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늘 우리말 편지를 쓰기에 앞서 어떤 글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합니다.
쓰고 싶은 내용이 많아도 논리적으로 펴나가다 보면 빼거나 줄여야 할 때도 잦습니다.
그렇게 마음속에 준비하지만, 막상 써놓고 보면 맘에 안 듭니다.
오늘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12명이나 있습니다.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실종자 가족의 아픔을 잊고,
우리 잘못을 조금씩 잊고 있는 게 아닌지 반성합니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잔치라고들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릴 예정이어서
아마도 방송 3사에서 같이 생중계를 하겠지요.
전파를 낭비하고, 돈을 버리는 일인데도 많은 사람의 시선이 한쪽으로만 몰아갈 것입니다.
기왕지사 하는 일이니 우리가 러시아를 물리치고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식구들과 함께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을 나누어야 합니다.
오늘은 위의 세 가지 이야기를 오늘치 우리말 편지 밥으로 떠올렸습니다.
이제 어떻게 비빌지만 남았습니다.
자 한번 비벼볼까요? ^^*
이번 주말에 저는 제주도에 다녀올려고 합니다.
미리 가 있는 집사람과 두 딸 그리고 외손녀와 외손자를 보고 살을 비비며 재밌게 놀고싶거든요.
월드컵 중계는 돈 낭비를 떠나서 국민들의 시선이 너무 한곳으로 모여질까 걱정도 되지만...
우리는 고작 두 달 전에 세월호 침몰이라는 큰 재앙을 겪었고,
아직도 12명의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한 채로 국가개조에 힘쓸 장관들 면면에만 신경씁니다.
사고가 난 바로 뒤에는 많은 사람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겪으면 안 된다고 다짐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경제도 살려야 하고, 세계인들의 잔치도 함께해야 하지만,
우리 잘못을 뉘우치며 다시는 이런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다짐하는 게 더 중하지 않을까요?
앞에서 '애들과 살을 비비며 재밌게 놀았다'고 했고,
'어떻게 비빌지만 남았다'고 했습니다.
"두 물체를 맞대어 문지르다.", "어떤 재료에 다른 재료를 넣어 한데 버무리다."는 뜻을 지닌 낱말은 '비비다'입니다.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옷소매는 박박 비벼야 때가 빠진다,
나물을 넣고 밥을 비빈다, 밥을 고추장에 비벼서 먹다...처럼 씁니다.
'비비다'를 '부비다'고 쓰는 것을 자주 봅니다만, '부비다'는 낱말은 없습니다.
우리는 식구와 함께 언제든 살을 비비며 정을 나눌 수도 있고,
밖에 나가 맛있는 비빔밥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뺨을 만지며 비벼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할 겁니다.
자주 웃고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남들도 생각하고 배려하며 사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월드컵 첫경기를 잘 치르고
국회의원들도 뭉쳐서 한마음되어 응원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