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어 번역본
" 원이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
당신 늘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그런데 어찌 하여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셨나요? 나와 자식은 누가 시킨 말을 들으며, 어떻게 살라고 다 던져버리고 당신 먼저 가셨나요? 당신은 날 향해 마음을 어떻게 가졌으며 나는 당신 향해 마음을 어떻게 가졌던가요?
나는 당신에게 늘 말하기를, 한 데 누워서, “여보,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요? 남도 우리 같을까요?”라고 당신에게 말하였더니, 어찌 그런 일을 생각지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래도 난 살 힘이 없으니 빨리 당신에게 가려 하니 나를 데려 가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은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으며, 아무래도 서러운 뜻이 끝이 없으니 이내 마음은 어디에다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어찌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이 편지 보신 말 자세히 듣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써서 넣습니다. 자세히 보시고 내게 일러 주세요.
당신 내가 밴 자식 나거든 보고 살 일 하고 그리 가시되, 그 밴 자식 나거든 누구를 아버지라 부르게 하시나요? 아무래도 내 마음 같을까요? 이런 천지가 온통 아득한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갓 그 곳에 가 있을 뿐이니 아무래도 내 마음같이 서러울까요? 한도 없고 끝이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를 자세히 보시고 제 꿈에 와서 보이고 자세히 말해 주세요. 저는 꿈에서 당신 볼 것을 믿고 있어요. 한꺼번에 와서 보여 주세요. 사연이 너무 한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아내가 "
*해설
이 편지는 1998년 4월 24일 안동시 정상동의 택지 조성을 위해 이장(移葬) 작업을 하던 중 고성이씨(固城李氏) 족보에도 미상이었던 이응태(李應台)의 묘에서 발견되었다. 관 속의 시신(屍身)은 건장한 체격의 젊은이로서 턱에는 짧은 수염이 나 있고 입을 굳게 다문 채 누워 있었다. 미이라 상태로 발견된 시신도 화제였지만 더욱 세인의 주목을 끈 것은 시신의 가슴 부분을 덮고 있던 한글 편지였다. 그 편지는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쓴 애절한 사랑의 편지였다. 병석에 누워 있던 남편이 31살의 젊은 나이로 죽자 아내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 속에 눈물을 머금고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다. 남편을 먼저 보내는 아내의 안타깝고 애틋한 사랑 표현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는 이 편지는 40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 와서도 현대인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이 편지는 남편이 죽고 입관하기 전인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쓴 편지이다. 조선 후기의 고성이씨 족보에 나타난 이응태의 생몰 연대(1555-1586년)를 참조할 때 병술년은 1586년으로 추정된다. 편지의 내용으로 볼 때, 이응태가 죽을 당시에는 아내와 원이라는 아들이 있었고, 아내의 뱃속에 또 한 명의 아이가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고성이씨의 족보에는 성회(誠會)라는 아들의 이름만 나오는데, 이 편지의 ‘원이’는 바로 성회(誠會)로 추정된다. 뱃속의 아이와 아내에 대한 기록은 족보의 어디에도 없어 더 이상 알 길이 없다.
이응태는 고성이씨의 17대 손으로 아버지 이요신(李堯臣, 1523~1611)의 2남 3녀 중 둘째 아들이다. 이응태는 죽기 전 얼마간 병석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젊은 남편이 병석에 눕자 아내는 남편의 병이 낫기를 기원하면서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을 함께 엮어 정성껏 미투리를 삼았다. 그러나 남편은 끝내 그 신을 신어 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미투리를 쌌던 한지에는 “이 신 신어 보지도 못하고....”라는 글귀가 남아 있어 더욱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더한다. 형님은 젊은 나이로 죽은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접부채에 만시(輓詩)를 쓰고, 아버지는 생시에 아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비단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아내는 남편이 평소에 입던 옷가지와 꽃무늬 비단 저고리를 관 속에 넣어 주었다. 백년해로의 기약도 헛되이 속절없이 젊은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아내의 심정은 어떠했으랴...
첫댓글 남편이 젊어서 사랑이 남아있을 때 죽어서 그렇지 늙어 죽었어봐~저렇게 편지쓰는 여자 아무도 없을 껄~ㅋㅋ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해 봤었어요. 근데 남편이 31살에 사망했고, 시기가 조선시대인 점을 감안할 때 두 사람은 결혼한지 적어도 10년이 넘은 부부가 아니었을까요? 결혼한지 10년을 넘기고도 저렇게 애타게 사랑하는 부부였다면 더 나이가 들어서도 애정은 그리 변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 ^ㅋ
조문희쌤~~ 감동이 코믹으로 변신했어요~ㅋㅋ
문희샘은 진짜사랑을 안해봐서 그래요,,,ㅋㅋ
문희쌤...ㅋㅋㅋ 글읽고 감동받았다가 댓글보고 웃었어요 ㅋㅋ
ㅜㅡ..문학소년ㅇㅣ신 명오쌤.ㅋ
문학을 빌미로한 애정행각? 고도의 계산된 구애의글? 그래 내가양보할게,,,^ ^
호호호~ 단장님 예리하시넹. ^ ^ ㅋㅋㅋ
잠깐, 요 아래 글에서는 저를 '연애 포기한 부류'로 취급하시더니만...
명오샘 요즘 청춘사업 하시나?
감동적이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해설의 셋째줄을 참고하세용. ^ ^ 들어보신 적이 있나보넹. ㅎㅎ
남편이 죽으면 빨리 슬픔을 딛고 새출발 해야지~ 그럴 정신이 어딧노..ㅋㅋ..안그나..
그치그치~죽은 사람만 불쌍하지~ㅋㅋㅋ
두 분, 사랑때문에 가슴이 쌔그라웠던 경험이 많았나봐요... 힘내세요~ ^ ^
'능소화'란 제목으로 제목으로 책이 출간됐어요. 주인공 여의는 결국 자살을 하는데요. 저 편지 발견이후 일본에서 발견된 여늬의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소설이예요. 이 가을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 그래서 부부간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를...