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에서 8월초, 절정을 달리는 휴가시즌이다. 올여름 휴가는 국내여행이 대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하계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국민의 52.1%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들 중 83.6%는 국내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7월 24일 발간된 정부정책정보지《위클리 공감》은 여행특집 기사를 다루면서 ‘여행 마니아가 추천하는 나의 잇플레이스 4곳’을 소개했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섬, 소록도, ‘군함도’ 촬영소…”
김자영 여행작가는 “여행지를 고를 때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했다. 첫째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가이고 둘째는 어떤 의미가 있는 여행지인가이다. 김 작가는 “이 두 가지를 충족하는 최고의 여행지는 전남 고흥에 있는 소록도”라고 했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 절경, 역사적 의미가 있는 소록도는 최근 외부에 개방되기 시작하면서 고흥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소록도(小鹿島)는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이름처럼 작은 섬 안에는 우리가 알고 있듯 아픔이 서린 공간이다. 흔히 나병이라고 알려진 한센병 환자들이 1915년부터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격리돼 생활했던 곳이다. 오랜 시간 외부인의 발길이 끊겼던 탓에 섬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푸르른 바다와 어우러진 소나무가 여름철 푸르게 피어난 자연의 절정을 뽐낸다.
김자영 작가는 “소록도는 섬 전체가 잘 가꿔진 수목원 같다”며 “그중 중앙공원에 가면 능수매화, 반송, 편백나무 등 잘 가꾼 나무들이 아기자기한 정원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식으로 조성된 정원은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고 한다. 울창한 소나무 숲, 하얀 모래,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가 조화를 이루는 소록도해수욕장도 소록도의 명소 중 하나다. 간간이 바다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흐르는 땀을 쓸어간다. 김 작가는 “소록도에서 만나는 바다는 그 어느 곳에서 보던 바다와 느낌이 다르다”며 “많은 사람의 아픔이 깃든 공간이기 때문인지 잔잔하게 철썩이는 파도 때문인지 고요함과 평화로움의 조화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한센병 환자들의 100년 이야기가 깃든 소록도에서 환자의 아픔이 가장 많이 묻어 있는 소록도국립병원에는 병원의 역사와 환자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관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방문객이 한센병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소록도 아기사슴 성당에서는 한센병 환자들과 동고동락한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헌신적인 사랑은 다큐 영화로 제작돼 세상에 알려졌다.
김 작가는 “최근 많은 예술가가 소록도에서 영감을 얻어 소록도를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영화 ‘군함도’를 소록도에서 촬영하기도 했는데 시리도록 아름다운 섬, 소록도에서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과 한센병 환자들의 아픔을 통해 희망과 힐링을 얻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추천했다.
대전 장태산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 사진=대전시
“시원하게 뻗은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보기만 해도 힐링”
노아라 BS투어 국내여행사업팀 주임은 대전 장태산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을 ‘나의 잇플레이스’로 소개했다. 그는 “시원하게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의 초록빛 잎사귀는 눈도 마음도 탁 트이게 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메타세쿼이아뿐 아니라 밤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있어 피톤치드를 마시며 삼림욕을 하기에도 좋다고 한다. 산은 경사가 완만해 나무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라는 것.
장태산 꼭대기에는 하늘로 솟을 듯한 메타세쿼이아의 잎사귀를 만질 수 있는 스카이타워가 있다. 스카이타워 꼭대기로 가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만나는 시원한 바람은 도심에서 부는 바람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상쾌하다고 노아라 주임을 전했다. 그는 “여러 여행지 중 장태산을 꼽는 이유는 바로 ‘인생샷’을 남길 만한 장소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라며 “메타세쿼이아가 자아내는 이국적인 정취와 나뭇잎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덕분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 동해시의 두타산 무릉계곡. 사진=조선DB
“두타산 무릉계곡, 햇빛 안 보이는 울창한 숲”
이원근 여행박사 국내여행사업팀 팀장은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강원 동해시에 있는 두타산 무릉계곡을 꼽았다. 무릉계곡이라 불리는 것은 이곳 전경이 상상 속의 무릉도원과 비슷해서라고 한다.
두타산은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과 기암괴석의 절경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금강산 다음으로 아름다운 산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이원근 팀장은 “두타산에서 무릉계곡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금란정은 두타산의 정취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며 “금란정에 앉아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계곡 물소리를 듣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고 전했다.
무릉반석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바위의 표면에 조선시대 4대 명필 중 하나인 봉래 양사언의 석각과 매월당 김시습을 비롯한 수많은 선비의 시가 새겨져 있다. 그들이 남긴 시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고 한다. 역사가 오랜 곳이라 여러 볼거리가 있지만 그중 두타산의 빼어난 자연환경이 가장 큰 볼거리다. 이 팀장은 “햇빛이 들어올 틈 없이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 아이의 눈망울처럼 깊고 푸른 호수와 거대한 바위벽은 두타산을 오르는 여행객의 뇌리에 깊이 남을 만큼 아름답다”고 올여름 꼭 가보기를 권했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사진=장지전
“조용한 듯 활기찬 송정해수욕장, 서핑에도 그만”
장지선 KBS 국제방송 PD는 부산 송정해수욕장을 택했다.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국내에 내로라하는 여행지는 안 가본 곳이 없다는 장지선 PD. 그중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는 바로 서퍼의 천국, 부산 송정해수욕장이다.
송정해수욕장은 다른 해수욕장과 분위기부터 달랐다고 한다. 장지선 PD는 “처음 송정해수욕장을 찾았을 때 해운대나 광안리와는 달리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며 “조용한 듯 활기찬 송정해수욕장의 분위기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해수욕장 앞에 줄지어 있는 서핑숍, 서핑보드를 끼고 다니는 사람, 해변에 앉아 캔맥주를 들이키는 사람. 송정해수욕장의 여름은 마치 동남아시아의 어느 섬나라에 온 듯 이국적이라는 것.
그녀가 최고로 꼽는 송정의 경치는 서핑보드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다. 바다에서 실컷 서핑을 하고 난 다음 서핑보드에 앉아서 바다 위로 물드는 노을은 눈을 감는 순간마다 기억이 날 만큼 아름답다고 한다. 장 PD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해 해마다 송정해수욕장을 찾는다”며 “ 이번 여름에도 송정에서 바다와 함께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즐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