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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친한 회사 후배와 술자리 도중 거의 다툼에 가깝게 토론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메갈리아"와 "미러링"에 대한 것이었죠.
의외였습니다. 저와 그 친구는 성별, 나이, 환경,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에서 반장난으로 "좌빨"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마찰이 있을지는 몰랐거든요.
그 친구는 미러링이란 것이 지금까지 여성들이 받아왔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반격이며,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그대로 맞받아쳤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런 분노는 분명 타당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는 문제해결은 커녕 남녀 대결의 구도를 더욱 확립함으로서 문제를 더 키울 뿐이라고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리 없는 토론이었습니다. 한 명은 미러링의 정당성,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이로 인한 영향에 대해 논하고 있었으니까요.
딴 얘기를 잠깐 하자면 그 친구로서는 제가 메갈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 자체가 의외였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약자를 거의 본능적인 수준에서 옹호합니다. TV를 틀었는데 응원안하는 팀들이 경기를 하고 있으면 일단 지는 팀을 응원하죠. 전 보스와도 대놓고 반발했으며 공개석상에서 주변 선배들이 수근거릴 정도로 회장에게 돌직구를 던진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저인만큼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것에 있어서는 "한 편"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것은 전적으로 찬성합니다만, "메갈"이 하는 방식으론 여성이 지금보다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는 커녕 남성과 여성이 대립하는 말도 안되는 구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들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깊이 뿌리박고 널리 퍼져나가겠죠.
몇년전에 한참 어린 대학생 친구를 사귄적이 있습니다. 정말 순수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오랫동안 봐오면서 그런 근거없는 편견이 있을 법한 아이가 아니란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이러한 남녀구도가 고착화될 수록, 앞으로 여성/남성에 대한 남성/여성들의 편견과 적대감이 커질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
"메갈"이 상징하는 남혐, "일베"가 상징하는 "여혐"과 이들이 만들어나갈 사회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저는 두려워집니다.
* 목차
1. 사람들은 왜 메갈에 열광하는가?
2. 미러링이 답인가?
1) 시각의 문제.
2) 전선??
3) 고착화되는 대결구도
3. 일베와 메갈이 만들어갈 사회
1) 메갈이 만들어갈 변화
2) 일베가 뿌린 씨
1. 사람들은 왜 메갈에 열광하는가?
일단 저는 메갈리아에 열광하는 사람들 (메갈리아 자체가 아닙니다)의 심정에는 백분공감이 갑니다.
얼마전 올라온 류한수진씨의 글에도 보이듯이 이분들의 생각은 이렇죠.
"근 십년 동안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어 오던 여성혐오를 방향 바꿔 받아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고발이고 풍자이자,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들의 분노가 매우 정당하다고 봅니다.
작년에 취재차 일베인들과 얘기하고, 일베를 모니터링한 적이 있습니다.
힘든 경험이었죠.
페이지를 넘길 수록 나오는 무차별적인 "패드립"과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 때문에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였고, 취재 대상에 대해 무의식중에 묻어나오는 적대감을 숨기기 어려웠습니다. 어쩌면 숨기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단 일베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일상적으로 나타나던 여성혐오, 여성차별, 여성에 대한 비하는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남성위주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죠.
이 사회의 남성 모두는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원죄가 있다고 봅니다. 비록 남성들이 승진에서 남성이라 혜택을 보거나 이런 사회를 만들어낸 사람이 아닐지라도, 여혐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일 지라 하더라도, 남자들은 여성이 아니란 것만으로 누리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여성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남성으로 한국 사회에 살아가는 것이 어느 정도 편하다는 얘기죠.
일단 만원 지하철에 타고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직장 상사의 성희롱에 둔감할 수 있다는 것 등, 남성들은 비교적 여성들에 대해 편한게 맞다고 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교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남녀할 것 없이 모두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에 자행되는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구성원 모두의 의무이고, 이 점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것보다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 힘들다면 그 자체만으로서 부조리고 박살내야 할 악습이죠.
메갈리아의 등장에 열광하는 것은 그런 의미라고 봅니다. 이 분들의 눈에는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견고한 남성위주 사회에 여혐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이들에 맞서는 사람들로 보였으니까요.
2. 미러링이 답인가?
1) 시각의 문제.
류한수진 씨의 글을 보면서 많은 부분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목과 다르게 그 분이 메갈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메갈을 싫어하지만 메갈의 문제 제기를 문제 삼는다면 나는 그들의 편을 들겠다"는 게 주요 메시지였는데, 여기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글을 보는 내내 불편한 것은 그 분의 글에 은연중에 풍겨나는 남성 vs 여성의 구도였습니다. 아마 본인도 의도한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겁니다.
"선빵 날리는 사람을 말려야지 대드는 사람을 패면 안되죠"라고 하셨는데 맞습니다. 그런데 "선빵 날리는 사람"이 남성 전체가 아니죠.
"남성 일부의 잘못이라 나머지는 탓해선 안된다"는게 아닙니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남성들은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남성들 역시 "여혐"이란 심각한 문제에 대해 같이 협력해서 차별 및 부당대우의 악습을 철폐하는데 협력해야 할 동료들입니다. 이건 여성 vs 남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식 vs 비상식의 문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갈의 경우 남성 전반에 대한 혐오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문제입니다.
류한수진씨는 본문에서 "내가 메갈을 싫어하는 것은 이들이 게이, 트랜스, 좌파.... 등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답습하기 때문이지, 그들이 감히 남성에게 당했던 폭력을 소리내 폭로하고 반격하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메갈이 공격당하고 있는 지점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고 했죠.
바로 그 점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지금 메갈이 공격당하고 있는 지점은 후자의 경우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전자도 굉장히 크다고 보거든요. 물론 후자의 경우는 기존의 여혐, 여성차별을 답습하는 이들이겠지만, 전자의 경우 메갈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후자를 갖고 공격하는 이들만 지적한다면, 글쓴 이의 의도가 아닐지라도 이게 마치 전부인것처럼 호도하는 것으로 잘못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메갈을 지지하는 분들의 문제지적은 타당한 부분이 많더라도 은연중에 메갈에 대한 부당한 공격들 (앞서 언급했다시피 남성폭력을 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격한다면 그 대상이 뭐라고 할 지라도 부당하다고 봅니다)이 마치 그들에 대한 공격의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의식 속에 박힌 "Us vs Them"의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토피아에서 가장 기억나는 대사가 있습니다 차별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주인공이 친구인 여우에게 한 "You're not like them"에 이은 "There's a THEM now?"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대사는 아무리 의식이 깨어있는 인물도 어느 정도 우리와 같은 그룹에 속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걸 지적한 것이었죠. 메갈에 대한 부당한 일부 남성들의 공격을 전부라고 받아들이는 데서 저는 이런 식의 시각을 느꼈습니다.
제가 인간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말이 "여자들은..." "남자들은..." 류의 말입니다. 몇년 전에 차를 타고 가다가 어머니께서 "담배 피우는 여자들"에 대해 말씀하신 걸 보고 약간의 의견다툼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사람 자체를 두고 평가해야지 그 사람이 속한 집단, 특징등을 놓고 먼저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공격하는 풍토가 싫다면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혹은 "단지 메갈을 공격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의도를 멋대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2) 전선??
이런 대결 구도가 적나라하게 보인 것이 "전선"이라는 단어의 사용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메갈을 지지하는 (남녀를 망라한) 대부분의 인물들이 어느 정도 공유하는 시각이라고 봅니다.
전선이 뭔가요? "적"들이 대치하고 있는 겁니다. 근데 그 적이 누군가요? 메갈리아를 반대하는 이들? 남성들? 메갈리아를 반대한다고 해서 여혐과 여성들에 행해지는 폭력에 대해 둔감한게 결코 아닙니다.
"선빵을 날렸는데 반격하는게 잘못이냐"라는 지적이 있는데 결코 아닙니다. 그렇지만 중대부고에 다니는 양아치들에게 부당한 폭력을 당했다고 해서 "중대부고 전체"에 대해 부당한 공격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잘못에 대해 "저들의 방식은 틀렸지만 이 시점에서 나는 그들의 편이야"라는 것도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분노"가 정당하다고 해서 "방식"이 정당화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기 위해서 메갈리아의 존재는 해악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 더 설명하겠습니다.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이러한 구도가 잡힌데에는 우리나라 투쟁의 역사와 직결되는 한 몫을 하지 않았나 봅니다.
우리는 수십년 전부터 부당함에 맞서싸웠고 그 중심에는 "그들"이 있었습니다. 전선이 있었죠. 이런 점은 지금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이란 형태로 계속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싸우는 건 분명 이권을 부당하게 챙기려는 자들이기 때문에 투쟁이 적합합니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은 투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건 "남성 vs 여성"이 되어야 하는게 아니라 "비상식 vs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존속 살해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곤 낄낄대는 사이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게 제가 볼때는 상식이 아닙니다.
3) 고착화되는 대결구도
메갈을 지지하는 분들은 그 의의가 "여혐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에 있다"며 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본질이 아닌 현상에 집착한다고 합니다.
물론 문제 제기는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이들이 선택한 방식으로 인해 문제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논의되는 얘기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렸습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충격요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봅시다. 만약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일부가 관광지에 낙서하는 악습에 대해 경종을 울린답시고 우리나라 관광지마다 찾아가며 소중한 문화유산에 "I was here. lol"라고 "미러링"을 한다면 이러한 문제제기가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일베가 비판받는 것은 이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철학 때문이 아닙니다. 이들의 "자신과 다른 이들" "소수자"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적대감과 멸시, 혐오 때문이죠.
그런데 "미러링"이란 단어 자체가 묘사하듯 메갈은 이들의 가장 혐오스런 측면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베같은 사이트가 아닙니다. 남성 전체죠.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메갈을 기점으로 해서 대결구도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습니다.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네가 생각하는 상식"으로 나뉘어서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죠.
지금도 벌써 "메갈에 대한 지지"만으로 사람들이 둘로 갈라져 싸우고 있습니다. 상대가 평상시에 페미니스트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동의하는 방식의 페미니스트"냐 아니냐를 두고 싸우고 있죠. 이게 일시적인 현상일까요?
3. 일베와 메갈이 만들어갈 사회
1) 메갈이 만들어갈 변화
"여혐"은 분명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메갈의 문제는 "남성 일부"가 하고 있는 "불합리한 여혐"을 막기 위해 "남성 전체"에게 불합리한 "남혐"으로 공격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공격받은 대다수 남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겠습니까?
"메갈의 본질은 문제 제기이고 부당한 남혐은 현상일 뿐이다" 이렇게 주장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공감하기 힘든게 특정한 대상의 본질은 이 대상이 직접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분리해서 볼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 대상이 사이트건, 집단이건, 특정 인물이 됐던 간에 그들의 철학, 사고방식은 평상시 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집단의 행동은 비록 패악적이지만 그 본질은 올바르다"라고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거듭 말하지만 일베가 욕 먹는건 이들이 보수주의자거나 정치적이어서가 아닙니다. 소수자들에 대한 악의적이고 비열한 시각을 포함한 이들의 행태 때문이죠.
그런데 메갈은 그걸 성만 반전해서 하고 있습니다.
전 오히려 이런 이들이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에 더욱 그들을 증오합니다.
여혐과 여성차별은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하필 이 따위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입에 올림으로서 그 본질적인 토론은 사라지고 "여혐 vs 남혐" 이딴 걸로 얘기나 하고 있죠.
여혐과 남혐이 나쁘다는 건 다들 알고 있죠. 글ㄴ데 중요한 건 "어떻게" 이들을 없애냐입니다. 우리가 에너지를 쏟아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하면 이런 현상들을 끝낼 수 있느냐입니다.
까놓고 말해 일베나 메갈 따위로 소비하는 에너지가 아깝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메갈 신경 쓰지 말고 이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만 논하면 되는게 아니냐?"라고요.
그런데 그럴 수도 없습니다. 찌질이 집단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인 일베가 사회 표면에 올라온 것과 같은 원리로 메갈의 존재로 인해 "남혐"이란 또 하나의 현상이 생겨버렸으니까요.
류한수진씨가 지적했다시피 십여년 간 인터넷 전역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어오던 여성혐오에 이어 이제는 "인터넷 전역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될 남성혐오"가 생겨났습니다. 이걸 두고 "방향 바꿔 받아치고 있을 뿐이다"라고 단순히 할 수 있을까요?
여혐은 분명 없어져야 할 사회악입니다. 이제 그런 사회악이 하나 더 생겼네요.
그렇다고 해서 메갈의 존재로 여혐이 없어졌나요? 어차피 여혐하는 인간들은 이런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 자들 뿐이었는데? 오히려 여성들에 대한 악의적인 편견을 가진 이들은 "역시 여자들이 그렇지 낄낄"하면서 편견이 더욱 깊어지지 않았을까요?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수천년간 차별 당했으니 앞으로 수천년간 남성들을 차별하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차별을 없애자는 움직임이죠. 서두에 제가 말한 "모든 남성들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게 이 때문입니다.
민주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되는게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죠. 민주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결국 본인이 알건 모르건 페미니즘을 위해 노력하는 셈입니다.
2) 일베가 뿌린 씨
저는 이런 점에서 메갈이 여성운동의 가지로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일베가 뿌린 씨"가 최악의 방식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행위든 간에 그 대가가 없는 건 없습니다. 일베를 포함한 여혐주의자들이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퍼뜨린 악의적인 행동, 말에 가장 분노한 건 당연히 여성들입니다. 그게 끓고 끓어서 최악의 방식으로 폭발한 거죠.
서두에 밝혔던 회사 후배의 경우에도 메갈이 정당하다고 하진 않습니다. 류한수진씨도 메갈을 싫어한다고 하죠.
그런데 이 분들이 메갈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분들의 분노가 정당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죠. 같은 남자가 봐도 증오스러운데 대상이 되는 여성분들은 얼마나 혐오스러울까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론 있어서는 안될 대결구도를 고착화시키고 정작 중요한 문제인 여성인권과 여혐의 철폐에서 초점이 벗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글을 마치며
메갈은 결코 일베에 대한 자정작용이 아닙니다.
극우 아베가 싫다고 해서 우리나라 극우들이 그처럼 역사를 왜곡하고 패권주의로 나가면 그가 "아이쿠 내가 잘못했구나 ㅠㅠ"라고 반성할까요?
일베가 문제라고 "여성 일베"를 만든다고 정반합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일베가 하나 더 생기게 될 뿐이죠. 실제로 그렇게 됐고요. "여혐"의 미러링으로 "남혐"을 들고 나왔다고 여혐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여혐" "남혐" 둘 다 생겼죠.
여혐이 없어지면 자연스레 남혐이 없어질까요? 솔직히 저는 그 정도로 낙관적이진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 메갈의 뿌리는 일베가 부각되기 전부터 여러 사이트에서 남성들에 대한 혐오스런 시각을 표출하던 회원들이었거든요.
앞으로 여혐에 대해 해결해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건 메갈 없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이제는 남혐의 정서에 대해서도 해결해가야 한다는 거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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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의 방법은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남자들 사이에 전반적으로 펴져있는 misogyny와 일베의 폭력은 전혀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남성을 대상으로 일베의 폭력을 적용한다는 점.
두번째는 그 폭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직접 남성들에게 자행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두번째는 집단이 매우 크고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여자 외에 다른 분류가 있지 않으니 남성이 관찰자가 될 방법이 없지만 첫번째는 너무도 명백한 잘못입니다.
개선의 방법이 될 수 없죠.
애초에 미러링이라는 말 자체가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인데 미러링이라는 단어가 마치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인 것처럼 인식되어 쓰이는 것 같아요.
그냥 폭력에 대한 보복일 뿐이고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주어 악순환을 가져올 뿐인데 말이죠
메갈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냥 뇌가 없다고 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