절이 없으시다.
"근데 내일이 무슨 날이고?"
"모르겠는데요."
"뱀날은 아니재. 뱀날은 장 담으면 안 된다."
"아따 무슨 쓸데 없는 말을 믿능교. 그냥 날 따시고 바람 안 불면 좋은 날이지."
"그래도 안 그렇다. 말날 장 담으면 좋다캤다."
"옛날엔 이사갈 때도 좋은 날 잡고 했는데 요즘이야 일요일이 좋은 날 아니던교?"
"좋은 게 좋다고 이왕이면 좋은 날 잡아서 담자. 옛말 따라서 궂은 거 하나 없다."
"내일 모시러 올테니 준비하고 계시이소이."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려다 말고 달력을 보니
장을 담기로 한 내일이 말날이었다.
아침 일찍, 어머니는 나를 만나자 말자 말씀하셨다.
"야야, 오늘이 말날 맞더라."
어머니 얼굴에 감돌던 웃음은 안도하는 숨결이었다.
안개가 많이 끼었지만 장을 담기로 하고 메주를 씻었다.
작년에 장 담던 날 추워서 고생을 얼마나 했던지 올해는 따뜻한 날을 골라서 잡았는데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한 날씨였다.
열 시가 넘으니 햇살이 퍼졌다. 안개도 사라졌다.
두 주일을 황토방에서 호강한 메주는 하얗게 떠서 맛있는 냄새를 피웠다.
발효하는 과정을 지켜 보며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을 하였다.
세계에 여러 발효 식품이 많지만 우리의 된장 만큼 과학적이고 우수한 게 없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도 든다.
장을 담는데 날이 중요한 지는 잘 모르겠다.
어른들은 한결 같이 말날 장을 담으라고 하시는데 정확한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정성을 들이라는 경구 정도로만 이해를 하기로 했다.
먹는 음식을 만드는 것
소홀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두 주일을 황토방에서 띄운 메주를
깨끗하게 씻는다.
씻은 메주를 햇볕에 잠간 말린다.
겉몸이 마르면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고
소금물을 채워도 떠오르지 않도록
대나무로 팅게를 해 준다.
소금을 소쿠리에 넣고 물을 부으면 흘러 내린다.
그러면 대략 염도가 20도 내외가 된다.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달걀이 500원 짜리 동전만하게 보이면 염도가 적당하다.
염도계로 정확하게 재기는 하지만 달걀 염도계도 정확하다.
흘러 내린 소금물이 너무 짜면 물을 타면 되고
싱거우면 흘러내린 물을 다시 위에다 부으면 짜진다.
장을 담는데 소금도 아주 중요하다.
국산 천일염을 쓰는 것은 물론이겠고
간수를 만 2년 이상은 빼야 장에서 쓴 맛이 안난다.
신안염전에서 직접 사 와 창고에 쌓아 둔 2008년 산 소금을 썼다.
숯과 고추와 말린 명태
숯은 불순물을 흡착하여 정화를 시키는 데 최고의 물질이다.
말린 명태는 장맛을 기가 막히게 한다.
고추는 왜 넣을까?
ㅎㅎ
우리가 한 것은
메주를 씻고 말리고 소금물 부은 것이 전부다.
좋은 햇볕과 바람이 잘 익혀 주리라는 믿음으로
가끔 항아리 뚜껑만 열어 줄 뿐
나머지는 자연에게 맡겨야 한다.
........
첫댓글 아..저렇게 하면 간장이 되는거예요?? 잘 몰라서... ^^;;
숯하고 고추는 알겠는데 명태도 넣어요??
된장을 담그는걸로 알았는데 간장을 담그는거였어요? 무식이 다 탄로나네~ㅋㅋ
나중에 저기서 꺼낸 메주가 된장되는 거 아닌가??
저야말로 장 담그는 거...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요.. ㅋ
대변인 하시느라 고생했네요 ㅎㅎ
된장으로 갚을까....요^^
그러면야~저야 좋죠.... !!! ㅎㅎㅎ
된장 판매게시판에 올리세요..전체멜 보내드릴께요 ^^
고맙습니다 빛님^
곧 정리해서 올릴게요~
그러시와요 된장이랑 메실 엑기스랑 토담농가 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들을 올려주시와요^^
간장 담글때 고추를 넣는 이유는 곰팡이나 세균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는데, 간장의 빛깔을 곱게하기 위해서 넣는게 있다던데.. 그게 뭘까요?
그게 뭔데요? 퀴즈인가요? 상품도 있나요?
상품여부에 따라 답을 찾아 달으려고.. ㅋㅋ
아직 상품이 안 결렸네요^^
에이스님 오랜만입니다~
그래서 답 안쓰고 있어요~ ㅎㅎ 상품이 걸려야......하는디..ㅋㅋ
토담님의 장 담그는 이야기좀더 자세히 엮어서 블로그에 올리면 우수블러그가 되겠네요..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고 나중에 판매로 이어지고..재미있게 잘읽어봅니다...
고맙습니다 파도소리님!
곧 매화가 필 것 같습니다^^
한 번 오세요~~
저도 지난 일욜 말날이라고 장 담았습니다. 해마다 담는 장이 왜 맛이 변하는지?? 어른들 말씀이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변고가 생긴다 했는데...그럴일은 없겠죠!?
씰데없는 걱정...니 실력이 엄써서 간맞추기가 안되서 근거지...괜한 걱정하덜말고 실력 연마할 생각이 나 하시오.
베로니카는 살림 못할 것 같은데 의외로 살림 참 잘한다 말이야..
기후에 따라 장맛도 변하니 씰데없는 걱정 하시지 말아유!
내도 된장 담가야 하는데 ...울집 담그는거랑은 스케일이 다르다는...우린 많아봐야 세덩어리정도인데...ㅎ 근디 단향매님이 이뻐서 근가 메주도 넘 이쁘이쁘...
김치는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장은 담글줄 아는가봐?? 나도 된장한번 해볼까??
맨날 된장 살때마다 맛때문에 고민인데.....
메주가 이뻐봐야 메주 아니겠어요 ㅎㅎ
근데 자세히 보나 참 예쁘긴 하다 ^^
된장담그는거 무지 쉽드만...레시피대로만 따라하면...
일단 메주부터 사야하는거지??
나도 울엄마가 가르쳐준 레시피 수첩에 적어놓은 거 있는데 한번도 실행해보지 않았어
엄마가 된장 주셨으니깐.......
근디..이젠 주실 엄마가 안계셔...흑~~
내도 올핸 울송군 막내누님네서 걍 으더 먹기로...오늘 메주 사는데 따라 갔다왔는데 작년 콩농사가 흉년이라 메주값이 디기 많이 올랐다고...네덩어리에 12만4000원...기냥 으더먹기가 뭐해서 항아리랑 메주씻어 말리는 건 내가 하기로...ㅋ
장 함번도 안해봐서...신기하고 부럽습니다..
모두들 대단하세요~~~^^
어머나..나랑 같으시네요..저도 장 한번 안해봐서 신기하고 부럽답니다.
슬슬 배워서 해야하나??? 싶기도 해요... ㅋㅋ
해 보시면 별 거 아닙니다.
정성만 드러가면 맛있어요^^
장은 지성으로 담아야한다드만..
정성이 고스란히 엿보입니다.
눈도 밝으시네 형님^^
보궐선거 있나 보던데 콜 없시유~
불량지역구나 보궐하지 울동넨 맑아서..ㅎㅎ
우찌 울집은 여기저기서 같다 묵고 사다묵고,,,,된장을 않담그는겨,,,도대체가~~~~~~~
안 담고 사 드시는 게 편해요 ㅎㅎ
도시에선 장이 잘 안된다고 하네요~
된장국 정말 좋아 하는데~~~~~~표현할 방법이 없네..
으~~ 알밤님이 나한데 하시는 말씀 같아요. ㅎㅎ
제가 여기저기서 가져다 먹고 사다먹고 된장 안담그고 그러거든요..
그러면서도 된장국, 된장찌개 좋아해서 잘 해먹긴 합니다. 된장 사서...ㅋ
우리 어렸을 적 엄마가 간장 담그시던 생각이 나네요.
달걀이 500원짜리 동전만하게는 지금도 수업 시간에 잘 써 먹어요. 농도 설명이나, 밀도 수업할 때 쓰지요.
간장, 된장도 7층 이상에선 잘 발효가 안돼서 아파트에선 담그지 못한답니다.
고맙습니다. 인숙언니~~
산들걷기 회원님들은 아침 일찍 출발했어요^^
재미있는 시간 보냈습니다!
우리집엔 5년된 천일염도 있는 데 아쉽당~~~
5년 되었으면 보석 같겠네요^^ 반짝반짝~~
ㅋㅋㅋ 우리집은 없수^^
우리 직원들도 메주를 손수 만들어 아이들 해 먹이는 고추장과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주는데 메주 만들고 말리고 띄우는데 정성이 아주 많이 들어요.....그런데 소금물은 소쿠리에 받혀 물내려뒀다가 몇일 가라 앉으면 장담굴때 맑은물로 하더라구요 ...말날은 잘 모르겠어요...... 일기를 보아 날 좋으면 모두 나와서 함께 장을 담구곤 했어요...........ㅎㅎ
우리가 사는 군내 섬마을 천일염 사용하시내요.......반가워요
화평님 고맙습니다^^
신안군에 사시는군요
참 좋은 곳이지요?
화평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