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점암 아이들 만나기 전에 무등을 한바퀴 돌아야겠다.
8시 지나 집을 나서 원효사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커다란 안내판 앞에서 신딸매를 하는데 신사 형님이 지질공원 근무라고 걸어오신다.
커피한잔 하라는 걸 사양한다.
화정산악회를 다녔다는 동료가 원효계곡 개방이니 거기서 놀라고 하신다.
산장을 지나 호젓한 숲길을 오른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직선으로 내린다.
꼬막재까지 잘 올라간다.
사라진 꼬막샘을 지나는데 막 피어난 뻐국나리가 반긴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모시지만 제 모습을 살려주지 못한다.
신선대 입구에 이르자 한시간이 지난다. 잘 걸었다.
지리산은 어렵고 모후산 백아산이라도 볼까 하고 들어가 본다.
목책 줄에 배낭 하나 걸려있고 산은 건너 바람개비를 얹은 앞산만 겨우 보여준다.
주변에서 일을 보나 하고 헛기침을 해도 인척이 없다.
조금 후 아랫쪽에서 라디오소리가 들린다.
배낭을 두고 신선대에 다녀오는 모양이다.
다시 나와 사거리 나무 아래서 물을 마신다.
규봉암까지 이르는 동안에도 이서쪽 조망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다.
규봉암에 오르니 어제가 백중임을 알겠다.'스님은 모자와 사진을 찍고 잇다.
절구통에서 손을 씻고 물을 마신다.
뒤안 담쟁이 덩굴 아래 장독대를 찍고 나오며 다시 돌아아본다.
보조석굴에 들러본다.
누군가 1,000원지폐를 돌로 눌러놓았다.
작은 장난감 같은 불상도 보인다.
나의 잠자리는 이제 잊혀졌다.
석불암 샘을 보고 안으로 들어갈까 망설인다.
문이 다 열려있고 개 한마리가 보이고 스님의 ㅁㄱ소리가 안에서 들리는 것 같다.
인사를 드리면 차를 마시라 하시겠지.
나의 근황도 설명드리고 앞으로 가끔 들르겠다고 하겠지.
아니, 오늘은 얼른 내려가 옛아이들 만나야지.
밖에서 사진만 찍고 지나친다.
장불재엔 검은 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이 많다.
앉을 자릴 찾을까 하다가 그냥 지나친다.
입석대 서석대까지 쉬지 않고 잘 올라간다.
늦여름의 풀들이 흐린 하늘아래 흔들린다.
BAC인증을 하고 바위에 앉아 모자를 눌러쓰고 키큰 맥주를 마신다.
나 또래의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지리산을 묻고 있다.
한 사람씩 또는 떼를 지어 내앞을 지나간다.
서석대를 들러 목교에서 중봉가는 길로 내려간다.
억새밭 입구에서 구름 지나가는 중봉을 보고 옛길 2구간으로 들어간다.
제철유적지까지 부지런히 걸어 원효계곡으로 들어간다.
계곡입구에 배낭을 곁에 둔 등산객을 만난다.
내려가도 돗자리를 깐 남녀들이 자릴 차지하고 있다.
돌 구비 아래 깊은 물 앞에 들어가 옷을 벗는데 바로 아래 남녀가 앉아잇다.
물로 들어가니 아무도 안 보인다.
물이 깨끇하고 바닥이 깊어 놀만하다.
서너번 들락이다가 스틱손잡이를 담구엇다가 꺼낸다.
속옷을 갈아입고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많은 사람 사이를 내려온다.
지질공원안내소에 들르니 신사형님 혼자 계신다.
배가 고프다하니 빵과 말린 감을 주신다.
허겁지겁 먹고 차를 끌고 나온다.
열평집밥에서 냉동김치찌개 두개 사와 하날 풀어 어제 남은 햇반 반에 말아 늦은 점심을 보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